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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49화
PAYLUA ORIGINAL · 제149화

149화. 돌아갈 집이 없다는 대답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300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여섯 시가 다가오자 나는 또 한 번 선택해야 했다. 실물 접속 시험에 들어갈지, 아니면 그 결과를 다른 사람을 통해 확인할지. 나는 관측 비용으로 사라지는 기억이 두려웠다. 어제 회사 건물을 떠올리지 못했던 순간이 자꾸 생각났다. 그때 유나가 손목시계를 내 손에서 빼앗아 보관함에 넣었다. “너는 오늘 입회인이 아니야.” “하지만 서아가…” “서아가 부탁한 건 네가 와서 다 대신 해 달라는 게 아니잖아. 네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달라는 거지.”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서아는 아카이브와 독립된 장소에서 기록된 음성을 확인하기로 했고, 남 형사는 안전 관리 담당자와 함께 절차를 검토했다. 실제로 여섯 시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혼자 들어가는 사람은 없도록 했다. 우리는 영병원 별관의 옛 시험 구역에서 만났다. 건물은 대부분 폐쇄돼 있었고, 허가된 일부 장소만 출입할 수 있었다. 낡은 벽에는 비상등이 남아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건 완전한 시간 정지 장치가 아니라, 아직도 음성을 전달하는 통신선이었다. “이게 실물 접속 시험입니다.” 강문석이 말했다. “사람을 데려오는 시험이 아니에요. 안팎의 음성이 분리되어 전달되는지만 확인할 겁니다.” 나는 안심하면서도 불안했다. 목소리를 듣는 일만으로도 누군가의 이름을 빼앗았던 장치였다. 결국 중요한 건 기능보다 그 기능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였다. 이채원은 보존된 3번 테이프에서 확인한 신호 배열을 별도의 참고 자료로 제공했다. 그것이 살아 있는 상대에게 전달되는 증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우리는 과거 음성의 재생과 현재 들어오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두 장치의 시계를 따로 맞췄다. 오전 여섯 시. 낡은 통신 장치의 녹색 불이 켜졌다. 처음에는 지직거리는 소리만 났다. 우리는 아무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 서아가 마이크 가까이 다가갔다. “여기는 밖입니다. 듣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참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문득 오늘 여기 아무도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실망해야 할까, 안도해야 할까. 그리고 작은 기침 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 3번 테이프에서 들었던 기침과 비슷했지만 그걸로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밖에 계세요?' 서아가 대답했다. “네. 지금 밖에 있습니다.” '여긴… 아직 아침이 아니에요.' 내 등 뒤가 차가워졌다. 바깥은 분명 오전 여섯 시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창 없는 방에서 나오는 것처럼 울렸다. “지금 들리는 말씀이 녹음인지 현재 대화인지 확인해도 될까요?” 강문석이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목소리가 답했다. '물어보세요.' 강문석은 사전에 정한 의미 없는 짧은 문장을 읽었다. 곧바로 다른 문장을 돌려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상대가 정말 현재 대화 중이라면 질문을 이해할 시간과 그만둘 기회를 주어야 했다. 몇 초 뒤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방금 읽은 문장의 마지막 단어를 정확히 짚었다. “적어도 저장된 테이프를 그대로 재생한 것만은 아닐 수 있겠네.” 남 형사가 낮게 말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급해졌다. “어디 계십니까? 나오실 수 있어요?” 서아가 내 팔을 붙잡았다. “도겸아. 순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디로 나올지부터 묻는 건 너무 성급했다. 서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원하시면 지금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다릴 수 있어요.” 그 목소리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문장을 내놓았다. '돌아갈 집이 없어요.'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몇 달 동안 '귀가'라는 단어를 붙들고 싸웠다. 그런데 정작 안쪽에 있는 사람은 돌아갈 집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서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람이 있는 곳이요. 나를 모르더라도 괜찮아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믿어 주는 곳이면 돼요.' 유나가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겨우 숨을 쉬었다. 그 사람의 이름을 알아야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름을 몰라도 마실 물과 쉴 곳과 도움을 줄 사람은 준비할 수 있었다. 