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25화
PAYLUA ORIGINAL · 제125화

125화. 차도겸이라고 불린 남자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107자

오프라인 책장
내 이름을 불렀는데 내가 없었다는 상황은 익숙했다. 회사 메신저에 올라온 '차도겸 담당자 확인 바랍니다' 같은 글을 보면 특히 그랬다. 그때 나는 보통 회의실에 있었고, 회의실을 나온 뒤에는 확인할 일이 두 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1년의 미귀가 사건을 책임지라는 말은 웃을 수 없었다. "'문을 여는 건 차도겸'이라고 했어요. 그때 나는 거기 없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남 형사는 녹음 파일을 다시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의 주인이 거짓말했거나, 자신이 아는 계정 이름을 사람으로 착각했을 수 있습니다. 녹음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남겨야죠." 우리는 음성만으로 신원을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같은 파일에 들어 있는 기계 경고음을 분석했다. 잡음 아래에 단말기 특유의 세 번 울리는 비프음이 있었다. 시우는 2011년 장치 설명서와 대조해 그 소리가 관리자 권한 호출 후에 발생한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 소리 뒤에 항상 나오는 문구가 있어요. 원본 매뉴얼에는 '대리 관리자 권한 확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서아가 물었다. "그럼 도겸이 이름을 외친 사람은 계정이 대신 승인했다고 말한 걸까?" "그럴 수 있습니다." 시우가 화면을 돌렸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이 계정이 2011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나는 화면을 들여다봤다. `권한 식별자: CHDG-07` `마지막 정책 복구: 2026` `과거 기록 적용 범위: 1998~2011` "2026년에 복구한 권한이 어떻게 2011년에 출근합니까?" "기록을 현재 정책으로 재해석했다는 뜻일 수 있어요. 옛날 일을 바꿨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그 말에 나는 처음으로 안도했다. 내가 정말 시간 여행을 해 2011년에 돌아다녔다는 주장보다, 오래된 DB를 엉터리로 마이그레이션했다는 설명이 훨씬 개발자다운 일이었다. 물론 그것도 규모가 너무 컸다. 유나가 태블릿에서 비교 결과를 보여 줬다. 2011년 백업 이미지에는 숫자만 있었다. 이름은 없었다. `권한 번호 07`, `사용자 표시 없음`. 2026년 복구 로그부터 그 숫자 옆에 내 이름이 붙었다. "누가 이름을 붙였어요?" 내가 물었다. 강문석이 고개를 저었다. "복구 작업을 누가 실행했는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된 변환 규칙은 찾았어요. 0번 장부의 '마지막 수령 예정자'를 모든 미확인 권한의 대표 이름으로 덮어쓰는 규칙이었습니다." 나는 책상에 이마를 댔다. "이런 마이그레이션을 운영에 반영하면 개발자는 진짜로 퇴근 못 합니다." "넌 지금도 못 하고 있잖아." 유나가 말했다. "그러니까 제일 화난다는 겁니다." 우리의 농담을 듣던 서아가 화면 속 이름을 가리켰다. "문제가 하나 더 있어. 예전에는 이름 없는 일곱 번째 권한이었어. 지금은 차도겸의 이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러면 원래 그 권한을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영원히 가려질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이름이 가해자의 방패가 된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를 말로만 듣는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해 나는 간단한 화면을 만들었다. 입력값은 세 개였다. `권한 번호`, `사용 시각`, `실제 사용자`. 확인되지 않은 값은 반드시 비워 두도록 했다. 그리고 옆에는 운영망이 내놓은 결과 화면을 뒀다. 하나의 이름으로 뒤덮인 파란 막대들이 길게 이어졌다. "이쪽은 내가 만든 화면입니다." 내가 말했다. "없는 정보는 없다고 말합니다." "저쪽은요?" 유나가 물었다. "없는 정보를 있는 것처럼 보여 줍니다. 엄청나게 효율적이죠. 틀린 답을 빨리 내놓는 데는." 강문석은 내 화면을 보고 한 가지를 더 요청했다. 이름이 변환되기 전의 원본 출처를 열람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 줄 끝에 원본 보관 위치와 복사본 생성 일시를 붙였다. 누가 어떤 자료를 기준으로 '차도겸'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나중에 다른 사람이 되짚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처음에는 이 화면을 완성하면 곧바로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고칠 수 있게 된 것과 고쳐도 안전한 것은 달라요. 자동 정산에 물려 있을 수 있으니 먼저 실험용 복사본에서 검증해야 합니다." 