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은 해결된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돌아갈 집이 없다'고 말한 목소리의 귀환지 자동 배정을 멈췄다. 그러나 그 사람은 여전히 세 번째 문 안에 있었다. 171건의 오래된 항목도 정리되지 않았다. 남도윤이 어디 있는지, 아버지 차정수가 살아 있는지, 어린 시절의 서아가 무엇을 보았는지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바뀌었다. 아무도 상대가 대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신 대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임시 중지였지, 영구 삭제는 아니었어.” 강문석이 말했다.
“그럼 다시 켜질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래. 그래서 증거와 제도 둘 다 남겨야 해.”
남 형사는 정식 조사 기록과 관련 신고의 보존 절차를 진행했다. 이채원은 3번 테이프의 원본 보관 조건을 다시 확인했고, 박혜림은 공식 증언 범위를 스스로 결정했다. 누구도 자신이 모든 해답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이 전보다 믿음직했다.
서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컵라면을 끓여 주겠다고 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제대로 된 밥 먹자.”
“나한테 요리를 부탁하는 건 위험한 선택인데.”
“알아. 그래서 배달시키려고.”
우리는 처음으로 웃었다. 그날의 웃음은 사건이 사라져서 나온 게 아니었다. 사건을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는 허락을 서로에게 준 웃음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나는 1998년 녹음의 두 아이를 생각했다. 문 안에서 말한 아이와 문 밖에서 말을 전한 아이. 2011년의 누군가는 두 목소리를 하나로 합쳤다. 그 과정에서 내 이름도, 서아의 이름도, 남도윤의 이름도 자기 편한 대로 끌어다 썼다.
“서아야.”
“응?”
“만약 네가 문 밖에 있었던 아이라면, 안에 있던 아이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싶어?”
서아는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응. 그런데 기억 안 난다고 내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 그 아이가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면 기다려야지.”
“정답 같아.”
“정답 찾으려고 한 말 아니야. 그냥 내가 원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의 선택에 정답 도장을 찍는 것마저도 우리가 버려야 할 습관이었다.
오후에는 아카이브에서 새 자료가 왔다. 2011년 4번 테이프의 폐기 보고서 뒤에 첨부된 수기 메모였다. 3번과 중복이라는 설명과 달리, 마지막 페이지에는 '복제 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원본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은 없었다.
그런데 첨부물의 다른 쪽 끝에 작은 그림이 있었다. 문고리 두 개와 책상 하나. 책상에는 카세트테이프가 놓여 있었다. 어린아이의 그림 같았지만, 만든 시각과 작성자가 확정되지 않은 복사본이었다.
“이건 1998년의 그림이라고 단정하지 말자.” 이채원이 말했다.
“네.” 나는 대답했다. “그런데 두 문 사이에 책상이 있다는 건 흥미롭네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직접 갈 수 없어도, 책상 위에 말을 놓아 둘 수는 있죠.”
서아가 그 말을 들으며 그림을 오래 바라봤다. 그러더니 자기 수첩을 꺼내 똑같은 책상을 그렸다. 문 양쪽에는 작은 사람을 하나씩 그렸다.
“둘 다 나가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어.”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나가는 걸 결정하는 건 그다음 일이야.”
그날 오후 여섯 시. 우리는 다시 시험 구역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제 대화한 사람은 오늘 쉬고 싶다고 할 수 있었다. 대신 장치가 먼저 요청을 보내는지 외부 기록으로 확인했다.
[귀환 위치 자동 배정: 중지 상태 유지]
[발신 대기: 없음]
나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이제 여섯 시가 된다고 반드시 내가 움직여야 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시간을 멈추는 동안 다른 사람이 잃어버렸던 시간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 무게가 내 손목 하나에 달려 있지는 않았다.
서아가 집으로 돌아간 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 먹으러 오라는 전화였다. 나는 평범하게 대답했다.
“갈게요. 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
“급하게 오지 마. 밥은 데우면 되니까.”
전화를 끊었을 때 화면에 이상한 알림이 떠 있었다.
