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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66화. 매일 아침 결근하는 사람들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60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여섯 시에 출근하지 않으면 결근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출근하지 않은 적이 없는 사람에게 오늘도 출근했다고 처리해 버리는 회사가 있다면? 회사 생활을 조금 해 본 사람은 안다. 처음에는 급여가 틀리고, 다음에는 휴가가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왜 아직 회사에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는 그렇게까지 하진 않는다. 최소한 물리적으로 같은 사람을 이십팔 년 내내 출근시킬 수는 없다. 출근망은 그 불가능한 일을 장부에 적고 있었다. 부산의 권수진에게 연락이 왔다. 퇴근망의 오류를 증언했던 그녀는 이제 새벽 배송센터에서 벌어진 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사업장 운영진과 안전 담당자의 협조로 피해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마련했고, 기록을 함부로 바꾸지 않고 있었다. “도겸 씨, 여기 김윤철 기사님이라는 분이 계세요. 실제로는 주말에 쉬셨는데, 단말기에는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연속 근무로 나와요.” “몸은 괜찮으세요?” “심한 피로가 있으셔서 진료 안내부터 했어요. 근무한 사실을 기억하는 분들과 종이 출입대장도 같이 모으고 있고요.” “본인이 직접 통화하고 싶으신가요?” 잠시 뒤 낯선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이런 걸 설명하려니까 내가 이상한 사람 같네요.” “아닙니다. 확인하신 것부터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윤철은 토요일 저녁 아들과 국수를 먹었다고 했다. 결제 내역도 있고 아들 휴대전화에 사진도 있었다. 그런데 국수가 무슨 맛이었는지, 아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기억이 희미한 것보다 더 무서운 건 회사의 근무표가 그 시간에 자신이 배송 중이었다고 말하는 사실이었다. “회사에서는 기록이 그렇다고 하니까 제가 휴게시간 없이 운전한 걸로 조사받을 수도 있겠죠. 사고라도 났으면 큰일 나는 거잖아요.” 나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확인 가능한 이동 기록과 기억을 잃었다는 진술은 분리해 두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고, 그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료 제공 범위를 정했다. “저는 돈도 문제지만,” 그가 말했다. “아들이 자기가 한 말을 제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돼요.” 나는 오명숙의 장부를 떠올렸다. 가족의 이름 하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서로 다시 알려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말로 잃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위로할 생각은 없었다. “아드님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하셔도 됩니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 중이니까요.” 윤철은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집에 돌아왔던 게 사실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수진은 통화가 끝난 뒤에도 현장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기자에게 인터뷰하기 전에 동료들이 무엇을 공개하고 싶은지 먼저 물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름이 기사에 실리는 걸 원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잘못된 근무시간이 그대로 급여에 반영될까 봐 자기 사례를 공개하고 싶어 했다. “다들 요구가 달라요.” 수진이 말했다. “그럴 수밖에요.” “중앙에서 왜 하나의 동의 버튼으로 처리하려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개발자는 화면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복잡한 현실을 버튼 두 개로 줄이면 완성도가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의 동의까지 단순하게 만들 수는 없다. 특히 누군가 이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고 해서 동의한 것으로 계산하는 시스템이라면 애초에 묻고 있는 게 아니다. 수진이 화면을 돌렸다. 현장에 놓인 종이에는 직원들이 각자 작성한 귀가 기록이 있었다. ‘토요일 17:43 버스 탑승’, ‘아파트 경비실에서 택배 수령’, ‘아이와 함께 저녁식사’. 누구의 말도 같은 서식으로 바꿔 버리지 않았다. “이 자료가 무슨 힘이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그 자료 하나로 시스템 전체를 멈추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의 하루가 없었다는 주장을 반박할 근거는 되죠.” “언니는 이제 기억이 다 돌아왔나요?” “아니요. 제가 잃은 장면도 남아 있어요.” 우리는 잠깐 침묵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면서 자기 상처를 매번 꺼내 보여 줘야 하는 것은 부당했다. 나는 다음 통화에서는 수진에게 그 이야기를 다시 묻지 않기로 했다. 영상통화를 종료한 뒤 우리 회의실에도 조용한 시간이 찾아왔다. 유나는 0번 보관실 앞에 놓을 작은 물병을 준비했다. 아이가 원할 때만 마실 수 있게 하고, 오늘 바깥으로 나오지 않겠다면 병을 문 밖에 두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가장 정확한 보호일 수 있었다. “넌 왜 그 아이한테 집착하는 것 같아?” 내가 물었다. “집착이 아니야.” 유나가 답했다. “처음 그 문을 찾았을 때 나는 이름만 알면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지금 이름을 묻지 않는 게 더 중요하더라.” “어렵네요.” “그래. 그래서 하루에 한 가지씩만 배우기로 했어.” 나는 그녀의 손에 들린 물병을 봤다.