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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28화
PAYLUA ORIGINAL · 제28화

28화. 처음 문을 연 사람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42자

오프라인 책장
화요일 오후 5시 42분. 나는 오늘이 화요일이라는 사실부터 종이에 썼다. 월요일에 있었던 사건들은 수첩 다섯 권 분량이 되었다.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를 기록이 따라잡기 시작하자 사무실 업무 지침을 만들던 버릇이 되살아났다. '목표: 개설자 확인. 우선순위: 사람을 먼저 구한다. 금지: 타인의 기억을 대신 담보로 제공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체크박스까지 그렸다. 유나가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결국 이걸 업무로 만드는구나." "업무라면 최소한 퇴근 시간은 있겠죠." "너 지금 이틀째 퇴근을 못 하고 있어."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프로젝트네요." 우리는 인쇄소의 숨겨진 계단으로 들어갔다. 강문석은 보이지 않았다. 계단 아래 '차도겸 전용 출입구' 문구가 여전히 붙어 있었다. 그 앞에는 전날 없던 안내판이 있었다. [외부 시간 17:59:59 도달 시 개방. 사진 및 기록 매체는 반입 허용.] '허용'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 내가 무엇을 들고 올지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두 사진을 각각 얇은 보호 봉투에 넣고, 복제본을 다른 장소에 두었다. 형사가 증거 봉인을 확인했다. 원본 두 장을 둘 다 넘기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보관국이 원하는 거래는 늘 '지금 주면 나중에 돌려주겠다'는 약속으로 시작했다. 그 약속은 항상 깨졌다. 계단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기혁 형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재민이 새로운 진술을 남겼다는 소식이었다. 보관국에 있던 동안 재민은 사람 이름을 외우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기록했다고 했다. 누구는 집에 가고 싶어 했고, 누구는 자신의 생일을 찾고 싶어 했으며, 누구는 아무도 자기를 만지지 않기를 바랐다. 이름이 위험한 곳에서 그는 작은 소망을 사람 구분표로 삼았다. 그 진술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개발자는 보통 ID를 먼저 만든다. 고유한 키가 있으면 프로그램이 다른 사람을 헷갈리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키를 두 사람에게 붙여 놓는 순간 그 시스템은 사람의 의사보다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를 더 믿기 시작한다. 내가 최근 겪은 재앙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유나 씨, 예전의 전 제가 진짜 차도겸이 누구인지 꼭 알아야 한다고 했죠?" "응. 내 앞에서 수도 없이 증명했어. 주민등록번호, 지문, 기억, 다 꺼내 보였지." "그때마다 어떻게 됐어요?" "관리자는 네가 입증한 만큼 더 큰 증거를 요구했어. 그러다 네가 가진 것 전부가 그쪽 손에 들어갔고." 나는 계단 아래 그림자에 앉았다. 유나는 가방에서 작은 물병을 꺼냈다. 물을 마시자 입술이 젖었다. 얼마 전까지는 이런 사소한 감각조차 잊힐까 두려웠다. 지금도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두려움을 막는 방법이 매번 더 큰 희생을 치르는 것일 수는 없었다. "그럼 오늘은 다르게 할 겁니다. 누가 더 진짜인지 판단하라고 하지 않을게요." "그게 가능할까?" "형사님이 그러더군요. 누가 사건 현장에 있었는지와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별개라고. 두 사람이 같은 이름으로 접수됐어도 각각 무슨 일을 당했는지 밝히면 되는 거죠." 유나가 물병 뚜껑을 닫았다. "네가 처음 나를 만났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어. 기록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야지, 사람을 기록에 맞추면 안 된다고."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걸 기억하는데 왜 저한테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어요?" "말했어. 여섯 번이나. 그때마다 넌 전부 잊었고, 내가 다시 말하면 네 기억에서 또 하나씩 가져갔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말하지 않는 편이 널 지키는 줄 알았지." 나는 한참 침묵했다. "이제는 말해 주세요. 잊으면 기록하겠습니다."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첩 첫 장에 자신의 필체로 짧은 문장을 썼다. '오유나는 차도겸 대신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선택할 수 있도록 사실을 말한다.' 그 문장은 이상하게도 어떤 사랑 고백보다 무거웠다. 우리가 예전에 어떤 사이였든, 지금 지켜야 할 약속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현관 앞에 놓인 두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서로 다른 표정의 두 아이. 둘 중 하나를 지우라는 강요를 거절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문 안에 숨겨진 답이 무엇이든 바꿀 생각은 없었다. 5시 59분 59초. 문이 열리기 직전 나는 밖에 있는 형사에게 우리가 들어간 시간을 남겼다. 그는 정확한 시각을 기록하고, 정지 시간 밖에 남는 사람들까지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있더라도 같은 사건을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이제는 혼자 문을 여는 일이 덜 무서웠다. 기억할 사람과 기록할 사람이 생긴 덕분이었다. 계단 벽이 종이처럼 접혔다. 차가운 바람이 옷자락을 스쳤다. 나는 유나의 손을 확인했다. 그녀의 손에 검은 우산은 없었다. 