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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44화
PAYLUA ORIGINAL · 제144화

144화. 여섯 시의 잘못된 발송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117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오후 다섯 시 오십칠 분. 회사 팀장이 전화를 걸어 왔다. “도겸 씨, 오늘 시간 돼요?” 나는 창밖의 붉은 하늘을 보고 대답했다. “정확히 몇 시까지요?” “여섯 시 조금 넘어서. 장애 하나만 보자고.” “저 오늘 여섯 시 넘어서 존재가 좀 불안정해서요.” “무슨 소리야?” “연차 처리해 주세요.” 회사에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 같으면 이유를 스무 개쯤 늘어놓았을 텐데, 오늘은 짧게 말했다. 사람에게 퇴근을 설명해야 하는 세상이야말로 고쳐야 할 시스템이었다. 우리는 문은경의 보관소에서 새 통지 로그를 점검하기로 했다. 2011년에 덧씌워진 질문을 중단시키려면 두 사람의 원본 대조 기록이 필요했다. 하나는 박혜림의 증언으로 충분할지 심사 중이었다. 다른 하나는 찾지 못했다. 그때 남 형사의 휴대전화로 신고가 들어왔다. 실종 사건 관련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가족들에게 같은 내용의 자동 전화가 걸려 왔다는 것이었다. 전화는 '귀환 문의 수신에 동의한다면 1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숫자를 누르지 않아도 통화 종료 표시 뒤에 '수신 확인'이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여러 건인가요?” 내가 물었다. “세 집에서 비슷한 신고가 접수됐어. 같은 장치인지는 아직 몰라.” “그럼 지금 다 연락해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남 형사가 나를 똑바로 봤다. “그래서 제가 신고받은 범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연락을 원하지 않는 분들에게 우리가 다시 전화하는 건 피해를 늘리는 일이에요.” 내가 입을 다물자 유나가 웃었다. “백엔드 장애 고칠 때처럼 전 고객에게 공지 날릴 생각했지?” “제가 그렇게 경솔하지는…” “지난번에도 그 말 했어.” 억울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오후 여섯 시. 공기의 소리가 사라졌다. 보관소의 형광등이 미세하게 흔들리던 상태로 멎었다. 멈춤에 익숙해졌다는 건 내 몸이 비정상에 익숙해졌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서아와 유나, 남 형사는 움직일 수 있었다. 문은경은 멈춘 채였다. 나는 그녀의 손에 놓인 낡은 수신기를 건드리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는 각자의 상태에 달려 있었고, 허락 없이 누군가를 끌어들이면 안 됐다. 벽 한편에 전화번호 대신 문장들이 떠올랐다. [수신자 부재: 가족 대리 발송] [응답 지연: 임시 동의 처리] [171개 재검토 항목 중 3개 수신 시도] “겨우 세 건?” 내가 물었다. “세 건부터 잘못됐다면 그 뒤가 중요해.” 서아가 말했다. 나는 각 시도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추적했다. 오래된 귀환 회선이 아니라 현재 운영망의 메시지 중계기가 발신한 기록이었다. 전화번호와 사람을 연결한 식별 표에는 '추정'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추정이 어느 순간 확정이 되는지 살펴보니 문제는 단순했다. 재시도 횟수가 세 번이 되면 추정이 자동 확인으로 바뀌었다. “상대가 안 받으면 정답이라는 방식이네요.” “그건 정답이 아니지.” 유나가 말했다. 나는 원본 규정의 상충 문구를 신고할 수 있는 버튼을 찾았다. 단순 전원 차단은 위험했다. 아직 문 안에서 목소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이 회선을 쓰고 있었다. 잘못된 우편만 막겠다고 우체국을 통째로 태울 수는 없었다. 서아가 배포 기록에서 유효한 한 줄을 찾아냈다. '발신 채널과 귀환 음성 채널 분리 가능.' 개발하는 사람의 눈이 먼저 간 건 물론 나였다. 하지만 처음 보고 놓친 사람도 나였다. “별도 스위치네.” “읽어 봐. 끄면 무엇이 사라져?” “자동 수신 확인 문자. 실제 통화 기록은 보존. 음성 반환 회선은 유지.” “그러면 적어도 누군가 대답했다고 거짓말하는 기능은 멈출 수 있어.” 우리는 문구와 영향을 검토하고, 관리자 승인 대신 기존에 발급받은 검증 이의 절차로 임시 중지를 요청했다. 기록에는 처리 사유가 분명히 남아야 했다. 남 형사는 실제 운영사에 긴급 중단 요청을 동시에 전달할 준비를 했다. 멈춘 세계에서 보인 모든 것이 현실의 전자 통신망과 같은 법칙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할 수는 없었다. 시스템이 응답했다. [수신 확인 자동 생성: 일시 중지] [기존 통지 3건: 재검토] [귀환 음성 전달: 유지] 나는 어깨에 힘을 풀었다. 유나는 곧장 노트에 실제 시각과 장치 상대 시각을 나눠 적었다. “이번에도 다 해결된 건 아니야.” “압니다. 누가 발신했는지 찾아야죠.” “그리고 세 사람은 이미 전화를 받았어. 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확인해야 해.” 