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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21화
PAYLUA ORIGINAL · 제121화

121화. 문 아래에서 들려온 출근 도장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264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다섯 시 사십칠 분, 나는 집에서 나오다가 현관문 손잡이를 세 번 확인했다. 처음에는 잠겼는지 확인했고, 두 번째는 가스 밸브를 확인하느라 다시 열었다. 세 번째는 어머니가 뒤에서 부르셨기 때문이다. "차도겸. 밥 먹고 가." "금방 다녀올게요." "금방이라는 말을 하면 정말 금방 오는 법이 없어." 어머니는 작은 보온통을 내밀었다. 뜨거운 국이 들었다. 예전 아버지가 야근할 때 챙겨 가던 통이었다. 손잡이 안쪽에는 오래된 펜 자국으로 `정수`라고 적혀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디 가는지 묻지 않았다. 내가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금은 사실로 확인하지 않은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계셨다. 그 대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아버지 일 때문에 가는 거라면, 아버지 이름이 적힌 종이보다 네가 살아서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 나는 보온통을 받았다. 세상이 멈추는 동안 나는 사람의 기억을 지키겠다고 뛰어다녔다. 그런데 정작 어머니는 내게 오늘 점심 먹을 시간을 지키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더 어려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영병원 옛 별관 뒤편에 도착한 시각은 05:54. 유나가 손전등을 두 개 들고 서 있었다. 하나는 밝고 다른 하나는 거의 켜지지 않았다. "왜 고장 난 걸 가져왔어요?" "네가 만든 시간 측정 앱이랑 비교하려고. 둘 중 하나라도 작동하면 성공이잖아." "제 앱은 정상입니다." "어제도 시계 세 개를 한 화면에 띄워 놓고 정상이라고 했지." 반박할 말이 없었다. 남기혁 형사가 시설 관리 책임자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래된 지하 출입구는 붕괴 위험 때문에 폐쇄돼 있었다. 우리는 현장 안쪽으로 무단 진입하지 않고, 관리자가 지정한 관측 구역에 장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차 밑에 있다던 세 번째 귀환문은 이 별관 지하 통로와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그 연결도 도면에서 추정했을 뿐이었다. 서아는 출입 허가서와 현장 사진을 하나씩 대조했다. "어제 받은 음성에선 '내일 아침 여섯 시'라고 했어. 오늘 실제로 뭔가 열릴지는 모르지. 그러니까 문 앞에 서 있지 말고 여기서 봐." 그녀가 분필로 그은 흰 선 앞에 섰다. 현장에 오는 길에는 누군가 오래된 내비게이션 지도를 공유했다. 영병원 별관은 지도에 아직 응급실로 표시돼 있었고, 실제로는 수년 전에 폐쇄된 창고였다. 도착 지점을 잘못 찍어 옆 골목을 두 번 돌았던 나는 투덜거렸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인간도 내비게이션은 못 이기는군요." "넌 시간을 멈추는 법도 아직 모른다니까." 유나가 말했다. 강문석은 위험 구역 바깥에 기계식 시계를 하나 더 놓았다. 이 시계는 온라인 서버 시간과 연결되지 않았다. 별관 관리자의 시계, 서아가 들고 온 녹음기, 내 손목에 차인 장치. 서로 다른 네 개의 시간이 놓였다. 예전 같았다면 나는 서버 시간 하나만 맞추고 끝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같은 시간을 표시하는 장치가 많을수록 오히려 무엇을 믿어야 할지 조심스러웠다. 남 형사는 작동하지 않는 오래된 폐쇄회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이것도 촬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장 장치가 없습니다. 이런 게 제일 위험합니다. 뭔가 기록됐다고 생각하게 하거든요." 서아는 그 말을 받아 현장 목록에 '촬영되지 않는 장치'까지 적었다. 무엇을 봤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못 봤는지도 남겼다. 우리의 싸움은 어쩌면 그런 빈칸들을 지키는 일이었다. 05:59:52.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도시의 첫 버스가 큰길을 지나갔고, 옆 편의점 문이 열렸다. 모든 것이 평범했다. 나는 언제부터 평범한 움직임을 기적처럼 여기게 되었을까. 05:59:59. 한 번의 초침 소리 뒤에 주변이 멎었다. 지나가던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버스는 도로 끝으로 사라졌고, 편의점 자동문도 정상적으로 닫혔다. 대신 내 손목시계의 초침만 꼼짝하지 않았다. [06:00:00] [제3 귀환문: 외부 관측 대기] [기록 시각과 현장 시각이 다릅니다.] "세상이 멈춘 게 아니네." 내가 말했다. "네 시계만 멈췄어." 유나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너 하나만 보는 시험일 수도 있어." 서아의 독립 카메라에는 도로의 움직임이 계속 찍히고 있었다. 하지만 별관 벽 아래, 벽돌로 막힌 배수구 안에서 가벼운 금속음이 났다. 딸깍. 출근 도장을 찍는 소리였다. 남 형사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관리 책임자에게 신호했다. 아무도 선을 넘지 않았다. 