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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130화. 세 번째 문을 연 사람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870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누군가의 구두를 봤다고 그 사람이 누군지 아는 것은 아니다. 남기혁 형사의 아버지가 신던 것과 닮은 구두. 검은 바닥에 흰 점 세 개. 그 모양 하나만으로 형사의 아버지가 별관 안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남 형사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고도 아무 일 없던 듯할 수는 없었다. "괜찮으세요?" 내가 물었다. "괜찮지 않습니다." 그는 대답했다. "그래도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아버지 구두는 오래된 수선집에서 박은 것이니까요." 그는 남아 있는 가족 사진과 수선 기록을 조회했다. 흰 점 세 개는 흔한 미끄럼 방지 못이었다. 여러 신발에 같은 모양으로 박았을 가능성이 컸다. 우리는 무늬를 신원 확인의 단서로만 남겼다. 그날 오전, 최윤재가 낡은 도면 한 장을 가지고 찾아왔다. "미안합니다. 지난번에는 이 종이를 숨겼어요." 그는 손을 덜덜 떨며 테이블 위에 종이를 펼쳤다. 도면 오른쪽 아래에는 `2011.04.18 05:59`라는 시각이 적혀 있었다. 배전반과 지하의 역신호선이 연결돼 있었고, 중간에 붉은 우회 스위치가 그려져 있었다. "왜 숨기셨습니까?" 서아가 물었다. "내가 그 스위치 선을 연결했으니까요. 장치를 복구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누군가 스위치를 내렸습니다. 나는 겁이 나서 밖으로 달아났고, 남도윤은 안으로 들어갔어요.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나는 도면의 선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스위치 아래에는 두 개의 접점이 있었다. 하나는 사람이 누르는 접점, 다른 하나는 원격에서 작동하는 접점이었다. "물리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아도 원격 명령으로 회로를 열 수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시우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 그날 스위치를 만진 사람과 실제로 문이 열린 시각이 다를 수 있어요." 우리는 2011년 로그를 다시 대조했다. 05:59 수동 기동은 준비 동작이었다. 회로가 실제로 열린 시각은 06:00. 그리고 그 명령은 물리 배전반이 아니라 백업 중계기에서 들어왔다. `명령 실행: REMOTE_GATE_OPEN` `요청 계정: GTH-ADMIN` `권한 승인 표시: 07` "구태형의 계정이네요." 내가 말했다. "계정입니다." 남 형사가 바로 고쳐 말했다. "누가 실제로 사용했는지는 여전히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는 구태형의 당시 근무일지를 추가로 조회했다. 2011년 오전 다섯 시 오십구 분, 구태형은 본사 야간 보고 회의에 출석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회의 참석 기록 또한 자동 생성된 것이었다. 물리 출입 기록은 누락됐다. 사람의 행방을 증명하지 못하는 문서가, 다른 사람의 행방을 강제로 정산하고 있었다. 서아는 두 손을 깍지 꼈다. "원격 계정과 승인 권한 번호 07이 같이 사용됐어. 누군가 구태형의 권한으로 들어가서 07번 계정을 증인처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거지." "그럼 내가 아니었다는 건 확실하네요." 나는 말했다. "네가 2011년 현장에 있었단 증거는 아직 없어. 지금까지 찾은 문서는 오히려 그 이름이 후대에 붙은 거라고 말하고 있어." 나는 깊이 숨을 쉬었다. 스스로를 범인으로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보다는, 내 이름 때문에 실제 책임자가 가려졌다는 분노가 컸다. 우리는 누구의 이름도 새로 덮어쓰지 않았다. 원격 개방 계정은 `GTH-ADMIN`, 승인 표시 `07`, 실제 조작자 미확인으로 남겼다. 그 구분을 확인한 뒤에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왜 2011년에 문을 열었습니까?" 강문석이 오래된 유지보수 요청서의 작은 주석을 찾아냈다. '1998년 남겨진 역신호가 2011년에도 도착하고 있음. 출구 미개방 상태에서 음성 신호만 반복 수신. 귀환 요청과 거부 기록을 분리할 것.' 나는 목소리 A를 떠올렸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 했던 말이 2011년에도 들렸을까. 그렇다면 문을 열려고 했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정말 그를 구하려 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주석을 읽는 순간 모든 표정이 굳었다. '미확인자의 귀환 의사 확인 생략. 후대 관리자의 일괄 책임으로 이관.' "둘이 정반대예요." 내가 말했다. "처음에는 말을 듣자고 했고, 나중에는 듣지 않고 처리하자고 한 겁니다." 서아가 대답했다. 도면을 접으려던 최윤재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2011년 그날, 남도윤은 나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안에 사람이 있다면 먼저 묻자고요." "그러면 남도윤은 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몰라요. 그가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이 다시 잠겼습니다. 나는 그를 꺼내지 못했어요." 노인은 눈을 감았다. 남 형사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오래 기다린 끝에 들은 증언이 언제나 원하는 답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구태형의 변호인은 원격 개방 기록이 공개되자 로그 하나로 그의 고의를 추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 말에 나는 화가 났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일관되게 주장한 것도 바로 그 원칙이었다. 계정의 이름과 실제 행위자는 다를 수 있다. 그 원칙을 상대에게만 예외로 적용하면 우리도 시스템과 똑같아진다. 