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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11화
PAYLUA ORIGINAL · 제111화

111화. 열한 분짜리 승강장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179자

오프라인 책장
열한 분이 남았다. 정확히 말하면, 열한 분 동안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버스 한 대를 막는 일이라면 길을 막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쫓던 버스는 도로 위에 남아 있지 않았고, 버스가 한 바퀴 더 돌면 4,183건의 출입 기록이 다시 열린다는 경고만 남겼다. 나는 휴게소 주차장의 흰 선 위에 서 있었다. 햇빛이 낮은 건물 벽에 걸려 있었다. 오후 여섯 시인데도 하늘은 이상하게 밝았다. 18:00:00에 멈춘 세상의 잔광이어서 그럴 것이다. 멈춘 차 안의 라디오에서는 노래 한 소절이 끝나지 못했다. [귀환 회차 재개 예정: 18:11] [동의한 관측자: 1명] [관련 기록: 171건] [연쇄 영향 가능 기록: 4,183건] "첫 번째 관측자가 저라는 건 확실합니까?" 내가 묻자 서아가 고개를 저었다. "네 손목 화면에 그렇게 뜬다는 사실만 확실해. 네가 실제로 동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 "대단하네요. 제가 이 회사 직원이라는 것도 맨날 확인 못 하더니, 이제는 제가 동의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오유나가 나를 흘겨봤다. "농담할 정신 있으면 호흡부터 골라. 네가 뛰면 남은 시간이 빨리 가는 건 아니니까." 유나의 말이 옳았다. 거대한 정지 안에서 나 혼자 초조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18:11이 늦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수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나는 수첩을 펼쳐 첫 줄에 '동의한 관측자 1명의 신원 불확실'이라고 적었다. 나는 수첩 옆에 작은 그림도 그렸다. 사각형 하나, 그 안에 버스 한 대, 버스 밖에 서 있는 네 사람. 그림 속 사람들은 모두 동그란 머리에 막대기 팔을 달고 있었다. 내가 남긴 기록 가운데 가장 형편없는 그림이었다. "뭘 그려?" 유나가 물었다.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거. 나중에 시간 표시가 다 틀어지면 그림이라도 있어야 하잖아." "그림에 내 다리가 세 개야." "급할 때 잘 달리시라고." 유나는 내 팔꿈치를 치려다가 멈췄다. 정지된 세계에서는 작은 충격 하나도 어느 물체에 전달되는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몇 달 동안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사람의 몸에 닿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하물며 타인의 기억이나 삶의 출구를 누르는 일이라면. 주차장 한쪽에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려던 아버지가 멈춰 있었다. 아이는 붉은 풍선을 들고 있었다. 풍선의 줄은 구부러진 모양 그대로 허공에 정지해 있었다. 나는 저 사람들이 버스를 볼 수 없다는 점에 조금 안도했다. 동시에 우리가 실패하면 이들 역시 언제든 보관망의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목이 말랐다. 휴게소 출입문 위 전자시계는 18:00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목의 시간은 한 초씩 흘렀다. 두 시계를 한 화면에 찍어 놓으니 마치 서로 다른 세상이 투명한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듯했다. 한쪽 세상에서는 누군가의 삶이 무대 위 소품처럼 멈춰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우리가 그 소품을 어떻게 기록할지 싸우고 있었다. 나는 그림 아래에 문장을 하나 더 적었다.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확인하더라도, 있었을 가능성을 지워 버리지는 말자.' 막대기 사람 넷이 그려진 종이를 덮자, 손목 화면의 숫자가 다시 흔들렸다. 누군가 우리가 남기는 기록을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남기혁 형사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그도 지금은 움직일 수 있었다. 104화의 관측실에서 잠시 시간을 통과한 뒤, 보관망과 연결되는 상황에서는 특정 신호를 읽을 수 있게 된 듯했다. 그가 완전히 자유로운 관측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저를 숫자에 넣지 마세요. 아직 제가 여기에 들어오겠다고 대답한 적은 없습니다." "형사님을 강제로 끌어들이려는 건 아닙니다." "알아요. 다만 화면이 제 이름을 써 버리기 전에 제가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고 분명하게 말했다. "저는 남도윤을 찾는 일에 참여하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귀환 여부를 대신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손목시계의 숫자는 그대로였다. [동의한 관측자: 1명] 유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말로 대답했다고 자동 승인하지 않는 건 오랜만에 보네." 