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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26화
PAYLUA ORIGINAL · 제126화

126화. 목소리가 먼저 돌아오는 문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144자

오프라인 책장
아침 일곱 시, 우리는 영병원 옛 별관 앞으로 다시 갔다. 지난번에는 여섯 시에 문이 열렸지만 오늘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시계를 한참 들여다본 끝에 내가 낸 결론은 간단했다. "문도 주말 출근은 하기 싫은가 봅니다." "오늘은 평일이야." 유나가 말했다. "그럼 사측의 근태 관리가 더 심각하네요." 서아는 내 농담을 듣지 못했다. 손에 든 문서에 집중하고 있었다. 최윤재의 필름 뒷면에서 읽은 한 문장, '사람이 오지 못하면 목소리만 먼저 돌아온다.' 그녀는 1998년 최초 설계도의 작은 주석과 그 문장을 비교하고 있었다. `VOICE-ONLY / 위기 구조용 역신호 / 출입 권한 없음` 이 회로는 사람의 위치를 옮기거나 시간을 정지하는 장치가 아니었다. 내부에서 누군가 자신이 어디 있는지, 도움을 원하는지, 돌아갈 준비가 됐는지를 밖에 전달하기 위한 별도 통로였다. 제3 귀환문이라는 이름은 후대 관리자가 붙인 것이었고, 원래 이름은 '역신호선'이었다. "그럼 문을 열지 않아도 안쪽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물었다.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바로 멈췄다. "회로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이 연결돼 있는지는 모릅니다. 오래된 음성을 반복 재생할 수도 있어요." 나는 그 점이 싫었다. 누군가 벽 너머에서 구조를 요청한다면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장치가 내 충동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 행동이 다른 사람의 시간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안전 점검을 마친 관리 책임자의 입회 아래 우리는 직접 접촉 없이 통신 상태를 관측했다. 외부 장치에 문을 여는 전원을 공급하지 않고, 전기적 신호만 분리해 읽었다. 시우는 우리가 원본 회로를 건드리지 않도록 테스트 절차를 종이에 적어 놓았다. "한 번만 질문하겠습니다." 서아가 말했다. "여기 계신 분이 있다면, 밖으로 나오는 걸 원하시는지부터 듣겠습니다." 그녀가 마이크 앞에 섰다. 우리는 연결 전에 검증 질문도 준비했다. 같은 녹음을 다시 재생하는 장치라면 알아듣지 못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살아 있는 사람임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프로그램은 녹음된 문장을 조합해서 대답할 수도 있었고, 시간차가 있는 공간에서는 질문의 순서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서아는 질문지 위에 크게 써 놓았다. '시험받는 기분이 들지 않게.'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웃었다. "시간 정지 사건 조사할 때 이런 배려까지 해야 하나?" "이 안에 있는 사람이 진짜라면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남들이 자기 존재를 시험했을 수도 있잖아." 서아가 말했다. "우리가 똑같이 하면 안 되지." 그래서 대답을 강요하는 질문 대신 상대가 원할 때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꿨다. 지금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대화를 멈추고 싶으면 어떻게 알려 주면 좋을지, 다음에 연락할 때 같은 방식으로 불러도 되는지. 그런 질문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단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지금 이 순간 무슨 선택을 원하는지 듣게 해 주었다. 시우는 시험을 하는 동안 신호의 지연 시간을 따로 기록했다. 어떤 응답은 거의 바로 왔고 어떤 것은 한참 뒤에 왔다. 그 차이를 인간적인 망설임이라고 해석하지 않았다. 우리가 연결한 회선에 결함이 있을 수도 있었다. "들리세요?" 처음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도로에서 트럭이 지나갔고, 먼지를 막으려고 설치한 천막이 펄럭였다. 세상은 너무 잘 움직여서 우리가 무엇을 듣고 싶은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기침이 들렸다. '여기 있습니다.' 나는 손목을 꽉 쥐었다. "성함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서아가 물었다. '이름을 먼저 말하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제 이름으로 나갑니다.' 서아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알겠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면 다른 질문을 해도 될까요?" '네.' "지금 안전하십니까?" 긴 침묵이 흘렀다. 정전이 된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던 날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서버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던 시간. 우리는 늘 답이 늦게 오면 다시 버튼부터 눌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도 재전송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지금은 움직일 수 없어요. 하지만 위험한 사람이 가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시간이 접혀 있어서 밖에서 보는 한 걸음을 안에서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릅니다.' 