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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16화
PAYLUA ORIGINAL · 제116화

116화. 빈 버스는 돌아가지 않는다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476자

오프라인 책장
"버스를 빈 차로 보내라고요?" 운전석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사람에게 그 말을 들었다면 나는 곧장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남도윤의 옛 사진과 닮아 보였다. 남기혁 형사는 그를 형이라고 부르려다가 입술을 닫았다. 남자는 그런 형사의 반응을 보면서도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차도겸.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여자분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거야. 나에 대한 질문은 나중에 해." "왜 저를 아세요?" "너희가 나를 찾고 있었으니까." "그건 대답이 아니잖아요." "맞아." 남자가 말했다. "나도 제대로 대답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못 해." 그의 목소리에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의 지친 흔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신뢰할 근거가 되지는 않았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중간 문 밖으로 나온 여자가 가방을 끌어안고 있었다. 유나가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분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맡지 마. 선택을 물어."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뜻밖에 웃음이 나왔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말을 저 사람도 하고 있었다. 유나가 여자에게 물었다. "여기 앉아 쉬실래요? 아니면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실래요?" 여자는 주차장 바닥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으로 흰 선을 따라 그었다. 굳어 있는 자동차와 바람도 움직이지 않는 나뭇잎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차가 다시 떠나면…… 돌아오나요? 시간이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돌아왔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원하시면 저쪽 벤치까지 같이 갈 수 있어요." 여자는 벤치를 가리켰다. 유나가 길을 먼저 걸었고, 여자는 자기 발로 뒤따랐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버스 문이 닫혔다. 안내판에는 여전히 171이 빛나고 있었다. [일괄 귀환 검증 재개까지 00:42] [하차 처리 1건 / 나머지 기록 170건] "남은 170건은 어떻게 되죠?" 서아가 물었다. 운전석의 남자는 대답 대신 손바닥을 버스 계기판에 올렸다. 오래된 계기판과 현재의 전자 화면이 겹쳐졌다. [승객 170명 탑승 중] 그 문장은 곧 사라지고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 [귀가 완료 기록 170건 보관 중] "뭐가 맞는지 모르겠지?" 남자가 물었다.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 차이가 이 버스를 살린 거야." 남자는 운전대 아래에서 작은 스위치를 꺼냈다. 종이에 적힌 글씨는 낡았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 '실제 승객이 없으면 귀환 처리하지 않는다.' "이건 누가 만든 거죠?" "차정수 씨가 남긴 거야." 아버지 이름이 나오자 내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그러나 나는 다급하게 묻지 않았다. 누군가 아버지의 이름을 이용해 내 선택을 움직이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부터 보여 주세요."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네 아버지라면 그렇게 말했을 거야." 그는 스위치를 뒤집지 않았다. 먼저 양손을 운전대에서 떼고 우리에게 화면을 보여 주었다. 운전석 아래에서는 손으로 몇 번을 사용한 듯 윤이 나는 금속 나사가 보였다. 그 남자가 너무 능숙하게 장치의 커버를 열자 나는 오히려 의심스러웠다. 수십 년 전 버스에 달린 장치를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저렇게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장치는 누가 관리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여러 사람이." 남자가 대답했다. "하나로 기록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 한 사람이 모든 문을 열고 닫는 시스템은 너무 위험했거든." "그럼 왜 보관국은 지금 한 사람만 찾죠?" "한 명이면 책임을 떠넘기기 쉬우니까." 남기혁 형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말했다. "형은 어릴 때 기계 만지는 걸 좋아했어요. 고장 난 라디오를 밤새 들여다보다가 다음 날 학교에 늦곤 했죠." 운전석의 남자가 짧게 웃었다. "그 라디오, 사실 내가 망가뜨린 게 아니었어." 형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족밖에 모르는 사소한 농담이라면 진짜 형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기억도 누군가 복사했을 가능성을 지울 수 없었다. "저는 그 말을 지금 믿고 싶습니다." 형사가 말했다. "하지만 왜 그런 얘길 아는지 확인할 때까진 형이라고 부르지 않을 겁니다." 