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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70화
PAYLUA ORIGINAL · 제70화

70화. 정시 퇴근은 허가 사항이 아닙니다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207자

오프라인 책장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돌아오면, 아직 못 돌아온 사람이 사라져.’ 그 말이 사실이라면 문을 열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아버지의 목소리인지, 누군가 겁을 주기 위해 만든 녹음인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06:01. 문밖의 현실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골목에서는 오토바이 배달원이 빈 상자를 정리했고, 맞은편 건물에서는 경비원이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의 발밑에만 스물여덟 해 전 병원 복도가 겹쳐 있었다. 나는 문 앞에 앉아 물었다. “지금 안에 누가 있습니까?” 잠시 대답이 없었다. “당신의 아버지가 남긴 종료 요청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기록입니까?”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말투가 바뀌었다. 분명 같은 음색이었는데 내가 아는 아버지의 말투와는 달랐다. 누군가 과거 목소리를 가져다 안내문을 읽히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이것이 원본 음성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강문석은 분리 검증 화면을 켰다. 두 개의 목록이 나타났다. 왼쪽에는 종료를 요청한 사람이 있었다. 차정수. 오른쪽에는 종료 처리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대기 주체가 있었다. 이름 대신 숫자가 붙어 있었다. [대기 주체: 03] [분리 가능 여부: 미확인] “세 번째 여자아이?” 서아가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같은 숫자지만 같은 사람이라고 단정하면 안 돼. 이건 출근망의 세 번째 주체야.” 서아는 내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떴다. “맞아. 내가 답을 정해 놓고 있었어.” 우리는 서기관에게 대기 주체의 현재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있는지 물었다. 하루 한 문장 원칙이 적용되는 경로 09와는 별도 장부였다. 무작정 두 개의 기록을 연결하면 누군가의 거부를 승인으로 바꿔 버릴 수 있었다. 서기관은 낡은 서식 한 장을 내밀었다. “원본 종료 요청은 대기 주체를 강제로 귀환시키지 않고도 보류 해제 여부를 심리할 수 있습니다. 그 절차를 지금까지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막았죠?” 내가 물었다. “운영 규정이 그 기능을 메뉴에서 숨겼습니다.” “기능을 만들고 숨겨 놓는 건 개발자도 합니다만, 이건 정말 못됐네요.” 그는 조금 고개를 숙였다. 남 형사는 현장에서 확인 가능한 자료를 계속 보존하고 있었다. 장치 화면이 어떤 순서로 바뀌었는지, 실제 사람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진술이 언제 나왔는지 구분했다. 지금 눈앞의 세계가 이상하다는 사실만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결론 낼 수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서아의 휴대전화에 누군가가 보낸 문자가 나타났다. ‘입회자께서는 즉시 서명해 주십시오.’ 발신 번호는 없었고 링크 하나만 있었다. 서아는 누르지 않았다. 화면에 적힌 원본 문서 번호와 지금 우리가 확인 중인 출근 예약 번호도 맞지 않았다. “이건 누구한테 보내는 거지?” 그녀가 물었다. “당신 이름이 입회자에 올라 있어서 보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 누가 전송했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그리고 이렇게 급하게 만들수록 무슨 약관인지 읽을 시간이 없어져.” 우리는 서둘러 링크를 열지 않았다. 대신 발신 시각과 화면을 보존했다. 누군가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가장 취약한 순간은 ‘지금 누르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말을 듣는 순간이다. 서아는 바로 그 순간에 자신의 선택을 지켰다. 유나는 대기 주체 03의 표시를 보며 말했다. “내가 가장 걱정되는 건 저 사람한테 아무도 묻지 못했다는 거야. 위험하니까 그대로 두자는 말도 결국 우리가 한 판단이잖아.” “그래서 상태를 보존하고 본인 확인 경로를 찾아야 합니다.” 강문석이 말했다. “그 경로가 없다면?” “없다는 사실부터 남기죠. 그리고 왜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 뒤에서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 있었을 수도 있고, 장치가 재생하는 낡은 효과음일 수도 있었다. 그 차이를 모르는데도 내 결정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른 시우 씨.” 내가 불렀다. 그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돌아봤다. “네?” “아이에게 오늘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말해 줬나요?” “아니요.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그럼 그걸 기록에 남겨 주세요. 앞으로 다른 시스템에서 그 아이 이름을 가져가려 하면 그 아이가 어떤 말을 했는지 먼저 볼 수 있게요.” 시우는 종이에 짧게 적었다. ‘오늘 외부 보행 요청 없음. 본인 의사로 문 안에 머무름.’ 그리고 그 문장이 아이의 영구적인 선택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석도 붙였다. 그 작은 주석을 보고 나는 숨을 골랐다. 기계는 한 번의 선택을 평생의 계약으로 바꾸려고 했다. 우리는 한 번의 선택을 정확히 그 순간의 선택으로 남겨 놓으려 했다. 06:03. 강문석이 읽어 준 분리 조건은 세 가지였다. 아버지가 실제로 근무 종료를 요청했다는 기록을 확인할 것. 현재 대리 출근 대상자의 동의가 없다는 사실을 남길 것. 마지막으로 대기 주체를 다른 사람에게 자동 배당하지 않을 것. “그럼 세 가지 다 할 수 있네요.” 내가 말했다. “마지막이 어렵습니다. 