남 형사는 공공기관을 통해 안전한 임시 보호 절차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서아는 누구의 집도 자동 귀환지로 지정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는 목소리의 주인이 실제로 나오길 원하는지, 나와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따로 묻기로 했다. 서아가 마이크를 끄려고 할 때, 안쪽 목소리가 한 번 더 말했다. '잠깐만요.' 서아는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상대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거긴 비가 와요?' 질문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창문 밖을 보았다. 새벽하늘은 맑았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습니다.” 서아가 대답했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어요.” '햇빛이요.' 그 사람은 그 단어를 다시 말했다. 오래된 말을 떠올리는 사람처럼 천천히. '여기는 시계가 멈춰 있어요. 아까도 여섯 시였고, 지금도 여섯 시예요.' 강문석은 기록용 종이에 ‘상대 측 체감 시각: 미확인’이라고 적었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듣고도 안쪽 시간이 실제로 멈췄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만큼은 바로 기록할 수 있었다. “혹시 지금 도움이 필요하신 게 있을까요?” 서아가 물었다. '조용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가 자꾸 내 이름을 부르거든요. 내 이름도 아닌데.'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남의 이름을 붙이고, 대답하지 않으면 동의했다고 쓰는 기계.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이 세상에 아직도 있었다. 서아는 목소리를 낮췄다. “저희는 성함을 먼저 요구하지 않을게요. 지금 원하시는 호칭이 있으면 알려 주셔도 좋고요.” 그 사람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침묵을 있는 그대로 두자 얼마 뒤 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럼 그냥 거기 사람이라고 불러 주세요.' “네. 거기 계신 분.” 서아의 말이 끝났을 때 나는 옆에서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수많은 장부에 적힌 이름을 찾으러 온 우리가, 이름 없이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거기 사람이라고 하니까 조금 덜 무섭네요.' 유나가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쉬고 싶을 때 통화를 끝낼 수 있도록 통신선의 종료 절차를 여러 번 확인했다. 남 형사는 안전한 출입을 준비하려면 위치보다 먼저 필요한 도움의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가 실제로 어떤 공간에 있는지 모르는 만큼, 몸 상태를 함부로 가정할 수도 없었다. “말씀하기 싫으시면 건너뛰셔도 됩니다. 물이나 음식이 필요한 상황인지 궁금합니다.” 목소리는 잠깐 가라앉았다. '지금은 배가 고픈지 잘 모르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당장 답을 정하지 않겠습니다.” 서아는 질문을 바꿨다. “바깥에서 준비해 두었으면 하는 게 있나요?” '문이 열리면, 누가 내가 진짜 나인지 시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손에 든 수첩을 내려다봤다. 우리가 지난 몇 달 동안 가장 집요하게 찾아온 것이 신원 확인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두려워하는 건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전에 시험지부터 내미는 일이었다. “알겠어요.” 서아가 대답했다. “확인해야 할 일과 쉬어야 할 시간은 분리할게요.” “지금 더 이야기하고 싶으십니까?” '아니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래요.' 서아가 즉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원하실 때 다시 연락하셔도 됩니다.” 회선의 녹색 불이 꺼졌다.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지만, 그날의 대화는 멈췄다. 상대가 멈추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곧 화면에 경고가 나타났다. [귀환 의사: 표현됨] [귀환 위치: 미지정] [기존 계약 규칙에 따라 가장 가까운 가족 주거지 자동 배정] “또!” 내가 외쳤다. 서아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더 차분해졌다. “아니야. 지금 그 사람이 말한 건 돌아갈 집이 없다는 거였어.” 나는 자동 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준비했다. 강문석은 1998년 원문과 오늘 녹음한 대화의 구별을 명시한 의견서를 만들었다. 우리는 누구의 사적인 주소도 입력하지 않았다. 잠시 뒤 시스템이 응답했다. [자동 귀환지 지정: 임시 보류] [당사자 직접 선택 전까지 보류 유지] 오전 여섯 시 십일 분. 바깥의 해가 건물 모서리에 걸렸다.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귀환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패라고 느끼지 않았다. 오늘 우리가 한 일은 돌아오지 못한 사람에게 돌아오라고 명령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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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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