서아가 바닥의 검은 줄을 가리켰다. 버스가 사라진 자리에서 주차장 바닥으로 검은 선이 뻗어 있었다. 마치 먼지 위에 오래된 타이어 자국을 찍은 것 같았다. 그런데 선은 주차장의 실제 출구가 아니라, 휴게소에서 철거된 옛 승강장 쪽으로 향했다. 그 승강장은 지금 벤치와 자판기가 있는 곳이었다. 유나가 휴게소 관리자에게 구조 도면을 요청해 둔 덕분에 우리는 어젯밤 그 위치를 확인했다. 1998년의 승강장은 지금보다 건물 쪽으로 십여 미터 들어와 있었다. "시간 속의 차는 옛길로 달릴 수도 있나?" 내가 물었다. "지금 보이는 자국은 옛길의 자료를 그린 것일 수도 있어." 서아가 대답했다. "그림과 실제 위치를 구분해야 해." 우리는 자판기 앞까지 걸었다. 자판기는 멈춰 있었다. 음료수를 뽑을 수도 없었다. 나는 이런 때만큼은 제 능력이 너무 형편없다고 생각했다. 시간 정지라면 최소한 따뜻한 캔커피 한 잔 정도는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판기 유리에 붉은 글씨가 나타났다. [승강장 복원 중] [승차 대상: 귀가 완료 처리자] [171건 일괄 탑승 대기] "귀가 완료 처리자?" 남 형사가 되물었다. "이미 돌아왔다고 기록된 사람들을 왜 다시 태우죠?" 답은 화면 바로 밑에 있었다. [이전 귀환 결과의 무결성 확인] 내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사람이 집에 돌아왔는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으면서, 기록의 무결성을 확인하겠다며 다시 버스에 태우겠다는 것이다. 나는 수첩에 '귀환 기록 검증과 사람의 재승차는 별개의 행위'라고 적었다. 과거에 우리가 배운 중요한 원칙이었다. 수치가 같아 보인다고 사람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멀리 고속도로에서 얼어붙은 트럭의 방향지시등이 깜박이지 못한 채 빛나고 있었다. 현실의 차량들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 1998년의 승강장만 천천히 형태를 얻었다. 콘크리트 바닥 위로 낡은 노란 선이 나타났고, 철거된 시외버스 안내판이 투명한 유리처럼 서 있었다. 그 아래에는 도착 예정 시각이 적혀 있었다. 18:03. 나는 손목시계를 봤다. 멈춘 세계 안쪽의 시계가 18:01을 지나고 있었다. "버스가 올 때까지 이 분 남았습니다." "그러면 그 전에 할 일을 정하죠." 서아가 말했다. "누가 버스를 타겠다고 직접 말했는지 확인할 방법. 누가 타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게 무시되지 않게 보관할 방법." "둘 다 준비해야겠네." 유나가 가방을 뒤졌다. 그녀가 꺼낸 것은 아버지의 낡은 카세트 녹음기와 종이 수첩 두 권이었다. 장비는 보관국의 화면에 연결되지 않았다. 정지 시간에서 카세트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아직 불확실했다. 그래도 우리는 같은 말을 서로 다른 곳에 남기는 방법을 배웠다. 남 형사는 차분히 사람들의 역할을 정리했다. 유나는 현장 경계, 서아는 화면 문구 대조, 나는 장치의 명령 변화 기록. 자신은 돌아온 사람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나타나도 가족 관계를 먼저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형을 보면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답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찾고 싶겠죠. 미친 듯이. 하지만 그 사람이 스스로 누구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승강장 안내판에 정류장 이름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영병원. 9번 계단. 마지막 퇴근. 종점. 마지막 줄에서 글자가 망설이듯 떨리더니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었다. [종점: 최초의 집] 누군가의 집을 종점이라고 부르는 순간, 집은 돌아갈 장소가 아니라 목적지 코드가 된다. 나는 그 차이가 소름 끼쳤다. 18:02:47.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얼어붙은 세계에서는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였다. 낡은 버스가 옛 도로를 따라 천천히 나타났다. 도색은 벗겨져 있었고 앞유리에는 크고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171. 차가 우리 앞에 멈췄다. 앞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운전석 옆 투명한 칸에 네 글자가 떠올랐다. [승객 확인 중] 버스 안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좌석마다 안전벨트가 저절로 조여졌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붙잡는 것처럼. 나는 수첩을 더 힘주어 쥐었다. "사람이 없는데 왜 벨트가 움직이죠?" 서아가 대답하는 대신 내 시계를 가리켰다. [이전 귀가 처리자 171건을 원위치로 복구합니다.] 버스가 사람을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 이미 돌아온 것으로 적힌 기록을, 다시 사라진 상태로 되감으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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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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