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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33화
PAYLUA ORIGINAL · 제133화

133화. 받지 않은 전화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212자

오프라인 책장
어머니는 낯선 전화번호를 받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숨을 내쉬었다.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사람이 전화 한 통 안 받았다고 안도하고 있으니, 능력이라는 것도 별것 아니었다. 내가 바랐던 초능력은 퇴근할 때 팀장의 메신저를 자동으로 읽지 않게 하는 기능 정도였는데. "기다리세요. 아무 버튼도 누르지 말고요." 유나가 말했다. 전화벨이 네 번 울렸다. 식탁 위의 보온통에서는 아까와 같은 짧은 소리가 났다. 전원이 없는 줄 알았던 낡은 통이 왜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유나는 어머니를 부엌에서 떨어진 방으로 안내했다. 방을 옮기는 이유부터 설명한 뒤 동의를 구했다. 어머니는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따라왔다. 관리실에 있던 나는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연결했다. 화면 속 창에는 [수령 확인 대기]라는 안내가 겹쳐 보였다. 일반 통화 앱 화면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은 모양이었다. "이건 어머니 휴대전화에서 보이는 화면이야?" 서아가 물었다. "아니. 제 시계 화면에도 비슷하게 떠요." "그럼 통화 앱에 문제가 생겼다고 결론 내리지 말자. 운영망이 전화 수신을 수령 신호처럼 표현하고 있을 수도 있어." 강문석은 통신사 문의와 기기 로그 보존을 동시에 진행했다. 실제 전화번호는 가상번호였고, 누가 통신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과, 운영망이 무엇을 주장하는지를 따로 기록했다. [가족 대리 수취: 연결 실패] [대기 상태 전환: 보류] 자동 인계 시각이 지났다. 그래도 장부는 완료로 바뀌지 않았다. "끝난 겁니까?" 문은경이 물었다. "이번 요청이 끝난 거겠죠." 남 형사가 말했다. "원래 서류를 확인하기 전에는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문은경은 몸에 힘이 풀린 듯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갖고 온 보온통을 조금 밀어 놓았다. "제가 이걸 직접 가져온 것부터 잘못이었을까요?" "그건 앞으로 확인할 일입니다. 지금은 통을 열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를 찾아 집으로 올라가니 부엌은 이상하리만큼 단정했다. 전자레인지의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식탁에는 국 두 그릇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늘 하던 것처럼 젓가락을 가지런히 맞췄다. "고생했네. 밥부터 먹어." "엄마, 지금 밥이 들어가겠어요?" "배가 고프면 더 무서운 법이야." 나는 반박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언제나 옳은 건 아니지만, 공포 앞에서 밥을 먹는 것만큼 인간적인 행동도 없었다. 밥상에 앉기 전에 우리는 보온통 두 개를 따로 구분했다. 원래 집에 있던 통에는 파란 스티커, 새로 가져온 통에는 손대지 않은 포장띠를 남겼다. 유나는 각 물건을 서로 다른 장소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는 데 이렇게 진심인 줄 몰랐다." 내가 말했다. "널 믿어서 하는 거야." 유나가 대답했다. "내일 네가 기억을 잃어도 오늘 누가 무슨 물건을 받았는지는 남아 있어야 하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과거엔 기억을 잃는 현상 자체가 제일 무서웠다. 그런데 요즘은 기억을 잃은 사람에게 내 해석을 진실처럼 들이밀지 않는 방법을 찾는 편이 더 중요해졌다. 내가 깜빡한 것을 다른 사람이 강제로 채우지 않아도 되는 기록.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 대화를 들으며 낡은 식탁보를 갈았다.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닦아 온 사람의 손길이었다. "다들 큰일 하는 것처럼 떠드는데, 식탁에 흘린 국은 아무도 안 닦는다."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는 순식간에 걸레를 찾았다. 남 형사는 큰 사건을 처리할 때보다 더 진지하게 테이블 모서리를 닦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형사님이 오늘 처음으로 확실하게 끝낸 사건은 국물 얼룩이었다. 어머니는 1998년 영병원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려주었다. 나는 어릴 때 고열로 입원한 적이 있었고, 아버지는 설비 관련 외부 작업을 맡아 병원 별관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곳에서 무슨 장치를 만들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네 아버지는 일을 갖고 집에 오지 않으려고 했어. 월급을 못 받을 것 같아도 일 때문에 네가 울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럼 아버지가 집에 마지막으로 온 날은 언제였어요?" 