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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51화
PAYLUA ORIGINAL · 제151화

151화. 열한 번째 초인종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870자

오프라인 책장
오후 여섯 시 십 분 이십칠 초. 나는 초인종 소리를 세 번 들었다. 하나는 작업실 책상 위 낡은 수신기에서, 하나는 내 휴대전화에서, 마지막 하나는 아무것도 울리지 않아야 할 손목시계 안쪽에서 났다. 마지막 소리는 머릿속을 손톱으로 긁는 듯했다. [외부 회신 주소 변경 완료] [신규 수령인: 차도겸] [회신 유효 기한: 18:11:00] “주소를 바꾸는 데 내 동의는 필요 없다는 거야?” 수신기는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문장이 떠올랐다. '도겸아. 아빠가 문을 닫았다는 말을 믿지 마라.' 나는 두 손으로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이 문장은 지금 당장 아버지에게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다. 아니, 달려갈 수 있다고 믿고 싶게 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남아 있는 사망 기록도 있었다. 그런데 화면 속 단어들은 기록보다 목소리가 강하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전화가 울렸다. 오유나였다. “수신기에서 떨어져.” “떨어져 있어요. 정확히 두 팔 길이.” “네 두 팔이면 생각보다 길겠네. 이번에는 장난치지 말고.” 유나의 목소리 뒤로 자동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서아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남기혁 형사에게도 연락이 갔다. “손목시계가 제 수신 여부를 묻고 있어요.” “대답하지 마. 수신과 수락을 같은 버튼으로 만들었을 수 있어.” 나는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다가 도로 껐다. 여섯 시 정지 현상 중에는 사진의 생성 시각마저 엉켜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대신 책상에 붙여 둔 낡은 종이 달력의 뒷면을 꺼냈다. 볼펜으로 화면의 글자와 초 단위를 그대로 적었다. 복사할수록 원본이 흐려지는 세상에서 종이도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내 손이 무엇을 썼는지는 남길 수 있었다. 18:10:41. 작업실 창밖에서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허공에 멈췄다. 그 옆의 가로수가 움직이지 않았다. 세 번째 여섯 시의 파편이 열한 분 뒤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려다 멈췄다. 시간을 멈춘다는 것이 언제나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회신 수령 확인] [동의 여부: 미입력] 그때 수신기 아래쪽에서 흰 종이 조각이 떨어졌다. 손으로 만지기 전까지 나는 그것이 종이라는 것도 몰랐다. 오래된 팩스 롤을 뜯은 듯 거칠었고, 가장자리에 손톱만 한 구멍이 일정하게 뚫려 있었다. 종이에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외부 수령인의 침묵은 확인 절차의 지연으로 분류한다.' 나는 천천히 그 아래 문장을 읽었다. '지연 시간은 해당 수령인의 근무 시간으로 환산할 수 있다.' “이게 말이 돼?” 침묵하면 근무했다고 처리한다. 그런 뒤 근무한 시간만큼 무엇인가를 갚으라고 요구한다. 보관국은 사람을 납치하는 장치이기 전에 사람의 망설임을 빚으로 만드는 계산기였다. 개발자로서는 기가 막히게 최적화된 악성 알고리즘이었다. 악당이 기획서를 쓰면 이렇게 쓰는 모양이었다. 나는 종이를 뒤집었다. 뒷면에는 아주 오래된 손글씨가 있었다. '무응답은 미확인'. 익숙한 단어였지만 글씨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손글씨는 인쇄된 조항보다 먼저 작성된 것처럼 보였다. 두 잉크의 두께도 달랐다. 손을 뻗어 종이를 챙기는 순간, 멈춘 세상에서 의자 바퀴가 혼자 반 바퀴 돌아갔다. 나는 놀라서 책상에 부딪혔다. “젠장!” 휴대전화 카메라에는 그 장면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지난주에 찍은 사진 한 장이 화면에 나타나 있었다. 어머니가 식탁에서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나는 내가 그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사진 날짜는 남아 있는데 그 순간의 감정이 머릿속에서 깨끗이 빠져 있었다. 내 능력의 대가가 다시 왔다. 나는 사진을 한참 바라봤다. 어머니가 내 쪽으로 반찬 접시를 밀어 주고 있었고, 나는 사진 바깥에서 무슨 농담을 한 듯했다. 기억이 사라지는 일은 모든 장면이 검은색이 되는 게 아니었다. 