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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9화
PAYLUA ORIGINAL · 제49화

49화. 두 번째 문을 열 조건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18자

오프라인 책장
시우데이터가 다음 인수기관으로 적혀 있었다. 내가 한시우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고 하자 서아가 내 손목을 잡았다. "잠깐. 이 이름만으로 그 사람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마." 나는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옳았다. 우리가 공개 문서로 확인한 건 회사 이름뿐이었다. 회사 대표가 그 신청을 직접 지시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기혁 형사는 이미 관련 인수 문서의 경위 확인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 측은 인수 신청을 한 사실이 없고, 위탁 계약에 포함된 갱신 옵션이 자동으로 실행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 설명을 기록해 두고 증거를 기다리기로 했다. 보관실에서는 다른 문제가 급했다. 서기관은 0번 보관실의 당사자에게 직접 의사를 확인한 뒤에만 문을 열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만든 두 번째 출구는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문은 존재했지만 그 문을 통해 나간 사람이 어디에서 시간을 계속 보낼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문을 열면 아이는 어디로 가죠?" 내가 물었다. "현재의 한시우 씨에게 병합 귀환시킬 수 있습니다." "본인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보관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만 남습니다." "원래 프로그램에는 대리 선택 불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을 권리도 있어요." 서기관은 대답 대신 낡은 서류철을 꺼냈다. 표지에는 차정수의 필체가 있었다. '잠깐 기다리는 장소는 집이 아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다시 읽었다. 아버지는 공간을 만들었지만 정착할 곳을 만든 건 아니었다. 그 시절에는 아이를 되돌릴 방법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을 부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왔을 때 머물 장소를 마련하는 거군요."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지 세계 안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빚지지 않는 자기 시간이 필요해." 강문석이 검증 장치를 연결했다. 아버지가 만든 0,1,1 키를 읽기 전용으로 확인하고, 각 주체의 선택을 별도의 저장 공간에 보존했다. 아이가 문 밖으로 나오면 어른 한시우에게 자동 합쳐지지 않도록 하는 임시 보호 경로였다. "기계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이지요?" 내가 물었다. "가능성만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열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직 몰라요. 그래서 본인에게 위험까지 설명하고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강문석은 임시 보호 경로를 시험하기 전에 작은 종이 상자 세 개를 꺼냈다. 하나에는 '현재', 하나에는 '보관', 나머지 하나에는 '확인 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멋진 시뮬레이터가 나오리라 기대했다가 웃었다. "이런 중요한 일에 과자 상자입니까?" "상자면 충분해요. 컴퓨터 화면에서 두 항목을 합치는 건 쉬워 보여도, 손으로 작은 종이를 옮겨 보면 빠뜨린 게 보이거든요." 그는 아이의 목소리가 담긴 작은 종이를 '보관' 상자에 넣었다. 현재 살아가는 한시우의 동의 기록은 '현재'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닌 과거의 병원 시간 전체는 '확인 전' 상자에 넣었다. "이 셋 중 하나를 지운 다음 합쳐야 한다면?" 강문석이 물었다. "아무것도 지우지 말아야죠." "그러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두 상자 사이의 통로입니다.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방문 절차예요."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동생 오재민이 겪었던 사건도 같았다고 했다. 시설은 재민의 기억을 장치의 부품으로 써 놓고, 그를 밖으로 데려오려면 관리자에게 소유권 이전을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민은 장치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방문과 이송, 안전 확인이라는 절차를 마련했다면 그렇게 오래 갇혀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재민이는 지금 어디 있어요?" 내가 물었다. 유나는 잠깐 침묵했다. "안전한 연결 공간에서 치료와 휴식을 받고 있어. 아직은 현실의 몸과 보관된 기억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본인이 원할 때만 만나고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이 동생의 상태를 매번 남에게 보고할 의무는 없었다. 다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한시우의 사례가 성공하더라도 모든 실종자를 바로 데려올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상자 시험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강문석이 첫 번째 종이를 상자 밖으로 옮기자 단말기에 '동일인 귀속 실패'라는 경고가 떴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상자가 멀리 떨어졌다는 이유로 대상 확인이 불가능했다. 세 번째 시험에서는 실체 없는 기록의 '이동'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건 방문이 아니라 이사네요." 내가 말했다. "맞아요. 처음부터 귀환이라는 말이 잘못됐어요. 아이를 누군가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 아이가 한 번 밖으로 나와 볼 수 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우리는 입력 문구를 바꿨다. '귀환'을 '외부 보행 시험'으로, '인수자'를 '현장 입회자'로. 단지 단어를 바꾼다고 기계가 이해해 주는 건 아니었다. 원래 프로그램에 숨어 있던 거부와 일시 방문 규칙을 검증 키로 연결해야 했다. 그 작업을 마치는 동안 정지 시간은 십오 분이나 줄었다. 