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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29화
PAYLUA ORIGINAL · 제129화

129화. 나가겠다고 말한 사람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827자

오프라인 책장
신호 A는 우리보다 먼저 약속을 기억했다. 다음 통신에서 그는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했다. 서아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긴 숨이 흘러나왔다. '그럼 이제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나는 이쪽에 오래 있었어요. 처음에는 혼자였고, 나중에는 여러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같은 방에 있는지는 몰라요.' 그는 1998년이라는 날짜가 적힌 표식을 기억했고, 어느 순간 표식이 2011년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하지만 바뀐 순간을 실제로 봤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냥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달라졌다고 했다. "나가실 준비가 됐습니까?" 내가 물었다. '나가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어요. 그때마다 밖에서는 이미 나갔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펜을 내려놓았다. 우리는 기록을 고치는 중이었지만, 이 사람에게는 밖에서 자신을 기다려 주는 이가 있다는 확인이 더 중요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귀환 완료로 표시된 기록은 확인 중입니다. 당신이 실제로 나왔다는 뜻으로 처리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적어 주세요.' 서아가 현장 담당자에게 개별 의사 기록의 분리 보존을 요청했다. 그가 언제든 철회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여는 선택과 이름을 공개하는 선택도 별개로 기록했다. 상대는 어느 방식으로 밖과 대화할지 선택할 수 있었다. 그때 시우의 태블릿에 새 창이 떴다. [신호 A / 이름 미등록] [자발적 귀환 절차 진입] [신원 확인 대체 조건: 외부 관측자 1명] "관측자 1명이 필요한가 보네요." 내가 말했다. "이전과 같은 함정일 수도 있어." 유나가 속삭였다. 서아가 화면 하단의 작은 문구를 읽었다. `관측자는 사람의 귀환을 대신 승인하지 않음. 눈앞에서 확인한 것만 기록.` 그 문장은 아버지의 원본 설계도에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진짜 원본을 사용한 것인지, 원본의 표현을 빌려 동의를 받아 내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기록을 서로 다른 장치에 남기고, 누구도 먼저 인수 버튼을 누르지 않기로 했다. 나는 옛 별관 입구에서 신호를 들었고, 서아는 독립 카메라를 켰다. 남 형사는 조사관과 함께 외곽을 지켰다. 입구에서 바람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남 형사가 내 옆에 서서 물었다. "그 사람이 정말 밖으로 나오면 누가 맞아야 합니까?" 나는 잠깐 생각했다. "구급대가 먼저 상태를 확인하고,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연락하게 해야겠죠." "만약 남도윤이라면요?"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다시 형을 찾는 동생의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도 같아야 합니다. 형사님이 원하시는 만큼 만나고 싶겠지만, 돌아온 사람도 스스로 결정해야죠." 남 형사가 작게 웃었다. "형을 찾느라 경찰이 됐다고 말하면 멋있게 들릴 줄 알았습니다. 사실은 그날부터 한 번도 제대로 못 잊은 겁니다." "누구도 빨리 잊으라고 말할 수 없죠." "그래도 오늘은 기다려 보겠습니다. 누가 나오든, 내 이름으로 먼저 부르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끝내자 관리 책임자가 구조팀의 대기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우리는 초자연적인 통로를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안전 조치를 생략하지 않았다. 벽면 균열과 바닥 침하를 점검했고, 외부 의료 지원 연락선도 확보했다. 무엇인가 나오면 누구라도 먼저 살아 있는 사람으로 대하자는 약속이었다. 오전 여섯 시 십일 분. 별관 벽 아래 희미한 빛이 생겼다. 지난번과 달리 사각형은 바깥으로 뻗지 않았다. 작은 흰 줄이 땅에 하나 그어졌을 뿐이었다. '지금 한 걸음 내디뎌도 됩니까?' 신호 A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신 허락하지 않았다. "본인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우리는 안전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가겠습니다. 