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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십오 년 늦은 퇴근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285자

오프라인 책장
차도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가장 먼저 내 얼굴을 만졌다. 이상한 행동이었다. 이름이 같다고 얼굴까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그 이름이 나오면 내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수첩에는 일곱 번째 차도겸이라는 글씨가 있었고, 서랍에는 내가 아닌 차도겸의 기록이 있었다. 이제는 십오 년 전에 사라진 여자에게서 같은 이름이 나왔다. "그 사람이 이렇게 생겼습니까?" 나는 손을 내렸다. 내 사진을 먼저 보여 주지 않았다. 그녀의 기억에 내 얼굴을 심어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은 잘 못 봤어요. 이름표만 봤죠. 차도겸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언제요?" "퇴근하던 날…… 아니, 퇴근하려던 날이에요." 그녀는 '퇴근'이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몸을 움츠렸다. 자신의 말이 또 누군가의 기록을 확정할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질문을 멈췄다. 더 궁금한 건 많았지만, 막 문밖으로 나온 사람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게 할 권리는 없었다. 휴게소 관리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그 여자는 일어서려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손바닥으로 땅을 짚자 손가락 사이에 작은 돌멩이가 끼었다. 그녀는 돌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평범한 주차장 자갈이었다. 그러나 십오 년간 어느 시간에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저 작은 돌도 놀라운 감각일지 몰랐다. "차갑네요." 그녀가 말했다. "바닥이요?" 내가 물었다. "네. 저는 계속 뜨거운 데 있었거든요. 시계 소리도 크게 들리고. 그런데 여긴 바람이……" 여자는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 처음 느끼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조금 쉬어도 돼요?" "물론이죠." 유나가 말했다. 나는 근처 의자에 앉아도 된다고 안내하려다가, 굳이 지금 일어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말을 삼켰다. 대신 차량 통행이 없는 안전한 쪽을 확보했다. 관리자가 올 때까지 옆에서 지켰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그녀에게서 단 하나의 사건 기록보다 많은 것을 보았다. 지쳐서 허리를 펴지 못하는 자세,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을 움찔하는 반응, 가방 끈을 놓지 못하는 손. 그녀는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를 보고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차가 계속 가네요. 아무도 멈추라고 안 하는데."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 세상은 내가 평생 당연하게 여기던 세상이었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누군가에게는 기적이었다. 유나는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다. 여자는 한 장만 뽑고 나머지를 돌려주었다. '미안해요'라고 덧붙이는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왜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휴지 한 장을 쓰면서 미안해해야 할까. 나는 기록 속 '귀환 완료'라는 단어가 이렇게 작은 순간들을 얼마나 쉽게 지우는지 깨달았다. 사람들의 시간이 돌아온 뒤였다. 그는 주차장 가운데 주저앉은 여자를 보고 놀랐다. 유나는 구조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고, 여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디가 아픈지, 지금 누구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지부터 물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여자가 말했다. 그 말에 내 가슴이 덜컥했다. 이 일이 시작된 뒤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 하지만 시스템은 그 말을 '귀가 완료'로 바꾸고, 누군가 실제로 집에 도착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지금 바로 주소를 정해도 괜찮은 건 아니겠죠." 남 형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여자는 자신의 이름을 이수민이라고 말했다. 자기 이름을 말한 뒤 여자는 갑자기 휴대전화가 있느냐고 물었다. 유나가 자기 기기를 보여 주자 여자는 손가락을 뻗었다가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휴대전화가 이렇게 크네요." "필요하시면 통화할 수 있어요. 다만 지금은 연결할 상대를 먼저 생각해 보셔도 됩니다." 유나가 말했다. "예전 제 번호는요? 그 번호가 아직 있나요?" 우리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내가 수첩을 보며 검색을 해 보려 하자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 "잠깐만요. 아직 알아내지 말아 주세요." 그녀는 깊게 숨을 쉬고 말했다. "그 번호를 모른다는 소리를 들으면 진짜 십오 년이 지나간 것 같을 것 같아서요." 나는 기기를 내려놓았다. 