유나는 문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아이가 종이배를 접는 소리가 났다. 혹시 듣고 있느냐고 묻자 아이는 그렇다고 했다. 우리는 기술적인 말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바깥에 잠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이라고. 원하면 언제든 오늘은 여기서 멈출 수 있다고. "그럼 문이 다시 잠기면?" 아이가 물었다. "그것도 아직 모르는 위험이야. 그래서 문을 닫는 장치부터 시험하고 있어. 오늘 당장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아이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해졌다. 그러다가 말했다. "기다리는 건 할 수 있어. 그런데 또 내가 있다고 잊어버리지만 마." "안 잊어버리게 다른 사람들과도 기록했어." 유나가 답했다. 나는 수첩 옆에 아이가 원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작은 표시를 그렸다. 세모 두 개가 마주 보는 모양이었다. 앞으로 이 표시를 보면 문을 열기 전 아이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생각했다. 거창한 기술보다 그 순서를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우리는 문 앞에 앉았다. 나는 아이에게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문을 통과하면 멈춘 한 시간 동안만 밖에서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지가 끝나면 다시 안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선택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지우는 절차는 중단시켰다. "그럼 밖에서 밥 먹을 수 있어?" 아이가 물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큰 모험 앞에서 아이가 묻는 것은 밥이었다. 아마 어른들이 하는 설명은 그에게 너무 길고 어려웠을 것이다. "먹을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 하지만 네가 나오면 따뜻한 걸 준비하고 싶어." "짜장면." "그건 가능합니다." 유나가 웃었다. "도겸, 정지 세계에서 식당 주방이 멈추는데 어떻게 짜장면을 구해?" "미리 주문해서 보온 가방에 넣어 오죠. 이 정도는 개발자보다 배달 앱이 더 잘합니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다섯 시 전에 준비해." 작은 웃음이 나무문 안팎을 오갔다. 나는 그 웃음이 프로그램의 성공 로그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태형은 물러나지 않았다. 문 옆 전광판이 붉게 변했다. 그가 관리자로 보내온 경고였다. [보관된 선택 외부 반출 시 원본 귀환자에게 권리 충돌 발생 가능.] 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봐. 내가 나오면 저 사람은 나 때문에 없어질지도 몰라." 나는 즉시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절대 없다고 말할 근거가 없었다. 대신 우리가 확보한 기록을 보여 줬다. "아버지가 남긴 프로그램은 둘을 따로 보호하도록 만들었어. 지금은 그 기능을 시험하고 있어. 위험이 생기면 멈추고 다시 설명할 거야. 네가 '그만'이라고 하면 바로 멈출 거고." "정말?" "응. 내가 결정하지 않아." 아이는 한참 생각했다. 그러더니 문 아래로 손을 내밀어 작은 종이배를 밀었다. 내가 지난번에 봤던 노란 배였다. "이건 가져가도 돼. 먼저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종이배를 받아 들었다. 문 아래에는 낡은 병원 영수증의 글씨가 남아 있었다. '시우랑 같이 집에 가기.' 마치 이십팔 년 전 아이가 처음으로 보낸 구조 신호 같았다. 우리는 종이배를 임시 보존 공간에 놓았다. 녹색 불이 들어오기 직전, 문틈에서 아이가 짧게 기침했다. 나는 손목시계가 아직 충분히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정지가 끝나기 전에 건강 상태부터 확인해야 했다. 아이는 배가 조금 고프다고 했고, 계속 같은 곳에 앉아 있어서 다리가 저린다고 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멈출까?" 내가 물었다. "아냐. 내일도 할 수 있다면서. 그러면 오늘은 말하는 것까지만 해 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관실이 시간이 멈춘 장소라고 해서 몸의 감각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적어도 아이는 피로와 배고픔을 느끼고 있었다. 단말기의 성공 여부만 보고 문을 열었다면 그 사실을 놓쳤을 것이다. 유나는 아이에게 오늘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물었다. 아이는 종이배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도 된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했다. 오랫동안 그 종이는 자기를 증명해 주는 유일한 물건이었고, 누군가 가져가면 자기도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종이를 보낸 뒤에도 자기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나는 문 아래 놓인 작은 노란 배를 바라봤다. 종이는 낡았고 모서리는 무뎠지만 어디서든 같은 모양을 만들 수 있었다. 아버지가 처음 만든 두 번째 문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거창한 장치가 아니라,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급히 접은 작은 종이배처럼. 강문석의 장치에 녹색 불이 켜졌다. [비소유형 임시 보호 경로 생성.] [타 주체 기억 대체: 사용 안 함.] [본인 중단권: 활성.] 서기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경로가 실제로 존재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부터 있었던 거죠. 못 보게 해 놓았을 뿐." 내가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확인 창이 나타났을 때 모두가 침묵했다. [외부 귀환 예정 주체: 0번 미귀환 기록] [귀환 동시성 확인을 위한 현재 주체의 동의 필요] 아래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시우, 2026년 현재. 그 남자가 이 문을 여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는 멈춰야 했다. 나는 그를 설득하기보다 먼저 상황을 설명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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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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