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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109화. 휴게소의 귀환 신호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776자

오프라인 책장
휴게소에 가자는 말을 꺼낸 사람은 나였다. 남 형사는 전화를 받고 한참 망설였다. 강제 인수를 피한 지 겨우 몇 시간 됐고, 무엇보다 신호 하나만으로 그곳에 형이 있다고 믿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장 확인을 해 보기로 했다. 남 형사는 개인 휴가 중이었고, 관련 기록 수집에는 별도 담당자의 협조를 구했다. "운전은 제가 할게요." 유나가 말했다. "제가 운전해도 되는데요." "너는 여섯 시가 되면 멍해질 수 있잖아. 그럼 고속도로에서 어떻게 할 건데?" "아주 설득력 있는 근거네요. 반박을 안 하겠습니다." 유나는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고 안전벨트를 다시 맸다. 그녀는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나보다 교통법규에 훨씬 엄격했다. "혹시 길에서 시간이 멈추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물었다. "안전한 곳에 먼저 세우겠지." "운전 중인데 모든 차량이 멈추면요?" "그때도 누군가 대신 핸들을 잡게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그녀는 앞을 보며 말했다. "너는 능력이 생기고부터 무슨 일이든 네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잖아.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맡겨도 되는 거야. 그게 네가 아무것도 안 한다는 뜻은 아니니까."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처음 시간을 멈춘 날 내가 느낀 것은 무한한 자유였다. 어차피 아무도 움직이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가 핸들을 잡아 주는 일에 안도하고 있었다. 내 능력보다 타인의 책임감이 더 든든한 순간도 있는 법이었다. 출발한 시간은 밤 열한 시였다. 차 안에는 나와 서아, 유나, 그리고 뒷좌석에 앉은 남기혁 형사가 있었다. 시우는 관측실에 남아 시간 신호와 연결 기록을 확인하기로 했다. 강문석은 현장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전달하고, 허가받지 않은 공간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고속도로는 의외로 평범했다. 트럭이 앞서가고, 차선이 이어지고, 졸음쉼터 표지판이 지나갔다. 멈춘 시간 속을 그렇게 많이 돌아다녔으면서도 나는 실제 자동차가 움직이는 풍경을 오랜만에 제대로 보는 것 같았다. "형사님, 1998년 휴게소 위치가 지금도 같습니까?" "운영 업체는 바뀌었고 건물도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당시 버스 정류장이 있던 자리만 남았대요." 서아는 버스 사진을 다시 열었다. 사진 속 창문에 나타난 손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 손이 정말 형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남 형사가 답했다. "그래도 표에 20번 좌석이 있었다는 건 확실하니, 그날 같이 움직이려 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고 싶습니다." 도로 옆에는 화물차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어떤 운전자는 의자에 앉아 통화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창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 풍경 속에서 1998년의 버스를 찾고 있었다. 내게는 그것이 묘하게 잔인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스물여덟 년 전은 방금 전처럼 선명한데, 휴게소는 그사이 두 번이나 증축됐으니까. "형사님은 그날 여기서 뭘 드셨어요?" 내가 물었다. "어묵이요. 종이컵에 두 개를 꽂아 줬던 것 같습니다." "형님은요?"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잠깐 같이 먹었던 것 같기도 해요." 서아가 더 묻지 않고 매점 메뉴판을 바라봤다. 이제는 없는 음식을 기억하는 것과, 정말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였다. 어릴 때 휴게소마다 어묵을 팔았다는 사실이 남도윤이 그날 여기 있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남 형사가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시계 모양 흉터가 거기 있었다. "어렸을 땐 형이 제 시계를 고쳐 주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줄 알았어요. 고장 난 바늘 하나를 맞추는 건데, 세상까지 맞춰 주는 것처럼 보였죠." "어른이 되고 보니 어때요?" 내가 물었다. "바늘보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가 더 어렵네요." 우리는 잠시 말을 멈췄다. 트럭의 후진 경고음이 길게 울렸다. 움직이는 세상이 아직 우리 곁에 있었다. 새벽 한 시에 휴게소에 도착했다. 매점은 문을 닫았지만 화장실 불은 켜져 있었다. 운동복 차림의 트럭 기사가 자판기 앞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괜히 안심했다. 비밀 시설이니 무엇이니 해도 누군가의 새벽은 배가 고픈 시간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현장 관리자에게 사전에 허가받은 범위에서 오래된 버스 정류장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안내판은 기념 공간 한쪽에 보존돼 있었고, 1998년의 사진도 함께 붙어 있었다. 그 사진에서 우리는 똑같은 표식을 발견했다. 파란 점 두 개, 그 사이에 작은 빈 사각형. "버스 정류장에도 관측 표시가 있었네요." 서아가 말했다. "그 표시가 당시부터 있었는지 확인해야 해요. 안내판은 새 건물로 옮기며 다시 도색했을 수도 있거든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는 스스로 경계할 때가 되었다. 