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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08화
PAYLUA ORIGINAL · 제108화

108화. 증인 대신 빈칸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924자

오프라인 책장
남도윤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다음 날, 남기혁 형사는 먼저 휴가를 신청했다. 나는 처음에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형을 찾을 단서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그만두려는 걸까. "휴가도 마음대로 못 쓰십니까?" 그가 웃었다. "어차피 제 사건은 다른 사람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족으로서 자료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형사 권한으로 형의 이름을 찾으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어요." 그 말이 맞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권한이 큰 사람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 권한이 없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가족으로서 물을 수 있는 질문이 있었다. 기혁은 어머니를 찾아갔다. 나와 서아는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가 허락하면 필요한 시점에 통화만 하기로 했다. 남 형사가 자신의 과거를 돌려보는 동안 우리가 옆에서 장면을 해석하려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휴가를 낸 남 형사에게 가장 어려웠던 일은 형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점심을 차려 드리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전화로 그 사소한 일을 전했다. "엄마가 된장국을 끓였는데 세 그릇을 내놓으시더군요. 그러고는 두 그릇을 치우셨어요. 제가 먼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요?" "그릇이 몇 개인지보다, 어머니가 어떤 말을 하실지 기다리고 싶었습니다." 한참 뒤 어머니는 남은 그릇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고 했다. '내가 누구한테 밥을 줘야 하는지 자꾸 헷갈리는구나.' 남 형사는 그제야 손을 내밀고 말했다. '엄마, 지금은 저한테 주시면 돼요. 그리고 나중에 형이 오면 그때 또 끓이면 돼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세 그릇을 꺼냈다는 사실은 남도윤의 생존을 증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부재가 한 가족의 식탁에 남는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도 아버지가 쓰던 큰 국그릇을 누구도 버리지 못했으니까. 서아가 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오늘 저녁엔 네 어머니랑 밥 먹어." "사건 끝나고?" "사건이 언제 끝날 줄 알아. 오늘 네가 갈 수 있으면 가는 거지." 그 말을 듣고 나는 처음으로 사건과 무관한 약속을 달력에 적었다. 내일 저녁, 집에 가서 밥 먹기. 여섯 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모든 기계의 화면보다 내게 중요한 일정이었다. 오후 다섯 시, 어머니가 보내 온 것은 낡은 편지 한 장이었다. 보낸 이는 남도윤이었다. 발신 날짜는 1998년 6월 13일, 수신 날짜는 같은 해 7월이었다. '엄마, 나는 버스에서 내린 게 아니야. 기혁이가 잠들었을 때 누군가 나를 병원으로 불렀어.' 문장 아래에는 중요한 내용이 더 있었다. '내가 직접 보고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도 돌아왔다고 적지 마. 사람은 이름을 적는다고 집에 오는 게 아니니까.' 나도 모르게 손바닥이 떨렸다. 누군가의 형이 살아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으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말을 알고 있었다. 서아는 편지의 나머지를 읽다가 멈췄다. '아빠의 시계를 돌려주고 싶었어. 그런데 병원에는 같은 시계를 가진 아이가 있었어. 작은 아이가 울지 않으려고 숫자를 세었어.' "도겸아, 너일 수도 있어." "모르지. 시계를 가진 아이가 하나뿐이었을까." 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았고, 그 안에서 같은 물건을 봤을 가능성도 있었다. 편지에는 지도 한 장도 끼워져 있었다. 버스 휴게소의 공중전화 위치와 영병원으로 향하는 작은 도로가 손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도로의 끝에 적힌 건 병원 이름이 아니라 '돌아온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곳'이라는 문구였다. 시우는 지도만으로 장치가 실존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시 주변 건물을 그린 개인 메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서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남도윤이 직접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적 비교도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남 형사는 학생증 뒷면 글씨와 편지의 글씨가 닮았다고 말했다. 내 눈에도 그랬다. 그러나 같은 글씨라고 느끼는 건 마음일 수 있었다. 그는 그 점까지 인정했다. "형을 찾는 데 제 말이 가장 위험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반대예요. 형사님 말만으로 결론 내리지 않으려고 지금 다른 자료를 찾는 거잖아요." 우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어떤 자료부터 확인할지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을 찾든 남 형사가 동의하지 않은 의무를 그에게 얹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이미 합의되어 있었다. 그날 오후 여섯 시에 다시 관측 심리가 열렸다. 남 형사 앞으로 접수된 계약서에는 '현장 목격자 남도윤의 미귀가 책임을 유족 남기혁에게 승계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전날의 계약서와 달리 이번에는 미리 채워진 이름까지 있었다. "승계 사유가 뭡니까?" 강문석이 물었다. [원본 관측자 미응답 기간 28년 경과.] "미응답이라는 건 살아 있다는 뜻도, 사망했다는 뜻도 아닙니다." 서아가 말했다. [귀환 기록의 지속 운영을 위해 임시 인수가 필요합니다.] "그럼 인수자 대신 기록만 독립 보존하면 되죠." 