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40화
PAYLUA ORIGINAL · 제140화

140화. 돌아오겠습니까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899자

오프라인 책장
내가 처음 여섯 시를 경험하던 날에는 선택지가 하나뿐이었다. 일이 끝나면 집에 간다. 그날은 정해진 시각에 세상이 멈췄고, 나는 직장 동료들의 커피가 허공에 떠 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때부터 내 이름으로 계약서가 만들어지고, 누군가의 시간이 장부의 숫자가 되고, 사람이 귀가했다는 기록이 실제 귀가보다 먼저 움직였다. 지금 내 앞에는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아버지의 확인서를 받을지 거절할지, 오래된 거실의 목소리를 믿을지 말지, 서아에게 어릴 적 이름을 물을지 기다릴지. 선택지가 많은데 정작 중요한 하나는 항상 빠져 있었다. 그 사람이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 질문을 원발신자에게 보내면 됩니다." 강문석이 말했다. "답을 안 하면 어떻게 됩니까?" "현재 규칙으로는 무응답 시 보류입니다. 다만 모든 시스템에 그 규칙이 적용됐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문장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했다. 보류는 곧 동의가 아니었고, 귀가 완료는 곧 실종 해결이 아니었다. 우리는 보관국의 기록을 다시 조사했다. 171건의 가정 확인 대상 중에는 이미 실종 신고가 끝난 사람도 있었고, 가족과 거주지가 바뀐 사람도 있었다. 중복된 회선 번호로 묶인 사건이 적지 않았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전화를 돌릴 수는 없었다. 남 형사는 그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수사 자료에 기록된 가족 주소를 여러분이 직접 방문해서 확인하면 안 됩니다. 피해자들이 사건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절차를 통해 필요한 부분만 확인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 형의 이름이 뜬다고 해서 제가 담당 절차를 건너뛰지도 않겠습니다." 남도윤. 나는 형사의 수첩에 그 이름이 얼마나 자주 적혔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이름을 찾기 위해 형사가 되었는지도 모를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기 형에 관해서도 규칙을 지키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전에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목소리 A와 통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자 어머니는 잠깐 눈을 감았다. "그 아이일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일 수도 있어요." "그럼 내 기억부터 들이밀지 마. 그 애가 우리 집에 왔던 사람이라면 나를 기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엄마가 직접 이야기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그 애가 원할 때 해. 처음 듣는 목소리가 갑자기 자기를 안다고 하면 얼마나 무섭겠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수십 년 동안 기다렸지만 기다림을 이유로 다른 사람의 선택을 빼앗지 않았다. 서아도 말했다. "내 이름이 그 아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긴 해. 그래도 지금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하잖아." "맞아. 그건 우리가 지켜야 해." 서아는 내게 얇은 메모를 건넸다. 거기에는 세 가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지금 대답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내 이름이 아닌 말로 대답할 수 있다.' '나는 대답을 바꿀 수 있다.' 나는 그 메모를 회선 옆에 붙였다. 옛 장치의 기능은 알 수 없어도, 우리가 대화에 임하는 규칙은 스스로 정할 수 있었다. 우리는 원발신 회선을 우선 확인했다. 세 번째 귀환문은 완전히 열려 있지 않았다. 몸을 이동시키는 출구가 아니라 목소리만 나올 수 있는 통로였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된 질문 창이었다. 질문을 보내기 전에 수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안내부터 넣었다. '우리는 귀환 기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원치 않으면 응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름을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어느 곳으로 가고 싶은지, 또는 지금은 어떤 결정을 원하지 않는지만 말해 주셔도 됩니다.'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너무 길면 상대가 다 듣지 못할 수 있어서 서아가 일부를 덜어 냈다.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지금 돌아오기를 원합니까? 원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습니까?' 송신 버튼을 누르자 장치가 낮게 울었다. 처음 몇 초는 잡음만 들렸다. 이어서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목소리 A가 나타났다. '나는 그 질문을 기다렸어요.' 나는 의자를 잡았다. '그동안은 이름을 물었어요. 누군가의 가족이라고 말해 주면 보내 주겠다고요. 그런데 제가 말하면 그 사람을 대신 집으로 보냈어요.' "지금은 그러지 않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람에게는 나를 믿을 이유가 없었다. 서아가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대답을 귀가 완료로 바꾸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원하면 지금 통신을 끝내겠습니다. 확인서의 원본은 별도로 남기겠습니다." 오랜 침묵 뒤에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러면 말할게요. 