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날 새벽 우리가 확인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나는 그 차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모르는 일을 억지로 좋은 결말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남기혁 형사는 휴게소 관리자가 찾아 준 옛 사진을 오래 바라봤다. 사진 속 소년은 남도윤의 학생증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미지가 흐렸고, 사진이 언제 촬영됐는지 표시한 원본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형사는 사진을 휴대전화에 저장해도 되는지 먼저 허락을 구했다.
"형이 맞는 것 같습니까?" 서아가 물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맞습니다'도 아니고 '아닙니다'도 아니었다. 잠깐 그의 목소리가 열세 살 소년처럼 들렸다.
남 형사는 휴게소에서 찍은 사진을 어머니에게 보여 주기 전에 오래 망설였다. 혹시 형일지 모르는 얼굴을 보여 줬다가 다시 빼앗는 것처럼 느껴질까 두려운 듯했다. 결국 그는 사진이 어떤 경로로 확인됐는지, 누가 찍은 원본인지 아직 모른다는 점까지 함께 말했다.
어머니는 짧게 대답했다.
"도윤이가 맞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살아 있다고 말해 주려고 애쓰지 마. 네가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해도 엄마는 괜찮아."
통화를 마친 남 형사는 한참 동안 유리창을 바라봤다. 나는 그에게 그 말이 위로였는지 묻지 않았다. 어떤 가족에게는 희망이란 단정적인 좋은 소식을 듣는 일이 아니라, 슬픈 사실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되는 것일 수 있었다.
그날 관측실에 들른 이수민 씨 여동생에게도 같은 설명이 전달됐다. 171건이 재검토 대상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다만 돌아왔다는 기록의 근거를 다시 보겠다는 뜻이라고. 그녀는 고맙다는 말 대신 다음 질문을 했다.
"그럼 언니의 서류에서 '귀가 완료'라는 글씨는 당장 없어지나요?"
"아직 아닙니다. 저희는 확인되지 않은 귀가 판정이라고 이의를 제기했고, 담당 기관이 확인할 겁니다. 가족에게 결과를 전달할 수 있는 연락처도 남겨 놓겠습니다."
그녀는 조금 울다가 알겠다고 말했다. 오늘 밤에도 빈 식탁 의자를 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누가 그 자리가 비었다는 사실을 지우려 하는지 물을 수는 있게 된 것이다.
아침 여덟 시에 우리는 관측실로 돌아왔다. 시우가 밤새 확인한 자료를 펼쳐 놓았다. 휴게소에서 감지된 신호는 1998년 사고 원본에 연결된 여덟 경로 중 하나였고, 기존 퇴근망·출근망과는 다른 방식으로 동작했다.
"이건 시간을 멈추는 명령이 아닙니다." 시우가 말했다. "문이 열렸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일종의 접수대예요."
"그럼 이수민 씨가 정말 문 앞에 왔다는 뜻입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누군가 문 앞에 왔다고 알려 주는 기록이 있다는 뜻이죠."
나는 일찍 포기하라고 배운 적이 없다. 단지 너무 많은 문제를 한 번에 고치려고 하다 프로젝트를 날려 먹은 적은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까 봐 무서웠다. 171건을 모두 바로잡겠다고 관측망을 열어젖혔다가, 이미 돌아온 사람의 상태까지 흔들리게 할 수 있었다.
"그럼 171건을 전부 바꾸면 안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원본 상태가 무엇이었고 누가 어떤 기록을 읽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서아는 휴게소에서 들은 여자 목소리를 떠올렸다.
"이수민 씨가 원하는 건 자신이 집에 돌아왔다고 기록하지 말아 달라는 거였잖아. 그럼 먼저 '우리가 확인한 게 아니다'라고 적는 건 어떨까?"
"좋아. 귀가한 기록을 삭제하자는 게 아니라, 그 기록이 입증된 것인지 구분하자는 거지."
강문석은 정식 담당 기관에 재분류 근거를 제출했다. 우리는 권한 밖에서 사람들의 기록을 직접 고치지 않았다. 시스템에는 먼저 증거 보존을 요청하고,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안전한 경로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시우는 피해자 연락 절차를 두 단계로 나눴다. 우선 기록의 오류를 확인할 수 있는 담당자에게만 자료를 전달하고, 영향을 받을 사람에게 직접 안내할 때는 더 많은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누군가의 미귀가 정보를 한꺼번에 공개하면, 그 사람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갑자기 거짓 희망을 줄 수 있었다.
"이런 건 안내 문구 하나에도 신경 써야겠어요." 내가 말했다.
서아는 문장을 써 보였다. '당신이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옵니다.' 너무 쉽게 쓰인 문장이었다. 우리는 곧 지웠다. 대신 '관련 기록의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확인된 귀가 사실은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유나는 그 문장을 읽더니 말했다. "듣기 좋은 말은 아니네."
"그래도 나중에 배신당했다는 기분은 덜 들겠지." 나는 답했다.
우리는 안내문의 글씨 크기와 연락 창구까지 함께 정리했다. 거대한 시간 정지 장치를 상대하는 동안 내가 하는 일이 고작 안내 문구를 고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잘못된 한 줄 때문에 길게 기다린 가족을 다시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 형사가 그날 오후 가져온 것은 직접 작성한 진술서였다. 긴 문서가 아니었다. 2011년 8월 19일 자신이 이수민의 귀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 당시 기록과 처리 결과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는 점, 이미 이관된 사건에 대해서는 담당 수사관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문장만은 유난히 짧았다.
