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같은 퇴근 시간을 두 번 맞이할 수 있을까.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첫 번째는 정시 퇴근에 실패했을 때, 두 번째는 야근 후 상사가 마침내 집에 가라고 말할 때다. 그 둘을 같은 날 맞이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휴대전화 화면 속의 시각이 실제로 한 시간 전으로 되돌아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2정지 시간 동기화 시작.]
[연결 대상: 차도겸 — 총 8명.]
나는 어머니 집으로 향하던 버스 정류장에서 화면을 노려봤다. 오후 일곱 시가 된 지 십여 초가 지났는데 시계 표시만 여섯 시로 번쩍였다. 곧 다시 일곱 시로 돌아왔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버스는 달렸고 행인은 횡단보도를 건넜다.
"유나 씨. 시간을 한 번 더 멈추면 전 월급을 두 배로 받습니까?"
유나가 화면을 빼앗아 보더니 얼굴을 굳혔다.
"어제까진 이런 메뉴 없었어."
"메뉴라니요. 이건 운영체제에서 표시하는—"
"보관국 메뉴. 일반 사람 눈에는 안 보여."
그녀가 휴대전화를 돌려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여 줬다. 그 사람의 시선은 우리가 들고 있는 전화에 머물지 않았다. 멈춘 시간의 흔적을 본 적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표시였다.
남기혁 형사에게 전화했다. 그는 경찰서에 있었고, 우리가 제시한 사진 두 장과 1998년 병원 기록에 대한 대조 감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알림을 그대로 읽었다.
"총 여덟 명이라고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여덟 명 있다는 뜻인가 봅니다."
"잠깐만요. 사람 수라고 적혀 있습니까, 연결 대상이라고 적혀 있습니까?"
나는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짧은 침묵 끝에 말했다.
"지금까지 그쪽은 같은 이름을 서로 다른 사람에게 붙여 놓고 사람을 지웠잖아요. 여덟이라고 적혔다고 여덟 명이 산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숫자는 증거가 아닙니다."
기혁 형사는 수사할 때 결론을 늦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몇 번 속아 본 다음에는 그런 성격이 꽤 든든했다.
우리는 어머니 집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를 기억했다. 기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반가운 날은 처음이었다.
"들어오세요. 이름을 뭐라고 불러 드리면 되나요?"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잠깐 머뭇거렸다.
"도겸이요. 차도겸."
"아, 도겸 씨. 앉으세요."
그분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분의 밥에 작은 공기 하나를 더 놓았다. 손님이 많아질 것을 예상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식탁 한쪽에는 뚜껑이 덮인 그릇이 있었다.
"이건 누구 거예요?"
"모르겠어요. 자꾸 하나를 더 차려야 할 것 같아서요."
유나는 말없이 그 그릇을 바라봤다. 문 뒤에서 '형'이라고 부르던 아이가 생각났다. 그 아이가 지금도 누군가 차린 저녁을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하니 밥맛이 달아났다.
어머니가 반찬을 더 꺼내는 동안 유나는 거실 벽에 붙은 달력을 살폈다. 빽빽한 메모가 남아 있었다. 병원 진료 날짜와 시장 가는 날, 작은 글씨로 적힌 '손님 두 명'이라는 약속. 나는 가장 오래된 장을 넘겼다. 지난달, 지난주, 그 전주. 매주 화요일에는 똑같은 메모가 있었다.
'도겸 둘 밥.'
글씨를 보여 드리자 어머니는 이상하다는 듯 웃었다.
"왜 이런 걸 적었을까요? 도겸이라는 사람이 둘인가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나머지 삶을 모두 무효로 만드는 게 아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어머니였고 내게는 아직 모르는 사연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연을 당장 캐묻기에는 그분 표정이 너무 지쳐 있었다.
"모르겠어요. 누가 올 수도 있으니까 그릇은 그냥 두세요."
그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는 내 옆에 앉아 휴대전화로 달력의 글씨를 촬영했다. 촬영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고, 나중에 필요하면 지워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짧은 문답이 낯설게 느껴졌다. 보관국에서는 누군가의 기억을 가져갈 때 단 한 번도 이렇게 묻지 않았으니까.
식사를 시작하기 전 나는 평범한 질문을 하나 했다. "엄마, 아버지랑 처음 살던 집은 어디였어요?"
어머니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병원 근처였어요. 정수 씨가 언제 불려 갈지 몰라서요. 그런데 자꾸 창문 앞에 작은 신발 두 켤레가 놓여 있었어요. 애가 한 명인 것 같다가 두 명인 것 같다가. 그땐 내가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죠."
두 아이의 신발. 오래된 사진에도 보이지 않던 구체적인 사물이었다. 나는 수첩에 적고 질문을 멈췄다. 어머니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잠깐 헷갈려 했지만, 그 문장은 증거가 아니라 스스로 떠올린 조각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누군가의 기억은 기계 장부에만 남는 게 아니었다. 매주 그릇을 하나 더 놓는 습관, 해마다 낯선 이름을 달력에 적는 손, 식탁 끝을 비워 두는 버릇에도 남아 있었다.
정확히 오후 여덟 시 십삼 분, 식탁 위의 물잔 표면에 동그란 파문이 생겼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냉장고 모터 소리가 끊겼다가 다시 돌아왔다. 어머니 손에 들린 숟가락 끝에서 국물 한 방울이 떨어지지 않고 매달렸다.
하지만 세상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다. 숟가락은 계속 움직였고 어머니가 나를 바라봤다.
"왜 그래요?"
"엄마도 움직이네요."
"그럼 제가 왜 안 움직여요?"
합리적인 질문이었다. 다만 국물 한 방울이 허공에 떠 있는 걸 본 순간 그분의 얼굴에도 공포가 번졌다.
