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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12화
PAYLUA ORIGINAL · 제112화

112화. 돌아온 사람을 다시 태우는 법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442자

오프라인 책장
버스 문은 안쪽에서 세 번 울렸다. 쿵. 쿵. 쿵.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아주 단순한 사실을 떠올렸다. 문이 열린다면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문이 열리기 전에 승객 명단이 먼저 바뀐다면, 우리가 보는 것은 사람보다 기록일 수 있다. 서아가 휴대용 카메라를 켰다. 화면은 켜졌지만 시간 표시는 18:00:00에 멈춰 있었다. 현장 사진을 남길 수 있어도 촬영 시각이 정확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었다. 나는 카세트 녹음기 버튼을 눌러 보았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 테이프가 정말 감기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테스트부터 해볼까?" 유나가 말했다. "테스트 멘트는 제가 하죠. 차도겸, 현재 세 번째 버스를 목격 중. 배고픔 정도는 매우 심각함." "마지막 문장은 빼." 서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왜? 사실인데." "중요한 기록이잖아." "제 배고픔도 중요한 기록입니다." 남기혁 형사가 가만히 웃었다. 그의 웃음은 잠깐이었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서로가 아직 현실의 사람이라는 감각을 되찾았다. 버스 차창에 승객 이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글자들이 유리에 빗물처럼 맺혔다. 이수민. 김해원. 박상철. 그 다음에는 이름을 읽을 수 없는 빈칸이 이어졌다. 명단은 한 번에 열일곱 줄씩 바뀌었다. 171건이 전부 고유한 사람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같은 이름이 두 번 나타났고, 이름 대신 '귀가 완료'라고 적힌 행도 있었다. 이름 하나는 세 차례나 연속해서 나왔다. 같은 사람이 세 번 버스를 탔을 수도 있고, 서로 다른 문서가 같은 이름으로 묶였을 수도 있었다. 나는 첫 화면을 그려 놓고 다음 화면을 기다렸다. 두 번째 화면이 넘어가는 순간 이름 아래 숫자가 바뀌었다. '접수번호'였던 표제가 '승차번호'로 바뀐 것이다. "이거 봐요." 나는 서아를 불렀다. "번호는 그대로인데 뜻이 바뀌었어요." 서아는 수첩 두 쪽을 나란히 펼쳤다. 하나에는 2011년 실종 접수번호, 다른 하나에는 버스 운행표가 있었다. 같은 숫자가 다른 항목에 붙어 있었다. 시스템에서는 숫자만 비교하면 똑같아 보였다. 사람이 그 숫자 아래에서 겪은 일은 완전히 달랐다. "몇 명을 태웠는지 묻기 전에 뭘 세고 있는지부터 알아야겠어." 서아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계를 만들 때도 그랬다. 방문자 수와 페이지 조회 수를 같은 숫자로 취급하면 보고서가 엉망이 된다. 그러나 이번 오류는 발표 자료 한 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이미 집에 있다고 처리되고, 어떤 사람은 승차도 하지 않았는데 다시 태워지는 기록이 됐다. 남 형사는 이름들을 읽어 보다가 자신의 옛 수첩을 덮었다. 버스 유리에는 잠깐 아주 작은 지도가 나타났다. 171개의 선이 각각 다른 집 모양의 아이콘으로 이어졌다. 이상하게도 지도 속 집들은 전부 똑같이 생겼다. 아파트 동도 없고, 도로 이름도 없고, 창문도 없는 네모난 집. 실제로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았을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모양으로 축약돼 있었다. "집이 전부 같은 모양이에요." 내가 말했다. "지도 아이콘이 원래 그렇긴 하지." 유나가 말했다. "그게 문제일 수도 있어요. 실제 주소를 확인하지 않고 집 표시만 달아도 도착했다고 계산할 수 있으니까." 서아가 선 하나를 따라가 보았다. 출발점에는 공장 이름이, 도착점에는 '주거지 확인'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사람 이름은 없었다. 알고리즘이라면 '출근 장소 있음, 귀가 장소 있음, 퇴근 완료'라고 판단하기 딱 좋은 화면이었다. 그러나 그 지도에는 집 앞에서 기다리던 가족도,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신발도 없었다. 나는 손목시계에 '집 모양의 표시와 실제 도착은 다름'이라고 적었다. 누군가 이런 당연한 문장을 증거로 써야 한다는 것이 화가 났다. "수사 파일에서는 누군가의 이름을 찾는 게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름을 발견할수록 겁이 납니다." "이름이 있다는 게 그 사람도 여기 있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내가 물었다. "아닙니다. 그 이름으로 누군가 다른 사람을 부를 수 있다는 게 무섭습니다." 나는 손목에 적힌 동의 숫자를 다시 봤다. 이름도, 서명도, 숫자도 사람이 없으면 껍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껍데기가 진짜 사람을 가두는 순간이 가장 위험했다. "이수민 씨 이름이 있어요." 내가 말했다. 남 형사가 손을 뻗다가 멈췄다. "그게 이수민 씨가 차 안에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그는 휴대전화의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2011년 수사 당시 남겨 둔 접수번호와 버스 차창에 나타난 번호가 일치했다. 