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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69화. 여섯 시의 입회자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988자

오프라인 책장
누가 내 이름으로 출근을 신청했다면, 나는 그날 회사에 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근망은 회사에 가지 않은 나를 출근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사람이 실제로 어디 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기록에 맞게 사람을 바꾸려고 했다. 이번에는 혼자 가지 않기로 했다. 새벽 다섯 시, 우리는 영병원 터가 남아 있는 건물 앞에 모였다. 현재는 창고와 사무실로 사용되는 공간이었다. 남 형사는 관련자에게 협조를 구한 범위에서만 안쪽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구역은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남의 출입문을 부수는 것은 우리가 막으려는 행동과 다를 게 없었다. 어머니는 집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새벽마다 기억의 흔적을 확인하러 나오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나는 어머니가 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존중했다. 대신 어떤 변화가 있을 때 전화로 알려 드릴지 서로 합의했다. 한시우는 자기 회사의 운영 자료 복제본을 가져왔다. 서아는 1998년 귀가 기록과 2026년 수탁 변경 이력을 각각 보관하고 있었다. 유나는 당사자가 언제든 관측을 중단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강문석은 격리된 테스트 장치에서 안전 종료와 분리 절차를 검증했다. 남 형사는 수사 자료와 당사자 진술을 뒤섞지 않도록 기록했다. “뭐가 제일 위험할까요?” 내가 물었다. 강문석이 답했다. “미귀가 상태에 누군가 실제로 묶여 있는데 그 상태값을 그냥 삭제하는 겁니다. 화면에서는 출근을 취소했는데 사람이 돌아올 경로까지 없어진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러니까 끄기 전에 누가 남는지 확인해야 한다.” “맞습니다.” 나는 속으로 불평했다. 다른 직장에서는 아침에 출근하면 컴퓨터를 켠다. 여기는 컴퓨터를 끄기 전에 사람이 남아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개발자로서 업무 난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05:41. 창고 바닥에 낡은 병원 타일 무늬가 드러났다. 출입문에 오래된 간판이 겹쳐 보였다. ‘야간 원무과’. 현관과 같은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사람도 무늬의 위치를 말할 수 있었다. 그들의 진술을 따로 적었다. 카메라에는 여전히 평범한 바닥만 찍혔다. 관측이 시작되자마자 첫 번째 오류가 나타났다. 예정 기록의 날짜가 오늘이 아니라 1998년으로 표시된 것이다. 강문석은 시스템 시계부터 확인했다. 운영 화면에서는 2026년이 맞았지만 장부의 시작일만 과거로 되어 있었다. 표시 오류인지 의도한 연결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오늘 일어난 사고를 1998년의 사고로 적을 수도 있겠네요.” 서아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을 포함해 두겠습니다.” 남 형사가 대답했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아직 단정하지는 맙시다.” 나는 서아에게 종이 기록을 다시 건넸다. 우리가 어떤 자료를 서로 복제해 가지고 있는지, 한 사람이 기록을 잃더라도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불필요하게 공유된 개인 정보는 없는지도 확인했다. 과거의 기억을 사고팔던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이용한 건 허술한 보관이었다. 한시우는 창고 구석의 오래된 의자를 보며 걸음을 멈췄다. 낡은 철제 발 밑에 세모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가 무릎을 굽혀 바라보자 한쪽 다리에 긁힌 자국이 보였다. “어릴 때 여기서 넘어졌던 것 같아요.” “기억이 나세요?” “그런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저 의자가 그때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의자를 만지지 않고 사진을 남겼다. 나중에 담당자와 함께 물건의 설치 시기와 소유 경위를 확인해야 했다.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무작정 가져갈 수는 없었다. 유나가 시우에게 작은 물병을 건넸다. “아이가 오늘 나올지 물어보지 않았지?” “네. 오늘은 밖으로 나오지 않는 날이니까.” “잘했어. 우리 때문에 매번 같은 상처를 꺼내야 할 의무는 없어.”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우리 모두 어느새 조금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꼈다. 처음 시간 정지 능력을 얻었을 때의 나는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을 멈춰 세우고 물건을 옮기면 문제가 정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누군가의 말을 기다리는 것이 더 어려운 기술이라는 걸 안다. 05:48. 단말기에 첫 안내가 나타났다. [당일 출근 검증 시각: 06:00] [예정 주체: 차도겸] [입회 주체: 진서아] [미귀가 기준 주체: 차정수] “진서아 씨, 이번 입회 요청을 본인이 승인했습니까?” 서기관이 물었다. “아니요. 확인도 받지 않았습니다.” “현재 입회자로 기록된 본인 명의가 잘못 사용되었다는 이의를 제기하시겠습니까?” “네.” 서아는 자신의 말로 다시 대답했다. 시스템에는 아직 그 음성을 입력할 창이 없었다. 서기관은 대신 원본 절차의 이의 접수란에 진술과 기록 시각을 넣었다. 05:55.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아버지 시계를 혼자 보고 있었다고 했다. 시계의 뒤뚜껑에서 작은 스프링 하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사진으로 확인하니 숨겨진 작은 공간에 낡은 종이 조각이 있었다. “도겸아, 이거 보낼게. 