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이에 관해 알아낸 게 있어.”
유나가 그 말을 듣고도 바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은 것은 살아 있는 동생의 위치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기록에 남은 전화 통화, 오래된 학교 주소, 그리고 누군가 그 이름을 ‘빈자리’의 대체값으로 사용한 과정이었다.
“사진부터 볼래?” 내가 물었다.
“아니. 로그부터.”
유나는 의자에 앉아 종이를 한 장씩 받았다. 첫 장은 2011년 시스템 재개편 기록이었다. `U-00`은 원래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응답이 없는 상태를 보존하기 위한 슬롯 코드였다. 두 번째 장에는 2016년 정리 작업에서 그 코드 옆에 ‘오재민’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실이 적혀 있었다.
세 번째 장이 문제였다.
[이름 연결 사유: 보호자 검색 성공]
[보호자: 오유나]
“누군가 내 동생을 찾으면서 내 이름을 사용했어?”
“그래요. 그렇다고 실제 재민이가 연결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녀가 천천히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러면 내가 그동안 받은 호출은 동생이 보낸 게 아닐 수도 있겠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재민이는 실제로 어디에 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게 맞았다.
오유나는 창밖을 보다가 뜻밖의 말을 했다.
“나, 더는 동생이 날 부른다는 이유로 뛰어가고 싶지 않아.”
나는 그녀가 포기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잘못 이해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찾는 건 계속할 거야. 경찰 기록도 확인하고, 실제 동선도 찾아볼 거야. 하지만 기계가 만든 목소리에 대답하는 건 이제 그만할래.”
그녀는 두 손을 펼쳐 보였다. 손바닥 한가운데 태엽을 오래 감느라 생긴 작은 굳은살이 있었다.
“나는 누나지, 열쇠가 아니니까.”
그날 오후 우리는 남 형사의 협조 아래 실종 신고 기록과 보관국 자료를 분리해 정리했다. 어떤 사람은 실제 실종 신고가 있었고, 어떤 이름은 같은 사건의 중복 접수였다. 누군가는 아무런 신고가 없었다. 기록이 없다고 그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남도윤으로 추정되는 귀환자는 의료 검사를 받고 있었다. 그를 방문한 남기혁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형이라는 점을 뒷받침할 기록이 일부 확보됨. 최종 확인 절차 진행 중. 본인이 지금은 휴식을 원함.’
나는 답장을 썼다.
‘기다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참 쉬운 말이었다. 예전의 나는 기다린다는 말을 무능력과 비슷하게 생각했다. 시간이 멈추면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세상에는 기다려야만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
유나는 낡은 휴대전화 하나도 가져왔다. 화면이 깨져 충전기를 꽂지 않으면 켜지지 않는 기종이었다. 거기에는 오래전 재민이가 남긴 음성 메모가 있었다. 둘은 빗소리를 녹음하려다가 엉뚱하게 서로 놀리는 말만 남겼다고 했다.
‘누나, 이거 녹음돼?’
‘돼. 비 오는 소리나 녹음해.’
‘그럼 누나 말도 비 소리야?’
녹음은 웃음으로 끝났다. 나는 그것이 진짜 재민이의 목소리인지 묻지 않았다. 대신 유나가 직접 알고 있는 시절에 직접 저장한 파일이라는 사실을 적었다. 보관국이 재생하는 목소리와 달리, 이 녹음은 동생을 찾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유나는 같은 부분을 두 번 들은 뒤 휴대전화를 껐다.
“찾아야 할 이유는 충분해. 이제 거짓말에 속아야 할 이유는 없고.”
그날 밤 유나는 내게 한 장의 낡은 종이를 보여 주었다. 오재민이 초등학교 때 그린 그림이었다. 빨간 버스 앞에 사람 세 명이 서 있었다. 두 명은 손을 흔들고 있었고, 한 명은 버스 문턱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굴 그린 걸까요?” 내가 물었다.
“몰라. 그땐 그냥 그림이라고 생각했어.”
“그럼 지금도 모른다고 적읍시다.”
유나는 웃었다.
“너 진짜 이상한 사람이 됐어. 예전엔 뭐든 알아내겠다고 달려들더니.”
“개발을 오래 하면 모르는 걸 모른다고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거든요.”
“그렇게 가르쳐 준 사수가 있나?”
“그분이 사수였으면 저를 진작 해고했을 겁니다.”
우리는 동생의 그림을 보관 봉투에 넣지 않았다. 그건 증거가 아니라 유나의 물건이었다. 수첩에는 유나가 직접 적었다.
‘동생을 찾는 일은 계속한다. 그러나 재민이가 동의했다고 주장하는 자동 기록은 인정하지 않는다.’
새벽에 보관국 외부 서버의 호출 명단이 갱신됐다. 오재민은 호출 후보에서 빠졌다. 그러나 시스템은 빈자리를 공란으로 남겨 두지 않았다.
[다음 대체 대상: 차도겸]
나는 예상했던 문장을 보고도 몸이 굳었다.
그동안 수백 개의 이름이 나를 지나갔다. 마지막에는 결국 내 이름이 남았다.
“어쩌죠?” 문석이 물었다.
“선택하지 말죠.” 내가 말했다.
“뭐?”
“처음 열 화쯤에 서아가 그랬어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건 거짓말이라고.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손목시계의 알림을 끄고, 세 번째 선택지를 수첩 맨 앞에 적었다.
‘대리 호출 자체를 무효로 만든다.’
제19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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