나는 집에 가고 싶어요. 하지만 누구의 집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가 얼마나 오래 혼자 있었는지, 밖에서 이미 사라진 집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그러나 추측을 사실로 말할 수는 없었다. "당신이 기억하는 장소가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부엌이 있었어요. 좁고, 따뜻했어요. 밥을 먹으면 한 사람이 자꾸 국을 더 줬어요. 그리고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어요.' 나는 손을 움켜쥐었다. 그런 집은 많다. 하지만 바로 어머니가 들려준 기억과 겹치는 말이었다. "남자아이 이름을 기억합니까?" '기억나지 않아요. 이름을 말하면 그 이름이 대신 서류에 올라갈까 봐 한동안 일부러 잊으려고 했어요.' 그 목소리가 어릴 적 우리 집에 머물던 아이의 것일까. 또 다른 관측 기록일까. 나는 서아를 바라봤다. 그녀도 긴장한 얼굴이었다. "혹시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서아가 물었다. '네. 돌아온 걸 두 번 확인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원한다고 말한 것과, 내가 실제로 도착한 것을요. 그리고 내가 거절하면 멈춰 주세요.' 그 말이 끝나자 화면에 작은 선택지가 나타났다. [귀환 의사: 표현됨] [귀환 장소: 미확정] [귀환 완료: 아님] [타인 명의 대리 귀가: 불허] 처음으로 내 손목시계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일을 했다. 누군가 한 말을 그 사람의 말로 기록했다. 하지만 만족할 시간은 짧았다. 장치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자동 장부의 경고였다. [1998년 제3 귀환문 원본 열람 가능] [열람 조건: 귀환 의사 확인] [원본 수취인: 비공개] 원본을 열어 보는 일은 누군가의 기억과 연결될 수 있었다. 우리는 곧장 열지 않았다. 먼저 아버지의 빈 확인서와 운영망의 원본 열람 규칙이 충돌하지 않는지 점검했다. 서아는 회선이 허락하는 범위를 다시 읽었고, 남 형사는 당사자의 음성을 다른 곳에 공개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음성 A가 말했다. '그 문서는 내 거예요. 내가 허락하면 열어도 돼요.' "기록을 보여 주셔도 괜찮으십니까?" '내 이름을 찾는 데 쓰지 말고, 내가 보냈던 말을 찾는 데 먼저 써 주세요.' 우리는 제한된 사본 열람에 동의했다. 수정이나 인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원본이 열리는 동안 우리 가운데 누구도 먼저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장치는 문서의 일부를 표시했다가 다시 감췄다. 문은경이 가져온 사본에 보이던 자국과 같은 물결 무늬가 화면 가장자리에 나타났다. "왜 자꾸 숨기죠?" 내가 말했다. 강문석은 화면을 읽으며 답했다. "부분 열람으로 제한했기 때문일 거야. 우리가 원본 전체의 소유권을 얻은 건 아니니까. 누군가를 확인하기 위한 요청과 다른 사람의 삶을 열어 보는 권한은 달라." 나는 생각했다. 세상이 멈춘 시간을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그 시간에 들어 있는 모든 사람의 비밀을 볼 자격까지 생기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맞서 온 것은 바로 그 착각이었다. 서아는 이름을 먼저 확인하지 말고 기록의 생성 시각과 이후 편집 여부부터 보자고 했다. 화면에 1998년 생성 표시가 있었지만 2011년 재인덱싱 기록도 함께 나타났다. 어느 문장이 언제 작성됐는지 단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먼저 수첩에 적었다. "결론은 나중에." 내가 말했다. 유나가 어깨를 두드렸다. "웬일로?" "나도 배워요. 수업료가 비쌀 뿐이지." 우리는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이제 누군가를 불러도 되는가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남아 있었다. 원본은 짧았다. 1998년 6월 11일. 병원 별관. 귀환 의사 확인 전송. 마지막 줄에는 수취 위치가 적혀 있었다. '가정용 반환 회선 06-11 / 차정수 가족 주거지.' 나는 어머니의 수첩과 나란히 놓고 확인했다. 날짜와 시각은 맞아 보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목소리 A가 우리 집에 살던 아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때 원본 뒷부분이 열렸다. '가정 도착 확인: 미완료.' 그 아래에서 처음 보는 글자가 나타났다. '1998년 첫 번째 확인 요청 수신자: 차정수.' '2011년 두 번째 확인 요청 수신자: 남도윤.' 그리고 세 번째 줄. '2026년 세 번째 확인 요청 수신자: 진서아.' 서아의 표정이 굳었다. "왜 내 이름이 여기 있지?"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 이름이 누군가 뒤늦게 채워 넣은 것인지, 실제로 그녀를 지목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다음 문장을 출력했다. [진서아 앞으로 발송된 귀환 의사 질문이 존재합니다.] [수신 시각: 1998.06.11 18:11] [현재까지 응답 기록 없음] 서아는 화면을 오래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 난 아이였을 텐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네가 대답할 의무는 없어. 지금도." 서아는 한참 숨을 고른 뒤 말했다. "그래도 어떤 질문이었는지는 알고 싶어. 내 이름으로 누군가 대답하기 전에." 우리는 그 요청을 남겼다. 그리고 서아가 원하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세상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여섯 시 십일 분이었다. 내게 돌아온 것은 아버지도, 잃어버린 기억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질문 하나였다. 어린 진서아에게 누가, 왜, 어떤 집으로 돌아오고 싶으냐고 물었던 걸까.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40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4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