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94화
PAYLUA ORIGINAL · 제194화

194화. 구태형의 마지막 결재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2,383자

오프라인 책장
구태형은 다시 출근했다. 그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그는 과거에 만든 시스템의 장애를 조사받는 사람이었고, 우리는 그를 자유로운 협력자로 볼 수 없었다. 그래도 현장 통제 아래 그는 노트북을 열어 자신이 지웠던 개발 문서를 설명했다. “이 파일은 왜 이렇게 이름 붙였죠?” 내가 물었다. `FATHER_FINAL.wav`. 그는 한참 화면을 보았다. “사람들이 책임자를 알아볼 수 있게 하려고.” “음성 파일에 아버지라는 이름을 붙이면, 정말 아버지가 말한 게 됩니까?” “당시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좋은 이름을 붙인다고 잘못된 기능이 착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인정했다. 2011년 운영 연속성 프로젝트에서 응답하지 않는 귀환자를 대신해 확인을 만들어 주는 기능을 개발했다는 것. 서류에는 실종자 보호라는 목적이 적혀 있었지만, 실제 운영팀은 처리율을 성과로 평가했고 기다리는 사람을 오류로 취급했다는 것. 남 형사는 그 진술을 정식 절차로 기록했다. 구태형은 전자서명키 보관 서버의 위치, 계정 복구용 종이 키의 은닉 장소, 외부 백업 중계기 목록을 제출했다. “당신이 말해 주면 끝나는 줄 아십니까?” 남 형사가 물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확인받아야 할 겁니다.” “좋습니다. 계속하세요.” 자료를 대조하자 기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태형이 작성한 원래 프로그램에는 실패 시 멈추는 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후대 개편에서 실패는 자동 재시도와 자동 대리 서명으로 바뀌었다. 한 번 시작하면 누군가 명시적으로 중단을 요청해도 기록이 사라지지 않는 구조였다. 나는 코드 diff를 보며 혀를 찼다. “이건 버그가 아니라 설계네요.” “맞아.” 구태형이 말했다. “처리 건수가 늘어날수록 돈을 버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그는 화면을 돌렸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결제 장부가 나타났다. 수익은 실제 돈만 뜻하지 않았다. 회수된 기억은 고성능 관측을 위한 에너지원처럼 집계됐고, 임의로 늘어난 인수 시간이 장비 사용 권한으로 전환돼 있었다. “기억을 뺏어서 시간을 늘렸어요?” “그 기술을 정확히 이해한 건 아니야. 다만 사람의 기억을 묶음으로 분류할수록 정지 회선이 더 길게 유지된다는 건 알았지.” 그 순간 나는 처음 초능력을 얻던 날을 떠올렸다. 오후 여섯 시가 되면 멈춘 세상. 그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누군가가 잃은 하루의 조각으로 이어 붙인 것이었다. 나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내가 움직인 한 시간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나요?” 문석이 답했다. “일부는 그렇다는 정황이 있어. 다만 지금 능력이 작동하는 전부가 누군가의 기억에서 왔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1998년의 11분은 다른 방식이었을 수 있으니까.” “그럼 그것까지 확인해야겠네요.” 오후 다섯 시 사십 분, 구태형은 마지막 결재 문서를 내밀었다. 제목은 ‘운영 연속성 위임의 철회’였다. 위임키를 배포한 실무자가 자기 서명으로 영구 위임을 종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철회 버튼은 비활성화돼 있었다. [철회할 권한이 없습니다] [본인: 운영자 아님] 구태형이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만들고, 내가 못 끄네.” 나는 그의 노트북 앞에 앉지 않았다. 대신 문석과 채원에게 물었다. “우리가 해야 할 게 프로그램 버튼을 누르는 일입니까? 아니면 그 버튼이 누구의 허락 없이 눌리게 됐다는 걸 공개하는 일입니까?” 채원이 답했다. “둘 다요. 안전하게 멈추는 건 기술이고, 다시 켜지지 않게 하는 건 책임의 문제죠.” 그래서 우리는 두 작업을 나눴다. 채원과 문석은 외부 중계기들의 계약 전송만 차단하는 단계별 전환안을 완성했다. 남 형사는 자료 보전과 피해자 보호, 감독 기관의 독립 검증 절차를 준비했다. 서아와 유나는 당사자들에게 ‘어떤 기록이 있고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를 직접 설명할 문서를 작성했다. 구태형은 마지막에 펜을 잡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있어요. 다시는 누군가의 침묵을 서명이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그 말을 자기 이름으로 남기세요.” 그는 종이에 썼다. ‘동의가 확인되지 않은 기록을 동의로 처리하도록 설계하고 운영한 책임을 인정한다.’ 그 서류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쓰이지 않았다. 구태형 자신의 이름이었다. 저녁 여섯 시, 내 손목시계가 진동했다. 정지 세계가 문 앞까지 다가왔지만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은 새로 쓰인 회로에서 단 한 번도 기억 징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시간을 썼다. 그런데 차고지의 외부 서버는 여전히 다음 출발 시각을 표시했다. [예약 실행까지: 6일] [철회 서류: 접수] [시스템 적용: 거부] 책임을 인정한 서명은 접수됐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 책임을 멈출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9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9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