어머니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걸 묻는구나." "정확한 날짜를 알고 싶어요." "나도 알고 싶어서 매년 달력을 다시 봤어. 그날을 6월 11일이라고 적어 뒀는데, 병원에서 돌아온 영수증에는 6월 12일이 찍혀 있어. 그날 밤을 제대로 잤는지 기억이 안 나." 서아는 그 기억을 기록하되 날짜는 '어머니의 수첩에는 6월 11일, 병원 영수증에는 6월 12일'이라고 나눠 썼다. 어느 쪽이 맞는지 결정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장롱 아래에서 낡은 철제 상자를 꺼냈다. 바닥에는 내가 어릴 때 그린 그림들이 있었다. 집, 나무, 사람 셋. 맨 아래에는 똑같은 집을 그린 그림이 하나 더 있었다. 그런데 그림 속 사람은 넷이었다. "이걸 네가 그렸어?" 서아가 물었다. "내가?" 나는 종이를 받았다. "글씨는 내가 쓴 것 같아요." 어머니가 찾아낸 철제 상자에는 종이 외에도 작은 영수증 꾸러미가 들어 있었다. 날짜는 일부 지워져 있었고 카드 사용 내역은 남아 있지 않았다. 병원 매점에서 산 빵 두 개, 밴드, 어린이용 양말. 어머니는 어느 날 한 아이가 맨발에 가까운 운동화를 신고 와서 새 양말을 사 줬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 아이가 남자였어요? 여자였어요?" "그것도 지금 자신이 없어. 머리를 짧게 자른 아이였다는 건 생각나는데, 네가 그 애를 '언니'라고 부른 적이 있는지도 헷갈려." 서아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어린 시절 잃어버린 부분과 닮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우리는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나로 묶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게 그 당시 사진이 거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필름 카메라가 고장 나 있었고, 나중에 다시 찍자는 말만 반복했다고. 나는 찍지 못한 사진 한 장이 얼마나 아쉬운지 처음 알았다. 우리가 손에 든 것은 물건 몇 개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작은 장면뿐이었다. "그래도 우리 집이 그 애한테 따뜻했던 곳이면 좋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건 나도 바란다. 하지만 그 애는 자기 집으로 가고 싶었을 수도 있어. 우리만 좋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지."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그림을 내게 건넸다. 나는 그 말을 수첩 한쪽에 적었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했다고 그 집이 반드시 그 사람의 집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집 옆에는 서툰 글씨로 '아빠 엄마 나 서'라고 적혀 있었다. 마지막 글자가 찢어져 있었다.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그 아이를 잊었구나." 나는 어머니를 돌아봤다. "누구요?" "같이 밥 먹던 아이가 있었어. 네 아버지가 병원 일을 마치고 데리고 왔다고 했지. 오래 머문 건 아닌데, 한 번은 식탁에 네 자리를 양보하고 그 애한테 앉으라고 했어." "그 아이가 진서아였어요?"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부른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아. 이름을 잘못 말하면 그 아이한테 실례잖니." 나는 그림을 다시 보았다. 사람 넷 중 하나는 노란색 크레파스로 칠해져 있었다. 어머니는 병실에서 입은 노란 환자복을 떠올렸고, 나는 그 사실이 오래된 기억인지 그림을 보고 새로 만들어 낸 설명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유나가 식탁 위의 보온통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어머니가 아침에 내게 건넸던 통이고, 다른 하나는 문은경이 가져온 통이었다. 겉모습은 같았지만 바닥의 손상은 달랐다. 어머니의 통에는 파란 테이프가, 문은경의 통에는 세 줄의 긁힌 자국이 있었다. "둘 중 하나가 가짜라고 생각하지 마." 유나가 말했다. "그냥 둘이 다른 물건이라는 걸 확인한 거야." 문은경은 보온통을 개봉하기 전에 기록 담당자 입회 아래 겉면을 촬영하자고 제안했다. 어머니도 참관하겠다고 했다. 가족이니까 무조건 알 권리가 있다는 식의 말보다, 자기 집으로 온 물건에 대해 설명을 듣겠다는 요청이었다. 통의 뚜껑에는 봉인된 금속 고리가 달려 있었다. 고리 안쪽에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18:11 / 돌아온 사람을 두 번 보라` 나는 서아를 바라봤다. 이수민이 돌아왔을 때 들었던 문장과 같았다. "도겸아." 어머니가 말했다. "그때 네 아버지가 집에 왔다는 사람도 있었어." "누가요?" "옆집 아저씨가 그랬지. 골목에서 네 아버지를 봤다고. 그런데 나는 그날 밤 문이 열리는 걸 못 봤어." 식탁 위 보온통 안에서 아주 가벼운 금속성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기록은 있었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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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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