'관측은 책임의 인수가 아니다.'
나는 그 문장을 보며 아버지를 생각했다. 차정수가 기록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그런 구분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걸 봤다는 이유로 영원히 대신 갇혀 있어야 한다면, 다음에는 아무도 위험을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 저녁 여섯 시에, 우리는 같은 관측실에 다시 모였다. 유나는 출입구를 확인했고, 시우는 격리망을 켰고, 서아는 아이와 연결된 독립 기록이 보존되고 있는지 살폈다. 남 형사는 자신의 개인 기록을 보관 담당자에게 넘겼다. 강문석은 승인되지 않은 조작은 하지 않겠다는 조건 아래, 원본 비교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했다.
회의실의 칠판에는 이제 열 개의 이름이 있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도운 사람들. 첫째 줄에는 우리가 아는 이름들이, 둘째 줄에는 원본 자료를 열람하고 보존을 도운 담당자들이 적혀 있었다. 내 이름은 가운데쯤 있었다.
"한 번쯤은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
유나가 내 옆에 섰다. "너 주인공 맞아.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네가 하는 중이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도 자기 일을 하는 거지."
시우는 장치의 상태 점검 목록을 한 장 더 붙였다. 원본 보존 기능과 당사자 동의 기록이 분리되어 있는지 확인한 결과였다. 종이를 보니 갑자기 여섯 시의 초침이 무섭지 않았다. 우리가 기계를 완전히 이해한 것도 아니고, 잃어버린 사람을 전부 찾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서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준비됐습니까?" 강문석이 물었다.
나는 서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내 것이었다.
"제가 확인한 것만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겠습니다."
내 손목시계가 여섯 시를 가리켰다.
이번에도 세상이 멈췄다. 컵 속 물방울이 둥글게 떠올랐고, 복도 끝의 비상등이 반쯤 켜진 상태로 멈췄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첫 번째 멈춤과 두 번째 멈춤을 구분하는 법을 조금 배웠다.
이번에는 시계 화면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1998년 관측 책임 인수: 거부 확인]
[남기혁: 후속 열람자]
[남도윤: 원본 목격자 — 신원 독립 보존]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드디어 이름을 제대로 쓰네요."
남 형사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그 이름 하나가 돌아왔다고 형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형이 남의 이름으로 덮여 버리는 일은 막았다.
서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사님, 이제 어머님께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예. 형이 있다고 믿어 온 건 제 기억만이 아니었다고요. 그리고 아직 못 찾았다는 것도요."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순간 조금 어색했다. 우리는 며칠 동안 같은 화면을 보며 싸웠는데, 서로의 손을 잡을 일은 별로 없었다.
그가 악수하며 말했다.
"도겸 씨. 지난번에 제가 사건에서 손을 뗀다고 했죠."
"예."
"수사가 끝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없어도 기록을 확인할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세상이 한 사람의 이름을 지우려고 해도, 여러 사람이 서로를 확인하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순간 관측실 창문 바깥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여섯 시가 멈춘 동안은 움직이지 않아야 할 버스 한 대가 도로를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유리를 두드렸다.
"저거 보여요?"
유나가 고개를 돌렸다. 버스는 달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마치 필름을 되감는 것처럼, 정류장 쪽으로 거꾸로 이동하고 있었다.
"도겸아, 밖으로 나가지 마."
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스가 정차했다. 문이 열렸다. 버스 내부에 불이 켜졌는데, 승객들은 모두 뒤통수를 보인 채 앉아 있었다. 차량 전광판에는 노선 번호 대신 낯선 숫자가 떠 있었다.
[171]
나는 발을 멈췄다. 새벽에 확인한 누락 기록의 숫자였다.
맨 뒷좌석에서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낡은 학생복을 입은 소년이었다. 남 형사의 형이라고 불렸던 남도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 쪽을 바라봤다. 입 모양이 움직였지만 유리 너머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손목시계를 들어 화면의 녹음 기능을 켰다. 어떤 말을 듣더라도 지금 바로 믿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소년이 버스 창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돌아온 171명을 다시 태우지 마.'
그리고 그 밑에 문장 하나를 덧붙였다.
'이 버스가 한 바퀴 더 돌면, 처음부터 돌아오지 못했던 4,183건의 출입 기록이 전부 다시 열린다.'
버스 문이 닫혔다. 시계 초침이 한 칸 움직이자 차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귀환 회차 재개 예정: 18:11]
[남은 시간: 11분]
나는 시계를 바라봤다. 세상이 처음 멈췄던 열한 분과 정확히 같은 길이였다.
고작 열한 분.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모든 거절권과 보존 규칙을 지키며, 수천 건의 귀환 기록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형사님." 내가 말했다. "이건 저 혼자 막을 수 없습니다."
남기혁은 버스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목소리는 평온했다.
"압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불러야죠. 아직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으니까요."
내 시계가 다시 울렸다.
[관측자 추가 모집: 현재 1명]
나는 처음으로 그 숫자 옆에 있는 작은 문구를 발견했다.
[동의한 사람만 참여 가능]
어쩌면 우리가 100화 동안 찾아 헤맨 대답은 거대한 장치가 아니라, 아주 작은 버튼 하나였는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에게 대신 누르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버튼.
제11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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