벽돌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와 땅바닥에 사각형을 만들었다. 내가 그 빛에 손을 가져가려 하자 서아가 손목을 잡았다. "네가 닿으면 물건이 움직이는 게 규칙이잖아. 지금은 무엇이 움직이는지부터 보자." 나는 손을 거두었다. 흰 선은 바닥에 그어진 분필 자국이었지만, 그 선 하나가 우리를 몇 번이나 살렸다. 06:00:11. 빛의 사각형 안으로 낡은 카드 한 장이 미끄러졌다. 카드에는 기계로 찍힌 글자가 있었다. `2011.04.18 / 출근 처리 / 권한: 차도겸-07` 그리고 그 아래 사람 손으로 쓴 문장. '그 이름으로 온 사람은 그날 없었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2011년에 출근했다는 출입증이라니. 그때 나는 이런 이름을 빌려줄 생각조차 없었는데." "네가 빌려준 적이 없을 수 있어." 시우가 태블릿으로 기록했다. "권한 이름을 도용했을 수도 있으니까." 카드를 움직이기 전 우리는 양쪽 카메라의 시각과 위치를 맞추었다. 남 형사가 안전 확인 후 집게로 카드를 수거했고, 봉인 번호를 사진에 남겼다. 카드 뒷면에는 손으로 그린 세 개의 문이 있었다. 세 번째 문에는 화살표가 바깥으로 향하지 않고 아래로 향했다. "사람이 통과하는 문이 아닐 수도 있겠네." 유나가 말했다. 그때 벽돌 아래에서 두 번째 도장 소리가 났다. 딸깍. [출근자 1명 대기] [근무 종료 요청: 접수 불가] [대기자의 이름은 열람할 수 없습니다.] 나는 손목시계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카드는 내 이름이었고, 대기자는 이름조차 없었다. 이 시스템은 또 빈칸에 누군가를 집어넣으려 했다. "대기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출근 확인을 누를 수는 없어요." 서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보온통을 옆에 내려놓았다. 뚜껑에서 김이 새어 나왔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식어 가는 국이 이상하게 든든했다. 그 전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 도로에 남아 있던 물웅덩이에 내 얼굴이 비쳤는데, 내 뒤로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나는 곧바로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독립 카메라에는 물웅덩이가 보였고, 거기에 사람 비슷한 모양이 잠깐 스친 장면도 찍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인지 건물 그림자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혹시 저만 본 겁니까?" 내가 물었다. 서아가 화면을 멈췄다. "형태는 나왔어. 그런데 누군지는 모르겠어." 유나가 물웅덩이 쪽을 손전등으로 비췄다. 빛은 정상적으로 반사됐다. 검은 모양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관리자가 바닥을 가리켰다. 물웅덩이 가장자리는 오래된 지하실 천장과 연결된 약한 부분이었다. "그쪽은 밟지 마세요. 밑이 비었습니다." 나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시간 정지가 무섭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평범한 바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남 형사는 그곳에 표식을 설치했다. 우리가 본 그림자보다 확실한 위험이었다. 그때 물웅덩이 안에서 초침처럼 보이는 작은 파문이 일었다. 바람이 없었고 누군가 물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서아의 카메라는 파문의 시작을 놓쳤다. 다만 시계 화면의 06:00:11과 파문이 가라앉는 시각이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벽 안쪽에서 사람이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한 번뿐이었다. 녹음된 소리인지 살아 있는 누군가의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들었던 자동 안내음과는 달랐다. 기침 끝에 누군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문을 열지 마세요. 먼저 제 이름이 지워졌는지 확인해 주세요." 서아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누구세요?" 그녀가 물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벽돌 뒤쪽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름은 남아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이름으로 살았던 날짜가 없어요." 나는 수첩에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이름보다 먼저 날짜를 찾는 사람이라니. 우리에게는 처음인 요구였다. [06:00:11] [제3 귀환문 1차 요청 종료] [미확인 출근자: 기록 보존] 빛은 사라졌다. 출근 도장 소리도 멎었다. 하지만 카드를 담은 증거 봉투 속에서 작은 종이 조각이 천천히 풀렸다. '2011년 문을 연 사람은 입구에서 출근하지 않았다.' 누군가 문을 연 건 분명했다. 그런데 문을 연 사람은 문 앞에 있지 않았다고, 이 오래된 출근 기록은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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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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