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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72화
PAYLUA ORIGINAL · 제172화

172화. 출근하지 않은 동생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452자

오프라인 책장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알림 문구는 ‘정상 처리되었습니다’다. 개발자를 오래 하면 그런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게 된다. 정상 처리됐다는 말이 실제로는 “문제가 일어났지만 화면에는 숨겼습니다”라는 뜻인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새벽 네 시 삼십 분, 문석이 화면에는 같은 문장이 떴다. [오재민: 근무 배정 정상 처리] “아직 다섯 시도 안 됐는데요?” 내가 물었다. “시계 문제는 아니야. 업무 상태가 ‘대기’에서 ‘배정 완료’로 바뀌었어. 근무 개시 시간은 05:59로 남아 있고.” 우리는 밤새 영병원 폐쇄 구역 외곽에 머물렀다. 하부 통로에는 바로 내려가지 못했다. 시설 측이 점검 구역에 남아 있는 가스와 붕괴 가능성을 확인해야 했고, 남 형사는 증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접근할 절차를 밟았다.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커피를 마시는 것과 잘못된 시스템 문구를 욕하는 것뿐이었다. “누가 배정했지?” “이건 직원 관리 계정이 아니라 ‘보호자 대체’ 계정이야.” 유나가 문석의 어깨너머로 화면을 봤다. “보호자 대체가 뭐야?” “원래는 미성년자 보호자가 부재할 때, 병원에서 안전 조치를 승인할 수 있도록 만든 비상 권한 같아. 그런데 지금은 근무 배정 버튼을 누른 걸로 기록돼 있어.” “우리 엄마 아빠는 그때 그런 걸 승인한 적 없는데.” “지금도 확인이 필요해.” 서아가 말했다. “오재민이라는 이름이 동일인인지도 아직 모르고.” 유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화내거나 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나는 반듯하게 앉아 종이를 꺼냈다. “그럼 확인 목록을 만들자. 내 동생이 맞는지, 보호자가 누구였는지, 배정 처리한 기계가 뭔지.” 나는 그 목록 아래에 한 줄을 추가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대신 출근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2011년 보관국 계약 목록과 오재민의 실제 생활 기록을 비교했다. 재민은 오래전 실종 신고를 한 뒤 법적으로도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어느 순간부터 교통카드 기록이 끊어졌고,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전학 처리도 없었다. 시스템상의 ‘재민’은 그런 공백 없이 매년 출근 예정일이 채워져 있었다. “열한 살 때부터 근무를 잡아 놓았다고?” 내가 되물었다. 유나가 모니터 앞에 앉았다. “다시 보여 줘.” 문석은 원본 보존본을 열었다. 오재민이라는 이름 옆에 서로 다른 세 개의 식별번호가 붙어 있었다. 하나는 병원 보호대상, 하나는 하부 중계기 모듈, 마지막 하나는 2027년 예약 근무자였다. 세 기록의 생성 연도가 달랐다. “이 세 개를 같은 사람으로 묶은 건 언제야?” “2011년 개정 이후야.” 유나는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그럼 내가 찾는 재민이가 여기 적힌 재민이 아닐 수도 있겠네.” 말은 차분했지만 손끝이 떨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일 수 있었지만, 지금 내가 쉽게 하는 대답은 그녀의 결론을 빼앗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서아는 세 개의 식별번호를 종이에 직접 적었다. 그렇게 펼쳐 놓으니 같은 이름이라도 구조가 전혀 달랐다. 사람의 이름과 장치의 이름을 묶은 연결선 하나가 잘못돼 있으면 아무리 그 뒤의 계산이 정확해도 결과가 틀릴 수 있었다. “옛날 데이터 전환할 때 이런 일 생겨.” 문석이 말했다. “예전 필드에 번호를 넣어 뒀는데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그걸 주민 식별자라고 이해하는 식으로.” “그건 고쳐야 하는 버그잖아.” 내가 대답했다. “맞아. 그런데 누가 일부러 그렇게 고쳤다면 버그가 아니지.” 유나가 종이를 보았다. “그러면 누가 우리 재민이를 쓰려고 했다는 거네.” “누군가 그 이름을 이용한 건 맞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피해 경로를 확인해야 합니다.” 