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65화
PAYLUA ORIGINAL · 제165화

165화. 뒤집힌 황동 종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436자

오프라인 책장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낡은 영병원 별관에서 종을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장비의 자동 출력선을 끊어 둔 상태였고, 수동 종을 울릴 수 있는 손잡이는 관측실 내부에 있었다. 그래도 소리는 분명히 났다. 남 형사가 시각을 적었다. 오전 열 시 십일 분. “또 열한 분이네.” 내가 말했다. “우연일 수도 있어.” 서아가 대답했다. “그래서 횟수를 세는 거야.” 장비 관리자인 이채원은 도면을 펼쳐 놓았다. 종의 회로는 세 갈래였다. 사람이 직접 당기는 수동선, 시설 장애가 나면 연결되는 안전선, 그리고 2011년에 추가된 외부 정산선. 마지막 선은 오래전에 사용 중단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사용 중단과 연결 해제는 다릅니다.” 채원이 말했다. “도면에는 중단이라고만 적혀 있어요.” 우리는 시설 담당자의 입회 아래 외부 정산선의 상태부터 검사했다. 전선에는 아직 약한 신호가 흐르고 있었다. 자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어떤 장치에 이어져 있는지 모른 채 끊으면 안쪽 사람의 비상 호출까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세 선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따로 기록했다. 첫 번째 수동선, 조용함. 두 번째 안전선, 짧은 잡음. 세 번째 외부선,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두 번의 진동. 딱. 딱. “문 안쪽 사람이 한 두드림과 같아.” 내가 말했다. “모양은 같지.” 유나가 대답했다. “출처도 같다고 보장되진 않아.” 발신 경로를 확인하는 동안 유나가 휴대전화를 꺼진 상태로 탁자에 올렸다. 나는 화면을 만지지 않고 바깥쪽 보호 케이스만 살폈다. 케이스 안에는 오재민의 종이시계 그림이 들어 있었다. “정말 이 휴대전화에서 나온 신호예요?” 채원은 즉시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송신 주소가 기기의 실제 위치를 증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등록한 식별자를 다른 장치가 재사용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유나의 단말기는 새벽 시험 뒤 전원이 꺼져 있었다. “송신자 정보가 오유나라고 적혀 있는 것과 오유나 씨가 보냈다는 건 다른 사실입니다.” 그 말에 유나가 짧게 웃었다. “오늘 제 이름이 정말 인기가 많네요.” “인기 있어도 로열티는 0원이네요.” 내가 받았다. “너는 농담에도 세금 붙이겠다.” 우리는 외부 정산선의 접속 표본을 확보했다. 송신을 실제로 발생시킨 서버는 식별되지 않았지만, 메시지의 맨 끝에는 오래된 구형 장치 특유의 오류 코드가 붙어 있었다. 채원은 2011년 BELL-R 시험기에 같은 오류가 남았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유나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다시 끼웠다. 가장자리의 그림이 손톱에 스치며 조금 구겨졌다. “재민이 이름이 또 나오면 어쩌죠?” “제가 먼저 보지 않고 유나 씨한테 확인받을게요.” “그것만으로는 안 돼.” 유나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 “무슨 일이 생기든 내 옆에서 도망가지 마. 대신 뛰어들지도 말고.” 나는 손바닥을 보여 줬다. “도망치지 않기, 뛰어들지 않기. 개발자에게 동시 처리 요구가 너무 많습니다.” 유나는 그제야 웃었다. 채원은 외부 신호의 원본을 열어 보여 주었다. 2011년에 추가된 장치에는 위험한 상태일 때 한 번 울려야 할 종을 ‘동의 표시’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었다. 누군가 멈추라는 뜻으로 친 종이, 밖에서는 들어오겠다는 뜻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럼 안에 있던 사람이 종을 계속 쳤을수록, 서류에는 계속 동의했다는 기록이 쌓인 거네요.” 내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채원은 실제 종을 치기 전에 평소 사용하던 작고 둥근 종이컵을 책상 위에 놓았다. 컵 옆에는 안전 점검표가 있었다. “이 회로는 명령을 받는 선이 아니라 상태를 알리는 선이어야 했어요.” “그걸 바꾼 사람은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내가 물었다. “신호 두 개가 들어왔는지만 검사했으니까요. 누가 무엇을 원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거죠.” 우리는 세 차례 작은 시험을 했다. 수동 종이 울렸을 때 기록은 ‘안전 경고’로 남았고, 외부선이 같은 횟수만큼 울리자 ‘대리 확인’으로 바뀌었다. 신호의 형태는 비슷했지만 설계 목적은 전혀 달랐다. 채원은 자신이 직접 종을 쳤음을 증명하기 위해 손잡이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남겼다. 세 번째 시험을 끝냈을 때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에 정말 사람이 있습니까?” 남 형사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직 확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사람에게 필요한 안전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가 잘 돌아가는지만 확인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문 안쪽의 공기와 바깥의 시계를 동시에 살폈다. 그 작은 행동을 보며 나는 책임이라는 말이 서류에 도장 찍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4번 테이프의 파형과 종의 신호를 비교했다. 1998년 수동 종은 단순한 경고용이었다. 2011년 정산 모듈은 그 경고를 확인 응답으로 복제했다. 동일한 신호가 어떤 회로를 통과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됐다. 서아가 검사용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이 규칙을 바꿔야 해. 아니, 원래 규칙부터 되찾아야 해.” “프로그램을 고쳐요?” 내가 물었다. “그보다 먼저 신호의 뜻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걸 남겨. 동의 기록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남 형사는 현장 기록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담당 부서에 보관국 장부의 신뢰성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행정 절차가 한 번에 모든 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기록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 근거는 쌓였다. 유나는 자신의 05:59 기록을 꺼냈다. [관측자 본인 확인: 완료] 그 아래 아주 작은 식별자가 있었다. [BELL-R / 역상 확인 모듈] “내가 손으로 누른 것도 아닌데.” “종의 긴급 신호를 누른 걸로 바꾼 거죠.” 내가 말했다. “당신이 싫다고 할수록 동의가 되는 구조였던 거예요.” 유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는 내가 대신 화내 주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았다. 천천히 자신의 언어를 찾고 있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직접 말할게.” 우리는 녹음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그녀의 말을 기록했다. “나는 새벽 다섯 시 오십구 분의 출근망 시험에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내 침묵과 경고 신호를 동의로 처리하지 마세요.” 채원은 전자 기록의 자동 응답값을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열에 남겼다. 시험에 반영될지는 아직 불분명했지만, 그날의 유나에게는 증언할 시간이 있었다. 검사가 끝나 갈 때 세 번째 외부선에서 또 한 번 신호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었다. 딱. 딱. 딱. 채원이 얼굴을 굳혔다. “이건 1998년 설계에 없는 신호예요.” “2011년에는요?” “거기에도 없어요.” 신호 기록 화면 하단에 송신 주소가 표시됐다. 놀랍게도 발신지는 영병원도, 외부 정산망도 아니었다. [발신 경로: 오유나 개인 단말기] 유나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전원은 꺼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화면이 켜지기도 전에 종이 또 한 번 울렸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65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6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