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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79화
PAYLUA ORIGINAL · 제179화

179화. 사천백팔십삼 개의 밤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431자

오프라인 책장
4,183이라는 숫자는 이제 우리에게 사람 숫자가 아니었다. 어떤 날에는 통신 기록의 묶음이었고, 어떤 날에는 누군가의 이름을 중복해서 붙인 정산 항목이었다. 한 사람이 여러 항목에 기록돼 있을 수도 있었고, 이미 삭제된 사람의 이름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것들을 모두 ‘새해 첫날 출근할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예약 파일 원본을 복사해 왔어.” 문석이 말했다. “삭제하지는 않았어.” “그렇게 해야죠.” 내가 대답했다. 그는 각 항목의 등록 근거를 나눴다. 실제 보호대상, 장치 코드, 보류된 관측 번호, 중복된 근무표, 발급자 불명인 대리 계약. 사람에게 통지할 수 없는 항목도 상당수였다. 그것들을 한 번에 ‘유효’ 또는 ‘무효’라고 표시하면 또 다른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유나는 자료를 보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재민이 이름이 여기 다섯 번 나오네.” “예.” 문석이 말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아니에요.” “그런데 다섯 건이 내년에는 다섯 사람의 기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거잖아.” “그렇게 악용될 위험이 있습니다.” 유나는 종이를 접었다. “그건 막아야지.” 우리는 두 가지를 분리하기로 했다. 첫째, 내년 1월 1일 자동으로 실행되는 예약 명령을 멈춘다. 둘째, 각 기록의 진위를 조사해 잘못된 권리를 회복한다. 첫째는 서둘러야 했지만 둘째는 충분한 시간과 사람의 참여가 필요했다. 하나를 해결했다고 다른 하나까지 해결한 척할 수는 없었다. 남 형사는 공식 수사 범위에서 확보 가능한 변경 이력을 검토했다. 이채원은 장치 관리자로서 예약 실행선의 물리적 분리 가능성을 조사했다. 서아는 보관국 측의 관리자 확인 절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모았다. 나는 문석과 함께 같은 명령이 다른 회선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시험했다. “똑같은 데이터가 세 군데서 읽혀.” 문석이 말했다. “하나만 막으면 나머지가 실행돼.” “그러면 세 군데 다 정지시키면?” “중계기 안쪽 호출선과 한 군데가 겹쳐.” “그건 안 됩니다.” “알아. 그래서 안전 분리부를 먼저 복원해야 해.” 낮에는 평범한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병원 밖을 걸어갔고, 누군가는 편의점 앞에서 라면을 먹었다. 나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 여섯 시가 멈췄을 때에는 주어진 한 시간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는 그 한 시간이 사람의 삶을 얼마나 쉽게 왜곡하는지 알았다. “도겸아.” 서아가 불렀다. “네가 이번엔 기억을 더 쓰지 않겠다고 한 약속, 지킬 거지?” “필요하면 써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한참 뒤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내가 나를 지우는 방법만 생각해 왔어요. 그게 최선인지 먼저 확인할게요.” “그 정도면 됐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같은 기록을 여러 사람이 보고 잘못을 말할 수 있는 절차였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걸 만들기 전에는 어떤 문도 안전하게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문석은 예약 파일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 데 꼬박 반나절을 썼다. 같은 명령이 두 저장소에 복제됐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어려운 것은 한 파일을 정상으로 표시할 때 다른 파일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아내는 일이었다. “여기 좀 봐.” 그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2011년에는 ‘보류’로 끝난 항목이 2027년 파일에서 ‘미응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바뀐 단어 하나가 새로운 대리 출근의 조건이 됐다.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미래의 근무 의무가 되어 있는 것이다. “미뤄 놓은 문제를 사람에게 떠넘기는 건 우리 회사도 잘하는데.” 내가 말했다. “너희 회사에서 저 정도면 도망쳐야지.” “그래서 제 마음은 늘 퇴근 중이었습니다.” 문석이 웃다가 금방 심각해졌다. “도겸아, 지금 이 숫자들은 전부 기록이잖아. 우리가 해야 할 건 여기 등록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보는 거겠지.” “가능한 사람부터요. 그리고 만나지 못한 사람은 없는 사람 취급하지 말고.” 우리는 목록을 무작정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잘못된 기록이 사람의 이름과 가족 정보를 새롭게 퍼뜨릴 수도 있었다. 남 형사의 수사와 별도로 피해자에게 확인을 요청할 때는 본인이 원하는 방식과 공개 범위를 먼저 물어야 했다. 그 과정은 느릴 것이다.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르게 해결하려다 수천 명의 삶을 다시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서아가 우리 앞에 종이를 내려놓았다. “4,183건의 예약을 멈추는 것과 피해를 회복시키는 일은 서로 다른 프로젝트야.” “네. 첫 번째는 올해 안에.” 내가 말했다. “두 번째는 당사자들과 함께.” 유나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리고 재민이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건 또 다른 문제지.” 우리는 세 문장을 벽에 붙였다. 수천 개의 기록이 사람을 하나의 숫자로 보이게 만드는 동안, 우리는 도리어 해야 할 일을 여러 개로 나눴다. 그래야 어느 하나를 해결했다고 다른 것을 잊지 않을 테니까. 회의가 끝난 뒤 나는 관리 목록 첫 번째 줄에 ‘차도겸’을 검색했다. 예상한 대로 여러 항목이 나왔다. 어떤 기록은 과거 사고의 보호대상, 어떤 기록은 외부 관측자, 또 하나는 확인되지 않은 최초 보관자였다. 같은 이름이라고 해서 모두 나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네 이름도 정리해야겠네.” 문석이 말했다. “그렇지. 근데 나 혼자 처리하면 안 되겠지?” “네 기억이 잃어버린 부분이 있잖아. 객관적인 자료와 다른 사람의 증언을 같이 봐야 해.” 나는 수첩을 펼쳐 내가 확실히 아는 것부터 적었다. ‘나는 차도겸이다. 지금 여기 있다. 오늘은 어떤 계약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문석은 그 문장을 읽더니 펜을 내려놓았다. “최초 보관자가 누구든 오늘의 너를 대신 정의하지는 못할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오래된 이름을 고치는 작업이 단지 데이터베이스를 수정하는 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늦은 오후, 시설 안전 책임자가 수동 분리 시험을 승인했다. 우리는 1998년 도면대로 교환기를 둘로 나누었다. 내부 호출은 그대로, 외부 계약 전송은 대기 상태로 옮겼다. 이채원이 스위치를 조심스럽게 돌렸다. [내부 통신: 정상] [외부 계약 생성: 정지] [2027 예약 실행: 검증 보류] 문석이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기록 4,183건은 그대로 있어. 다만 자동으로 누군가를 출근시키는 경로가 멈췄어.” “완전히 막았어?” 유나가 물었다. “한 경로는요. 나머지 두 경로는 아직 조사 중이에요.” 그때 화면 아래에 새로운 항목이 나타났다. [외부 미승인 복제본: 1] 우리는 서로를 봤다. 누군가 같은 예약 파일을 밖으로 복사해 둔 것이다.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언제나 하나의 비상 경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문제는 그 비상이 사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느냐는 것이었다. 복제본의 마지막 접근 시각은 내일 새벽 05:59였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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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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