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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31화
PAYLUA ORIGINAL · 제131화

131화. 현관 앞의 보온통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573자

오프라인 책장
아버지가 돌아왔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많았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남긴 물건이 집 앞에 있다는 말을 듣자, 나는 세상이 또 멈췄으면 했다. 이번에는 딱 십 분이면 충분했다. 현관 앞의 사람에게 질문할 문장을 정리하고, 어머니가 놀라지 않게 설명하고, 무엇보다 내가 숨을 고를 시간을 벌고 싶었다. 엘리베이터는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아파트 15층 표시가 14층으로 바뀌는 데는 평소와 같은 몇 초가 걸렸다. 그런 평범함이 낯설었다. "형사님, 혹시 시간 정지 현상이 생겨도 그 사람을 쫓지는 마세요." 남기혁 형사가 대꾸했다. "도망갈 생각부터 하는 사람입니까?" "제가요?" "아니요. 현관 앞에 왔다는 그 사람 말입니다. 아직 아무 짓도 안 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지 말자는 뜻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이름이 등장하면 내 머리는 항상 두 단계를 건너뛰었다. 물건이 있다는 말에서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결론으로,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희망에서 누군가 우리 가족을 위협한다는 두려움으로. 그 사이에는 확인해야 할 일이 잔뜩 있었다. 관리실 직원은 방범 카메라 영상을 별도 보관해 주겠다고 했다. 현관의 낯선 방문자가 공동현관으로 들어온 시각은 오후 다섯 시 오십삼 분이었다. 신분증 확인 없이 건물을 출입한 경위는 관리실에서 확인 중이었다. 영상에는 검은 우산과 베이지색 가방이 보였다. 우산 때문에 얼굴은 분간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어디 있습니까?" "출입구 쪽 벤치에 앉아 계십니다. 경찰 동행하신다고 하니까 그쪽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려 했다. 서아가 소매를 붙잡았다. "어머니부터." 틀린 말이 아니었다. 현관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는 문을 반쯤 열고 나를 보더니 눈썹을 찌푸렸다. "숨 좀 쉬어.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낯선 사람이 왔다면서요." "그래서 문 안 열었다. 그렇게 가르친 사람이 누군데." 어머니는 부엌 식탁에 놓인 낡은 보온통을 가리켰다.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 아까 물건을 받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엄마, 그걸 왜 받았어요?" "그거 네가 아침에 들고 나갔다가 두고 간 거야. 씻으려고 놔뒀지. 저 사람 물건은 아직 안 받았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 위의 통은 아침에 내가 가져갔던 것이었다. 손잡이 안쪽에 어머니가 붙인 작은 파란 테이프도 있었다. 원래 아버지가 쓰던 통은 오래전에 하나를 더 사 놓았다고 했다. 같은 물건이 집 안팎에 각각 놓인 상황이었다. "아까 인터폰 화면에는 여섯 시였어요." "그건 작년부터 가끔 그래. 시계 고쳐 달라고 말했는데, 사진 날짜만 그 모양이더라." 나는 그 사실을 메모했다. 수상한 시각이 처음부터 수상한 장치의 증거는 아니었다. 우리는 세 사람씩 나눠 움직였다. 어머니 곁에는 유나와 서아가 남았고, 나는 남 형사와 관리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출입구로 내려갔다. 장치에서 올 수 있는 신호와 실제 사람이 놓인 상황을 분리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었다. 내가 어머니를 지키고 싶다는 이유로 남의 신분을 멋대로 확인하거나 물건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관리실 직원은 벤치까지의 동선을 보여 줬다. 카메라 두 대의 시각이 사십 초 정도 달랐다. 예전 같으면 나는 대충 같은 시간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2011년 사고에서는 1분의 차이가 준비 동작과 실제 개방을 갈라 놓았다. 나는 카메라의 현재 시각과 통신 장치의 기준 시각을 비교해 메모했다. "형사님, 제가 너무 예민합니까?" "예민한 이유가 있죠. 다만 사십 초 차이가 곧 조작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장치 시간을 맞추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되게 억울하네요. 수상한 것의 열에 아홉은 고장일 수 있는데, 꼭 열 번째 때문에 다 확인해야 하잖아요." "수사는 대개 그렇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메시지를 보냈다. '냉장고에 있는 두부 먼저 먹어라. 유통기한 지나겠다.' 나는 한참 그 문장을 바라봤다. 여섯 시에 멈추는 세상에서 어머니가 제일 신경 쓰는 것은 두부였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풀렸다. 누군가 우리 가족을 단지 계약 당사자의 숫자로만 계산하려 할 때, 어머니는 여전히 밥을 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방문자의 동의 없이 얼굴 사진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관리실 영상은 보관 요청만 해 두었다. 남 형사가 내가 급히 찍은 흐릿한 인터폰 사진을 되돌려 줬다. "사람을 찾기 전에 장소부터 확인하세요. 아직 이분이 도망친 것도 아니니까." 그 말이 맞았다. 우리는 범인이 아니라 물건을 가지고 온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벤치에 앉은 사람은 여성이었다. 