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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59화
PAYLUA ORIGINAL · 제159화

159화. 대답하지 않을 자유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773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기다리겠다'는 버튼을 찾지 않았다. 대신 직접 문 앞에 가겠다고 말했다. 유나가 한숨을 쉬었다. “또 영웅 행세할 생각이야?” “아니요. 이번에는 팀장한테 야근 승인도 안 받고 갑니다.” “그게 뭐가 달라?” “이번에는 아무도 데리고 들어가지 않을 거니까요.” 서아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혼자 간다는 뜻이면 그건 더 안 돼. 우리가 같이 가겠다는 것도 아니야. 안전한 범위에서 각자 맡을 일을 한다는 뜻이지.”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용기였다. 예전의 나는 중요한 장면에 반드시 등장해야 주인공인 줄 알았다. 지금은 주인공이 퇴근한 뒤에도 세상은 계속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3 귀환문 앞에는 작은 책상이 놓였다. 안쪽을 향한 마이크와 바깥의 수동 종. 별도의 화면에는 음성 합성기 사용 여부가 표시됐다. 오늘은 C-07의 자동 서명 출력이 꺼져 있었다. 우리는 안쪽 사람에게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서아가 처음 입을 열었다. “말씀하실 수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 주실래요?” 긴 침묵. 나는 그 사이 내 시계를 보았다. 오후 여섯 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과거의 기록에 적힌 시각이 다가올 때마다 숨이 가빠졌지만, 오늘은 손목시계를 벗어 책상 위에 놓았다. 작은 종이 두 번 울렸다. 그리고 마이크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불을 좀 낮춰 줘요.' 여자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이전 녹음에 있던 여자와 비슷했다. 다만 말끝에 떨림이 있었고,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처럼 목이 잠겨 있었다. “빛이 너무 강한가요?” 서아가 물었다. '네. 문을 열면 눈이 아파요.' 현장 담당자는 내부 조도를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설명했다. 실제 사람이 있는 곳인지, 영상이 재생되는 공간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명을 낮추는 조치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만들 가능성이 작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되돌릴 수 있었다. 우리는 바깥 조명을 절반으로 낮췄다. 종이 한 번 짧게 울렸다. “편해지셨나요?” '조금.' 나는 그 짧은 대답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름이나 날짜를 물었으면 정확한 답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누군가를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시험했을 것이다. “밖에서 무엇을 준비해 드릴까요?” '종을 떼지 마세요.' 모두가 조용해졌다. “왜요?” '문이 닫혀도 내가 바깥에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있었거든요.' 나는 숨을 들이켰다. 아버지가 1998년에 남겼다는 수동 종. 그 장치가 오늘까지 남은 이유가 설명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구든 이 말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종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서아가 말했다. '그리고 오늘은 열지 말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장치 화면에 경고가 떴다. [개방 기회 손실 예정] [기회 종료 전 자동 개방 가능] 나는 수신기의 뚜껑을 닫았다. 자동 개방 버튼은 보이지 않게 가려졌다. 현장 담당자는 허가된 작업 구역에서 자동 개방 신호가 나가지 않도록 상태를 확인했다. 우리는 안쪽 목소리가 '오늘은 열지 말아 달라'고 말한 뒤 대화 절차를 종료했다. 한 번 더 질문하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서아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요청을 들었으면 그 뒤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현장 담당자는 실제 문을 건드리지 않고 별도의 시험 화면에서 자동 개방 처리 상태를 확인했다. 운영망은 한때 '응답 없음'을 '동의'로 처리했으므로, 오늘의 분명한 거절을 어떻게 기록하는지도 검증해야 했다. 시험 화면에는 '문 개방 유예'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유예라는 건 결국 기한이 있다는 거잖아요.” 내가 물었다. “맞아요. 그래서 임의 개방 금지를 독립된 안전 기록에 남기겠습니다.” 담당자가 대답했다. 서아는 종이 기록에도 '당사자 요청: 오늘 개방하지 말 것'이라고 적었다. 나는 빈칸을 보다가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분이 내일은 문을 열어 달라고 하면요?” “그때는 내일의 상황을 확인해야지.” “내일 누가 됐든 도겸이가 대신 대답할 건 아니고.” 유나가 덧붙였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나는 손을 들었다. “왜요? 제가 그렇게 못 믿을 사람인가요?” “응.”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나는 억울한 얼굴을 했지만 조금 웃었다. 저 둘이 내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들어 주고, 내가 잘못하면 바로 말해 준다는 사실이 좋았다. 문 가까이 서 있는 동안 나는 어릴 때 병원 복도에서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 기억이 정확한지 확신하지 못했다. 대신 지금 이 자리의 공기와 소리, 서로의 표정은 기록해 둘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일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거슬러 올라왔지만, 정작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었다. 현장 담당자가 비상 전원의 상태를 확인했다. 문은 열리지 않았고, 안쪽으로 전달되는 수동 종 신호도 살아 있었다. 우리는 각자가 맡은 일을 다 확인한 뒤 기다렸다. 바깥의 벽시계가 여섯 시를 향했다. 오후 여섯 시. 시계의 초침이 멈췄다. 창밖에서 떨어지던 비가 허공에 매달렸다. 여전히 나는 움직일 수 있었다. 서아와 유나는 내 옆에서 굳어 있었다. 이 정지 구간에서는 우리가 준비한 기록 장치 중 일부도 멈췄다. 문 안쪽에서 느린 발소리가 났다. 한 걸음, 두 걸음. 나는 몸을 돌렸다. 멈춘 사람을 데리고 나오는 것은 내 몫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안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등을 돌리기는 어려웠다. 정지된 시간 안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여자가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유리의 반사 때문에 얼굴이 두 개로 겹쳤고, 조명을 낮춘 탓에 눈동자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거기에는 서아가 남긴 한 문장이 있었다. '상대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것도 대답의 일부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문 안쪽을 바라봤다. 만약 저 사람이 진짜라면, 이미 자신의 선택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문을 열지 말아 달라고. 그 말은 내 눈앞에 무엇이 보이든 변하지 않았다. 바깥 세상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 복도 저편에서 굴러가던 먼지가 허공에 서 있었고, 유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던 자세 그대로였다. 나는 이 순간만큼은 누군가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시간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문 가까이에 놓인 비상등을 살폈다. 사람이 있든 없든, 정전이 나면 이곳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비상 전원이 연결돼 있다는 표시를 확인하고 사진 대신 수첩에 적었다. 정지된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거대한 진실을 찾는 일이 아니라, 나중에 모두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게 확인하는 일일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문 안쪽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빛의 얼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천천히 창을 가로질렀다. 멈춘 시계가 다시 한 번 짧게 울렸다. 관측창에 희미한 얼굴이 비쳤다. 나이가 든 여자였다. 눈 아래에는 깊은 그늘이 져 있었다. 분명히 전에 본 것 같았다. 그 여자는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창가에 작은 물건 하나를 놓았다. 낡은 학생증. 증명사진은 닳아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고, 이름 칸에는 두 글자가 남아 있었다. '도윤'.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누가 남긴 물건인지도, 왜 보이게 두었는지도 몰랐다. 다만 이것이 남기혁 형사의 형과 관련된 흔적일 가능성은 있었다. 그때 손목시계가 다시 울렸다. [정지 구간 관측: 미등록 동작 1건] [기존 근무자 외 추가 인원 확인] 내가 아닌 누군가가, 멈춘 시간에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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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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