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류의 2번 칸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했다.
세상에는 없어도 되는 것이 꽤 많다. 회사의 밤 열한 시 회의, 읽지 않아도 되는 참조 메일, '잠깐만'이라고 시작해 두 시간 이어지는 상사의 설명. 그런데 귀가 확인서의 두 번째 장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누가 실제로 집에 들어왔는지를 기록하는 유일한 종이가 사라졌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빼돌린 걸까요?"
남기혁 형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빠져 있는 것은 확인됐습니다. 의도는 아직 모릅니다. 당시 보관 규칙 때문에 분리했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형사님 말은 맞는데 답답해요."
"그게 제 직업이죠."
그는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
우리는 2011년 보관소 이전 기록을 따라갔다. 2번 항목 사본은 병원에서 회수한 뒤 '귀가 확인 미완료'로 분류됐고, 사본을 받은 기관은 폐쇄됐다. 주소는 영병원 별관이 아닌 도심의 작은 사무실이었다. 예전에 시간 정지 장치의 로그를 관리하던 수탁 업체였다.
우리는 분리된 사본의 행방을 따라가기에 앞서 보관소 관리 권한을 확인했다. 누군가가 2번 종이를 가져갔다면 실제로 서류를 인계할 권한이 있었는지, 단순히 '관계자'라고 말한 사람에게 넘긴 건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보관소의 2011년 직원 명단에는 정규 관리인 다섯 명과 임시 입회인 두 명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07번 직원증은 사람 이름이 아닌 '이동 점검팀'에 배정돼 있었다. 부서가 사용하던 공용 번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07을 누군가 한 번 썼다는 걸로 사람을 찾기는 어렵겠네요." 내가 말했다.
"맞습니다." 남 형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언제, 어느 위치에서, 어떤 서류를 가져갔는지를 함께 보면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나는 문득 회사에서 팀 공용 계정을 쓰던 때를 떠올렸다. 장애가 나면 누구나 같은 계정으로 서버에 접속했다. 나중에 누가 설정을 바꿨는지 물으면 모두가 잠깐 멈췄다. 사람 이름을 남기지 않은 기록은 훗날 서로를 의심하게 만든다.
"우리 회사도 아예 감사 로그를 뜯어고쳐야겠어요."
유나가 웃었다. "네 회사보다 이게 먼저겠지?"
"이 사건 끝나면요. 끝난다면."
그 말을 하고 내가 먼저 웃었다. 거대한 기억 보관국을 상대로 싸우면서 내 현실의 할 일 목록을 늘리고 있는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
문은경은 자기 이름이 적힌 2004년 인수 서류를 꺼냈다.
"그날 저는 통을 잠깐 봤어요. 그러니까 보온통 자체는 2004년부터 알았죠. 그러나 내용물은 열람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에 재봉인할 땐요?"
"그때 저는 병원에 있었습니다. 남편 수술이 있었어요. 당시 사진과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아니라 다른 보관인이 관여했을 겁니다."
그 말을 할 때 문은경은 자기 남편이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 말하지 않았다. 나는 묻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는 걸 대답하게 하는 것도 이 시스템이 즐겨 하던 일이었다.
서아는 재봉인 당시의 인계인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았다. 이름은 고미란. 기록에는 '임시 관리'라고 적혀 있었다. 휴대전화 번호는 이미 해지됐지만, 2011년의 낡은 서류 중 하나에 손으로 적은 사무실 번호가 있었다. 오래 기다린 끝에 연결된 사람은 고미란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지금 요양 중이십니다. 무슨 일인데요?"
서아는 신분과 용건을 설명하고, 당사자가 통화 가능한지 먼저 물었다. 아들은 혼자 결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몇 시간 뒤 다시 연락이 왔다. 고미란은 짧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원본 서류를 공개하는 데에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미란의 목소리는 작았다.
'저는 2번 종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췄다.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적혀 있었어요. 한쪽에는 돌아온 사람의 이름, 다른 쪽에는 그 사람을 봤다고 주장한 사람의 이름이요.'
"누구였습니까?"
'그 이름을 읽은 적은 없습니다. 봉투가 반쯤 접혀 있었거든요. 다만 '확인 불가'라는 글자 옆에 도장 두 개가 있었어요.'
"누가 사본을 가져갔는지는 기억나십니까?"
