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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69화
PAYLUA ORIGINAL · 제169화

169화. 새벽을 멈추는 열쇠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696자

오프라인 책장
두 번째 시험은 오전 다섯 시 오십구 분에 예정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우연히 휘말리지 않기로 했다. 남 형사는 현장 출입과 장비 점검을 허용받은 사람을 구분했고, 이채원은 내부 비상 통신이 유지되는지 세 차례 확인했다. 강문석은 정산망의 예약 명령을 별도로 추적했다. 진서아는 오유나의 현재 의사와 실험 참여 범위를 문서로 남겼다. 나는 그 자료가 서로 같은 시각을 가리키는지 점검했다. “다들 준비됐어요?” 내가 물었다. 유나가 고개를 저었다. “안 됐어.” 나는 멈칫했다. “그럼 중단하죠.” “그 말부터 하려고 했어. 오늘은 내가 준비됐다고 말할 때까지 안 시작하는 거야.” 우리는 일정을 다시 검토했다. 시험이 자동 실행되는 한,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경고였다. 채원은 안전상 관측실에 사람을 넣지 않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유나가 외부 복도에 있어도 출근망이 이름을 호출할 가능성은 있었다. 결국 우리는 내부 통신을 확보하고 새 계약 작성부만 잠그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구태형이 내준 U-00 열쇠는 작은 금속 상자 안에 놓였다. 한 사람의 이름으로 몇 년의 시간을 강제로 가져간 기계를 멈추는 열쇠라니, 지나치게 작았다. “이거 정말 효과가 있겠어요?” 내가 물었다. “없으면 없다고 기록되겠죠.” 채원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는 실패를 성공이라고 쓸 생각은 없었다. 작업 직전, 시설 담당자가 우리를 좁은 대기실로 불렀다. 그곳에는 오래된 소방 훈련 표지가 붙어 있었다. 화재가 났을 때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경로는 세 개였고, 그중 하나는 공사 때문에 막혀 있었다. “사람이 안쪽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비상 상황에서 어디로 나와야 하죠?” 그가 물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모든 관심을 데이터와 신호에 쏟느라 실제 사람의 피난 경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채원이 즉시 시험 절차를 멈췄다. 시설 측과 함께 외부 대피 경로를 확인하고,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복도와 열리지 않는 봉쇄 구간을 구분했다. 귀환문 자체는 열지 않았지만 그 앞에서 사고가 날 경우 누가 구조 요청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해졌다. 남 형사는 응급 연락망을 따로 적었다. 유나가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내게 속삭였다. “이렇게 하는 게 맞겠지?” “예. 세상이 멈춘다고 해서 소화기 위치까지 멈추는 건 아니니까요.” “진지한 말을 조금만 더 진지하게 해 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현장에서 구체적인 일을 준비하는 사이 두려움이 조금 작아졌다. 준비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주문이 아니었다. 사고가 나더라도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서로 알고 있다는 약속이었다. 05:55. 채원이 수동 중단키를 시험용 소켓에 넣었다. 기록부에 표시된 상태가 ‘새 계약 쓰기 허용’에서 ‘보류’로 바뀌었다. 내부 비상 회선에서는 두 번의 응답 신호가 들어왔다. 채원은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의 신호인지 기계의 진단인지 아직 모른다고 했다. 05:57. 남 형사는 유나에게 현장에 머물 것인지 한 번 더 물었다. 유나는 외부 관측 구역에 남겠다고 답했다.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나가기로 해도 누구도 막지 않기로 했다. 05:58. 복도 안내등이 어두워졌다. 회선마다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했다. 내 머리 뒤쪽에서 익숙한 통증이 솟았다. 한때는 그 통증이 내가 특별하다는 표식 같았다. 이제는 무리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도겸아.” 서아가 말했다. “가능하면 정지 구간에 들어가지 마.” “저도 그러고 싶어요.” “가능하면 말고. 들어가더라도 사람과 장비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장비는 나 혼자 움직인다고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 05:59. 유리가 하얗게 변했다. 나는 움직일 수 있었다. 유나는 외부 관측 구역에서 멈춘 것처럼 보였다. 