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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27화
PAYLUA ORIGINAL · 제27화

27화. 사진 속에 두 명의 내가 있었다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989자

오프라인 책장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사진을 조작하는 개발자와 보관국 직원을 만나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내 손에 들린 두 장의 가족사진에는 똑같은 부모님이 있었다. 배경도, 조명도, 엄마가 입은 연두색 블라우스의 주름도 같았다. 달라진 건 가운데 선 아이 하나뿐이었다. 한쪽은 나였다. 다른 한쪽은 나와 비슷하지만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 머리카락이 짧았고, 왼쪽 눈 밑에 작은 흉터가 있었다. "엄마. 이 아이 누구예요?" 어머니는 사진을 번갈아 봤다. "잘 모르겠어요. 분명 우리 집 현관 앞인데." "기억나는 대로만 말해 주세요. 억지로 떠올리지 마시고." "한 아이는 잘 웃었고, 다른 아이는 잘 울었어요. 그런데 둘이 함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인생에서 이상함의 기준은 이미 오래전에 고장 났다. "저도 이상한 걸 많이 봤어요."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왼쪽 사진을 만졌다. 내가 있는 사진이었다. "이 아이는 비가 오는 걸 무서워했어요." 이어 다른 사진을 가리켰다. "이 아이는 비 오는 날을 좋아했고요." 두 아이에 관한 기억이 서로 다른 성격으로 남아 있었다. 그럼 둘 다 실제로 존재했던 걸까. 기혁은 곁에서 이야기를 조용히 받아 적었다. 형사가 보호자의 증언을 유도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다른 아이 이름은요?" 그가 물었다. 어머니가 눈을 감았다. "기억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 이름을 부르면 문이 다시 열린다고." 유나가 내 손을 놓았다. "도겸, 그 사진 더 보지 마." "왜요?" "안쪽 아이가 널 알아보는 순간, 추심자가 너를 찾을 수 있어." 사진 테두리는 여러 번 만진 듯 닳아 있었다. 누군가 중요한 답을 찾으려고 수없이 펼쳐 봤을 것이다. 그 사람이 과거의 나였을까, 아버지였을까. 나는 사진이 닳았다는 사실부터 기록했다. 가장 필요한 정보는 사람의 얼굴만이 아니었다. 그 사진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시간도 담겨 있었다. 사진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손으로 문지르는 대신 보존 봉투에 넣었다. 낡은 종이는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 나는 사진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날짜가 쓰여 있었다. 1998년 6월 13일. 그런데 잉크 색이 달랐다. 첫 번째 사진의 날짜는 검은색 볼펜, 두 번째는 푸른색 연필이었다. 누군가 오랫동안 다른 자리에 보관하다가 한 봉투에 넣은 듯했다. "이 두 사진, 한 번에 찍은 게 아닐 수도 있겠네요." "배경이 같잖아요." 형사가 말했다. "그러니까요. 한 번에 찍은 것처럼 보이게 만든 거죠." 나는 휴대전화로 각각 촬영했다. 확대하니 현관문 손잡이의 그림자가 달랐다. 첫 번째에서는 왼쪽으로, 두 번째에서는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같은 시간에 같은 빛이라면 있을 수 없는 차이였다. "사진이 서로 다른 시간에서 찍혔군요." 기혁이 낮게 말했다. "그렇다면 공존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어요. 다른 가능성의 기록일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는 가끔 시간의 비유를 쓴다. 프로그램을 배포하기 전 상태를 분기하고, 잘못되면 이전 버전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분기된 세상에서 자란 아이 둘을 버전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둘 다 살아 있었다면 둘 다 사람이었다. 내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오재민이 보낸 음성 메시지였다. "도겸 형. 나 병원에서 퇴원하려고 하는데, 담당 의사가 시간이 안 맞는다고 해. 내 몸은 스물다섯 살인데, 서류에는 열네 살이래." 나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재민아, 너 괜찮아?" "괜찮아. 솔직히 몸보다 이름부터 고쳐 줬으면 좋겠어. 다들 날 어린애 취급해." "어떻게 하고 싶어?" "검사 마치고 누나랑 밥 먹고 싶어. 그 다음엔 내 이야기를 직접 말할 거야." 기혁은 내 통화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재민은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지만 동시에 자기 선택을 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재민아. 네가 기억하는 0번 보관실, 거기에 아이가 있었어?" 한참 침묵이 흘렀다. "있었지. 그런데 형, 그 애는 우리가 보는 나이로 크지 않아." "무슨 뜻이야?" "거긴 한 시간을 계속 쌓아 놓은 곳이야. 사람은 갇힌 시간의 길이만큼 늙을 수도 있고, 같은 순간만 반복해서 살 수도 있어. 그 애가 몇 살인지 아무도 몰라." "이름은?" "우리 모두 그 이름을 말하지 않기로 했어. 이름을 부르는 순간 관리자가 위치를 알아냈으니까." 내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움직였다. 기억을 빼앗는 청구서와 이름으로 좌표를 잡는 추심자. 1998년에 아버지가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한 이유. 모두 같은 원리였다. "그러면 이름을 부르지 않고 만나는 방법도 있어야겠네." 재민이 웃었다. "형답네. 나중에 만나면 딱 한 가지는 기억해. 그 애는 다른 사람이 자기 대신 골라 주는 걸 제일 싫어해." 통화가 끝난 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다시 봤다. 한쪽 사진 속 아이의 미소가 어색하게 보였다. 웃으라고 시키니까 웃는 얼굴이었다. 다른 사진 속 아이는 눈가까지 함께 웃고 있었다. "엄마. 제가 다른 아이였더라도 사랑했을까요?" 어머니는 나를 한참 바라봤다.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낯선 성인 남자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빛이었다. "그 질문은 이상해요." "왜요?" "아이를 사랑하는 데 시험 문제 같은 조건이 필요해요? 