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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3화
PAYLUA ORIGINAL · 제43화

43화. 여섯 살 대표이사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67자

오프라인 책장
한시우, 현재 연령 여섯 살. 이름과 숫자를 보고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법인 설립 등기가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는데.' 두 번째 생각은 조금 늦게 왔다. 그 아이가 정말 1998년의 시간 안에 갇혀 있다면, 지금까지 어떤 사람이 그의 이름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을까. 남기혁 형사는 휴대전화의 메시지를 읽은 뒤 바로 건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연락처가 없는 문자를 증거로 보존했고,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될 때까지 한시우가 보냈다고 단정하지 말라고 했다.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는 중'이라는 말은 너무 정확하잖아요." "정확해 보이는 말일수록 누가 먼저 알고 있었는지 따져야 합니다. 차 씨는 이미 그 병원 기록을 열어 봤고, 당신을 관찰하는 사람이라면 그 내용을 흉내 낼 수도 있어요." "형사님이랑 이야기하면 추리소설의 멋진 장면이 계속 취소됩니다." "수사에서는 그게 정상입니다." 그 말이 맞았다. 내가 영웅처럼 문을 걷어차고 들어가면 기록뿐 아니라 건물 안의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나는 경찰에게 필요한 사전 조사를 맡기고 우선 회사로 돌아갔다. 그날 오후, 회사에는 새로운 전산 장애가 있었다. 출퇴근 기록이 몇몇 직원에 한해 두 번 찍힌 것이다. 오전 아홉 시 출근, 오후 여섯 시 퇴근. 그리고 같은 날짜 오후 여섯 시 재출근, 오후 여섯 시 퇴근. 인사팀은 단순한 배치 오류라고 생각했다. 나는 화면을 보고 손을 멈췄다. "이거 삭제하지 마세요." 김 대리가 눈을 깜빡였다. "오류 로그인데요?" "고쳐야 할 원본일 수도 있어요. 백업부터 하고, 누가 수정했는지 남겨 주세요." "차 대리님 요즘 기록에 엄청 예민하시네요." "저도 모르던 사이에 제 퇴근 기록이 여덟 개가 됐거든요." 김 대리가 농담인 줄 알고 웃었다. 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가 나를 기억한다는 사실만으로 조금 위안이 됐다. 얼마 전에는 동료들이 내가 회사에서 일한 사실조차 잊었다. 이제는 최소한 출퇴근 기록을 보고 말을 걸어 줬다. 내가 로그를 격리하고 있는 동안 강문석에게 전화가 왔다. "한시우 대표 법인 등기, 확인했습니다." "형사님보다 빠른데요?" "공개 가능한 등기 정보만요. 실제 대표의 신원 확인은 경찰이 할 겁니다." "그게 중요하죠." "서류상 대표는 성인입니다. 하지만 내부 전산에서는 '연령 고정'으로 분류돼요." 그는 화면 하나를 보내 왔다. 정확히는 회사 내부 데이터가 아니라 보관국 감사 심리 때 이미 확보한 연결 기록이었다. [주체 한시우: 귀환일 1998.06.13.] [보관된 선택: 1998.06.13. 18:00] [기록 경과 시간: 28년 4개월] [체험 경과 시간: 00:06:13] 나는 마지막 숫자를 세 번 읽었다. "6분 13초? 여섯 살이라는 표시가 진짜 나이도 아니군요." "맞아요. 그 숫자는 어린 시절의 자아 상태를 부르는 레이블입니다. 신체 나이와 별개예요." "그럼 그 아이는 28년 동안 여섯 분만 경험한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아직 누가 그 시간 안에 있는지 모르죠. 구태형은 그런 모호함을 이용했습니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병원의 작은 아이가 내가 알고 있는 0번 보관실의 아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단정하지 말아야 했다. 기록의 시간 안에 남은 아이와 실제로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다를 수도 있었다. 점심 무렵 김 대리가 인사팀 사무실에서 돌아왔다. 손에는 프린트한 출퇴근 기록이 들려 있었다. 그의 표정은 조금 창백했다. "도겸 씨. 이거 농담 아니었나 봐요." 두 번 찍힌 퇴근 기록 중 마지막 한 줄에는 내가 모르는 직원 번호가 적혀 있었다. 회사에서 쓰는 사번은 여섯 자리인데 그 번호는 '0613-00'이었다. 인사팀은 그런 번호를 발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가 만들었습니까?" "외부 출입 연동 프로그램에서 들어왔대요. 협력사 인증 서버라고 하던데." 나는 모니터를 켰다. 기분은 가라앉았지만, 막상 로그 화면을 보자 늘 하던 일이 떠올랐다. 입력이 어디서 들어왔는지, 변환은 누가 했는지, 어떤 단계에서 숫자가 바뀌었는지. 코드를 한 줄 한 줄 확인하면 적어도 시스템이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있다. "김 대리님. 이거 데이터를 고치기 전에 원본을 분리 보관해 주세요. 저는 입력 경로만 추적할게요." "왜 자꾸 지우지 말라고 해요?" "누군가의 출입 기록을 잘못된 번호에 붙였다고 생각해 보세요. 로그를 지워 버리면 그 사람이 정말 왔었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어집니다." 대리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작년에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해 한참 고생한 적이 있다고 했다. 출퇴근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일했다는 증거였다. 거기에 돈까지 걸려 있다면 더더욱 그랬다. 잠시 후 테스트 환경에서 입력 과정을 재현할 수 있었다. 외부 프로그램이 사번을 보내기 전에 잘못된 매핑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부 인사팀에서 만든 적 없는 테이블이었다. 테이블의 설명에는 '동명이인 및 다중 근무자 통합'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또 이 말이군요." 내가 중얼거렸다. 나는 테이블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연결 요청만 차단했다. 운영 승인을 받지 않은 외부 프로그램의 재접속을 막고, 정상 직원의 근무 기록은 유지했다. 그러자 화면에서 두 번째 퇴근 기록의 신규 생성이 멈췄다. 김 대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해결된 거예요?" "새로 들어오는 건 막았습니다. 