[가정용 반환 회선 06-11]
[미전달 회신 1건 발견]
[수신 예정자: 차도겸]
나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어제까지는 서아 앞으로 온 질문을 찾았다. 오늘은 내 앞으로 온 회신이었다.
“누가 보냈지?”
단말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작성 시각과 편집 시각을 표시했다.
[최초 작성: 1998.06.11 18:11]
[2011년 수정: 없음]
[2026년 수신 가능]
나는 먼저 물리 원본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결과는 짧았다.
'4번 회신 원본 / 방송 아카이브 보관 여부 확인 중.'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아버지 이야기를 떠올렸다. 차정수라는 이름은 내가 어디에 가든 나타났다. 병원의 안내문, 출입 기록, 오래된 도장, 가정용 전화 회선. 그런데 그중 어떤 것도 아버지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 주지는 못했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면 먼저 밥을 먹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 말이 달라졌다. 돌아온 사람이 아버지인지 확인하고, 그 사람이 들어오고 싶은지 먼저 묻겠다고 했다.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기다림이 다른 사람을 가두는 열쇠가 되지 않게 된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떠올리려고 했다. 말 한마디가 온전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 대신 그가 일하던 책상에 있던 작은 스티커가 생각났다.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문제는 사람보다 먼저 종료하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문장이 원래 있었는지, 훗날 본 자료가 기억을 만들어 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수첩에는 '기억나는 것처럼 느껴짐'이라고 썼다. 옛날 같았으면 확신에 차서 중요한 암호라고 떠들었을 것이다.
서아는 전화로 내게 말했다.
“너 지금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흔적이 너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 한다면, 그때는 멈춰야 해.”
“왜?”
“그 흔적은 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아버지면?”
“아버지여도 네가 혼자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어.”
나는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다봤다. 우리가 150화 가까이 돌아와서야 배운 말이었다. 가족의 이름이 걸려 있어도 누군가 나 대신 선택할 수는 없고, 나 역시 그 이름을 믿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밀어 넣을 수 없다.
나는 종이에 굵게 썼다.
'이름을 확인하는 것보다 말을 한 사람을 확인할 것.'
그때 화면의 알림이 다시 한 번 반짝였다.
나는 몇 달 전 처음으로 시계를 고쳤던 밤을 떠올렸다. 손목시계가 매일 여섯 시를 알려 주고, 나는 그것을 능력이라 부르며 당황했다. 처음에는 친구에게 자랑할 수도 없고 회사에 출근하기도 무서웠다.
그런데 이제 그 시계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보다, 누구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는지를 기록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소극적인 행동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남의 이름을 빌려 망설임을 지워 버리는 세상에서는, 기다리는 일이 가장 어려운 행동일지도 모른다.
나는 시계를 책상 옆에 내려놓았다. 어떤 목소리가 아버지의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그 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확인할 때까지 서명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멀리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집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작업실 책상 위, 꺼진 줄 알았던 옛 보조 수신기에서 나는 소리였다. 누군가 폐업한 병원 회선을 통해 또다시 호출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전화기를 들지 않았다. 먼저 서아와 유나에게 상황을 알렸고, 남 형사에게 현재 위치를 전했다. 누가 불렀는지 모를 때 혼자 문을 열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화면에 음성이 아니라 글자가 나타났다.
'도겸아. 아빠가 문을 닫았다는 말을 믿지 마라.'
내 손이 굳었다.
문장 아래에는 누군가의 서명처럼 보이는 이름이 있었다.
`차정수`.
나는 아버지가 보낸 말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믿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확인한 사실은 여전히 달랐다.
더 놀라운 것은 다음 줄이었다.
'나는 문을 닫은 사람이 아니다. 문 밖에 남아 있던 사람이다.'
손목시계가 울렸다.
[세 번째 귀환문 외부 회신 주소 변경]
[기존: 진서아]
[신규: 차도겸]
[다음 확인 예정: 18:11]
여섯 시 십일 분까지 일 분도 남지 않았다.
처음 시간을 멈춘 날, 나는 회사에서 퇴근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제 내게는 다른 질문이 생겼다.
아버지가 문밖에 남아 있었다면, 그 문 안쪽에서 스물여덟 해 동안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답해 온 사람은 누구인가.
제15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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