내가 답했다. [현재 규정에 없는 절차입니다.] 이제는 그 문장을 듣는 데 익숙해졌다. 규정에 없다고 해서 사람의 이름을 빼앗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우리는 이전에 서아의 증언을 독립 보존하던 때 사용한 검증된 절차를 제안했다. '목격자 미확인 상태 유지.' '유족 동의와 무관하게 원본 보존.' '추가 귀환 판정은 현장 확인 없이는 금지.' 처음 두 항목에는 파란 점이 붙었다. 세 번째 항목에 이르자 화면이 붉어졌다. [일부 귀환 판정을 되돌리면 기존 귀가자 상태가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기존 귀가자라는 건 누굴 말하죠?" 나는 물었다. [관련 정보는 개인정보를 포함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다 공개하라는 게 아닙니다. 영향을 받을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전한 절차부터 만들자는 거죠." 관측실 뒤편에서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0번 보관실에 남아 있던 아이였다. 지금까지 그 아이는 우리가 정한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말을 해 왔다. 그런데 오늘은 먼저 말했다. "그 문 열면 내가 다시 없어져?" 나는 몸을 돌렸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원하지 않는데 누군가 네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주지 못하도록 먼저 확인할 거야." "정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약속은 여기까지야. 다 막을 수 있다고 거짓말하지 않을게." 아이는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럼 이름 적힌 칸을 비워 줘. 아무도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모른다고 써 줘." 서아가 눈을 감았다. 오래전 그녀가 말했던 것과 같은 부탁이었다. 아이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해서 아이를 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는 말. 시우는 실제 등록을 바꾸기 전에 독립 보존 기능에서 그 상태가 유지되는지 점검했다. 시험망에서는 아이의 기록이 삭제되지 않았고, 유족의 계정도 강제로 연결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 결과를 심리에 제출했다. 그때 제3의 여섯 시 구간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심리 화면 옆의 회색 테두리가 천천히 붉게 바뀌더니, 남도윤의 이름이 들어간 칸이 깜빡였다. 화면은 미귀가자로 분류된 사람들을 한 명씩 불러내는 것처럼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그걸 멈추고 싶어 손을 뻗었다. "버튼 누르지 마." 유나가 말했다. "아직 뭐가 실행되는지 모르잖아." 나는 손을 거뒀다. 시우가 시험망과 실제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을 비교했다. 숫자가 늘어나는 건 새로운 사람이 사라지는 현상이 아니라, 기존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은 항목을 조회할 때 올라오는 카운터였다. 그러나 실제망의 숫자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카운터가 많아 보인다고 무턱대고 삭제하면 기록 자체를 잃습니다." 시우가 말했다. 서아는 작은 아이에게 다른 질문을 했다. "화면에서 네가 원하지 않는 걸 누르고 있는 사람이 있니?"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계속 버튼이 반짝여. 내가 아무 말 안 하면 내가 없는 걸로 바꾼대." 그 말에 내가 숨을 삼켰다. 우리는 한동안 그 아이에게 대답을 받아야 시스템이 움직인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이가 침묵하는 동안에도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아도 돼." 서아가 말했다.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지금 네가 말해야 한다는 건 달라." 심리 화면의 카운터가 멈췄다. 완전히 해결됐다는 알림은 없었다. 그 대신 보존 요청이 접수됐다는 작은 표시가 뜨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직 모른다고 써 줘.'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는 모른다고 쓰면 틀렸다고 표시됐다. 직장에서는 모른다고 대답하면 준비가 안 됐다고 혼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는 척하는 법부터 배우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순간, 다른 사람이 그 이름의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 나는 서류의 빈칸을 가리켰다. "모른다고 적을 수 있는 칸을 남기면 안 됩니까?" 강문석은 그 칸 옆에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았다. 대신 검토 상태를 기록하고, 이후 판단을 맡을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출처를 남겼다. 한 명이 모든 대답을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작은 행동이었다. 오후 여섯 시 삼십 분. 운영망이 처음으로 세 번째 선택지를 표시했다. [관측 대상: 미확인] [원본 보존: 진행] [타인 동의 대체: 중단] 남기혁 형사의 이름 옆에 붙어 있던 '인수 예정'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형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남 형사에게 연락해 결과만 전했다. "형사님, 강제 인수는 멈췄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긴 숨소리가 들렸다. "고맙습니다. 그럼 이제 가족으로서 형을 찾겠습니다." 나는 수첩에 그 말을 적었다. 그런데 화면 아래로 아주 작은 글자가 하나 더 나타났다. [미귀가자 1인 이상이 현재 시간에 응답했습니다.] 지금까지 숫자였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우리 쪽에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의 발신 위치는 영병원도, 0번 보관실도 아니었다. 남 형사가 어린 시절 가족과 내렸던 버스 휴게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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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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