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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2화
PAYLUA ORIGINAL · 제32화

32화. 한 시간 전의 목격자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51자

오프라인 책장
식탁에 없던 수저가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려고 나는 사진을 세 장 찍었다. 첫 번째 사진에는 수저가 없었다. 두 번째에는 있었다. 세 번째에는 수저 옆에 젓가락까지 놓였다. "저희 집에서 마술을 배운 사람 있습니까?" 유나는 내 농담을 무시했다. 대신 사진의 촬영 시간을 가리켰다. 첫 번째는 20시 13분 07초, 두 번째는 19시 13분 07초, 세 번째는 20시 13분 08초였다. 내가 화면을 조작하지 않았다는 건 유나도 알고 있었다. "한 시간 전의 상태가 잠깐 겹쳐 나온 거야." 그녀가 말했다. "한 시간 전에도 여기엔 아무도 없었잖아요." "우리가 본 시간에는 없었지." 말끝에 묻은 망설임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어머니에게 혹시 조금 전 누군가 왔는지 물었다. 그분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 대신 냄비 뚜껑을 들고 다시 찌개를 데웠다. 마치 누군가 늦게 와서 밥을 먹을 거라고 믿는 사람처럼. 기혁 형사의 답장은 예상보다 빨랐다. '영상 수신. 발신 원본과 해시값 보존. 8명 대신 8개 경로라고 임시 표기합시다. 지금부터 확인한 사실만 공유.' 나는 그의 말을 수첩에 옮겼다. 요즘 내 수첩에는 형사와 개발자가 공동으로 작성한 요구사항이 계속 늘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문서 표준화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어쩐지 인생이 조금 슬펐다. 유나는 빈 의자 아래를 손전등으로 비췄다. 작은 종이 조각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경로 08 / 접속 실패 / 외부 귀환 대상 제외.] 그녀의 손이 굳었다. "이건 0번 보관실 규격이야." "형이라고 부르던 아이요?" "그 아이가 다른 접속 경로를 만들었을 가능성은 있어. 하지만 문 안에서는 자기 신원을 노출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함정일 수도 있어." 나는 조각을 지갑에 넣지 않고 투명 비닐에 봉했다. 형사는 이미 충분히 많은 증거가 손에 닿을 때마다 오염됐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작은 일부터 고치기로 했다.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 집에서 돌아온 뒤 종이 조각을 투명 봉투에 넣어 책상 한쪽에 두었다. 밀봉한 채로 찍은 사진과 봉투에 남긴 시각을 서로 비교했다. 때때로 글씨가 선명해졌다가 흐려졌다. 경로 08이라는 숫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유나가 집에 남아 있는 동안 나는 오래된 수첩을 다시 읽었다. 0번 보관실의 아이는 일곱 번이나 같은 약속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왜 여덟 개 경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을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건 구태형이 직접 조종할 수 없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반대로 누구도 그 아이를 구조 대상으로 세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두 경우 모두 나쁜 소식이었다. 거실에 앉은 유나는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그 아이를 빨리 데리고 나오고 싶지?" "네. 하지만 열쇠만 꽂아 바로 열리는 문이었다면 벌써 그랬을 겁니다." "예전의 넌 문이 잠겼다는 말만 들어도 부쉈어." "지금은 못 부숩니다. 벽 넘어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유나가 웃었다. "여섯 번 실패한 게 완전히 헛일은 아니었나 봐." 내가 그 여섯 번을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그녀는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이른바 '학습된 경험'이 실제로 내 기억이 아니라 그녀의 고단함에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기포트에서 물을 따라 컵 두 개를 놓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차 종류는 아직 몰랐다. "하루만이라도 이런 일 없이 살고 싶네요." "그럴 수 있게 하려고 네가 시작한 일이야." 그녀의 대답은 짧았다. 우리는 더 말하지 않았다. 밤이 끝나고 아침이 올 때까지 휴대전화에는 새로운 알림이 뜨지 않았다. 그 침묵조차 누군가 제한시간을 재고 있는 것처럼 불안했다. 다음 날 오전 아홉 시, 회사에 출근했다. 진서아가 회사에 가지 말라고 했지만 그건 오늘 저녁 여섯 시 이야기였다. 내게는 확인해야 할 출입기록이 있었다. 본업이 개발자인 덕분에 회사는 아직도 나에게 업무 계정을 발급하고 있었다. 다만 동료 절반은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출입증의 이름을 읽고서야 존재를 확인하는 직원도 있었다. "차도겸 씨, 맞으세요?" 인사 담당자가 매번 같은 질문을 했다. "네. 사번은 0613입니다." 그녀는 모니터를 보더니 표정을 바꿨다. "이상하네요. 같은 사번으로 어제 여덟 번 퇴근하셨습니다." "제 업무 의욕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시는군요." "농담이 아니에요. 서로 다른 출입문에서 같은 시간에 찍혔어요." 화면에는 지하주차장, 본관 로비, 서버실 복도, 옥상 출입문 등 여덟 위치가 나란히 표시됐다. 모두 퇴근 시각 18시 00분 00초였다. 그중 서울 본관의 CCTV에서 나를 찾았다. 전날 나는 그 시각 0번 보관실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므로 현실의 회사에 있을 수 없었다. 출입 로그를 확대하자 각 기록의 출입문 번호에 작은 차이가 보였다. 실제로 존재하는 문에는 숫자만 있었다. 지도에도 없는 문에는 숫자 옆에 점이 하나 붙었다. 1번, 2번, 3번. 그리고 2·, 4· 같은 식이었다. 나는 그런 표기를 본 적이 있었다. 테스트 서버에서 실제 사용자 계정과 가상 계정을 구분하기 위해 임의로 붙였던 표시였다. "이 기호 누가 정했어요?" 