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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97화
PAYLUA ORIGINAL · 제197화

197화. 기억 보관국의 마지막 회의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2,86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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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의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영화 속 최종 결전이라면 원형 탁자와 거대한 홀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현실의 회의실에는 접촉 불량인 프로젝터 하나, 식은 커피 여섯 잔, 그리고 내 노트북의 업데이트 알림이 있었다. “하필 지금 재시작이요?” 내가 중얼거렸다. 문석이 말했다. “꺼. 오늘은 업데이트보다 사람이 먼저야.” 회의에는 관계기관 참관인과 안전 담당자, 독립 전산 검증자, 피해자 측 대리인이 참석했다. 남 형사는 사건의 사실과 추정 부분을 분명히 나눠 설명했다. 실종을 모두 시간 정지 탓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허가받지 않은 자동 계약과 기록 조작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이제 여러 원본 자료로 대조할 수 있었다. 서아는 1998년 인계서와 2011년 패치 내역을 나란히 보여 주었다. “원본의 공란은 기다리라는 뜻이었습니다. 나중에 누군가 그 공란을 자동 승인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대답하지 않아도 계약이 만들어졌습니다.” 한 참관인이 물었다. “그럼 원본 시스템도 무조건 안전했습니까?” “아니요.” 서아가 답했다. “그때도 사고가 났습니다. 다만 원래의 보호 기능과 그 이후의 강제 계약 기능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나는 서아를 바라봤다. 누군가의 잘못을 밝히는 데에도 구별이 필요했다. 과거가 전부 선했고 현재가 전부 악하다는 식의 이야기는 편리하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구태형은 수사관의 동의를 받아 원격으로 연결됐다. 그는 검증 자료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하고, 필요한 서버 구조를 설명했다. 면죄부를 얻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숨겼던 문서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얼굴이 더 굳어졌다. “이 기록에 따르면 2011년에 위임을 영구화했군요.” 참관인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차정수 씨의 직접 동의를 확인했습니까?” “못했습니다.” “그럼 왜 이름을 넣었습니까?” 구태형은 잠깐 눈을 감았다. “사람들에게 그 이름이 안전하게 들릴 거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 말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손목시계를 꺼냈다. 여섯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부러 초침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시선이 자꾸 내려갔다. 이 시계가 마지막까지 내 기억을 조금씩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채원이 시스템 전환 계획을 설명했다. 귀환 회선은 별도 전원과 수동 교환기를 통해 유지한다. 기억 회수 및 신규 계약 전송은 독립적으로 차단한다. 외부 복제본은 식별된 순서대로 격리하고 재생성 권한을 중지한다. 확인되지 않은 기록은 삭제하는 대신 보전한 뒤 피해자 보호 절차로 넘긴다. “전원이 내려가서 누군가 안에 갇히는 일은 없습니까?” “그래서 전원을 통째로 내리지 않습니다.” 채원이 답했다. “그리고 복구 가능한 시험 환경에서 절차를 여러 번 검증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독립 관측자의 확인을 받으며 순차적으로 적용합니다.” 마지막 문제는 0번 좌석이었다. 각 복제본은 사람이 없을 때 그 자리에 대리 서명을 만들었다. 서버 몇 대를 분리해도 하나가 살아 있으면 다시 계약을 복제할 수 있었다. 문석은 한 장의 도면을 띄웠다. “0번 좌석의 원래 공란 규칙을 모든 복제본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독립 서명 없는 명령은 실행되지 않는 상태로 전환하려 합니다. 단순히 ‘거절’로 바꾸는 게 아니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으니 대기’가 되어야 해요.” “그 검증을 통과시키려면 최초 보관자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뜨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건 가짜 요구일 수 있어. 차정수 씨 수기 인계서의 원본 사양에는 그런 조건이 없거든.” 그 말을 듣자 오래된 수첩의 문장이 떠올랐다. ‘둘 다 남겨 두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열 화 무렵, 누군가 내게 원본 차도겸과 지금의 나 가운데 하나를 지우라고 했다. 우리는 아무도 지우지 않는 제3의 선택지를 찾아냈다. 이번에도 시스템은 나보고 최초 보관자임을 인정하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나는 회의실을 둘러봤다. “저 한 명이 서명해서 해결하는 방법은 쓰지 말아 주세요. 저한테만 책임이 남는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방식 자체가 우리가 막으려는 사고랑 같아요.” 참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사자 확인이 불가능한 기록을 강제 실행하지 못하도록, 독립적 검증 절차를 갖추어야 하겠군요.” 회의를 마치기 직전 한 참관인이 마지막 질문을 했다. “복구 비용이 많이 듭니다. 기록을 지우지 않고 보존한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전부 만족하지 못할 텐데요.”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완벽한 해결책은 없었다. 어떤 사람은 서둘러 기억을 찾고 싶어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한동안 그 기억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서아가 먼저 말했다.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 누군가의 의사를 무시해도 된다는 허가증은 아닙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동안 어떤 권리가 보호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유나는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 일이 빨리 끝났다는 발표 때문에 다른 사람이 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참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 회의록에는 ‘즉시 복구 완료’라는 문장이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재발 방지 조치 우선, 복원은 당사자 의사 및 안전 검증에 따라 진행’이라고 적혔다. 회의가 끝나려는 순간 171번 차고지의 보조 모니터가 붉게 변했다. [비상 일괄 대리 서명 절차 승인] [승인 주체: 차정수] [실행 시각 앞당김: 내일 18:00] “내일이라고?” 유나가 물었다. 문석이 즉시 실제 장비 시간을 확인했다. 예약 실행일까지 남은 기간과 관계없이 비상 회차만 하루 앞으로 당겨졌다. 누군가 우리가 만든 차단 계획을 알아채고 먼저 움직인 것이다. 회의실의 조명이 한 번 깜빡였다. 나는 수첩에 아주 짧게 적었다. ‘결전은 내일이다. 하지만 내일도 누군가 대신 대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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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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