시간이 흐르자 남 형사는 정식 접수된 신고자들에게 절차에 맞는 안내를 전달했다. 전화 내용을 기록으로 남길 의사가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재연락하지 않았다. 남 형사가 돌아와 보고한 사실은 간단했다. 통신망의 정지 명령보다 이미 들은 목소리의 영향이 오래 남는다는 것. 첫 신고를 남긴 사람은 뒤늦게 동의해 남 형사와 통화했다. 그의 아버지는 오래전에 실종됐다. 가족은 오랜 조사 끝에 법적인 절차를 마쳤고, 몇 년 만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화가 와서 아버지가 오늘 돌아온다고 했어요.” 남 형사는 그 말을 전할 때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는 가족의 이야기를 이름 없이 요약했다. 누가 어떤 주소에서 전화를 받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분은 집 앞에서 한참 기다렸대요.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으니까 자기가 아버지를 버린 건가 생각했다고 합니다.” 서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밥을 조금 많이 했다고 말하던 밤을 떠올렸다. 누군가 돌아온다는 말은 종이에 쓰인 한 줄이 아니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식탁에 한 자리 더 놓고, 오래 닫힌 서랍에서 그 사람의 물건을 꺼낸다. “그럼 그분에게 사실이 아니었다고 알려 드려야겠네요.” 내가 말했다. “조심해야죠.” 남 형사가 대답했다. “우리가 그분의 아버지가 돌아올 수 없다고 증명한 건 아니니까요.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건 그 전화가 부당한 자동 통지였다는 사실입니다.” 유나는 서아의 손을 잡았다. “돌아온다는 말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고, 다치게 할 수도 있구나.” 나는 오래된 고객 안내 문구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희망을 전달하는 서비스'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이제 알았다. 희망을 주겠다고 거짓말하면 그 대가는 듣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남 형사는 통신 사업자와 관련 기관을 통해 자동 발송의 원인 조사를 요청했다. 우리는 신고자의 전화기를 건드리지 않았고, 남겨 둔 메시지가 필요할 때만 본인의 허락을 구하기로 했다. 장치를 멈추는 것과 사건을 입증하는 것은 동시에 해야 할 일이었다. 그날 세 사람에게 전화가 갔다는 사실이 더욱 무거워졌다. 171건은 사람 수가 아니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그 안의 각각의 항목이 실제 누군가의 식탁과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배웠다. 우리는 발송 화면의 버튼 이름도 기록했다. '일괄 확인' 아래에는 조그맣게 '수신자 편의 향상'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편의를 위해서 동의까지 만들어 주는 거야?” 내가 물었다. 유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기능 만든 개발자도 처음에는 편한 걸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면 더 화나. 사람 입장에서 테스트를 안 했다는 거잖아.” 나는 노트에 한 줄을 적었다. '받은 편지와 답한 편지는 다르다.' 서비스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문장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그것을 어긴 채 28년이나 버텼다. 남 형사는 운영사에 보낼 긴급 요청서의 제목을 '기술 장애'가 아니라 '동의 없는 귀환 통지의 반복 발송'이라고 적었다. 기술을 고친다고 피해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유나의 휴대전화에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파일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문은경이었다. “제가 보낸 적 없어요.” 문은경이 즉시 말했다. “제 계정에서 발송된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파일 이름은 '세 번째 질문_1998_원본'이었다. 나는 호기심에 열 뻔했다가 손을 멈췄다. 파일의 전송 경로가 그날 중지한 자동 메시지 중계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서아가 말했다. “우리한테는 원본이라는 이름으로 보내고 있네.” “누르라는 거겠지.” “그럼 누르지 말고 출처를 확인하자.” 파일 속성에는 뜻밖의 생성 시각이 적혀 있었다. `2026년 10월 / 18:00`. 어린 시절의 질문이 아니라, 방금 누군가 새로 만든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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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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