내가 인사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녀는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관리 매뉴얼을 펼쳤다. 입사 당시 외부 솔루션 업체가 출입 기록 연동 기능을 추가했고, 매뉴얼에는 점 하나의 의미가 적혀 있지 않았다. 장비 유지보수 요청서를 찾으니 업체 이름이 나왔다. '제6시 데이터솔루션'. 이름을 읽는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현실의 회사 시스템도 구태형의 사업망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는 매일 퇴근 버튼을 눌렀다. 누군가 우리의 출근과 퇴근을 정지 세계의 실험 데이터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나는 회사 정보보안 담당자를 불렀다. 무턱대고 서버를 끄지는 않았다. 출입 시스템을 중단하면 실제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건물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대신 변경 작업을 보류하고 원본 로그, 연동 계정 권한, 공급업체 계약서를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담당자는 내 얼굴을 보고 한참 망설였다. "차도겸 씨. 요즘 무슨 사건에 휘말린 거예요?" "퇴근 기록이 이상해서요." "그건 저도 봤어요. 그런데 보안 사고면 회사가 크게 곤란해집니다." "사람이 사라지는 것보다 크게 곤란할 일은 없을 겁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담당자는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출입증을 보고 알아봤다. 그럼에도 사고 기록을 남기는 일에는 동의했다. '모르는 사람'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실제 남아 있는 로그가 이상하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절차가 지금은 중요했다. 나는 화면의 파일들을 복사하지 않았다. 담당자에게 해당 자료의 보존을 공식 요청했고, 형사가 제출받을 수 있도록 출입 로그 출력 신청을 했다. 내가 직접 몰래 빼돌리면 나중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 시스템은 그런 혼란을 먹고 자랐다. 유나는 인사팀 밖에서 기다리다가 통로 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내 사원증을 목에 걸고 걷는 남자가 있었다. 머리 모양은 비슷했지만 체격은 달랐다. 정확히는 몇 년 전 입사 면접 때 거울에서 보던 나를 닮았다. 그 남자는 고개를 돌렸고, 우리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인사팀 복도 벽의 시계가 17시 59분으로 바뀌었다. 실제 시각은 오전 10시 08분이었다. "멈춰!" 내가 소리쳤다. 남자는 뛰지 않았다. 손바닥만 펴 보였다. 거기에는 검은 매직으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오늘 퇴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의 몸이 영상의 잡음처럼 흔들렸다. 세 걸음 뒤로 밀리더니 문이 없는 벽 안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짙은 커피 냄새만 남았다. "봤죠?" 내가 유나에게 물었다. "봤어." "진짜 사람이었어요?" "아직 몰라. 대신 지금 기록과 실제로 충돌한 건 확실해." 우리는 소실된 사람의 발자국을 확인했다. 바닥에는 신발 자국도 없고 체온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떨어뜨린 커피 잔의 물기는 실제로 남아 있었다. 가짜 기록이라면 현실의 물체를 바꿀 수 없다는 가정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점심 무렵 형사가 왔다. 그는 내게 처음으로 내 이름 대신 이렇게 물었다. "어제 저녁에 어디에 있었습니까?" 나는 식탁, 찌개 냄새, 빈 그릇, 수저를 하나씩 설명했다. 형사는 서류를 덮었다. "그럼 가정을 세 가지로 나누죠. 사람이 둘이다. 같은 사람의 과거 행동이 중첩됐다. 누군가 과거 장면을 재생하면서 현재 물건에 영향을 준다." "네 번째는 없어요?" "그 네 번째를 찾으려고 당신을 부른 겁니다." 기혁 형사는 업무용 봉투를 내밀었다. 출입 기록의 원본 증명서였다. 여덟 개의 기록 중 일곱 개는 기계 생성 로그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하나는 직원이 직접 신분증을 대고 퇴근한 기록이었다. 내 이름 옆에 손으로 쓴 서명이 있었다. '차도겸'. 내 필체였다. 하지만 서명 아래 날짜가 달랐다. [기록 작성일: 내일 오후 18:00.] 서류 하단에는 출입문이 열렸을 때의 사진도 작은 크기로 붙어 있었다. 검은 그림자 하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림자의 키와 자세는 내 것과 비슷했지만 발밑에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실제 내 모습이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형사는 사진을 원본 로그와 분리해서 봉투에 넣었다. "앞으로 사건에 관련된 사람은 모두 자신의 시간표를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본 것과 추측한 것을 섞지 않게요." 그 말에 나는 수첩에 선을 하나 그었다. 왼쪽에는 '확인', 오른쪽에는 '추정'. 미래의 퇴근 기록은 확인된 이상 현상이지만, 그것을 남긴 사람이 미래의 나라는 건 아직 추정이었다. 현장 방문을 마친 형사는 내 수첩 첫 페이지를 사진으로 남겼다. 내가 그 페이지를 건네자 출처와 촬영 시각을 적고 즉시 돌려줬다. 기록을 빌리는 것과 가져가는 것의 차이를 그는 끝까지 지켰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보관국 안팎의 원칙이 달라도 최소한 사람의 소유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방식은 여기서부터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종이를 몇 번 뒤집어 봤다. "형사님. 이거 내일 퇴근한 사람이 오늘 제출한 증거인 겁니까?" "기록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그 기록을 쓰게 될 사람이 누군지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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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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