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가 마시지 않겠다고 하면 그대로 가득 남아 있을 물이었다. 그런 물병도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재개발 구역의 오래된 사업장 세 곳에서 출근 기록이 같은 시각에 바뀌었다. 사업장은 서로 다른 회사였지만, 시스템의 계약상 원본 키를 따라가면 모두 영병원 0호 연결실에서 파생된 기록이라고 표시됐다. 그 정보는 공급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한 값이었으므로 독립 확인이 필요했다. 강문석이 화면을 공유했다. “중앙이 필요한 건 사람의 노동력이 아닙니다. 출근을 무한히 증명하는 상태값이에요.” “누구한테 쓰려고요?” “미종료 근무가 한 건 존재하면 장부는 매일 새 대리자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새 대리자의 귀가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 출근에도 같은 이름을 쓰고요.” “모든 무단 연장 근무의 꿈이군요.”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꿈 때문에 실제 사람들의 오늘이 훼손되고 있어요.” 구태형의 이름은 운영 규정 여러 곳에 나타났다. 그는 이전 계약에서 관리자 권한을 행사했고, 퇴근망의 기억 청구를 확대하려 했다. 하지만 출근망의 최초 설계에 누가 관여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가 구태형의 책임을 추적하는 것과, 원본 장치를 실제로 만든 사람을 찾는 일은 분리해야 했다. 오유나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오늘의 사람과 과거의 출근 카드를 끊을 수 있는 조건은 뭐야?” “오늘 사람이 집에 돌아왔다는 독립적인 기록.” 내가 말했다. “그럼 그걸 내면 되나?” “내고 끝이면 좋겠지만, 시스템은 1998년의 출근자가 집에 돌아왔는지도 요구해요.” 한시우가 낮게 말했다. “차정수 씨.” 모두가 조용해졌다. 아버지의 귀가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오늘의 사람들에게 빚을 지우는 구조. 누군가 한 사람의 퇴근을 계속 미결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을 거라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날 이후 아버지를 한동안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오래된 기록과 뒤섞여 있다. “그런데 정말 아버지 한 분 때문일까요?” 내가 물었다. 강문석은 보드에 그림을 그렸다. 최초 출근 카드에서 여러 갈래로 선이 뻗어 있었다. 각 갈래마다 다른 날짜가 적혀 있었다. 1998년, 2004년, 2011년, 2026년. “근본 원인이 한 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원본 경로가 다른 미종료 기록을 참조하는 식으로 확장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가 한 사람의 귀가를 증명해도 나머지는 남겠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전체 종료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동일한 안내 문구가 쓰인 이유는 공급 계약서의 부속 규정에 있었다. 강문석은 공개 가능한 범위의 기술 설명에서 ‘자동 재배당’이라는 단어를 찾았다. 종료되지 않은 업무가 있으면 새 근무자에게 재배당하고, 수락 여부 확인 전에 기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설명이었다. “업무 관리 프로그램이라면 흔한 기능 아닌가요?” 내가 물었다. “작업 티켓에 붙이는 건 흔해요. 그러나 사람의 기억과 신원에 붙이면 다른 문제죠.” 나는 오래전 회사에서 쓰던 업무 관리 화면을 떠올렸다. 담당자가 휴가를 가면 미처리 업무가 다른 팀원에게 넘어갔다. 그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만 추적했다. 그 사람이 회사에 여전히 있다는 증명까지 만들지는 않았다. 여기서는 그 선이 무너졌다. 일을 끝낸 사람과 끝나지 않은 일을 구분하지 않고, 일을 사람의 몸에 붙여 놓았다. 그러니 업무가 남아 있으면 언제든 새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차정수 씨가 마지막으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업무였을까요?” 유나가 물었다. “그때 어떤 대기 주체가 남아 있었는지는 확인해야 해요. 하지만 아버지가 끝내려고 했던 건 누군가를 내보내는 절차였을 수 있어요.” “그럼 지금은 그 절차를 다른 사람의 출근 기록으로 잘못 쓰고 있는 거겠네.” 서아는 그 가설을 보고서에 적었다. 주어는 확실하게, 결론에는 물음표를 붙였다. 우리가 아는 사실보다 훨씬 앞서 달려 나가는 문장을 만드는 순간 다시 누군가를 놓칠 수 있었다. 그날 오후, 한시우가 0번 보관실 앞에서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아침을 맞은 적 있어?” 아이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문 밖에서?” “응. 문 밖에서.” “아침이 오면 사람들이 내 이름을 가져가. 그래서 난 밤에만 있었어.” 시우가 숨을 들이켰다. “누가 가져간다는 거야?” “출근하는 사람이. 자기한테 이름이 없으면 남의 이름으로 나가거든.” 우리는 그 말이 어린아이의 기억인지, 보관실 내부 규칙을 비유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무슨 뜻인지 더 묻기 전에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할래.” “그래. 여기까지.” 문이 조용히 닫혔다. 나는 방금 적은 문장을 바라봤다. ‘아침이 오면 이름을 가져간다.’ 그 말이 시스템 속 익명 주체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 주체를 아이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퇴근망은 시간을 팔았고, 출근망은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지웠다. 둘 다 사람이 끝낼 수 있어야 하는 하루를 끝내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그리고 저녁 여섯 시가 되자, 내 개인 장부에 처음 보는 상태가 떴다. [차도겸 — 금일 퇴근 기록 유효] [익일 출근 기록 — 이미 승인됨] 내가 신청하지 않은 내일 아침이 이미 시작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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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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