서아가 말했다. 유나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눌렀다. 나는 집에 있는 동생을 떠올리려 했다가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내 기억 속의 가족은 몇 장면이 빠져 있었다. 언제 그 장면들을 잃었는지 정확하게 셀 수 없었다. 나는 대신 휴대전화에 남은 가족 사진을 열었다. 화면 속의 우리는 모두 웃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이유를 떠올리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유나가 나를 봤다. “또 잃었어?” “조금요. 뭘 잃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도겸아. 내가 재민이를 찾는 일 때문에 네 기억을 더 잃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럼 제 일을 제대로 하죠. 다른 사람들하고 나눠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을 끝내고 나니 별안간 배가 고팠다. 우리는 자판기에서 빵을 꺼냈다. 새벽에도 빵은 평범하게 눅눅했다. 그 사실이 위안이 되는 건 처음이었다. 서아는 종이에 쓴 세 번호 중 장치 관리 코드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걸 실제 사람의 근무 기록에서 떼어 놓을 수 있으면, 재민이를 불러내는 대신 누군가의 빈자리를 남길 수 있어.” “빈자리?” 유나가 물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표시. 누가 와서 채울 때까지 자동으로 다른 사람 이름을 넣지 않는 거지.” 그런 종류의 빈자리라면 나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른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삶을 끼워 넣지 않는 빈자리. 처음으로 빈칸이 두렵지 않았다. 다섯 시 십오 분, 남 형사가 기록 열람 허가를 받아 돌아왔다. 낡은 직원 명부에는 ‘보호자 대체’ 권한 발급자 자리에 한정호라는 이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서명의 필획이 다르다는 메모도 함께 있었다. “한정호 씨의 본명이나 생존 여부가 아직 완전히 확인된 건 아닙니다.” 형사가 말했다. “다만 그의 권한이 본인 동의 없이 복제됐을 가능성은 올라갔어요.” “구태형 계정과는 다르죠?” 서아가 물었다. “다릅니다. 이건 별도 보관 장치에서 나왔습니다.” 다섯 시 사십 분, 현장 책임자가 출입문을 열었다. 유나는 자신이 직접 내려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안전상 첫 진입은 구조팀이 하기로 결정됐다.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구조팀이 발견한 응답을 임의로 가족의 동의로 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동생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기다리기 힘들어요.” 유나가 말했다. “그래도 누군가 확인하지 않은 기록으로 재민이를 데려오는 건 싫어요.” 출입구에서 호흡기 점검이 시작됐다. 나는 오른쪽 손목에 작은 수첩을 고정했다. 혹시 시간을 잃어버려도 무슨 일을 했는지 읽을 수 있게 하려는 습관이었다. 05:58:47. 문석이 외쳤다. “배정서가 두 장으로 갈라졌어!” 화면에는 같은 이름의 서로 다른 명령이 나란히 떠 있었다. [오재민: 하부 중계기 내부 관측] [오재민: 외부 보호자 대리 근무] 한쪽에는 실종자의 이름이, 다른 쪽에는 유나의 보호자 권한이 걸려 있었다. 누군가 재민을 호출하는 척하면서 유나를 다시 묶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서아는 즉시 외부 보호자 대리 명령의 재검토 신청을 넣었다. 문석은 기록 쓰기 권한이 차단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 형사는 구조팀에 대기 신호를 보냈다. 05:59. 복도의 형광등이 하나씩 멈췄다. 모니터에 세 번째 명령이 나타났다. [보호자 부재 시 동의 추정] 그리고 잠깐, 유나의 이름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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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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