남자의 얼굴에 아주 짧은 슬픔이 비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내가 본 것은 낡은 버스 기사라기보다,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형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는 운전석 유리에 손가락으로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두 겹의 원이었다. "시간이 멈춘 자리마다 문이 있는 건 아냐. 누군가 돌아갈 수 있는 문을 남겨 둔 자리도 있지. 그걸 찾아." 나는 수첩에 그 모양을 베꼈다. 나중에 내가 잊더라도 두 개의 원을 누가 그렸는지 남기기 위해서였다. 버스의 실제 탑승자 감지 수치는 0으로 나왔다. 뒷좌석에서는 여전히 벨트가 조였다 풀리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수치는 0이었다. "사람이 안에 없는 건가요?" 남 형사가 물었다. "감지된 사람이 없다는 뜻이지. 이 장치가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니야. 그래서 빈 차라고 확정하기 전에 밖의 관측이 필요해." 서아가 창문을 따라가며 보이는 움직임을 기록했다. 그때 뒤에서 어린 손이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우리는 그 순간을 수첩에 적었다. '감지 0, 시각적 흔적 1건, 정체 미확인.' "빈 차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서아가 말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 '빈 차로 출발'이 아니라 '추가 승객 확인 전까지 기록을 싣지 않고 출발'로 바꿔야 해." 나는 그 차이를 이해했다. 우리가 증명하지 못한 생존자를 차에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지 못한 기록을 승차한 것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시스템에 그 문구를 제시했다. 외부 관측 세 명의 기록을 첨부했다. 장치는 짧은 오류음을 냈다.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듯 화면이 검게 변했다. [승차자와 귀환 기록의 수가 일치하지 않음] [자동 귀환 재실행 대기] "그럼 자동 실행을 중단하세요." 내가 말했다. [권한 부족] "권한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 [최초 관측자] 나는 운전석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저입니까?" 남 형사가 물었다. "아니야." 남자가 대답했다. "기혁아, 너는 그때 열세 살이었잖아. 왜 네가 다른 사람의 퇴근을 책임져야 해?" 남기혁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남자는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시계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00:09] "그럼 최초 관측자 이름을 말해 주세요!" 내가 외쳤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얼룩진 서류였다. 그는 자기 이름이 적힌 부분을 보여 주려다가 잠시 멈췄다. "최초 관측자는 한 명이 아니었어. 그날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기록을 남겼지. 문제는 그걸 누가 단일 서명으로 합쳤느냐야." [00:05] 나는 자신의 손목시계에 입력했다. '일괄 서명은 유효하지 않음. 개인별 관측 기록 유지. 171건 귀환 완료 판정을 보류해 달라.' 서아와 남 형사도 같은 요청을 각자의 종이에 남겼다. 유나는 벤치 쪽에서 손을 들었다. 문밖으로 나온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나는 그녀가 스스로 하차한 사실만 적은 기록을 펼쳐 보였다. [00:02] 버스 전면의 숫자가 바뀌었다. [승객 수: 미확인] [귀환 기록 171건: 재검증 대기] [4,183건 자동 재개: 보류] 18:11. 버스가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탄 것으로 처리된 기록은 차 안으로 끌려가지 않았다. 버스가 출발할 때마다 저절로 몸을 조이던 안전벨트들이 이번에는 풀어진 상태로 남았다. 도로의 소리가 한꺼번에 돌아왔다. 트럭의 방향지시등이 다시 깜박였고, 자판기에서 전자음이 들렸다. 유나는 벤치에 있던 여자 옆에 앉아 있었다.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움직이는 차들을 바라봤다. 나는 손목에 떠 있는 숫자를 보았다. 보관국의 기록은 안전하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강제 재실행이 멈췄다. 이제 171건의 진위를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남 형사는 도로 끝을 바라봤다. 버스가 사라진 곳이었다. "저 사람이 형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네." 내가 말했다. "그런데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어렸을 때처럼." 그가 눈을 닦았다. 차분히 숨을 쉬었다. 나는 우리 곁의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자기 가방에서 낡은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은 켜지지 않았다. 여자는 번호를 누르려다 멈췄다. "오늘이 몇 년도라고 하셨죠?" "2026년입니다." 그녀가 힘없이 웃었다. "그러면 제가 딱 십오 년을 늦게 퇴근한 거네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그녀가 덧붙였다. "그런데 제가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남도윤 씨가 아니었어요." "누구였습니까?" 여자는 손목의 붉은 자국을 살폈다. "그 사람이 말했거든요. '돌아온 사람은 두 번 확인해야 한다'고." 그녀는 잠깐 숨을 골랐다. "그 사람 이름은 차도겸이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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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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