내가 여는 건 무서워서 사진만 찍었어.” “잘하셨어요. 원본은 그대로 두세요.” 사진에는 아버지의 필체로 보이는 글씨가 있었다. ‘미종료 근무에 사람을 가두지 말 것. 원본 종료 요청은 06:07에 처리해야 한다. 이후의 06:00은 증명용 사본일 뿐이다.’ 나는 강문석에게 그 문장을 읽어 줬다. “왜 여섯 시 칠 분이죠?” “기록마다 시차가 생겼을 수 있어요. 하지만 혹시 최초 사건에서 일곱 분 동안 두 경로를 분리할 시간을 뒀을지도 모릅니다. 검증해야 합니다.” 05:59. 나는 마지막으로 동의를 묻는 창을 확인했다. 내 이름 아래에 ‘대리 출근 동의’가 기본값으로 선택돼 있었다. 나는 누르지 않았다. 대신 서기관의 이의 절차를 통해 ‘본인 승인 아님’을 명시하고 현재 존재하는 원본과 복제본을 별도로 보존하도록 요청했다. 우리는 현장에서 서로 다른 시계를 확인했다. 휴대전화의 표준 시각, 건물 벽시계, 단말기 화면. 단말기 시계는 가끔 과거 날짜로 바뀌었지만 현실 시각과의 간격을 똑같이 유지하지 않았다. 시계 셋이 다르게 보이는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만 믿고 사람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남 형사는 출입문 밖에 기다리는 협조자에게 현재 시각을 별도로 적어 달라고 했다. 내부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의 기록도 필요했다. 단말기의 영향 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유나는 내게 물었다. “정말로 네 이름이 지워질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괜찮진 않아.” “그럼 그 말도 적어.” 나는 웃었다가 다시 진지해졌다. 실은 겁이 났다. 내가 잃어버린 장면은 이미 많았고, 어떤 기억은 다시 듣는다고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 또다시 잊게 될까 봐 두려웠다. “이번에는 무서운 걸 무섭다고 말하려고.” “그게 좋은 시작이야.” 그녀는 내가 들고 있던 수첩을 가리켰다. 맨 첫 장에는 ‘차도겸, 오늘의 나는 다른 사람의 대리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지 잊지 않기 위한 말이었다. 06:00. 바닥의 타일이 거칠게 흔들렸다. 모두 잠깐 숨을 멈췄다. 창문 밖 차들이 멈추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이곳은 오후 여섯 시의 정지 세계와 달랐다. 옛 병원 근무가 현재 시간 위에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차도겸 씨.”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원무과 창구 뒤에 검은 구두를 신은 남자가 서 있었다. 얼굴은 흐릿했다. 그는 우리를 보지 않고 문서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준 주체 차정수가 퇴근하지 않았으므로, 오늘의 대리 출근을 확정합니다.” “차정수 씨는 퇴근 요청을 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관리자 반려로 무효입니다.” “반려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겠습니다.” “열람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 이름을 가져갈 권한도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단말기의 붉은 도장이 내려왔다. [출근 확정까지 00:07] 서아가 내 앞으로 나서려 하자 나는 그녀를 붙잡았다. “너도 허락하지 않았잖아. 대신 서명하지 마.” “알아. 내 이름으로 대신 거절하러 온 거야.” 유나가 단말기 옆의 ‘당사자 중단 요청’을 가리켰다. 평소에는 회색이던 글씨가 아주 잠깐 선명해졌다. 서기관이 그 문장을 읽으며 공식 기록에 접수 시각을 남겼다. “차도겸, 대리 출근에 동의하지 않음. 진서아, 대리 입회에 동의하지 않음. 차정수, 과거 종료 요청 원본 존재 여부 재확인 필요.” [출근 확정까지 00:02] 나는 시계의 두 세모를 단말기 앞에 들었다. 그것이 버튼처럼 작동할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의 글씨를 보며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잊지 않으려 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대신 출근시키지 않습니다.” 06:00:01. 도장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의 접수에 의한 보류] [미종료 근무 분리 검증 개시] [임시 창구 개방: 06:07까지] 복도 끝에 두 번째 문이 나타났다. 문에는 퇴근이라는 글씨가 아니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주 작은 틈으로 노란 종이배 하나가 밀려 나왔다. 그때 문 뒤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겸아. 이번에는 내 이름을 부르지 마.” 나는 문고리에 손을 대려다 멈췄다. 내 눈앞에 있는 목소리가 정말 아버지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문을 연 사람과 그 안에서 나오고 싶은 사람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나는 고개를 숙여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분침은 움직이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의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상한 문 앞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내 삶을 그 문 안에 남겨 둘 수 없었다. 먼저 그가 누구인지 묻고, 나가고 싶은지 확인해야 했다. 그동안 우리가 배운 가장 어려운 순서였다. 문 뒤의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내가 돌아오면, 아직 못 돌아온 사람이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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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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