일치한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하지만 같은 번호를 누군가 복사해 넣었을 가능성도 중요했다. 버스 전면 안내판 아래에 버튼 두 개가 생겨났다. [전체 승차 승인] [전체 승차 거절]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가 전체 승차를 결정하라고요? 제가 오늘 점심 메뉴도 못 정했는데?" "누르지 마." 유나가 말했다. 그녀는 문에 기대지 않았다. 대신 안전거리만큼 떨어져 차체가 움직이는지 살폈다. 버스 엔진 소리는 들렸지만 배기가스는 나오지 않았다. 차 아래에는 실제 타이어가 있었으나 주차장 바닥의 노란 선은 뚫고 지나갔다. 하나의 공간에 두 시기의 도로가 겹쳐진 것 같았다. 서아가 버튼 옆의 작은 글씨를 읽었다. [일괄 선택 시 이전 귀환자의 개별 의사는 확인하지 않습니다.] "이거야." 그녀가 말했다. "운영망이 원래 하던 방식. 작은 문장 하나로 사람들의 선택을 없애 버리는 방식." 나는 손목시계에 메시지를 적었다. '개별 승차 의사 미확인. 일괄 처리에 동의하지 않음.' 그러자 손목 화면이 희미하게 떨렸다. [일괄 처리 이의 신청 접수] [증빙 관측자 수 부족] "몇 명이 필요한데요?" [최소 3명의 독립 관측] 내 옆에는 나를 포함해 네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손목 화면에는 여전히 한 명이라고 나왔다. 문제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장치는 사람을 숫자로 세고 싶은데,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에 동의하는지 이해하기 전에는 숫자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 형사가 말했다. "제가 관측 결과를 기록하는 데 동의합니다. 단, 타인의 승차 여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 기록은 제가 본 범위로 제한합니다." 서아도 말했다. "저는 화면의 문구와 실제 변화의 차이를 관측하겠습니다. 과거의 서명을 지금의 승낙으로 사용하지 마세요." 두 사람의 이름을 내가 대신 입력하지 않았다. 버스 정면의 안내판이 잠깐 꺼졌다가 각자의 발치에 얇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남 형사와 서아는 종이를 읽었다. 서아는 '관측'이라는 글자 밑에 덧붙은 '귀환 보증' 문구를 발견했다. "이 줄은 동의 못 해." 그녀가 해당 줄에 취소선을 그었다. 남 형사도 같은 부분을 지웠다. 종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빨간 글씨로 '조건부'가 찍혔다. [동의한 관측자: 3명] [관측 권한: 사실 확인에 한정] 유나가 숨을 내쉬었다. "숫자가 늘었네." "이제 버스가 무서워할까요?" 내가 물었다. "버스가 무서워하진 않겠지. 저걸 만든 사람이 무서워하겠지." 승강장 안쪽에서 확성기가 켜졌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직하고 피곤한 목소리였다. '승객 여러분. 이 차량은 돌아오신 분들을 다시 확인하는 차량입니다. 승차권을 준비해 주십시오.' 나는 한 걸음 물러났다. '돌아오신 분들'이라는 문장이 가장 잔인하게 들렸다. 우리가 아직 귀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이들에게 돌아왔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때 차창에 나타났던 이수민의 이름이 잠깐 흔들렸다. 바로 밑에 한 줄이 더 쓰였다. [2011년 귀가 확인: 완료] [가족의 육안 확인: 없음] 남 형사가 그 문장 앞에 섰다. "이 기록은 정정 요청된 상태입니다." 그는 차창에 손대지 않고 말했다. "내가 본 적 없는 사람을 집에 도착했다고 적을 수 없습니다." 확성기가 고요해졌다. 몇 초 뒤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하면 이 버스의 운행이 지연됩니다.' "그러면 지연시키세요. 사람을 태우는 것보다 중요합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빈 좌석 가운데 하나가 삐걱거렸다. 안전벨트가 천천히 풀렸다. 그 아래에는 낡은 갈색 가방이 놓여 있었다. 가방의 옆면에 수민이라는 이름이 손글씨로 쓰여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문은 아직 닫혀 있었다. "소지품이 있다고 사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서아가 내 어깨를 잡았다. 그때 가방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이 흘러나왔다. 종이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2011년 9월 14일.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여동생에게 전화할 것'이라는 짧은 문장. 우리가 듣지 못한 전화가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 전화하려고 남겨 둔 메모만 가져온 걸까. 손목시계가 울렸다. [18:04:12] [개별 귀환 확인 요청: 1건] [발신: 이수민] 나는 곧장 고개를 들었다. 버스 뒤편 어둠 속에서 누군가 창문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문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다섯 개였다. 그리고 그 손바닥 안쪽에는 파란색으로 아주 작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나는 집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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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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