시간을 훌쩍 넘긴 사람의 마음에 숫자 하나가 얼마나 큰 충격일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잃은 어머니 목소리도 남에게는 당연하게 되찾을 수 있는 음성 파일 한 개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파일을 재생한다고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는 스스로 말할 때가 오면 알려 달라고 했다. 내가 잊지 않으려고 수첩에 '전화번호 확인은 당사자가 원할 때'라고 적자 그녀는 묘하게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적어 두면 꼭 지켜 주는 거예요?" "저도 자주 잊어서요. 적어 두면 다시 읽을 수 있거든요." 처음으로 여자가 웃었다. 긴장은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내가 바라던 것은 큰 기적이 아니라 이 사람의 내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등록번호의 앞부분도 기억했다. 마지막으로 일하던 공장 이름을 댔고, 병원에 가기 싫다고도 했다. 우리는 그 말을 그대로 들었다. 그녀가 의료적 도움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인지조차 전문 인력이 판단해야 했기에 함부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일상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기사와 다른 손님들은 이상한 버스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관리자는 '차가 있던 것 같다'고 말하다가 CCTV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직접 본 사실과 다른 사람의 기억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구급대원이 여자의 상태를 살피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저는 몇 살이에요?" "본인께서는 몇 살이라고 기억하세요?" 대원이 물었다. "스물다섯이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서류의 이수민은 2011년에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마흔 살이어야 했다. 그러나 눈앞의 여자가 어떤 시간을 살았는지, 실제 생리적 나이가 몇인지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남 형사는 내게 작게 말했다. "수민 씨로 단정해서 가족에게 연락할 수 없습니다. 가족에게 너무 큰 충격일 테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죠?" "본인이 원하는 범위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관계 기관과 함께 연락 방법을 정해야겠죠." 우리는 사고 경위를 있는 그대로 말했다. '정지된 버스에서 나온 여자'라는 말을 들은 대원은 놀랐지만, 그보다 먼저 여자의 의식과 호흡을 확인했다. 이상한 사건일수록 평범한 보호 절차가 중요했다. 누군가 우리 이야기를 믿지 않아도 그 사람의 안전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여자가 구급차에 오르기 전 나를 불렀다. "저기요." "네." "그 사람은요. 제게 문을 열라고 하지 않았어요." "차도겸이라는 이름표를 단 사람이요?" "네. 제가 나가겠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 줬어요. 그러고는 저보다 먼저 다른 문으로 갔어요." "어디로요?"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오래된 풍경을 다시 보는 듯했다. "운전석 뒤였어요. 그 문엔 시계가 걸려 있었어요. 바늘이 열한 분에서 움직이지 않았죠." 나는 아버지의 귀환 장치 도면을 떠올렸다. 보관실에서 돌아오는 문은 멈춘 시간을 여는 장치와 달랐다. 누군가가 문을 열 수 있는지, 누가 나갈 수 있는지를 분리하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1998년의 최초 사고가 열한 분 동안 일어났다는 사실도. "그 사람이 뭐라고 했습니까?" 여자가 잠시 생각했다. "당신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여기 남겠다고 했어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구급대원이 물을 건넸다. 여자는 한 모금만 마시고 남은 물을 내려놓았다. 차가 떠난 뒤에도 나는 그 자리에 오래 서 있었다. 유나가 내 옆에 왔다. "또 네가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 사람은 네 이름표를 봤다고 했어. 너라고 한 건 아니야." "알아. 그래도 그날 누군가 기다렸다는 건 사실일 수 있잖아." "그걸 확인하자. 기다린 사람을 다른 누군가로 바꾸지 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병원 쪽에서는 아직 신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연락이 왔다. 대신 여자가 가지고 나온 가방 안에서 작은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고 했다. 본인이 보여 주어도 좋다고 동의한 물건이었다. 우리는 사진을 받았다. 그것은 이름표의 플라스틱 클립이었다. 클립 안쪽에는 회사 이름도, 주민번호도 없었다. 다만 낡은 종이 조각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차도겸 — 2011년 귀환 대기 근무.' 그리고 작은 글씨. '원본과 제7차 분기 이전.'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손을 멈췄다. 내가 일곱 번째가 된 건 2026년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의 문서가 그보다 먼저 나의 일곱 번째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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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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