'회수하러 온 사람이 두 명이었어요. 하나는 직원증을 목에 걸었고, 다른 하나는 아무 표식도 없었습니다. 직원증에는 숫자 07이 적혀 있었어요.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고미란은 중간에 한 번 물을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통화를 잠시 멈췄다. 그동안 남 형사는 지금까지 들은 내용을 정리했다. 이름을 직접 읽지 않았다는 증언과 직원증 번호를 봤다는 진술은 구분해야 했다.
"혹시 누군가가 나중에 그 번호를 설명해 줬을 가능성도 있어요." 서아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처음엔 반박하려 했다. 고미란이 직접 봤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녀는 오랜 기간 보관소 자료를 정리했고, 사본에 같은 번호가 반복됐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한 장면을 오늘 본 것처럼 확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었다.
고미란이 다시 통화에 들어왔다.
'제가 직원증에 적힌 번호를 본 건 맞습니다. 그 뒤로 서류에서도 그 번호를 많이 봤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착용한 번호가 실제로 07이었는지는 지금 자신이 없네요.'
우리는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나는 처음보다 조금 실망했지만, 실망한다고 진술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고쳐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뢰를 줬다.
'한 가지만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고미란이 덧붙였다. '물건을 가져간 뒤에 제 책상에 국물이 새는 보온통 하나를 놓고 갔어요. 그게 그날 제일 이상했습니다.'
나는 바로 물었다.
"국물이 새는 통이요? 지금 우리에게 있는 건 빈 통인데요."
'그래서 기억나요. 안에 음식이 없는데도 뚜껑 가장자리에서 따뜻한 물이 흘렀어요.'
그 말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통 자체가 2011년 작업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새로 적을 수는 있었다.
고미란은 말을 멈췄다. 우리는 더 다그치지 않았다. 그녀가 직접 본 사실과 세월이 흐르며 들은 이야기를 구분한 내용을 받아 적었다. 나중에 수정할 수 있도록 표시도 남겼다.
"혹시 그분들 중 한 명이 구태형이었습니까?"
'그 사람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 이런 말을 들었어요.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다는 기록만 있으면 아들은 조용해질 거야'라고.'
나는 손에서 펜을 떨어뜨렸다.
아버지가 귀가했다는 사실을 조작해서 나를 속이려고 했다는 뜻일까. 그때 어린 나에게 무엇을 숨기려고 했던 것일까.
남 형사는 그 진술을 별도로 기록했고, 자신의 사건과 이해관계가 겹치는 부분에서는 다른 담당자의 검토를 요청했다. 그가 잃어버린 형을 찾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조사 권한을 마음대로 넓힐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한편 시우는 종이 고리 안쪽에 남은 잉크 자국을 발견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파란색 인쇄 잉크가 손톱만큼 묻어 있었다. 2번 종이의 일부가 종종 끼어 있었다면 남을 법한 자국이었다. 하지만 잉크만으로 어떤 문장이 적혀 있었는지는 복원할 수 없었다.
"무리해서 원본을 긁지 말자." 내가 말했다.
시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이 그런 말을 다 하네."
"일곱 번째로 살다 보니까 원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거든."
어머니는 우리가 오래 이야기하는 동안 부엌에서 세 사람 몫의 밥을 준비했다. 손님이 많아졌는데도 정확히 내 밥그릇을 먼저 놓았다. 그 모습이 자꾸 1998년 그림과 겹쳐 보였다. 사람 넷. 그리고 마지막 글자가 찢긴 '서'.
"엄마, 그 아이에 관해 더 기억나는 게 없어요?"
"한 가지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걔는 수저를 왼손으로 쥐었어. 네가 따라 하다가 국을 쏟았지."
서아가 조용히 자기 왼손을 내려다봤다. 나는 그녀가 평소 식사할 때 오른손을 쓰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는 무심코 지나쳤다. 그러나 그녀는 연필로 그림을 그릴 때 왼손을 썼다.
"내가 그 아이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아가 말했다.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지금 기억나는 건 그게 전부야. 너희가 급하게 답을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림을 기록 상자에 넣었다. 아무 이름도 쓰지 않았다.
늦은 저녁, 고미란의 아들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기억을 정리하다가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고 했다.
'2번 사본을 가져간 사람은 종이만 가져간 게 아니에요. 그날 보온통에 달린 소형 금속판도 분리했어요.'
나는 개봉한 보온통 속 판을 바라봤다.
"그 판은 여기 있는데요."
'제가 그랬죠. 원래 판은 가져갔고, 비슷한 판을 새로 끼워 넣었다고.'
나는 눈을 들어 서아를 보았다.
현재 우리가 가진 통 안의 금속판은 원본이 아닐 수 있었다.
그리고 겉면에는 1998년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제13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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