전날과 달랐다. 그 앞에 다른 유나가 서 있었다. 영상 속에서 보았던 정중한 표정과 옷차림이었다. 그녀는 내 쪽을 보지 않고 수동 종 손잡이로 걸어갔다. “멈춰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이 누구든 유나 씨 대신 대답하면 안 돼요.” 영상 속 유나는 종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바깥에서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 [기록 오유나: 동의] [현재 오유나: 비응답] [대리 근무 인수 준비] 나는 손을 뻗으려다 멈췄다. 설령 저 여자가 사람이라고 해도 만질 권리가 없었다. 대신 서아가 써 준 종이를 들어 화면 쪽으로 보여 주었다. ‘비응답은 동의가 아니다.’ 화면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내가 들고 있는 종이의 글자를 읽는 시스템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문장은 우리에게 남는 기록이 되어야 했다. 상자 안의 U-00 열쇠가 움직였다. 우리는 새벽 전에 이미 잠금 위치에 넣어 두었다. 내가 손대지 않았는데도 소켓의 표시등이 초록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신규 계약 쓰기: 보류] 영상 속 유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같은 말을 다시 했다. ‘나는 대리 근무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화면에는 아무 계약도 생성되지 않았다. 그때 관측실 깊은 곳에서 실제 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겸아, 뒤를 봐.” 나는 돌아섰다. 멈춘 것처럼 보이던 그녀는 복도 반대편에 서 있었다. 방금까지 거기에 있었는지, 아니면 기억에서 빠진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른손에 종이시계를 들고 있었다. “난 저 여자 아니야. 그리고 오늘은 대신 일하지 않을 거야.” 그 순간 새 계약 작성부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작성 실패: 원격 대리 서명 차단] 영상 속 유나는 종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내가 보는 동안 얼굴이 점점 흐려졌다. 어느 순간 그녀는 어린 남자아이의 그림자로 겹쳐졌다. 손에 종이시계가 들려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 아이를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재민아?” 내 입에서 나온 이름에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러나 대답은 오지 않았다. 누군가 내 말을 이용해 또 다른 계약을 만드는 장치일 수 있었다. 나는 즉시 뒷걸음쳤다. 미안했다. 진짜 아이가 있다면 이름을 부른 내가 도움을 주려다 오히려 위험하게 했을지도 몰랐다. 그림자는 사라지고 빈 관측실이 남았다. 나는 종이시계만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손으로 집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빛으로 만들어진 그림처럼 흔들리다가 소리 없이 꺼졌다. 나는 다시 수첩을 펼쳤다. 영상 속 그림자가 재민이였다고 쓸 수 없었다. 다만 ‘아이처럼 보이는 영상 출현, 실재 여부 미확인’이라고 적었다. 마음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지만 손은 정확한 단어만 골라 움직였다. 05:59:59. 복도에 다시 소리가 돌아왔다. 남 형사가 문을 잡았고, 서아는 유나가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이채원은 내부 비상 회선을 점검했다. 통신은 살아 있었다. 다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세 번의 종소리가 한 번 더 들어왔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잠깐 잃어버린 것이 있었다. 출근하기 전 서아와 나눈 약속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수첩을 펼치니 내 글씨로 적힌 문장이 있었다. ‘위험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알려라.’ 작은 약속 하나를 잃은 대가로 우리는 한 건의 새 계약을 막았다. 완전한 승리라고 부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강문석이 화면을 가리켰다. “도겸아. 큰일 났어.” [새 계약: 0건] [기존 예약 계약: 4,183건] [예약 실행일: 2027.01.01 06:00] 시험은 막았다. 하지만 미래에 이미 써 놓은 계약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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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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