검은 우산을 옆에 기대어 두고 손에 오래된 보온통을 들고 있었다. 백발을 짧게 자른 노인이었다. 그는 우리가 다가가자 바로 일어서지 않았다. 먼저 바닥에 놓인 가방을 닫고, 한참 후에 말했다. "차도겸 씨죠?"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진을 받았습니다. 젊을 때 사진도, 최근 사진도요. 후자는 조금 덜 피곤해 보이더군요." "누가 보냈습니까?" "차정수 씨가 맡겼다고 기재된 물건을 관리해 왔습니다. 직접 그분에게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는 그 대답 때문에 오히려 조금 안도했다. 자신이 보지 못한 일을 봤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 요즘 내 주위에서 가장 믿을 만한 문장 유형이었다.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문은경이라고 밝혔다. 폐업한 보관소의 서류 관리인이었고, 십수 년 동안 맡아 온 미전달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본인이 보관소 소유자인지, 단순 직원이었는지는 관련 문서로 확인해 달라고 했다. 남 형사는 신분 확인에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고, 당장 물건을 인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서로 확인했다. "왜 하필 오늘입니까?" 문은경이 보온통을 무릎에 올렸다. "발송 조건이 있어서요. 수취인이 아버지의 기록을 직접 열람한 뒤, 그 물건이 가족의 주거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때. 보관 기록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 조건이 있으면 누가 내가 기록을 읽었는지 알려 줍니까?" "바로 그 질문 때문에 제가 왔습니다. 아침에 저한테 자동 통지가 왔거든요. 그걸 누가 보내는지 알아야겠습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봉투 하나를 꺼냈다. 찢어지기 쉬운 갈색 종이였다. 앞면에는 '인계 명령서 사본'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발송자 칸이 비어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물건의 보관 경로를 설명하는 일입니다. 귀가 확인서를 받으실지 말지는 차도겸 씨가 결정하셔야 해요. 수취 거부도 가능합니다." 서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한 뒤, 우리는 사람이 드나드는 관리실 상담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은경은 미리 준비한 기록과 함께 보온통의 외관을 보여 줬다. 원본을 훼손하지 않고 확인 가능한 사진을 먼저 찍었다. 통의 바닥에는 오래된 스크래치 세 줄과 번호 하나가 있었다. `98-06-11 / H` 1998년 6월 11일일 수도 있고, 여섯 시 십일 분을 뜻할 수도 있는 숫자였다. "아버지가 저런 표시를 했습니까?" "모릅니다." 문은경이 말했다. "하지만 통을 인계받을 때부터 그랬다는 2004년 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문은경이 오래된 보관 규정표를 손끝으로 펴 보였다. 종이 가장자리에는 빗물에 젖은 흔적이 있었고, 접힌 곳은 누군가 투명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항목별로 수령자의 서명, 보관인의 확인, 반송 사유가 따로 적혀 있었다. "이걸 왜 지금까지 보관하셨어요?" "폐업할 때 서류를 버리라는 말을 들었어요. 법에서 허용한 기간이 지난 것도 많았고요. 그런데 일부는 분쟁 중인 물건이라 정리를 못 했습니다. 이 통도 그런 물건 중 하나였죠." "아버지가 맡겼다는 말은 누가 했습니까?" "대장에 그렇게 적혔습니다. 저는 2004년부터 관리했고요. 이전 소유 관계는 더 오래된 서류가 있어야 압니다." 남 형사는 그녀가 보관소 일을 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목록을 받아 적었다. 문은경의 말에 거짓이 있다는 가정도, 전부 사실이라는 가정도 하지 않았다. "필요하시면 저희 쪽에서도 입회인을 부르겠습니다." 그녀가 덧붙였다. "이 물건 때문에 다른 집에서 다툼이 생긴 적이 있어요." "다른 집이라고요?" "주소가 잘못 지정돼서 수취인 아닌 사람에게 통지가 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단순한 행정 실수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 말을 표시해 두었다. 우리가 찾던 귀가 기록이 가족 주거지로 흘러들어오는 구조라면,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녀가 꺼낸 사진에는 같은 자국이 찍혀 있었다. 시계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도, 사진 한 장만으로 누가 표시했는지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그때 내 손목시계가 진동했다. [미전달 귀가 확인서 / 가족 주거지 도착] [인계 가능] [수취 거부 가능] [미응답 시 자동 인계: 18:11] 나는 화면을 세 번 읽었다. "저기요. 수취 거부가 가능하다고 했죠?" "네." "그런데 왜 대답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받게 돼 있습니까?" 문은경의 안색이 굳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계 명령서를 펼쳤다. 거기 적힌 문장은 전혀 달랐다. '무응답은 거부로 처리한다. 수취인의 명시적 의사 없이 인계를 완료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누군가 종이의 규칙을 디지털 장부에서 뒤집어 놓았다. 그리고 자동 인계까지 남은 시간은 일곱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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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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