대신 평범한 접이식 우산이 들려 있었다. "오늘은 그 우산 안 가져왔네요?" "내가 가진 물건도 결국 보관국이 만든 거야. 그걸 쓸수록 저쪽한테 내 위치를 알려 주게 돼." "그럼 그냥 손잡이 없는 우산 쓰세요." "그런 걸 어디서 구해?" "없으면 만들죠." 나는 수첩에 '우산 개선 요구사항'이라고 써 놓았다. 유나가 작게 웃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하는 동안에도 시계는 멈췄다. 오후 여섯 시. 복도 끝에 37번 우편함이 나타났다. 그 앞에는 서기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정장에 똑같은 미소. 단 한 가지, 넥타이가 반대로 매여 있었다. "차도겸 씨. 청구서 재심 요청을 접수하셨군요." "접수했다면 멈춰 있겠죠?" "원칙상 집행 정지는 아닙니다." "그러면 오늘은 그 원칙을 따져 보러 왔습니다." 나는 피해자들이 남긴 진술을 건넸다. 남하린의 자필 메모, 김태오가 직접 쓴 피해 경위, 오재민의 음성 녹취 전사본. 각각 본인의 의사가 확인된 자료였다. 나를 대신해 써 준 동의서가 아니라 각자 자기 말을 남긴 기록이었다. 서기관은 잠깐 뭉클한 표정을 짓다가 서류 뒤로 얼굴을 감췄다. "진술은 감사 결과에 추가하겠습니다." "청구서 발행자는 구태형인데, 승인자는 빈칸으로 남겨 뒀습니다. 도장을 찍을 최초 개설자를 만나게 해 주세요." "신원 보호 절차가 있습니다." "그 보호가 본인 의사인지, 관리자가 강제로 정한 건지부터 확인해 주시고요." 37번 우편함 뚜껑이 열렸다. 안쪽에서 원본 차도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왔어. 오늘은 두 사진을 다 가져왔니?" "네. 그런데 왜 필요한지 먼저 말해 주세요." "그 사진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두 사람을 보여 줘. 오래전 누군가 한쪽 사진을 지우라는 명령을 거부했거든. 그 결과 보관실 0번이 생겼어." "누가 거부했는데요?" 원본은 한숨을 쉬었다. "우리 엄마. 윤혜정." 내 가슴이 내려앉았다. 어머니는 자신이 누구를 지키는지도 잊어버렸는데, 보관국은 그분이 고른 선택을 계약서로 만들고 있었다. "엄마가 최초 개설자예요?" "정확히 말하면 문을 열 수 없는데도 처음 연 사람이야. 아무에게도 버려서는 안 되는 아이가 둘 있었으니까." 서기관이 고개를 들었다. "원본 주체. 보호 신원을 불필요하게 누설하지 마십시오." 원본이 대답했다. "이제 그만 보호라는 말을 도용해. 당사자 동의도 없잖아." 나는 두 사진을 우편함 앞에 놓았다. 서기관이 손을 뻗으려 하자 원본이 말했다. "만지지 마. 사진이 아니라 손잡이가 필요하니까." 사진에서 빛이 솟았다. 복도 벽에 두 개의 현관문이 생겼다. 왼쪽에는 비가 내리는 여름 저녁, 오른쪽에는 밝은 오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두 문 앞에 똑같은 이름표가 매달려 있었다. '차도겸.'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원본에게 물었다. "이름표를 같은 걸 붙인 사람이 누구죠?" "구태형이야. 두 문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채권으로 만들었지. 어느 쪽이 진짜인지 따지게 만들면 그 사람이 이겨." "우리 엄마는요?" "둘 다 없애지 않으려 했어. 처음부터 그걸 주장했지." 나는 서기관을 바라봤다. "그럼 '개설자 승인'이라는 도장은 우리 엄마가 찍은 게 아니겠네요." "기록상 승인자가—" "잠깐요. 보관국의 시스템은 본인을 확인할 때 이름을 쓴다고 했죠. 그런데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둘 만들면 누구의 승인인지 어떻게 판단합니까?" 서기관의 손이 굳었다. 왼쪽 문에 매달린 이름표가 오른쪽으로 흔들렸다. [동일인 식별 충돌.] [초기 승인서 재검증 요청.] 유나가 나를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기대가 떠올랐다. "도겸, 이거야. 네가 여섯 번 실패한 이유. 어느 쪽이 진짜인지 가리려고 하니까 늘 같은 함정에 걸렸던 거야." 유나의 말에는 오래 쌓인 피로가 묻어 있었다. 내가 잊을 때마다 그녀는 같은 설명을 반복했고, 같은 실패를 지켜봤을 것이다.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나는 과거의 감정 하나보다 지금 그녀가 내게 어떤 선택권을 남겨 주는지 바라봐야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선택은 그보다 단순했다. 한 사람을 살리려고 다른 사람을 지우지 않는 것. 그때 왼쪽 문에서 작은 손이 튀어나왔다. 여섯 살 아이의 손이었다. 오른쪽 문에서도 손이 나왔다. 두 손이 각각 내 손목을 붙잡았다. "형." 왼쪽 문 안에서 아이가 말했다. "이번에는 내 이름을 불러 줘." "아니야." 오른쪽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불러 주면 또 잡혀."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한쪽은 내 어린 목소리였고, 다른 한쪽도 내 어린 목소리였다. 하지만 두 목소리는 서로를 다른 사람으로 여겼다. 서기관이 뒤로 물러났다. 그의 손에 들린 서류철이 저절로 펼쳐졌다. [0번 보관실 개설 당시 최종 보호 문구: '아무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줄. [보호 문구를 최초 발화한 사람: 윤혜정.] 내가 오랫동안 쫓아온 사람의 신원이 마침내 문서에 드러났다. 하지만 서기관의 얼굴에서는 안도감이 아니라 공포가 피어올랐다. "큰일 났습니다." 그가 말했다. "보호 문구가 다시 활성화되면, 보관국은 모든 미결 대상에게 두 번째 선택지를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 관리자는 그것을 막기 위해 현실의 개설자를 소환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집에 둔 CCTV 화면을 켰다. 거실은 텅 비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식탁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없었다. 그 대신 현관문에 낯선 문장이 나타났다. [윤혜정. 최초 개설자 소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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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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