시우가 기록했다. 시간의 차이는 아직 관측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은 별도로 보존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고 싶으십니까?" 서아가 물었다. '네. 다만 제 이름으로 다른 사람을 끌어내려야 한다면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나는 대답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운영망은 언제나 누군가의 귀가를 다른 사람의 출근과 묶었다. 한 사람의 희망이 또 다른 사람의 피해가 되는 구조였다. "누구도 대신 지정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계약은 승인하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잠깐 끊겼다가 다시 돌아왔다. '차도겸 씨가 계시나요?' 나는 흠칫했다. "제가 차도겸입니다. 하지만 그 이름을 누구한테 들으셨는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여기에 걸려 있는 명찰에서 봤습니다.' "명찰에는 어떤 날짜가 적혀 있나요?" '2011년이라고요. 그런데 제가 들어오기 전에는 1998년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정말로 시간의 층이 달라지는 장소일까. 아니면 장부 이름표만 몇 번 바뀌었을까. 우리는 그때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나는 그 사람에게 다른 걸 물었다.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보입니까?" '보이지 않아요. 목소리만 들립니다.' "그럼 내일부터 제가 여기에 없더라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확인되기 전에는 제 이름으로 대답하지 마세요." 상대는 잠시 웃는 듯했다. '그 말은 꼭 기억하겠습니다.' 서아가 통신 시간을 마무리하겠다고 알렸다. 더 오래 연결하면 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도 동의했고, 통신은 천천히 끊겼다. 연결을 종료하자 나의 시계가 한 번 반대로 움직였다. 초침이 열두 칸을 거슬러 올라간 뒤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외부 카메라에는 같은 순간 내가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장면이 찍혔다.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었다. "방금 이상한 기억이 떠올랐어요." 내가 말했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아버지가 베란다에서 고장 난 인터폰을 고치고 있었다. 나는 장난으로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라고 했다. 아무도 없는 선 너머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게 먼저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 장면이 지금 너무나 선명했다. "그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 모르겠어." 내가 말했다. "아버지가 나한테 했던 다른 말을 여기다 가져다 붙인 걸 수도 있어." 서아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면 그대로 적어. 떠올랐다는 사실과 실제로 있었는지는 나눠 두자." 나는 수첩에 '기억인지 추측인지 미확인'이라고 썼다. 아직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기대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 때문에 낯선 목소리를 아버지의 것으로 확정할 수는 없었다. 그건 내가 가장 하고 싶고,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미확인 신호 A'로 기록했다. 남도윤이나 차정수라는 이름을 먼저 적지 않았다. 남 형사가 소리를 듣고 놀라는 것을 봤지만, 그도 아무 말 없이 복제본을 따로 보관했다. 현장에서 나오자 유나가 말했다. "오늘은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이야기가 밖으로 나왔네." "귀환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내가 말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시우에게서 새 분석 결과가 왔다. 방금 통신한 음성의 시작 부분에는 아주 짧은 안내음이 섞여 있었다. 2011년 장치가 내는 신호와 파형이 달랐다. `원본 신호 발생 시각: 1998.10.26 / 06:11` 그 시각은 원본 사고의 종료 시각과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신호가 녹음된 뒤 재생된 것인지 현재 연결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음성 끝에, 우리에게 들리지 않았던 작은 목소리 하나가 더 있었다. '밖에 있는 사람에게 이것만 전해 주세요.' '차정수는 문을 잠근 사람이 아니라, 내가 거부할 때까지 기다린 사람이었어요.' 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아버지의 이름이 또 등장했다. 이번에는 누군가를 대신 출근시킨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거절을 기다린 사람으로.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와 조금 더 닮은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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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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