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차고지는 폐쇄된 지 십일 년이 지났다고 했다.
나는 출입문 앞에서 그 말을 세 번째 들었다. 첫 번째는 시청 시설 담당자의 전화였고, 두 번째는 남기혁 형사의 현장 설명이었다. 세 번째는 녹슨 철문에 걸린 표지판이 대신했다.
‘영업 종료.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그 아래로 누군가 흰 페인트로 작게 적어 놓았다.
‘마지막 차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예술적인데요.” 내가 말했다. “그런데 예술은 왜 늘 폐건물에만 있습니까?”
“입 다물고 장갑부터 끼세요.” 오유나가 보호장비를 내밀었다.
옛 171번 버스 회차 대기장은 영병원 후문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일반 버스 차고지처럼 보이지만, 지하에는 병원 직원용 회차 통로가 연결돼 있었다. 2011년 실종 사건 당시 사람들은 이곳의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돌아온 사람들의 진술은 하나같이 이상했다. 다들 열한 분을 건너뛰었다고 했고, 버스에서 내린 시각을 아무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 앞의 철문이 열렸다. 시설관리자가 자물쇠를 푼 것이었다. 남 형사가 수사 보전 절차를 설명했고, 이채원은 내부 전력 상태를 점검했다. 우리는 차고지 안으로 들어갔다.
코끝에 오래된 기름 냄새가 닿았다. 불이 꺼진 정비소 바닥에는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상한 점은 먼지였다. 차고지 전체가 회색 먼지로 덮였는데, 가운데 통로 하나만 누군가 어젯밤 청소한 듯 깨끗했다.
강문석이 휴대용 장비의 표시창을 보며 말했다.
“여기에서 어제 새벽 다섯 시 오십구 분에 연결이 일어났어. 그런데 전력 사용량은 영이야.”
“전기가 없는데 서버가 켜졌다고?”
“정확히는 서버가 켜진 기록이 남았어. 누가 썼는지는 아직 몰라.”
대기장 벽에는 오래된 운행 관리표가 붙어 있었다. ‘운행 후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미귀가자를 남기지 말 것.’ 담당자 서명란은 한참 뒤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날짜 대신 ‘재운행 대기’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남 형사가 관리표의 유리를 닦고 말했다.
“이 차고지 마지막 정식 검사일은 2011년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이후에도 타이어와 브레이크를 점검한 흔적을 남겼네요.”
“차가 움직이지 않는데 왜 점검을 하죠?” 유나가 물었다.
이채원이 바닥의 바퀴 자국을 가리켰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점검하지 않았다면 더 위험했을 겁니다. 누군가는 계속 움직인다고 생각한 거예요.”
나는 바퀴 자국 가까이에 쪼그려 앉았다. 오래된 기름 얼룩 위로 새로운 흙가루가 섞여 있었다. 바퀴 자국은 출구가 아니라 벽을 향했다. 벽 뒤에 통로가 있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도면을 확인했지만 해당 위치에는 아무 시설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이상한 노선도네요.” 내가 말했다. “도로가 벽에서 끝나다니.”
문석이 바닥을 촬영했다.
“아마 차가 여기서 물리적으로 움직인 건 아닐 수도 있어.”
“그럼 어디서 움직였다는 건데?”
“시간 안에서.”
나는 답하지 못했다. 한 시간을 쓰고도 현실에는 일 초만 남는 세계. 그 세계에서 버스가 이동했다면 자국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우리는 중앙 차선 끝에서 버스 한 대를 발견했다. 차체에는 칠이 거의 남지 않았지만 앞 유리 위 숫자는 또렷했다.
171.
앞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나는 한 발 올라섰다. 발판에서 낮고 둔한 소리가 났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같았다. 그런데 천장은 마른 상태였다.
[승차 대기: 최초 보관자]
운전석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다.
“도겸 씨, 내려와요.” 서아가 말했다.
나는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손가락 끝에 낯선 차가움이 남았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발판의 물기가 사라졌다.
“제가 탄 건 아직 아니죠?”
“발판을 밟았어.” 문석이 대답했다. “출입 감지는 됐겠지. 하지만 승차 동의하고는 다르잖아.”
그가 말하는 동안 버스 안쪽 좌석등이 하나씩 켜졌다. 여느 버스처럼 뒤에서 앞으로가 아니었다. 앞자리부터 열한 번째 줄까지 정확히 열한 개가 차례로 켜졌다. 마지막에는 운전석 옆의 작은 보조 의자에만 불이 남았다.
‘0번 좌석’이라는 종이 표지가 붙어 있었다.
남 형사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화면에 글씨가 나타났다.
[18:00 긴급 회차 예정]
[탑승 예정자: 차도겸]
[예약 계약 복제본: 4,183건]
“차도겸이라는 이름을 누가 예약한 겁니까?” 형사가 물었다.
화면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버스 안내 방송이 울렸다.
“이번 차는 종점까지 운행합니다. 하차를 원하시는 승객께서는 본인의 이름을 확인해 주십시오.”
나는 좌석의 숫자를 셌다. 실제 좌석은 스물여덟 개였다. 그런데 왜 수천 건의 계약을 이 버스 한 대에 실으려는 걸까.
그때 0번 좌석의 안전띠가 저절로 당겨졌다.
“서명해 달라는 뜻이 아니라 앉아 있으라는 뜻 같은데.” 유나가 말했다.
“저쪽이 무슨 뜻으로 움직이든 우리가 해석해 줄 필요는 없죠.”
나는 버스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내 신발 자국이 남았다. 그 옆에는 나보다 훨씬 작은 아이의 신발 자국이 있었다. 아주 오래된 자국처럼 보이지 않았다.
문석은 자국을 촬영하고, 시설관리자에게 최근 출입 기록을 요청했다. 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내 발자국과 아이의 발자국은 방향이 반대였다. 나는 버스 안으로 들어갔고, 아이는 버스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따라가자 정비소 벽에 작은 출입문이 있었다. 문 위에는 지워진 손글씨가 남아 있었다.
‘귀가 승객은 이쪽으로.’
우리는 그 문을 당겼다. 잠겨 있지 않았다. 안쪽에는 정비공의 사물함과 낡은 출근부가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1998년 6월 열하루 날짜가 적혀 있었다.
[차정수 — 대기]
[진서아 — 미성년 보호]
[차도겸 — 보호대상]
그 아래, 전혀 다른 필체로 글씨가 덧붙여져 있었다.
[차도겸 — 최초 보관자. 2026년 재확인]
나는 그 문장을 보며 한참 서 있었다. 과거의 보호대상이 현재의 보관자로 바뀌는 순간에는 중간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의 칸만 칼로 도려낸 듯 비어 있었다.
“저걸 찾아야겠네요.”
서아가 조용히 물었다.
“무엇을?”
“내가 처음 보관한 게 무엇인지 말고, 누가 그걸 나한테 떠넘겼는지요.”
시계가 오전 열 시 십일 분을 가리켰다. 버스가 갑자기 경적을 울렸다. 우리는 놀라 출입문으로 달려갔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좌석 위에 차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날짜는 오늘, 출발은 오후 여섯 시. 도착지는 비어 있었다. 차표 뒷면에 내가 낯설지 않게 알아볼 수 있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네가 타야 우리가 내릴 수 있어.’
분명 내 필체였다.
하지만 나는 저 문장을 쓴 기억이 없었다.
제181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