이미 들어온 건 확인하고 정정해야죠." "어째 자꾸 일이 늘어나네요." "제가 퇴근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퇴근이 저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대리가 웃다가 문득 물었다. "근데 도겸 씨. 아까 말한 0613, 생일이에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숫자는 이제 너무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날짜였고 식별키였고 어딘가에 갇힌 아이를 가리키는 번호였다. 사람의 생일처럼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한 사람의 이름에만 묶을 수 없었다. "아직 확인 중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보관국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실제 연동 프로그램이 같은 문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었다. 나는 로그 검증 결과를 형사에게 전달했다. 사람을 추적한 정보가 아니라 시스템이 요청한 연결의 출처만 보냈다. 이것이 우리가 따라야 할 순서였다. 오후 네 시, 형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법인 대표 명의자는 이미 경찰 조사 요청에 답했다. 그는 자신을 한시우라고 소개했고, 실제로 서른네 살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통화 외의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살아 있었네요." "현재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됐습니다. 기록 안에 남은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는 수사 자료만으로 판단할 수 없어요." 기혁 형사는 한 가지를 덧붙였다. 그 대표는 회사의 '기억 대여' 업무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위탁 계약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자신 명의의 기록이 이용된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적어도 그의 설명은 그랬다. "왜 사업을 계속합니까?" "본인 이야기를 직접 들은 뒤 판단하세요. 만남은 상대가 동의할 때만 가능합니다." 나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퇴근이 가까워지자 사무실 복도에 햇빛이 길게 누웠다. 청소하시는 분이 밀던 카트가 유리문 옆에 멈췄다. 그분은 내게 한마디 했다. "젊은 사람, 오늘도 늦게까지 해요?" "아뇨. 제 시간에 퇴근하려고요." "늘 그 말 하더라." 나는 웃었다. 이상하게 익숙한 대화였다. 수첩에는 내가 그분을 언제 처음 만났는지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 전 누군가 내 이름을 지워 버리려 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다는 건 어쩌면 저런 평범한 인사를 잃어버리는 일일지도 몰랐다. 그러자 청소하시는 분이 카트에서 작은 종이컵을 꺼냈다. "아까 어떤 남자가 이거 두고 갔어요. 차도겸 씨한테 전해 달라더라고." 컵 아래에는 '6시 전에 열지 말 것'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나는 곧바로 컵을 열지 않고 종이를 사진으로 남겼다. 누구의 물건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상대가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청소하시는 분께는 물건을 바로 만지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종이컵 안은 비어 있었다. 대신 안쪽 벽면에 1998년 병원 손목띠와 같은 파란 선이 그려져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내 퇴근 시간에 맞춰 신호를 보냈다는 걸 알아차렸다. 컵과 쪽지는 별도 봉투에 넣어 형사에게 전달했다. 누가 그렸는지는 몰라도 내게 남겨진 흔적만큼은 지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날 오후 다섯 시 오십칠 분, 기다리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휴대전화에 영상 파일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6세 한시우'. 영상에는 낡은 병원 유리문이 찍혀 있었다. 여섯 살쯤 된 남자아이가 안쪽에서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오른쪽 운동화의 끈이 풀려 있었다. 사진첩에서 본 그 신발과 똑같았다. 아이가 말했다. "아저씨. 어제 밥은 먹었어?" 나는 웃음이 나다가 멈췄다. "누구니?" 영상의 아이가 손가락으로 유리문 너머를 가리켰다. 복도 반대편에 같은 얼굴의 소년이 서 있었다. 한쪽은 내가 보고 있는 아이였고, 다른 한쪽은 조금 더 키가 컸다. "나는 아직 기다리는 중이야. 저쪽은 먼저 집에 갔대." "혹시 네 이름이 한시우니?" 아이의 얼굴이 금세 겁에 질렸다. "이름 부르면 또 나누려고 할 거야. 그냥 시우라고 불러 줘." 영상이 끊기자 휴대전화에 안내문이 떴다. [본 영상은 원본 발신자가 아닌 보관된 선택에서 재생되었습니다.] 뒤늦게 떨림이 밀려왔다. 아이가 보낸 생방송이 아니라 누군가 재생한 기록이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방금 아이가 내 눈앞에서 말을 걸었다고 느꼈다. 목소리에 묻은 조바심까지 생생했으니까. 5시 59분. 화면 아래에 두 번째 문장이 나타났다. [2026년 한시우와의 직접 접촉 요청이 접수되었습니다.] 신청자는 비어 있었다. 수신자는 차도겸이었다. 그리고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영상이 아니라 실제 음성 통화였다. "차도겸 씨."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저는 한시우입니다. 당신이 어제 본 아이와 제가 같은 사람인지, 저도 오래전부터 알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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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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