서아는 대신 수정할 수 없는 원본 로그와 2011년의 물리 출입 기록을 별도로 보존하도록 요청했다. 남 형사는 재개방 당시 업체 간 통신 내용을 정식 절차로 추가 조사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오늘 알아낸 것은 범인의 얼굴이 아니라 사건의 순서였다. 그 사이 최윤재는 도면 한쪽 빈칸에 짧은 문장을 적었다. '내가 연결한 선은 사람을 구하려고 만든 선이었지만, 누군가 그것으로 사람을 정산했다.' 나는 그에게 종이를 다시 건넸다. "이건 원본 자료 옆에 보관할 수 있어요. 다만 직접 보신 사실과 그때의 생각은 나눠서 적어 주세요."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죄책감도 기록이 될 수 있었지만, 죄책감만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이 사실이 되지는 않았다. 남 형사는 자신의 수첩 마지막 장에 물음표 하나를 남겼다. 남도윤. 이름을 적은 뒤 밑줄을 긋지 않았다. 그는 그 이름을 지킬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역신호선에 마지막으로 질문을 보냈다. 이름 없는 목소리 A에게, 2011년에 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기억해요. 그 사람은 문을 열어 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자기가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죠.' "그 사람이 남도윤이라는 이름을 말했습니까?" '아니요. 다만 밖에 동생이 있다고 했어요.' 나는 남 형사를 바라봤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한 가지 말을 남겼습니다.' "뭐였죠?" '내가 대신 돌아오면 안 됩니다. 내가 돌아온 걸 누군가 직접 볼 때까지는요.' 통신이 종료되려는 순간 시계가 울렸다. [2011년 제3 귀환문 수동 개방 기록 복원] [물리 개방 준비자: 미확인] [원격 개방 계정: GTH-ADMIN] [현장 진입자: 1명 / 신원 미확인] [퇴출 관측: 없음]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2011년 문을 연 사람을 한 명으로 부를 수는 없었다. 준비한 사람, 원격으로 실행한 계정, 안으로 들어간 사람. 셋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다. 이제야 사건이 조금씩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누가 문을 열었느냐'는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명의 이름으로 모든 행동을 덮을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머니였다. "도겸아, 너 지금 집에 오는 중이지?" "조금 늦어요. 무슨 일이에요?" "이상한 사람이 왔어. 네 아버지가 맡기고 간 물건을 돌려주러 왔다면서."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군데요? 문 열지 마세요. 제가 갈게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문은 안 열었어. 그런데 그 사람이 네 아버지만 알던 말을 했단다." "무슨 말이요?" 어머니가 한참 망설였다. "여섯 시가 오면, 아이한테 먼저 물어보라고. 집에 돌아오고 싶은지." 나는 말을 잃었다. 현관 앞 인터폰에 찍힌 사진이 전송됐다. 검은 우산을 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은 우산에 가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낡은 도시락 보온통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내게 건네주었던 것과 똑같은 보온통이었다. 그때 시계가 마지막 문장을 띄웠다. [차정수의 미전달 귀가 확인서] [보관 위치: 가족 주거지] [수취인: 차도겸] [수취 거부 가능] 어머니가 보내 준 인터폰 화면의 구석에는 현재 시각이 적혀 있었다. 18:00:00. 우리 집 시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하셨는데, 화면만 여섯 시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사진 파일을 바로 확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 얼굴을 알아보기 전에 그 시각이 정말 지금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서아가 사진의 전송 정보를 확인했다. 촬영 시각은 몇 분 전이었지만 장치 내부 시각은 오래된 기록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군가 조작했는지, 고장 난 인터폰이 우연히 여섯 시를 표시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가 안전한 게 먼저야." 서아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실을 통해 출입 상황을 확인하고, 어머니에게는 실내에서 문을 열지 않도록 부탁했다. 도움을 요청할 연락처도 함께 확인했다. 누군가 아버지의 이름을 들먹인다고 해서 기꺼이 위험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남기혁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가족 문제의 판단을 대신하지는 않겠습니다. 현장에서 안전을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돕겠습니다."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형사가 형을 찾는 동생이 아니라, 내 가족이 안전하게 오늘 밤을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시계를 끄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그 사람한테 지금은 아무것도 받지 마세요. 제가 가서 확인할게요." 아버지의 이름으로 남은 마지막 물건이 우리 집 앞에 와 있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남의 퇴근 기록이 아니라 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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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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