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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80화
PAYLUA ORIGINAL · 제180화

180화. 문 안에서 온 편지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635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 새벽 다섯 시 오십구 분에 접근할 예정이라는 복제본 때문에? 그것도 맞았다. 그러나 정말 잠들지 못한 이유는 남 형사가 전화로 들었던 한마디였다. ‘문은 열지 마세요.’ 안쪽에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그 말을 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오래 그 말을 동의로 바꿔 기록해 왔을까. 새벽 네 시 사십 분, 우리는 영병원 하부 점검실로 내려갔다. 구조팀이 전날 점검한 통로 외에는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채원은 수동 분리부가 정상인지 먼저 확인했고, 문석은 외부 복제본 접근 기록을 감시했다. 남 형사는 통신 장치 앞에 앉았다. 유나와 서아는 철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재민이가 있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내가 유나에게 물었다. “대답하기 싫다고 하면 기다릴 거야. 나오고 싶다고 하면 안전하게 나올 방법을 찾을 거고.” “그게 전부예요?”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더라.” 유나가 장비 앞의 종이시계를 천천히 접었다. 누군가 동생의 이름을 부르면 제일 먼저 뛰어들겠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지금 그녀는 문 앞의 사람이 어떤 이름을 갖고 있든, 먼저 그가 괜찮은지 확인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재민이를 꼭 찾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네.” “하지만 그게 재민이 이름이 적힌 파일을 모두 가져오는 일은 아닐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남 형사가 통신 검사표를 들고 왔다. 그는 안쪽에서 들린 남성 목소리와 형의 오래된 음성 기록 사이의 비교 분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유나는 그 말을 듣고 놀라지 않았다. 그녀의 동생을 찾는 일도 이렇게 오래 걸릴 것이다. “오늘 문이 열리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요.” 형사가 말했다. 나는 수첩에 한 줄을 썼다. ‘귀환은 구조의 결과이지, 계약의 완료가 아니다.’ 어디서 본 말은 아니었다. 우리가 지난날 부딪친 사건을 생각하다 떠오른 문장이었다. 그날 아침 내게는 평범한 퇴근이라는 것이 아주 멀리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회사의 퇴근 시간은 여전히 저녁 여섯 시였다. 하지만 누군가의 근무를 끝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대신 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야말로 내가 찾던 퇴근이었다. 어쩌면 이 긴 이야기가 끝날 때 나는 처음으로 그런 날을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05:58. 수동 교환기에서 한 번의 노크가 들렸다. 구조팀 책임자는 통신 품질을 확인하고, 안쪽에 산소와 물이 충분한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상태 유지. 준비 중.” 누가 말하는지 여전히 몰랐다. 다만 오늘은 자동 음성으로 바뀌지 않은 원본 파형이 독립 기록으로 남고 있었다. 05:59. 세상이 멈췄다. 나는 안전선 안에 그대로 서 있었다. 유나도 옆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바깥 복도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그런데 내부 수동 교환기에서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래된 기계가 시간 정지와 상관없이 회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깥에… 두 사람 있습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차도겸과 오유나입니다.” “이름을 묻지 않았습니다.” 목소리가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습관처럼 이름을 말했지만, 상대는 신원을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이름을 던져 주면 장치는 그걸 이용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두 사람 있습니다.” “종이를… 보낼 수 있습니다.” 유나가 철문 아래를 바라봤다. 작은 틈으로 흰 종이가 천천히 밀려 나왔다. 정지된 시간에도 종이가 움직인다는 사실에 나는 놀랐다. 그러나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안쪽에 인간이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구조팀의 보호 절차를 떠올리고, 손이 닿지 않는 선에 놓인 종이가 온전히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종이에는 글씨가 빼곡했다. 첫 줄은 오래된 날짜였다. [2011년 6월 11일: 제3 귀환문 수동 회신] 그 아래에는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나는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내보내는 동안 밖에 있는 사람의 기억이 사라지면 나가지 않겠다.’ 유나의 손이 떨렸다. 그 문장의 주인은 누구인지 몰랐다. 이어진 내용에는 문과 연결된 세 가지 장치가 설명돼 있었다. 수동 호출선, 산소 유지선, 그리고 밖의 기록을 안으로 넘기는 예약 복제선. 마지막 복제선은 1998년 설계에 없었다. “이 사람이 예약 복제선 위치를 아는 것 같아.” 내가 말했다. “그렇다고 전부 믿을 수는 없지.” 유나가 답했다. 우리는 종이를 끝까지 읽었다. 가운데에는 사람이 그린 것 같은 간단한 회로도가 있었다. 복제선은 벽 뒤쪽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하나는 외부 정산망, 다른 하나는 오래전 폐쇄된 171번 버스 회차 대기장으로 이어졌다. 나는 입을 벌렸다. “버스는 그냥 이동 수단이 아니었네요.” “그때 남도윤 씨가 버스 밑으로 들어갔다는 말…” “아마 대기장 아래 통로를 말했던 걸까요.” 그때 교환기에서 낮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종이를… 다 읽었습니까?” “예.” 유나가 대답했다. “하나 물어봐도 돼요?” “물어보세요.” “당신은 오재민인가요?” 긴 침묵이 흘렀다. 나는 숨을 죽였다. 서류의 이름도, 녹음된 목소리도 아니라 사람이 직접 답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나는… 오재민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유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말이 무슨 뜻이죠?” “그 이름을… 바깥에서 가져왔습니다. 내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이름이 처음으로 분리되는 순간이었다. 유나는 벽에 기대 서서 한참 말이 없었다. 나는 무슨 위로도 쉽게 꺼내지 않았다. 잃어버린 동생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눈앞에 그대로 있었다. “그럼 당신 이름은요?” 그녀가 물었다. 상대는 한동안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이름을 밝힐 수 있는 날이 오면… 제가 먼저 말하겠습니다.” 05:59:59. 소리가 돌아왔다. 남 형사는 우리가 확보한 편지와 별도로 저장된 수동 회신을 검토했다. 나는 기억이 조금 흐릿해진 순간을 느꼈다. 오늘 아침 현장으로 오기 전에 어떤 길을 택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수첩을 확인했다. 안전한 곳에서 잃어버린 한 조각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전과는 달랐다. “복제선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찾았어요.” 내가 말했다. 문석이 화면을 확인했다. 조금 전까지 알 수 없던 복제본 접근 경로가 나타났다. [171번 버스 회차 대기장: 연결됨] 남 형사는 구조팀과 시설 담당자에게 해당 구역 접근 가능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유나는 편지를 서아에게 건넸다. 서아는 마지막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밖에 남아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빚을 만들지 마세요. 길을 열면, 나는 내 시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가 한 줄 더 있었다. ‘차정수 씨에게 전해 주세요. 그는 문을 닫은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고.’ 나는 그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것을 누가 썼는지, 아버지가 정말 살아 있는지, 지금도 누군가 나를 속이고 있는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분명해졌다. 171번 버스가 마지막으로 멈춰 섰던 장소. 문석이 나를 불렀다. “도겸아, 복제본이 한 개가 아니었어. 회차 대기장 서버가 켜지자 새로운 목록이 보여.” [2027년 예약 계약 복제본: 4,183건] [긴급 호출 주체: 최초 보관자] [호출 예정 시각: 18:00] 그리고 그 아래에, 내가 수없이 지우려 했던 이름이 다시 나타났다. [최초 보관자: 차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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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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