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 사람이 없는데도 초인종이 울린다는 말을 들으면 보통 귀신을 떠올릴 것이다.
나는 그보다 먼저 배선도를 떠올렸다. 개발자는 자기 직업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귀신에게도 접속 로그를 요구할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것이다.
"보조 단말기가 있었다고요?" 내가 물었다.
관리회사 담당자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기록에는 그렇습니다. 다만 그 장치가 실제로 집에 설치됐는지는 당시 시공 자료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이전 업체의 파일이거든요."
우리는 1998년 옛집의 구조를 찾아봤다. 어머니는 종이에 방 세 개와 좁은 부엌을 그렸다. 현관 벽에는 초인종 수신기가 있었고, 안방 옆 작은 창고에 전화기 비슷한 기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거 집주인이 놔둔 거였어. 네 아버지가 이상한 소리가 난다면서 한 번 손봐 준 기억은 나."
"왜 거기 있었대요?"
"물어봤지. 외부 병원에서 긴급 연락이 들어오면 소리가 나게 했다고 했어. 당시엔 휴대전화가 흔하지 않았잖아."
옛집은 지금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빈 땅에 가서 기계를 찾는 대신, 업체의 장치 목록과 당시 설치 기사 연락처를 확인했다. 그때까지 살아 있는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보는 일이 중요했다.
업체의 오래된 장치 설명에는 작은 그림이 붙어 있었다. 일반 가정용 보조 호출 장치는 외부 회선에서 버튼 신호가 들어오면 세대 내부의 초인종을 울리는 구조였다. 반대 방향 통화는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면 누가 집 안에 있지 않아도 전화망을 통해 호출이 들어올 수 있네요." 내가 말했다.
"그렇지." 강문석이 대답했다. "그 기록에 '세대 내부'라고 쓰인 건 호출을 울린 단말기 위치고, 요청한 사람의 실제 위치는 아니야."
나는 조금 허탈했다. 귀신이 집 안에 있다고 생각했던 상상은 설계도 한 장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남았다. 누가 왜 18시 11분마다 호출을 보냈는가.
남 형사는 장치 업체의 과거 직원과 통화할 기회를 얻었다. 상대는 자신이 당시 설치 기사였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다만 그 시기에 병원 관련 호출 장치가 일반 주택에 연결되는 경우가 있었고, 집 안의 보조 단말기에서 발신 위치가 '세대 내부'로 저장되는 구조를 설명해 줬다.
"그럼 정말 누군가 집 안에서 초인종을 누른 건 아닐 수 있겠네요."
'그렇죠. 어느 쪽이든 로그만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그 시절 장비는 고장이 잦았거든요.'
"고장 난 장치가 딱 여섯 시 십일 분마다 울 수도 있습니까?"
'반복 예약 회로가 있으면 가능하죠. 병원에서 매일 확인 신호를 보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제가 그 집 장비를 본 건 아니라서 확실히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통화를 끊은 뒤 나는 어머니 수첩의 날짜에 동그라미를 쳤다. 매일 같은 시각의 초인종. 그건 누군가 대답하지 못한 사람에게 계속 질문하고 있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혹은 단지 해제되지 않은 테스트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설치 기사 설명을 듣고 오래 생각했다.
"그때 난 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줄 알고 문을 열었어. 세 번쯤은 정말 그랬지. 나중에는 그냥 고장이겠거니 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단지 초인종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어도, 그 소리를 듣던 어머니가 느낀 기다림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술은 그날 무슨 신호가 왔는지 알려 줄 수 있다. 그 신호를 듣는 사람이 무엇을 견뎌야 했는지는 따로 들어야 했다.
보조 호출 장치의 입력 회선 번호를 추적한 결과, 옛 병원 별관의 비상 연락망과 겹치는 번호가 발견됐다. 계약서 사본에는 '음성 반환 시험 회선'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세 번째 귀환문의 초기 실험과 관련됐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류의 작성 연도가 분명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왜 집에 연결했을까요?" 나는 물었다.
어머니가 대답했다.
"네 아버지는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연락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어. 그때는 그 말이 좋은 뜻이라고만 생각했지."