그 애가 울고 있으면 안아 줘야죠. 그 애가 자라면 밥은 먹었는지 물어야 하고요." 어머니가 대답하는 동안 나는 두 사진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만졌다. 가느다란 종이 한 장에 서로 다른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진 밖에는 그날의 비 냄새와 아이들이 한 말, 부모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까지 들어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한 장의 사진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답을 급히 정하지 않고 이 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 대답 때문에 어머니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 선택의 방향은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두 사진을 책상에 올려놓고 사소한 차이를 더 살폈다. 엄마가 입은 블라우스에는 같은 단추가 네 개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 사진에서는 맨 위 단추가 열려 있었고 두 번째 사진에서는 잠겨 있었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도 달랐다. 이 차이는 낯선 아이가 한 명 더 있었다는 사실보다 오히려 더 이해하기 쉬웠다. 현실에서도 단추를 잠그는 데에는 몇 초가 걸린다. "두 사진이 같은 시간의 다른 결과라면, 누군가 중간에 작은 행동을 바꾼 거겠죠." 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림자가 다른 것도 설명됩니다. 시간이나 광원이 미세하게 달랐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두 가지 결과를 누가 어떻게 사진으로 남겼는지는 아직 모르죠." 나는 첫 번째 사진의 현관문 손잡이를 확대했다. 작은 금속판이 있었다. 집 주소를 적은 표찰이 아니라 숫자 둘을 표시한 오래된 다이얼이었다. 사진이 너무 흐려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숫자는 '0'과 '1'처럼 보였다. "어릴 때 우리 집 현관에 이런 게 있었어요?"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녀는 사진을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문에 걸쇠가 두 개였던 건 기억나요. 하나는 밤에 잠그고 하나는…… 아, 두 번째는 문을 잠그는 게 아니라 누구를 들일지 정하는 거였어요." "그게 무슨 뜻이었죠?" "정수 씨는 기계를 잘 만들었어요. 문이 열리면 누군가 돌아오는데, 꼭 우리가 기다리던 아이가 오는 건 아니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처음 보는 아이가 와도 겁내지 말라고 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손을 무릎에 얹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기억하려 애쓸수록 눈썹 사이의 주름이 깊어졌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사진 속 아이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이름 말고 얼굴과 표정만. 어머니는 두 번째 사진의 아이를 가리켰다. 그 아이는 문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었다. 사진 속 다른 누구도 문을 보지 않았다. "이 아이는 누가 올 걸 알고 있었네요." 기혁이 말했다. "맞아요." 어머니가 대답했다. "다들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는데, 이 아이만 문을 열어 둘 거라고 했어요." 나는 사진을 아래로 내려놨다. 두 아이 중 누가 나이고 누가 다른 사람인지에만 매달리면 놓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사진 속 아이들은 둘 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기다림을 버리지 않으려고 문을 열었다. 그날을 기록한 문장이 있다면 사람 이름뿐 아니라 그때 누가 무엇을 원했는지도 함께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수첩에 새로운 질문을 적었다. '처음 문을 연 사람은 누구인가' 아래에 '그때 누구를 데려오려고 했는가'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훨씬 중요한 질문 같았다. 그날 밤 강문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발신 번호는 한 달 전에 해지된 회사 업무용 회선이었다. '사진을 찾았군요. 내일 오후 6시 이전에 37번 우편함으로 가져오세요. 두 장 중 어느 쪽도 태우지 말 것.' 나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 '두 사진 모두 증거입니다. 왜 태우면 안 됩니까?' 상대는 문자 대신 사진 한 장을 보냈다. 6월 13일의 네 사람 사진이었다. 차도겸, 진서아, 강문석, 얼굴이 지워진 네 번째 인물. 그런데 얼굴이 지워졌던 사람이 손에 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낡은 가족사진 두 장. 강문석의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번째 사람을 찾으려면 먼저 질문을 바꾸세요. 누구냐가 아니라, 왜 얼굴이 지워졌느냐고.' 나는 보관국의 명세서를 펼쳤다. 청구 대상은 여전히 4,183명. 그 가운데 4,182명은 이름이 검게 남아 있었지만 마지막 한 사람은 온통 흰색이었다. [대상 번호 0000. 식별 중단.] 사진 속 얼굴 없는 사람과 똑같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어쩌면 이름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스스로 지운 것인지도 몰랐다. "이상하네요." 내가 혼잣말했다. "사람을 보호하려는 삭제도 존재할 수 있잖아." 수첩 가장 뒷장에 새로운 글씨가 나타났다. '드디어 그 질문을 하네.' 내 글씨가 아니었다. 진서아의 필체였다. '내일 6시에는 보관국에서 나오는 사람보다, 들어가려는 사람을 먼저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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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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