중앙 서버에서 남는 값을 처리할 때 자동으로 다음 사람에게 넘기도록 설정돼 있습니다.” “그럼 그 규칙을 막아야겠죠.” “기존 장치를 뜯어고치면 증거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운영자가 제공하는 공식 보류 기능을 이용하고, 현장에 남은 사람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쪽이 낫습니다.” 한시우는 회사 명의의 계약 범위에서 중앙 자동 배당의 중지 요청을 제출했다. 서아는 자신의 입회 이름이 잘못 쓰였다는 이의를 따로 제기했다. 남 형사는 확인된 위험을 해당 담당자에게 통지했다. 강문석은 원본 장치를 조작하지 않고 테스트 환경에서 같은 조건의 보류 결과를 확인했다. 우리는 어떤 일에도 ‘전국 출근망 완전 종료’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이 창구와 연결된 출근 예약이었다. 06:05.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차도겸 — 대리 출근 무효 심리] [진서아 — 입회 기록 분쟁 인정] [차정수 — 1998년 종료 요청 원본 대조 중] 바닥의 타일이 조금씩 현실의 콘크리트로 돌아왔다. 그러나 문 뒤에는 아직 누군가 있었다. 대기 주체 03. 우리는 그를 움직이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그 존재의 상태를 보존하고, 나중에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방법을 찾았다. 06:06. 남아 있는 시간이 한 분도 채 되지 않았다. 강문석이 말했다. “아버지의 종료 요청과 오명숙 씨의 귀가 입회 자료가 서로 다른 장부에 있습니다. 한쪽은 병원 내부 기록이고 다른 쪽은 생활 기록이에요. 둘을 모두 인정하는 공식 대조 창이 열렸습니다.” 나는 종이에 적힌 오명숙의 글씨를 떠올렸다. ‘혜정, 양말 1켤레, 우산 1개, 아이 죽 1그릇.’ 그것은 거창한 영웅담도, 시스템의 운영 계획서도 아니었다. 작은 가게에서 외상 장부를 쓰던 사람이 남긴 한 줄이었다. “그 기록만으로 아버지가 돌아왔다고 증명할 수는 없죠?” “네. 하지만 모든 가족이 아직 병원에 있다고 처리하는 건 잘못됐다는 근거가 됩니다.” 바로 그 차이가 필요했다. 우리가 증명하지 못한 것까지 해결됐다고 선언하지 않는 일. 06:07. 단말기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붉은 도장이 공중에 떠올랐다가 옆으로 밀려났다. [차도겸 대리 출근: 무효] [진서아 대리 입회: 무효] [차정수 종료 요청: 정식 재심리 접수] [미귀가 주체 03: 현 상태 보존, 강제 이전 금지]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내일은 출근 안 해도 되는 거죠?” “현재 연결된 이 예약은 무효입니다.” 강문석이 답했다. “다른 장비까지 다 안전하다고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알아요. 오늘은 내 이름으로 된 야근 하나만 끝냈네요.” 서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유나는 새벽부터 쉬지 않은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 주었다. 한시우는 0번 보관실에 남은 아이에게 오늘 결과를 어떻게 알릴지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 승리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기혁 형사는 서류 한 장을 가리켰다. “아직 확인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종료 요청서 아래에는 결재를 반려한 권한의 원천이 표시돼 있었다. 그 칸은 조금 전까지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의 접수와 재심리 절차가 시작되면서 일부 글씨가 드러난 것이다. [최초 반려 권한: 영병원 야간 원무과 기록실] [사용 식별키: 한정호] 나는 곧장 이름을 읽었다. 1998년 직원 명부의 한정호, 2026년 경로 09에 다시 나타난 한정호. 같은 이름이 여러 곳에 있었다. 하지만 아직 동일인이 직접 결재했다고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 그때 서기관이 종이 한 장을 더 내밀었다. “그 식별키에서 방금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사람의 현재 발신인지, 오래된 자동 응답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종이에는 한 문장만 있었다. ‘나는 1998년 6월 13일의 밤을 아직 퇴근하지 못했다.’ 잠시 뒤 두 번째 문장이 이어졌다. ‘06:00은 시작일 뿐이다. 다음 검사는 08:30.’ 내 휴대전화가 떨렸다. 전국에서 서로 다른 사업장 출근 기록이 동시에 변경됐다는 문의가 들어왔다. 아직 피해 규모는 알 수 없었다. 확인된 숫자만 화면에 나타났다. [다음 정산 예정 08:30] [대기 중인 미귀가 기록: 4,183] 나는 화면에 뜬 4,183이라는 숫자를 다시 보았다. 이전에도 그 숫자를 본 적이 있었다. 기억 보관국이 불법 청구 대상으로 묶어 놓았던 사람들의 수였다. 동일한 사람들이 이번 출근망의 대기 목록에 들어온 것일까, 아니면 숫자만 우연히 같은 것일까.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서로 다른 두 장부를 하나로 합쳐 끝냈다고 선언할 수 없었다. 서아는 두 기록의 작성 시각을 적었다. 남 형사는 관련 자료를 정식으로 확인할 경로를 살폈다. 한시우는 운영 장비의 추가 자동 배당을 보류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했다. 유나는 이름 모를 대기 주체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수첩에 한 문장을 적었다. 나도 적었다. ‘다음 아침에도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할 것.’ 나는 종이를 접지 않았다. 누구 이름으로 나온 메시지든 원본 그대로 남겨야 했다. 아버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한정호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자아이의 진짜 이름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가 분명했다. 나는 누군가의 승인 없이 출근하지 않았고, 그 사실을 증명하는 기록이 남았다. 그리고 오전 여덟 시 삼십 분까지, 두 시간 이십삼 분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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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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