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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98화
PAYLUA ORIGINAL · 제198화

198화. 마지막 오후 다섯 시 오십구 분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2,454자

오프라인 책장
결전 전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나는 정확히 다섯 시간 잤다. 알람을 맞췄기 때문이다. 영화 주인공은 밤을 새워도 멀쩡할지 몰라도, 개발자는 잠을 안 자면 중요한 순간에 세미콜론을 빼먹는다. 아침 여덟 시, 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였다. “생일도 아닌데요?” “그냥 먹어. 얼굴이 어제보다 더 말랐어.” 나는 숟가락을 들다가 어머니의 손을 봤다. 손등에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 자국을 언제 얻었는지 나는 몰랐다. 아니, 한때 알았지만 기억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엄마.” “왜?” “제가 오늘 뭘 잊어도,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주세요.” 어머니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기억 못 한다고 해서 네가 안 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 필요한 건 다시 이야기하면 되지.” 그 말이 이상하게 힘이 됐다. 잃은 것을 전부 되찾지 못해도 사람은 누군가와 내일을 만들 수 있었다. 오후 세 시, 영병원 별관과 171번 차고지, 외부 중계기 두 곳에 서로 다른 담당자가 배치됐다. 나는 차고지에 남았다. 남 형사는 현장 통제를 맡았고, 채원과 문석은 서로 독립된 연결로 상태를 확인했다. 서아는 귀환 회선에서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직접 의사를 기록했다. 유나는 어떤 곳에도 자신의 동생 이름을 출입증처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구태형의 과거 계정은 현장에 연결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제출한 문서가 안전 검증에 이용됐다. 책임을 인정한 사람이 마음을 바꿨다고 해서 모든 시스템이 그의 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했다.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복제본 세 곳 가운데 두 곳의 계약 전송이 차단됐다. [경로 A: 신규 계약 생성 정지] [경로 B: 신규 계약 생성 정지] [경로 C: 긴급 승인 대기] “하나가 남았네요.” 내가 말했다. 문석이 말했다. “응. 0번 좌석에 붙은 경로야.” “거긴 제가 앉지도 않았는데 승차했다고 주장하던 곳이잖아요.” “그 주장을 인정하면 안 돼.” 오후 다섯 시 오십 분, 귀환문 안쪽에서 통신이 왔다. 이름을 알리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제3 귀환문의 대기 공간을 계속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늘도 안 나오시겠습니까?” 서아가 물었다. “네. 지금은요.” “알겠습니다. 오늘의 선택은 그렇게 기록하겠습니다.” 나는 방금 우리가 지킨 것을 생각했다. 누구도 열지 않은 문이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가둔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을 남겨 두는 것이었다. 오후 다섯 시 오십오 분, 병원에서 남 형사에게 연락이 왔다. 귀환자의 신원 확인에 추가 자료가 확보됐고, 가족과 대조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잠깐 눈을 감았다. “형사님.” “네.” “오늘 여기 계셔도 괜찮겠어요? 병원에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늘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끝나면 가겠습니다.” 그는 잠시 뒤 덧붙였다. “다만 형인지 아닌지는 제가 정말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렸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기다려 온 이름을 누군가 빨리 확정해 주고 싶어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기다림의 끝일수록 조심스러워야 한다. 오후 다섯 시 오십구 분. 0번 좌석에서 안전띠가 움직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의자에 앉은 듯했다. 전광판에 내 이름이 떠올랐다. [차도겸: 승차 완료] “틀렸습니다.” 나는 화면에 대고 말했다. [차도겸: 최초 보관자 책임 승인] “그것도 틀렸습니다.”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서아가 열 화에서 남긴 글씨, 아버지의 인계서 사진, 어머니가 새로 써 준 오늘 아침의 짧은 쪽지가 한 장씩 들어 있었다. 그때 0번 좌석 위에 사람이 나타났다. 어린 나였다. 열 살 남짓한 아이가 운동화 끈을 만지작거리며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오른쪽 뺨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오래된 가족사진 속에서 본 그 상처였다. “형.” 아이가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동안 원본, 일곱 번째, 보호자, 보관자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나뉜 내 모습을 보아 왔다. 그러나 저 아이는 이상하리만큼 살아 있었다. “네가 타면 다 나갈 수 있어.”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어릴 때 울음을 참던 목소리와 똑같았다. 유나가 내 옆에서 속삭였다. “도겸아, 네가 저 애를 기억해?” “아니요.” “그럼 네 기억이 아닐 수도 있잖아.” 아이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그리고 똑같은 문장을 다시 말했다. “네가 타면 다 나갈 수 있어.” 목소리의 높낮이, 숨 쉬는 간격까지 같았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것은 살아 있는 아이의 부탁이 아니라, 내 옛 목소리를 배워서 되풀이하는 기계일 가능성이 높았다. “미안하다.” 내가 말했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너한테도 내가 대신 답할 수는 없어.” 아이의 얼굴이 흐려졌다. 0번 좌석의 안전띠가 덜컥 풀렸다. 17:59:59. 차고지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오늘의 오후 여섯 시가 마지막인 것처럼, 세계가 숨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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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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