가장 평범하고 그래서 다시 만들기 어려운 순간부터 빈칸이 생기는 일이었다. 수신기가 다시 울렸다. 나는 빈칸을 메우려고 아버지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었다. 대신 사진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 '오늘, 어머니가 웃던 기억이 빠짐. 나는 그것을 아쉬워함.' 적어도 아쉬웠다는 사실까지 내일 잊지 않기를 바랐다. 화면 아래 버튼 두 개가 생겼다. '읽고 수락'과 '수령 거부'. 받는 사람이 그 편지를 읽지 않고는 출처도 알 수 없게 해 놓고, 읽는 순간 수락하도록 만든 구조. 회사에서 이런 화면을 배포했다면 민원이 들어오기도 전에 내가 코드를 되돌렸을 것이다. 나는 버튼을 건드리지 않았다. 장치 후면의 작은 종이 배출구를 살폈다. 1998년에 만들어진 회선은 완전히 디지털이 아니었다. 수신 여부를 따로 인쇄하는 유지보수 기능이 있었고, 그 기능에는 사용자의 계약 동의가 필요하지 않았다. '상태 출력'. 버튼을 눌렀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렇게 변색된 종이가 나왔다. 손목시계가 한 번 울렸지만 거기에 나타난 상태는 변하지 않았다. [동의 여부: 미입력] 휴대전화 화면에 유나의 메시지가 떴다. 시간이 정지했는데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관측망 내부의 회선이라는 뜻이었다. '서아와 아래 도착. 문 열지 말고 있어.' 마침내 18:10:59. 수신기에서 아버지의 이름 아래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나는 문 밖에 있었다. 안에서 내 이름으로 나간 사람을 찾지 마라.' 뒤이어 단어가 지워졌다. '찾지 마라'가 '찾아라'로 변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문장을 수정하는 사람이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화면을 건드리고 있었다. 저장된 편지였다면 마지막 초에 단어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 물론 자동 규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1998년에 작성된 완전한 원문'이라는 주장은 거짓이었다. 나는 지워지기 전의 문장을 종이에 적었다. 동시에 상태 출력에서 조그만 줄 하나를 발견했다. [원문 생성: 1998.06.11] [발송 문구 조립: 2026.10.27 18:10] 아버지가 1998년에 남긴 말과 방금 만들어진 문장이 하나로 붙어 있었다. 18시 11분 직전, 나는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수신기 상단에는 아주 작게 '연결 시각 오차: 0.73초'라는 글씨가 보였다. 이 장치가 표시하는 시간은 실제 벽시계보다 아주 조금 빨랐다. 혹시 그 오차 때문에 누군가 계약 기한을 놓쳤다고 처리된 것은 아닐까. 나는 작업실의 다른 시계 세 개를 나란히 놓았다. 전자레인지, 벽시계, 휴대전화. 멈춘 세계에서 전자레인지 숫자는 변하지 않았고, 벽시계 초침은 정지해 있었다. 그런데 수신기만 계속 시간이 흘렀다. “자기 마음대로 시간이 간다고.” 나는 기록지에 시계를 그려 넣었다. '서버 시각과 사람의 시각 다름.' 단지 기술적인 오류처럼 보이지만, 이 시스템이 누군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자체 시간을 쓰고 있을 수도 있었다. 창밖의 자전거를 타던 소년이 멈춘 채로 웃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달렸을까. 나는 그가 오늘 밤 집으로 돌아가 어른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할지 몰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소년이 오늘의 시간을 어떤 계약서에도 맡긴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난생처음 나도 모르게 되뇌었다. “돌아가야 할 사람부터 돌려보내자.” 그러나 한 가지가 더 필요했다. 누가 돌아가야 할지를 내가 정하지 않는 것. 나는 종이에 그 조건까지 써 두었다. 18:11:00. 정지했던 자전거가 다시 움직였다. 수신기의 두 버튼이 사라졌다. 대신 화면 전체에 붉은 테두리가 생겼다. [수신인 회신 없음] [다음 수신인을 자동 검색합니다] 나는 허리를 폈다. “이제 내 이름으로는 못 받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보내겠다는 거지?” 그때 목록의 맨 위에 익숙한 이름이 떴다. '차도겸 가족 — 보호자 연락처'. 어머니의 휴대전화 뒷자리였다. 나는 종이를 구겨 쥐었다. 기계가 마침내 내 가장 약한 곳을 알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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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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