나는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내가 배운 개발 원칙 하나가 사람을 위한 약속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원본의 숫자를 원상 보존하고, 현재 시스템에서 붙인 이름을 별도 열로 나누었다. '2011년 권한 07'과 '2026년 표시 이름 차도겸' 사이에는 커다란 선을 그었다. 남 형사가 그 표를 오랫동안 보았다. "형이 경찰서에 실종 신고됐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조회 기록에는 형 이름 대신 소속 업체 번호가 남아 있었죠. 나는 그걸 형이 도망쳤다는 근거로 받아들였고요." "그건 형사님이 어린 시절 보셨던 자료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래도 이제는 고쳐야죠. 가족이 알았던 사실과 기록이 말한 걸 구분해야 합니다." 점심시간에 우리는 남 형사의 요청으로 오래된 진술서를 찾았다. 그 서류에는 남도윤이 사라지기 전 동생에게 남긴 문장이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누군가 내 이름으로 출근하면, 그 사람을 먼저 의심하지 마. 대신 내가 퇴근하지 못했다고 말해 줘.' 문장을 읽자 손끝이 저려 왔다. 왜 그 말을 미리 남겼을까. 그는 이 기록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지우는지 알고 있었던 걸까. 시우가 또 다른 페이지를 찾아냈다. `07`번 권한으로 실행된 명령은 세 개였다. 첫째, 제3 귀환문 개방 시도. 둘째, 증인 확인 회로 무효화. 셋째, 미귀가자 재산정. "한 사람이 세 개 다 했다고 볼 수 있나요?" 서아가 물었다. "아니요. 명령의 접속 주소가 달라요. 동일한 권한을 여러 단말기에서 호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화면 한쪽에서 오류 알림이 떴다. 우리가 원본을 분리해 열람하는 동안 운영망은 여전히 내 계정으로 자동 확인을 요구하고 있었다. [차도겸-07: 과거 근무 누락] [미확인 일자 일괄 승인 권장] "권장이라는 말은 참 좋죠." 내가 중얼거렸다. "안 누르면 네가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을 주니까." 나는 확인 버튼을 닫았다. 그러자 다른 문구가 나타났다. [승인 거부 시 미귀가자 보호 절차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나는 손을 멈췄다.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을 겨냥한 문장이었다. 클릭하면 빨리 끝날 것 같고, 거절하면 내가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아가 내 옆에 섰다. "그 사람들이 기다리는 건 네가 대신 서명해 주는 일이 아닐 거야. 자기 말을 듣는 사람이겠지." 나는 별도 문서에 자동 승인 요청을 보존하고, 취소 사유를 적었다. '확인되지 않은 과거 근무를 현재 당사자에게 대리 승인시킬 수 없음.' 시계에서는 아주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내 기억이 지워질 때 나타나던 감각과 비슷했다. 나는 지난주 친구와 점심 먹었던 식당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곧 기억났다. 단순한 건망증인지 장치의 영향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두려움까지 일지에 적었다. 위험을 느꼈다는 사실은 중요한 기록이었지만, 위험의 원인을 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 순간 내가 깨달은 것이 있었다. 누군가 이 사건을 하나의 범죄로 보이게 만들었다. '차도겸이 출근해서 문을 열었다'는 단순한 이야기로. 하지만 그 뒤에는 적어도 세 개의 명령, 다른 위치의 단말기, 알 수 없는 사용자가 있었다. 복잡한 사실을 단순한 이름 하나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이 운영망의 가장 위험한 능력이었다. 저녁 무렵 최윤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보관 중인 필름의 마지막 장을 뒤늦게 찾아냈다고 했다. "누가 찍었는지도 모르는 사진이라 아까는 드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옆에 적힌 숫자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진에는 배전반이 아니라 지하 바닥의 작은 철제 뚜껑이 찍혀 있었다. 그 위에는 흰 글씨로 `07`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밑에 더 작은 글씨. '사람이 오지 못하면 목소리만 먼저 돌아온다.' 유나가 숨을 들이켰다. "세 번째 문은 사람이 나오는 문이 아닐 수도 있어. 안에 갇힌 사람이 외부에 자기 의사를 전하는 문일 수 있겠어." 나는 아침에 들었던 기침 소리를 떠올렸다. 이름은 남아 있지만 날짜가 사라진 사람. 우리가 구하려는 사람의 첫 번째 귀환은 몸이 아니라 '나는 여기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였는지도 몰랐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25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2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