이상한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고 세계의 모든 비밀이 풀리는 건 아니었다. 그때 남 형사의 전화가 울렸다. 어머니였다. "기혁아, 휴게소에 갔니?" "엄마가 어떻게 아세요?" "예전에 네 형이 남긴 편지를 오늘 또 읽었어. 그 편지 뒷면에 지도가 있더라. 내가 왜 그걸 까먹었는지 모르겠어." 그녀가 보낸 사진에는 손으로 그린 네모가 있었다. '정류장' 아래쪽, 당시 공중전화 옆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지금은 공중전화가 사라진 자리였다. 우리는 관리자와 함께 기념 공간의 공개된 도면을 확인했다. 붉은 원의 위치는 현재 음료 창고 벽면에 가까웠다. 출입 허가를 받지 않은 공간이라 곧장 들어갈 수는 없었다. 대신 남 형사가 관리자에게 과거 설비가 남았는지 물었다. 관리자는 창고 밖 배관실의 낡은 금속함 하나가 수십 년간 옮겨지지 않았다고 했다. "열 수 있습니까?" "전기 설비라 함부로는 안 됩니다. 안전 담당자가 오면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는 기다렸다. 새벽 세 시에 사람이 올 때까지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이번엔 놀랍게도 내가 누른 메뉴가 나왔다. 안전 담당자가 금속함을 확인하던 순간, 시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 신호가 더 뚜렷해졌어요. 특정 휴대전화가 아니고, 오래된 음성 확인 장치에서 나오는 신호예요." "어떻게 그런 장치가 아직 작동하죠?" "현재 전원과는 연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설에서 수집되는 주파수와 보관망의 신호가 겹친다는 것만 확인됐어요." 안전 담당자는 낡은 나사의 상태와 부식 흔적을 하나씩 확인했다. 나는 빨리 열면 안 되느냐는 말을 삼켰다. 옆에서 남 형사가 담당자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보통 이런 일까지 확인해 달라는 손님은 없거든요." 담당자가 말했다. "어릴 때 이곳에서 일한 아버지에게 들은 얘긴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정류장에 작은 녹음 장치를 설치했다더군요. 고장 날 때마다 업체가 와서 점검했고요." "어느 업체였습니까?" 서아가 물었다. "제가 들은 건 이름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장치'라는 설명이었어요." 그 말이 이상했다. 사람을 감시하는 카메라도 아니고,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도 아니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장치. 영병원이 만든 귀환 기록 시스템의 목적과 비슷해 보였다. "진짜 출입한 사람을 감지하려던 기계일까요?" 내가 물었다. 시우는 전화 너머에서 대답했다. "그럴 수는 있죠. 하지만 그 장치가 실제 사람을 감지했는지, 단지 입력된 이름을 확인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가 찾는 것은 장치 이름이 아니라, 누가 실제로 그곳에 있었는지였다. 금속함 안에는 전원 없이 보관된 작은 녹음 카트리지가 있었다. 관리자는 그것을 꺼내지 않고 사진을 남겼다. 겉면에는 `RETURN 06`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당시 기술자가 붙인 자산표인지, 운영망의 표식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스피커가 켜졌다. 아무도 전원 버튼에 손대지 않았다. 소리는 건물 내부 방송에서 나온 듯했지만, 관리자도 원인을 알지 못했다. "귀가 확인을 요청합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이수민 씨의 녹음을 떠올렸다. 목소리가 비슷했다. 그러나 오래된 기계가 다른 음성을 재생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누구십니까?" 남 형사가 물었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답해 주세요. 제가 집에 도착한 걸 정말 봤습니까?" 남 형사가 두 눈을 감았다 뜨고 말했다. "아니요.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적힌 기록을 보고 믿었던 적은 있습니다." 잠깐 정적이 흐른 뒤 스피커가 다시 말했다. "그럼 이제 확인서를 다시 써 주세요. 제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부터요." 목소리가 멎었다. 금속함 안의 카트리지는 여전히 정지해 있었다. 방송 장비의 기록도 따로 확인해야 했다. 우리가 실제 사람과 대화했는지, 예전에 저장된 질문과 답이 우연히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남 형사는 작은 수첩을 꺼냈다. "현장에서 제가 보지 못한 일을 봤다고 적은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그렇다고 쓰였죠. 그 차이를 고쳐야겠습니다." 그는 '귀가 확인'이라는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옆에 새 문장을 적었다. '해당 문구의 사실관계 확인 불가. 현장 확인자 미상. 재조사 요청.' 그 순간 시우가 메시지를 보냈다. [귀가 기록 1건 재분류: 미확인] [추가 영향 범위: 171건] 누락된 171건과 휴게소의 기록이 연결됐다. 우리가 감당할 문제는 처음 생각한 것보다 컸다. 그리고 관리자가 갑자기 오래된 시설 사진 한 장을 가리켰다. "잠깐, 이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사진에는 1998년의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는 소년이 있었다. 어깨에 가방을 멘 남도윤이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작은 동그란 시계가 들려 있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모두 여섯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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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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