유나가 손목을 보였다. 평소 여섯 시 정지 때 표시되던 검은 원 대신 두 개의 동심원이 회전하고 있었다. 겉의 원은 현재 시간, 안쪽 원은 한 시간 전을 가리켰다.
[제2정지: 예비 중첩 00:00:08.]
나는 부엌 시계를 들여다봤다. 초침 하나가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다른 초침 모양의 그림자가 뒤로 움직였다. 벽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잊어버린 일곱 번의 기억이 한꺼번에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이내 국물 방울이 식탁으로 떨어졌다. 냉장고가 다시 소음을 냈다. 유나는 한 걸음 물러나 주저앉았다.
"이건 정지가 아니야."
"그럼요?"
"이미 지나간 여섯 시를 현재 위에 덮어씌우고 있어. 시간이 아니라 기록이 겹치는 거야."
그녀가 내 손목을 잡았다. 맥박이 빨랐다. 그녀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나는 먼저 물컵을 들어 올렸다. 첫 번째 정지에서는 내가 손에 잡은 물체만 움직였고 바깥세상은 한 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멈췄다. 하지만 지금은 컵 속 물이 몇 초 전 위치로 돌아왔다. 식탁 위로 넘친 물자국도 함께 사라졌다. 나는 곧바로 휴지로 닦았지만 젖었던 나무 표면만은 차가웠다.
"기억처럼 보이는데 물이 진짜 움직이네요." 내가 말했다.
유나가 손가락을 컵 테두리에 얹었다. "한 시간 전을 복사해 붙이려는 것 같아. 하지만 붙여 넣을 대상이 사람이면 문제가 심각하지. 몸은 여기 있는데 과거의 행동이 지금 몸 위에 올라올 수도 있어."
나는 두 개의 컵을 서로 멀리 놓고 시간을 적었다. 왼쪽은 내가 방금 마신 컵, 오른쪽은 손대지 않은 컵. 왼쪽의 물 높이가 잠깐 올라갔다가 내려왔고, 오른쪽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접촉한 물체가 더 쉽게 영향을 받는 모양이었다. 한 번의 관찰로 규칙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앞으로 어떤 시험을 할 때 무리하게 사람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는 결론은 낼 수 있었다.
"진짜 무서운 건 사람이 한 시간 전으로 되돌아갈 때 무슨 기억을 잃을지 모른다는 거예요." 내가 말했다.
"맞아. 더 큰 문제는 자기가 그 선택을 했다고 믿게 되는 거고."
우리는 어머니에게 두 시각이 잠깐 겹쳤던 사실을 설명했다. 그분이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내게 되물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가 한 일을 누가 정할 수 있어요?"
"그럴 수 없게 하려고요." 나는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가 다 확인하는 겁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놀랍도록 현실적인 걱정을 했다.
"그럼 카드 결제도 두 번 되나요?"
나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신용카드사에 이 현상을 신고하면 상담원이 뭐라고 할까. '고객님, 시간 역행에 따른 이중 승인 건은 결제일 이후 취소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답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 집 대화방에 내 계정으로 메시지가 여덟 개 올라왔다. 보낸 사람은 모두 '차도겸'이었다. 시간 표시는 똑같았다. 내용은 제각각이었다.
'계단에는 들어가지 마.'
'서아의 열쇠를 가져와.'
'어머니를 창가에서 멀리.'
'우편함은 번호가 아니라 사람을 기억한다.'
'누가 나를 마지막으로 보았지?'
'나는 아직 오늘을 시작하지 못했어.'
'구태형의 거래를 거절해.'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
'네가 나를 모르는 건 괜찮아. 그런데 나까지 나를 잊게 하지 마.'
메시지 아래에 발신 위치가 떴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그리고 네 곳의 주소 없음. 나는 여덟 명의 나를 상상했다. 그중 하나라도 정말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내게 도움을 청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거 전부 가짜일 수 있죠?"
"그럴 수도 있어." 유나가 말했다. "반대로 누군가 진짜로 보낸 말이 하나는 있을 수도 있고."
나는 메시지를 발신한 계정의 시간 정보부터 열었다. 여덟 개의 메시지는 같은 시각에 올라왔지만 내부 순번이 달랐다. 어떤 것은 두 달 전에 작성된 파일이 오늘 전달된 것으로 표시됐고, 어떤 것은 작성 시간조차 없었다. '지금 보냈다'는 화면 표시와 '지금 썼다'는 사실은 다르다.
"이 중 누가 진짜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누구의 것인지 먼저 봐야 해." 유나가 말했다. "너라고 표시됐지만 네 말을 빌린 사람일 수도 있어."
나는 잠깐 말없이 어머니가 놓아둔 빈 그릇을 봤다. 메시지들을 다 지워 버리는 건 쉬웠다. 하지만 그 안에 한 사람의 구조 요청이 포함돼 있다면 그건 두 번째로 그 사람을 외면하는 일이 된다.
나는 곧바로 모두를 믿지도, 한꺼번에 지우지도 않았다. 형사에게 화면을 녹화해 보내고 원본 파일의 시간 정보도 남겼다. 다음 수첩에는 이렇게 적었다.
'연결 대상 8. 사람인지, 기록인지 확인 전까지 절대 숫자로 판단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밥그릇을 끌어당겼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밥은 먹고 해요."
우리는 어색하게 숟가락을 들었다. 그 순간 어머니가 빈 그릇 쪽을 바라봤다.
"그런데 도겸 씨."
"네?"
"방금 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은 어디 갔죠?"
아무도 앉지 않았던 자리에 식은 수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수저 끝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지문이 있었다.
그리고 내 휴대전화에 아홉 번째 메시지가 들어왔다.
'형, 나는 여덟 명에 포함되지 않아.'
제3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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