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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우리가 함께 퇴근하는 법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115자

오프라인 책장
한시우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평범한 사람이었다. 회사 건물 밖에서 처음 본 그는 검은 정장도, 신비한 금속판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은 서른네 살의 남자였다. 손목에는 세월에 긁힌 작은 흉터가 있었다. 사진 속 소년의 오른쪽 손목에도 비슷한 자국이 있었지만, 그 둘이 같은 사건에서 생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경찰이 마련한 장소에서 만났다. 그가 먼저 말했다. "제가 한시우입니다." "차도겸입니다." 그는 한참 내 얼굴을 보았다. 나는 괜히 명함을 건네려다 그만뒀다. 회사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가 지금 우리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설명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어릴 때 저랑 같이 있었던 거 기억하세요?" 내가 물었다. "전부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노란 종이배는 알아요." 나는 가방 속 보존 봉투를 보여 줬다. 물건을 꺼내 그에게 넘기지는 않았다. 종이배의 소유자가 아직 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자, 시우는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종이를 제가 접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가지고 있었군요." "그 아이는 자기가 누군지 알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억지로 합쳐지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시우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제 어린 시절이 지금도 누군가의 하루로 살아 있다고요?" "적어도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자기 선택을 남기고 있어요. 그걸 단순한 동영상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당신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란 결론도 지금 당장 내릴 수 없고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제 과거를 마음대로 확정하는 건 싫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를 그냥 두고 싶지도 않아요." 한시우는 말을 이어 가기 전에 손수건을 꺼냈다. 손수건 끝에는 작은 별이 수놓아져 있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준 물건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돌아온 뒤 그는 한동안 잠결에 유리문 이야기를 했고, 그때마다 가족은 이 손수건을 쥐여 줬다고 했다. "제 가족은 제가 무사히 돌아왔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저는 자라서 학교에 갔고, 친구를 사귀고, 회사까지 만들었죠. 그런데 언제나 누군가를 두고 온 느낌이 있었어요." 그는 손수건을 접었다. "그 느낌이 죄책감인지, 내가 떠나온 아이의 기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모르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완전한 기억 때문에 누군가의 죄를 대신 인정할 필요는 없었다. "저도 그래요. 어렸을 때 누구 손을 잡았는지, 왜 놓지 않았는지 전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근데 사진을 보면 둘 다 겁먹은 애들 같아요." "맞아요." 한시우가 미소 지었다. "전에는 제 어린 시절을 완벽히 알아야만 앞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사 보존 자료를 뒤졌어요. 구태형도 그걸 알고 제게 인수 계약을 권했죠. 제 과거를 사들일 수 있다고요." "사셨습니까?" "아뇨. 서류를 보니 제 이름 말고 다른 사람들 이름도 있더군요. 제 과거를 되찾기 위해 그 사람들의 시간을 가져올 순 없었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기록했다. 누군가에게는 거래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지나치게 평범한 결정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유리문 앞에서 이십팔 년을 기다리는 아이에게는 자기와 똑같이 생긴 어른이 자신을 물건처럼 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 아이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도 괜찮을까요?" "그 질문은 제가 답할 수 없겠네요. 그 아이에게도 물어보겠습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한 방 안에는 종이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이상하게도 나는 처음으로 '원본'이라는 단어 없이 한시우와 마주 앉아 있다고 느꼈다. 그는 우리에게 보여 줄 자료를 가지고 왔다. 시우데이터의 위탁 계약서에는 경로 09가 도급 대상으로 포함돼 있었지만, 자동 인수 조항이 따로 숨겨져 있었다. 시우는 그 조항의 효력에 이의를 제기한 내용을 형사에게 이미 제출했다고 했다. 우리는 회사가 아니라 그가 직접 제출한 기록을 확인했다. "그 아이를 만나고 싶은지 물으셨죠?" "네." "만나고 싶습니다. 단, 제가 동의했다고 해서 그 아이를 저한테 합치거나 없애지는 마세요." 그가 말을 마치자 유나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0번 보관실에 묻기로 했다. 설명을 듣고 아이가 거절하면 여기서 끝낼 생각이었다. 그날 오후 다섯 시 오십오 분,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오늘 아이를 데리러 가 보려고요. 아직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머니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하셨다. "그렇다면 밥은 준비해 둬야겠네요." "짜장면을 좋아한다네요." "그럼 짜장면이죠. 그런데 너무 늦게 오면 불어요." 나는 웃었다. 시간 정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기억 보관국이 아니라 불지 않는 짜장면일지도 몰랐다. 다섯 시 오십구 분. 우리는 낡은 병원 별관 앞이 아니라 지난번과 같은 안전한 연결 장소에 모였다. 