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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91화
PAYLUA ORIGINAL · 제191화

191화. 죽은 사람의 퇴근 도장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088자

오프라인 책장
죽은 사람이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회사라면 가능하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그렇다. 담당자가 퇴사했는데도 그의 계정으로 결재가 올라오고, 인수인계는 끝나지 않았는데 근무표에서만 이름이 지워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것은 그런 수준의 업무 사고가 아니었다. [보조 회차 승인자: 차정수] [승인 시각: 2027년 예약 실행 10일 전]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보관국은 그의 이름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전자 서명 원본과 실제 인증 행위를 구별해야 해.” 강문석이 말했다. “제 아버지가 미래로 출장 다녀온 건 아니겠죠?” 유나가 대꾸했다. “그랬으면 적어도 출장비는 받으셨어야지.”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 웃음을 멈추면 종이에 적힌 이름만 보게 될 것 같아서였다. 남기혁 형사는 병원으로 이송된 귀환자의 보호 절차를 먼저 확인했다. 그 남자가 ‘기혁아’라고 불렀고, 오래전 사진 속 형과 닮았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그러나 신원이 검증되기 전에 남도윤이라고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제가 형이길 바라는 마음과 형이라는 증거는 다른 겁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이름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내게 남긴 문장과 시스템이 아버지 이름으로 내리는 명령은 달랐다. 차고지 임시 관측실에서 우리는 차정수의 수기 인계서를 투명한 덮개 아래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의 핵심은 간단했다. ‘귀환할 사람의 길은 남겨 두어라. 남의 기억을 빼앗는 길은 끊어라.’ 이채원이 버스 운행 회로와 예전 영병원 도면을 겹쳤다. 한 노선도에서는 선이 두 갈래로 나뉘었고, 2011년 개편 도면에서는 두 선이 한 선으로 합쳐졌다. “이걸 누가 일부러 합친 거라면, 다시 나눌 수 있어요?” 내가 물었다. “물리적 경로는 가능해요. 문제는 계약 서버예요. 거기서는 귀환 신호가 들어올 때마다 기록이 함께 결제돼요.” “마치 자동이체군요.” “그래요. 사람이 문을 나서면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시간을 떼 가는 자동이체.” 문석은 전자 승인 기록의 시간 정보를 열었다. 승인 시각은 미래 날짜였지만, 비밀키를 만든 날짜는 2011년이었다. 그 키에는 아주 오래된 명칭이 붙어 있었다. `K-07 / LEGACY SIGNER / DELEGATE-FOREVER` “영구 위임?” 내가 읽었다. “2011년에 만들어 둔 위임키가 정수 아저씨 이름을 계속 대신해서 찍고 있었던 거야.” “그럼 오늘 승인한 사람은?” 문석이 잠깐 말을 멈췄다. “사람일 수도 있고, 예약 작업일 수도 있어. 키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부터 봐야지.” 바로 그때 구태형이 입을 열었다. 수사관 입회 아래 회의에 참석한 그는 우리보다 도면을 더 빨리 알아봤다. “그 키는 내가 만든 겁니다.” 남 형사의 펜이 멈췄다. “2011년에요?” “네. 당시엔 비상 운영을 위한 기능이었죠. 원 담당자가 없어도 귀환 신청이 끊기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가 설명했습니까?” 구태형은 종이 가장자리의 낡은 도장을 가리켰다. [운영 연속성 위원회] “서류상으로는 위원회였습니다. 실무자는 내가 알고 있던 사람 둘이었고요. 하지만 승인자 이름에는 대부분 차정수를 넣었습니다. 그 이름이면 다들 의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나는 탁자 밑에서 주먹을 쥐었다. “아버지는 그때 이미 동의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도요?” 구태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서아가 물었다. “지금이라도 그 키를 폐기하면 끝나요?” 문석이 고개를 저었다. “복제본 4,183건이 각각 예전 서명을 품고 있어. 중앙 키를 없애도 실행 대기열에는 독립 명령이 남아. 그리고 무조건 서버를 끄면 세 번째 귀환문 통신까지 끊길 수 있어.” 그때 병원에서 메시지가 왔다. 귀환자는 치료를 받는 중이고, 본인의 허락 아래 남기혁과 짧게 대화할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름과 기억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는 손에 쥔 작은 교통카드를 절대로 놓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교통카드의 뒷면에는 글씨가 있었다. ‘문은 집으로 가는 길이어야 한다.’ 아버지 인계서에서 몇 번이나 보았던 문장과 닮아 있었다. 우리는 계정을 한꺼번에 삭제하는 대신 인증서가 실제 언제, 어디서 사용됐는지 추적하기로 했다. 남 형사는 보전 조치를 요청했고, 채원은 귀환 회선에 영향이 없는 차단 시험을 준비했다. 문석은 오래된 인증서 발급 파일 세 개를 차례로 열었다. 첫 번째에는 차정수가 보호 대상으로 적혀 있었다. 두 번째에는 보호자 차정수라는 문구가 있었고,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영구 운영자 차정수라는 낯선 직함이 나타났다. 문서의 글자보다 날짜가 더 결정적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에는 정확히 십삼 년의 빈칸이 있었다. 누군가 그 빈칸에 절차를 지어 넣었다. 나는 아버지의 손글씨를 다시 보았다. 아버지의 ㅈ은 끝이 둥글었다. 화면의 서명에는 날카로운 획이 많았다. 필적만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누군가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그 이름을 빌려 쓰는 일이 얼마나 쉬웠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이걸 아버지가 직접 승인했는지 먼저 묻지 않았다는 겁니까?” 문석은 대답하지 않고 세 번째 파일을 분리해 증거 목록에 올렸다. 답을 대신하는 침묵이 아니었다. 아직 확인할 것이 남았다는 침묵이었다. 문석이 로그를 마지막까지 내렸다. 맨 아래에 ‘승인 요청이 생성된 장소’가 나타났다. 장소가 아니었다. [출처: 171번 버스 0번 좌석] 분명 비어 있던 그 자리. 아무도 앉지 않았는데 내 이름으로 승차가 처리됐던 자리에서, 이번에는 죽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승인이 찍혔다. 나는 수첩을 폈다. ‘0번 좌석은 사람이 앉는 자리가 아니다. 사람의 부재를 서명으로 바꾸는 자리다.’ 열흘 가운데 첫날이 끝나고 있었다. 우리는 버스에서 사람을 내리게 하는 방법을 찾았지만, 아직 버스가 어떻게 사람 없는 서명을 만드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날 밤, 차고지 감시 영상에 0번 좌석의 안전띠가 혼자 당겨지는 모습이 찍혔다. 그리고 영상 아래에 또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위임 종료 요청: 거절] [거절 사유: 대리 서명권자가 부재 중] 부재 중이기 때문에 시작된 위임이,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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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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