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87화
PAYLUA ORIGINAL · 제187화

187화. 출발하지 않는 운행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2,854자

오프라인 책장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운행은 무엇을 뜻할까. 나는 그 질문을 유나에게 했고, 유나는 나를 잠깐 보더니 말했다. “버스를 움직이지 않는 건 어때?” “굉장히 혁신적인 교통 정책이네요.” “농담 말고. 꼭 어딘가로 가야만 운행인 건 아니잖아.” 그 말 때문에 우리는 운행 기록의 정의를 다시 봤다. 차고지 설비 도면에는 171번 버스가 사고 당시 운송 차량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한쪽 귀퉁이에는 ‘인원 이송 후 대기’라는 별도의 항목이 있었다. 버스는 환자를 밖으로 옮긴 뒤, 다시 문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없는지 기다려야 했다. 마지막 운행은 마지막 사람이 내렸는지 확인하고 그 이후에 차량을 세우는 절차였을지도 모른다. 문석이 찢긴 설명서의 사본을 확대했다. 남은 문장의 끝에 미세한 눌림이 보였다. 누군가 볼펜으로 적었지만 위쪽 종이만 찢겨 나간 흔적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복구하지 않고 감정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그 사이 채원은 버스 뒤쪽의 수동 차단기를 찾았다. 조수석 아래에 세 개의 스위치가 있었다. 승객 감지, 귀환 경로, 계약 전송. 세 개를 한 번에 묶은 케이블이 2011년에 추가돼 있었다. “이걸 다시 분리하면?” 내가 물었다. “승객 확인 없이 버스가 출발 처리되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내부 귀환 경로는 살려 둬야 해요.” “그럼 끝난 거 아니에요?” “아직요. 바깥 복제본의 자동 발송은 별개의 회선이니까요.” 문석이 계기판을 가리켰다. 긴 경고문 하나가 떠 있었다. [중단 요청 처리 시 원래 목적지 자동 소거] “이건 또 무슨…” 내가 중얼거렸다. “원래 승객이 말했던 목적지를 지워 버리는 거야.” 서아가 대답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묻는 척하며 자동 지정할 수 있지.” 우리는 더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 먼저 내부 수동 회선으로 질문을 보냈다. ‘운행을 중단해도 현재의 목적지와 거부 의사를 보존하겠습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답은 늦었다. 차고지의 환풍기마저 멎은 듯 조용했다. 나는 남도윤이 문 안에 있는지, 오재민이 다른 곳에 있는지, 혹시 내가 알고 싶은 사람은 전부 이미 떠난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지금은…” 어딘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났다. “문을… 열지 마세요.” 유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알겠습니다. 기다릴게요.” 그녀의 말은 짧았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남 형사는 구조팀에 일시 중단과 안전 유지의 조건을 다시 알렸다. 채원은 제한된 구간의 신호만 분리하는 시험을 시작했다. 한 번에 모든 선을 뽑는 일은 없었다. 차고지 입구에서는 안전팀이 작은 응급 구조 구역을 만들고 있었다. 의료진이 들고 온 담요는 네 장이었다. 나는 숫자를 보고 말했다. “네 명이나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까?” 간호사가 고개를 저었다. “한 명이 나오든 아무도 나오지 않든 준비는 해 둬야죠.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생길 테니까요.” 그 당연한 말이 낯설었다. 우리는 자꾸 장부의 숫자에 맞춰 사람을 기다렸다. 171건이니 171명, 4,183건이니 4,183명. 하지만 의료진은 실제로 문에서 누가 나오든 담요를 건넬 준비부터 했다. 유나는 담요 하나를 만져 보더니 물었다. “몸이 차가울까요?” “그럴 수도 있어요. 저희는 필요한 상태를 확인하고 대응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치와 싸울 때는 모든 것이 거대한 숫자로 보였지만 담요는 사람 한 명의 어깨에 맞는 크기였다. 그 사실 때문에 오히려 더 긴장됐다. 나는 잠시 밖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서쪽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정지 세계가 오기 전, 나는 실제 세계가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확인하려 했다. 어린 시절 언젠가 남겨졌다는 열한 분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오늘이었다. 그때 갑자기 외부 접속 단말에서 붉은 빛이 켜졌다. [가족 통지 발송 중] 문석이 달려갔다. “누가 대기한 사람들의 보호자한테 가짜 차표를 보내고 있어!” 미령 씨가 보여 준 문구가 떠올랐다. 기억을 복구해 주겠다며 출발을 승인하라는 차표. 그것이 단순히 몇 사람에게 간 것이 아니었다. 4,183건의 일부가 가족 연락처와 잘못 연결돼 자동 발송되고 있었다. “주소는 몇 개?” 내가 물었다. “검증된 건 열두 개, 발송 대기에는 훨씬 많아. 이것도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등록된 거라 숫자만 믿으면 안 돼.” “버스가 움직이기도 전에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군요.” “구한다기보다 훔치는 거겠지.” 문석은 발송 게이트웨이 운영사와 협조해 발송 보류를 요청했다. 담당자는 원본을 보존하는 조건으로 신규 발송을 잠정 중단했다. 이미 도착한 차표를 회수할 방법은 없었다. 남 형사는 공식 안내 문구를 준비했다. 받은 사람에게 버튼을 누르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안전하게 문의할 연락처도 알려야 했다. 내가 화면에서 손을 떼자 버스의 뒷문이 툭 하고 열렸다. 안쪽은 깜깜했다. 그런데 문턱 바닥에 누군가 종이 한 장을 밀어 놓았다. ‘승객이 타지 않았어도 차는 출발할 수 있다. 하지만 하차는 본인이 한다.’ 이번에는 내 필체가 아니었다. 글씨는 서툴고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종이 맨 아래에 작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171-03. “세 번째 귀환문의 번호네요.” 채원이 말했다. 나는 버스 안을 향해 말했다. “누구세요? 대답하기 어렵다면 안 하셔도 돼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 대신 뒷문 옆 붉은 손잡이가 한 번 움직였다. 안쪽에서 누군가 손으로 잡아당기는 것처럼. 서아가 말했다. “내려올 준비가 된 사람이 있는지도 몰라.” 바로 그때 전광판 숫자가 바뀌었다. [운행 예정 시각 변경] [18:00 → 17:59:59]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누군가 시간을 앞당기고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87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8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