남기혁 형사는 현실 시간에 남아 외부 안전 확인을 맡았다. 유나는 아이가 중단을 요청할 때 문을 멈출 역할이었다. 강문석은 검증 장치를 조작했지만 승인권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서아는 자신의 수탁 범위 분쟁 기록을 제시해 관리자가 임의로 문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도록 했다. 오후 여섯 시. 세상이 멈췄다. 한시우도 움직였다. 그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때때로 자기가 멈춘 시간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꿈을 꾸었다고. 그러나 누군가 자신에게 여기 와서 문을 열라고 시킨 적은 없었다고 했다. 우리는 나무문 앞에 섰다. 아이는 문 안에서 우리 발소리를 들었다. "형, 왔어?" "응. 오늘은 같이 온 사람이 있어. 만나고 싶다고 했어." "누구?" "한시우라는 어른. 네가 그 사람을 보고 싶은지 물으러 왔어." 오랫동안 침묵했다. 나는 기다렸다. 예전의 나는 틈만 나면 문을 열 방법부터 찾았을 것이다. 지금은 아이가 대답할 때까지 아무것도 누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무서워." "그래. 그럴 수 있어." "그 사람이 날 싫어하면 어떡해?" "네가 한 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사람한테 네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할 권한은 없어." 문 너머에서 작은 발소리가 났다. "그럼 문 조금만 열어도 돼?" "네가 원하면. 다시 닫아도 괜찮아." 나무문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열렸다. 여섯 살 소년의 눈이 보였다. 어른 시우는 몸을 낮추었다.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 얼굴이 정확히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람은 세월을 지나며 얼굴뿐 아니라 눈빛도 달라지니까. "안녕." 어른 시우가 말했다. "너 나야?" 아이가 물었다. 시우는 조금 생각하다 대답했다. "아마 너와 이어진 시간이 나일 거야. 하지만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들으러 왔어." 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멈춘 시간에 너무 오래 갇혀 있던 소년에게 어른의 얼굴이 어떤 의미였을지 나로서는 다 헤아릴 수 없었다. "나 무서웠어." "응." "계속 기다렸어." "알아. 아니, 다 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오늘은 네 이야기를 들을게." 그 말이 끝나자 강문석의 장치에 불빛이 켜졌다. [쌍방 대면 동의 확인.] [강제 기억 병합: 비활성.] [외부 보행 시험 가능.] 유나는 아이에게 한 걸음만 나와 보겠냐고 물었다. 소년은 우리 얼굴을 하나씩 확인하더니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문 밖에 첫발이 닿았다. 멈춘 세계의 바닥에서 작은 발자국이 생겼다. 나는 숨을 쉬는 것도 잊었다. 아이는 자기 발자국을 보더니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밖이네." "응. 네가 직접 나온 거야." "그럼 저 사람은?" 어른 시우가 두 손을 펼쳤다.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둘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아이의 몸이 희미한 빛을 띠고 있었지만, 표정과 목소리는 분명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정지가 끝난 뒤에도 남을 수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그때 아이가 나를 향해 웃었다. "형, 그때 내 손 안 놓아 줘서 고마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가 서로를 잡은 이유가 그저 무서웠기 때문이었을지라도, 그 손이 누군가에게는 이십팔 년을 버틸 근거가 됐다는 사실에 목이 메었다. 손목시계가 12분을 가리킬 때, 강문석이 시험 종료를 알렸다. 아이에게 돌아갈지 계속 밖에 있을지 물었다. 소년은 오늘은 문 안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에 또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 확인된 건 한 번의 외부 보행뿐이야. 거짓말은 안 할게. 다음에도 안전하게 나올 수 있게 방법을 찾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는 뒷모습은 처음과 달랐다. 더 이상 누군가의 선택에 쫓겨 들어가는 모습이 아니었다. 스스로 문을 닫는 아이였다. 정지가 끝나기 직전, 어른 시우가 나를 불렀다. "차도겸 씨. 제가 회사 계약서를 검토하다 찾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그는 작은 종이를 건넸다. 전국 사업장 이름이 빼곡하게 적힌 목록이었다. 지역마다 다른 정지 시각이 적혀 있었다. 서울은 18:00, 부산은 17:42, 대전은 19:11. 일부는 한 번도 기록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이건 뭐죠?" "구태형이 시우데이터에 넘기려고 한 사업 확장 목록입니다. 사람 한 명의 시간이 아니라 도시별 멈춘 시간을 운영하려 했어요." 종이 아래에는 새로운 서비스명이 있었다. '전국 동시 퇴근망 — 1차 시범 운행.' 그리고 시행 날짜. '내일.' 나는 잠시 서 있다가 가방 속 수첩을 꺼냈다. 오늘 함께 나온 아이의 발자국을 그려 놓은 페이지 옆에 아주 짧게 적었다. '내일도 여섯 시가 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사람의 시간이 아니다.' 나는 어른 시우를 바라봤다. "퇴근 문제는 이제 전국 단위로 커지겠군요." 그가 웃었다. "개발자는 보통 그런 걸 확장성이라고 부르죠?" "네. 하지만 이건 반드시 중단해야 할 확장입니다." 시간이 돌아오자 도시의 소음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아이가 남긴 발자국의 위치를 다시 보았다. 바닥은 평범한 콘크리트였다. 흔적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모두 그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을 각자 기록하고 있었다. 그날 밤 어머니는 짜장면 세 그릇을 식탁에 올렸다. 한 그릇은 먹을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그릇을 치우지 않았다. 아직 빈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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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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