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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93화
PAYLUA ORIGINAL · 제193화

193화. 기억을 회수하는 선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2,399자

오프라인 책장
어떤 선은 잘못 꽂혀도 불꽃이 튀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을 잘못 연결하는 선이 그렇다. 전압은 정상이고 통신 속도도 멀쩡하다. 오직 그 선을 통과한 사람이 어제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아침에 세 가지를 적었다. 하나, 귀환 회선은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 둘, 기억 회수 회선은 끊어야 한다. 셋, 우리는 누구의 동의도 대신하지 않는다. 문석은 네 번째를 적었다. ‘현장 시험 전에 독립 통신을 확보한다.’ “왜요?” “세 번째를 지키려면 첫 번째가 끊겼을 때 안쪽 사람에게 물어볼 방법이 필요하니까.” 좋은 개발자는 코드를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때 멈출 수 있도록 만들어 두는 사람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수십 번 들었던 안전 문구가 이제야 구체적으로 들렸다. 영병원 별관의 제3 귀환문 외부에는 보조 전원과 수동 종이 있었다. 이채원은 시설 관리자, 의료진, 외부 안전 전문가의 입회 아래 시험 절차를 설명했다. 누구도 시험을 명목으로 안쪽 문을 열지 않았다. 서아는 종 옆에 작은 글씨로 문장을 붙였다.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그걸 거절이나 승낙으로 바꾸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눈을 깜빡였다. “어쩌다 우리에게 제일 어려운 일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됐을까요?” “네가 원래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유나가 답했다. “능력이 다르니까요. 저는 일단 떠들면서 생각해야 합니다.” 잠시 뒤 수동 교환기에서 두 번의 짧은 신호가 왔다. 이전 통신에서 ‘현재 상태 유지’라는 뜻으로 합의한 신호였다. 새 신호가 우리가 정한 뜻과 같은지는 재확인해야 했다. 서아가 마이크를 들어 간단히 물었다. “통신 시험을 진행해도 괜찮습니까? 문을 열거나 이동시키지는 않습니다.” 길게 기다린 끝에 세 번의 일정한 노크가 돌아왔다. ‘통신 시험만 가능’이라는 뜻이었다. 채원이 귀환 회선과 계약 전송선을 분리했다. 겉보기에는 사소한 작업이었다. 여러 개의 광섬유 중에서 신호가 어떤 모듈로 들어가는지 다시 정하는 일. 그러나 시스템 전체를 붙잡고 있던 자동 계약의 고리는 그 작은 연결 하나에 매달려 있었다. “이제 첫 번째 시험이에요.” 그녀는 안쪽에 상태 확인 신호를 보냈다. 노크가 돌아왔다. 생명 유지 장비와 독립 통신에도 변화가 없었다. “두 번째.” 외부 계약 서버에만 응답을 차단하자 화면이 붉어졌다. [자동 기억 회수 실패] [귀환 신호 무효 처리 요청] “귀환까지 무효로 만들려고 하네.” 문석이 말했다. 채원은 화면을 옆으로 밀었다. “하지만 귀환 회선은 지금도 응답하고 있어요.” 수동 종에서 다시 세 번의 노크가 왔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의 기억을 징수하지 않아도, 사람이 ‘나는 여기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증거로 남겼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수천 개의 회선을 모두 해결했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보관국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기억을 회수하지 않으면 귀환할 수 없다’는 말은 이제 틀렸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유나는 동생 오재민의 오래된 사진을 가져왔다. 사진 뒷면에는 재민이가 스스로 쓴 문장이 있었다. ‘누나, 이 시계는 안 고장 났어. 잠깐 멈춘 거야.’ “동생이 이렇게 말하면 항상 고장이었는데.” 유나가 웃었다. 우리는 재민이의 이름이 등장한 호출 경로를 추적했다. 장치 코드 ‘U-00’과 오재민의 실제 사람 기록이 같은 필드에 들어간 시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서아가 비교표를 만들고 문석이 로그 원본을 검증했다. 결론은 단순하지 않았다. 2011년까지 장치 코드는 별도로 관리됐다. 이후 특정 복제본에서 ‘U-00’이 사람 이름으로 자동 변환되며 오재민이 호출 대상이 됐다. 누가 그렇게 연결했는지, 재민이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이걸 보여 주면 유나 씨가 실망하겠죠?” 문석이 물었다. “실망하더라도 사실대로 말해야죠.” 유나는 우리가 찾은 표를 한 장씩 읽었다. 긴 침묵 끝에 물었다. “그러면 재민이가 안에 있다는 증거는 없는 거죠?” “네.” “없다는 증거도 아니고요.”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찾는 일을 멈추진 않겠지만, 이제 그 이름이 떴다는 이유로 제가 또 계약서에 서명하지는 않을게요.” 나는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오유나가 자신에게 어떤 약속을 했는지 내가 대신 기억해 두고 싶었다. 내 기억이 빠져나가더라도 종이는 남을 테니까. 바로 그때 외부 기록 서버에서 이상 신호가 발견됐다. 이미 귀환 회선에서 분리된 계약 생성 모듈이, 밤마다 저장된 음성 파일을 재생해 자동 동의를 시도하고 있었다. 파일 이름은 `FATHER_FINAL.wav`. 나는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또 계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선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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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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