"실제로 아버지가 목소리를 보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그 사람 목소리를 듣지 못했어. 초인종만 울렸거든."
나는 어머니의 말을 수첩에 적었다. 목소리가 왔다는 결론 대신 초인종이 울렸다는 사실만 남겼다. 그래야 누군가 당시의 진짜 목소리를 찾았을 때 비교할 수 있었다.
문은경이 다음 날 보관소로 오라는 연락을 했다. 추가 인계가 아니라 2011년의 점검 작업을 기록한 출입대장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른 보관인들이 작성한 일지를 넘겨받아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의 기록이 관련돼 있으니 열람 범위를 협의하자는 것이었다.
보관소 방문을 앞두고 우리는 자료 확인 범위를 정했다. 문은경은 폐업한 업체의 기록 가운데 모든 내용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른 고객의 이름과 주소가 함께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11년 해당 보온통과 귀가 확인서에 관한 서류만 요청했다.
서아가 말했다.
"오래된 장부가 여러 사람의 삶을 품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필요한 자료만 보자."
나는 그 말이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큰 사건의 진실을 찾는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 우리가 맞서는 조직과 닮아 갈 테니까.
유나는 작은 비상 가방을 챙겼다. 손전등, 물, 외부 연락처가 적힌 종이, 그리고 보조 배터리. 나는 그 가방을 보고 피식 웃었다.
"우리가 시간 정지 능력자인데 손전등이 필요해?"
"시간 멈추는 능력이 있다고 정전 때 자동으로 밝아지진 않잖아."
"맞네. 제가 너무 주인공처럼 생각했네요."
"너 주인공은 맞는데, 안 죽는 주인공은 아니야."
나는 가방 끈을 다시 확인했다. 더 큰 능력이 필요했던 순간마다 결국 도움이 된 건 작은 준비였다.
우리는 관리실과 가족에게 방문 장소를 알리고 외부에서 연락할 방법도 정해 두었다. 막연한 경계심 때문에 일상이 멈추는 대신, 위험한 장소에 갈 때 필요한 준비를 하나씩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오후 여섯 시가 다가올 무렵, 우리는 외부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 도착한 뒤, 나는 서아와 유나, 남 형사와 함께 기록을 확인했다. 문은경은 붉은 벽돌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유리창에는 오래된 보관소 이름이 지워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건물을 드나든 사람이 모두 서명해야 하나요?" 내가 물었다.
"네. 오늘은 운영망이 아니라 제가 관리하는 출입대장에요."
그 말에 나는 웃었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빼앗아 갈까 걱정하기 시작한 뒤로 직접 펜을 잡는 일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기록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대신 책임지는 서명과 달랐다.
창고 안에는 먼지 냄새가 가득했다. 상자는 연도별로 정렬돼 있었고, 2011년 상자 가운데 하나는 봉인이 훼손돼 있었다. 서아가 촬영했고 문은경은 누가 언제 봉인을 확인했는지 대조했다.
그 상자 안에서 종이 송장 한 장이 나왔다.
'2011.04.18 / 귀가 확인서 사본 2번 / 원본 보관처 이동'
수령인은 적혀 있지 않았다. 배송지에는 숫자 대신 주소 한 줄이 쓰여 있었다.
'가정용 반환 회선 06-11.'
"집 주소도 아니네요." 내가 말했다.
"보조 호출선 이름입니다." 강문석이 화면을 비교했다.
2011년에 분리된 2번 종이는 버려진 게 아니었다. 누군가 그것을 1998년 우리 집에 연결됐던 통신선 이름으로 다시 발송한 것이다.
문은경이 마지막 봉투를 집어 들었다. 겉면에는 눈에 익은 숫자가 쓰여 있었다.
`승인 표시 07 / 봉투 반송`
그녀는 한동안 봉투를 바라봤다.
"이상합니다. 반송 사유가 없어요. 돌아왔으면 내용물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나는 봉투를 열지 않고 빛에 비췄다. 안쪽에서 종이처럼 보이는 네모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순간 손목시계가 울렸다.
[가정용 반환 회선 연결]
[18:11 수신 대기]
창고의 벽시계가 여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시계 초침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는데, 세상이 다시 멈추기 시작했다.
제13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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