다만 내가 나온 것이 다른 사람의 귀환까지 확인하는 건 아닙니다.' 하얀 줄이 길어졌다. 벽돌 틈 안쪽에서 무언가 서서히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손을 내밀고 싶어졌다. 그러나 안전선 앞에서 서아의 손이 내 팔을 붙잡았다. "도겸아. 기다려." 처음에는 신발이 아니라 빛이 움직이는 줄 알았다. 흰 선 위에 검은 점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치 낡은 필름을 한 장씩 넘기는 모습이었다. 나는 팔을 뻗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손바닥에 손톱 자국이 날 만큼 주먹을 쥐었다. 카메라 옆에 있던 직원이 눈을 비볐다. "저게 정말 발입니까?" "확인 전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서아가 말했다. "형태가 있다고 해서 무엇인지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때 바닥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굴렀다. 흰 선 바로 안쪽에 있던 돌이었다. 밖에서 누가 밀지 않았는데도 선의 바깥으로 굴러왔다. 멈춘 시간의 안쪽에서 현실의 먼지를 건드린 것처럼 보였다. 시우가 돌의 위치를 표시하고 카메라 각도를 기록했다. 그는 돌을 바로 집지 않았다. 만약 이곳에 무너진 지하 공간이 있다면, 작은 움직임은 구조물의 이상 신호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 생각을 듣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나타난 것이 사람이라면 다가가야 할 것이고, 위험한 공간이라면 멀어져야 했다. 두 가지 판단을 동시에 하려면 더 많은 확인이 필요했다. 그림자는 한 발을 내밀었다. 구두 끝처럼 보이는 검은 모양이 빛 위에 닿았다. 구두인지 영상의 잔상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바닥에 놓인 먼지가 한쪽으로 밀렸다. 독립 카메라에도 그 장면이 남았다. 그때 운영망이 끼어들었다. [귀환 1건 관측] [171건 일괄 종료 권한 활성화] "안 됩니다." 나는 말했다. "한 사람의 발끝을 봤다고 다른 기록까지 종료할 수 없습니다." 서아가 자신의 태블릿에서 개별 관측 범위를 다시 지정했다. 시우는 운영망에서 자동 연계된 승인 요청을 차단했다. 신호 A에게는 지금 어떤 알림이 떴는지 설명했다. '그렇다면 멈출게요.' 그가 말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이곳에서 기다린 게 얼마나 되는지 몰라요. 하루 더 기다리더라도 다른 사람을 내 대신 보내지는 않겠습니다.' 그림자는 멈췄다. 하얀 줄도 더 뻗지 않았다. 한 발을 뗄 수 있었던 사람이 스스로 멈춘 순간이었다. 나는 실망한 듯 보이는 내 얼굴이 부끄러웠다. 구하는 사람의 기쁨이 구해지는 사람의 선택보다 앞서면 안 됐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다음에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길게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밖에 한 분이 더 계신가요?'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낡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사람, 남도윤이라고 부르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분이 자꾸 물었거든요. 동생이 아직 자신을 찾고 있는지.' 나는 남기혁을 바라봤다. 그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가 멈추었다. "저는 남기혁입니다." 형사가 말했다. "남도윤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누구인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벽 안쪽에서 아주 작은 웃음이 들렸다. '그분도 그렇게 말했어요.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을 먼저 믿지 말라고.' 통신이 끊겼다. 우리는 남도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가 그런 이름을 듣고 그 말을 전했다는 사실만 남았다. 그러나 그날 첫 번째 구두 끝이 외부 카메라에 찍혔다. 기록 밖의 무언가가 바깥쪽 먼지를 밀었다는 증거였다. 시우가 영상을 정지시키자 구두 옆에 낯선 무늬가 보였다. 검은 바닥에 작은 흰 점 세 개. 남기혁은 한참 그것을 바라보았다. "형이 어릴 때 신던 운동화엔 저런 점이 없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신던 구두에는 있었어요. 미끄럼 방지 못을 세 개 박으셨거든요."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기혁의 아버지. 한 번도 이 사건의 중심에 두지 않았던 사람. 세 번째 귀환문이 누구의 발을 보여 준 것인지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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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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