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혁 형사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저는 도착하는 걸 못 봤습니다."
이수민 씨 여동생과의 통화는 길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일을 함부로 약속하지 않았고, 가족에게 갑자기 원본 테이프를 들려주지도 않았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돌아온 것으로 처리된 이유를 찾아보겠다고만 말했다.
"그 말로 충분할까요?" 나는 물었다.
"당장 충분하진 않겠죠. 하지만 제가 보지 못한 일을 봤다고 적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오후 두 시, 2011년 사건의 수사 기록 열람 이력이 도착했다. 자료에는 남 형사가 사건을 맡았던 날짜, 인계한 날짜, 종료 처리가 올라온 날짜가 분리돼 있었다. 중요한 것은 종료 처리의 승인자가 남 형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여기 봐요." 강문석이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남 형사님은 '귀가 확인 보류'로 남겼습니다. 그 다음날 다른 계정이 최종 처리 상태를 바꿨습니다."
"누구 계정이요?"
"기관 간 자동 연계 계정입니다. 사용자 이름은 `OBS_MERGE`."
시우가 즉시 반응했다.
"그건 관측 상태를 통합할 때 쓰는 작업 명칭과 같습니다. 2019년 프로그램에 남아 있었어요."
"2011년에 2019년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뜻은 아니겠죠?"
"그렇죠. 2019년에 오래된 기록을 옮기면서 그렇게 표시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원문 변경 시점을 확인해야 해요."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2011년의 서명이 수상하다고 해서 2011년에 누군가 미래의 기술을 사용한 것은 아닐 수 있었다. 나중에 가져온 기록을 잘못 합쳤다면, 과거가 바뀐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과거의 문서가 바뀐 것이다.
시우가 문서 두 개를 나란히 띄웠다. 왼쪽은 정식 보존 복제본, 오른쪽은 운영망에서 가져온 화면. 왼쪽에는 남 형사의 의견 뒤에 커다란 여백이 남아 있었고, 오른쪽에는 그 여백에 다른 문장이 들어 있었다.
[미확인 관측자: 남기혁]
[최종 귀가 확인자: 남기혁]
[책임 수령자: 남기혁]
"같은 이름을 세 가지로 써 놨네요." 유나가 말했다.
"같은 사람이 세 가지 행동을 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세 칸에 같은 이름이 들어갔다는 사실일 뿐이야." 내가 답했다.
나는 어째서 이 정도로 단순한 문제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가둬 놓았는지 화가 났다. 누군가가 '확인한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을 섞어 놓는 게 쉬운 만큼, 그 실수를 바로잡는 일은 어려웠다. 그렇게 섞인 기록을 근거로 계약서와 고지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서아는 화이트보드의 세 칸을 조금 다른 색 펜으로 표시했다. 첫 칸은 '봤는가', 둘째 칸은 '썼는가', 셋째 칸은 '책임지는가'. 이름이 같아도 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부 다를 수 있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구분이었나?" 내가 말했다.
유나가 의자를 끌어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계약서를 끝까지 읽을 시간이 없으니까. 확인했다는 칸에 체크하면 다 읽은 줄 알잖아."
나는 회사에서 사용자 약관을 수정하던 밤을 떠올렸다. 작은 업데이트 안내 창에 글자 몇 개를 넣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확인'이라고만 적은 적이 있었다. 그 버튼을 누르면 안내를 닫는다는 뜻인지, 수정 사항에 동의한다는 뜻인지 애매했다. 그땐 보기 좋은 버튼이라 생각했다.
"나도 예전에 비슷한 걸 만들었네." 나는 말했다.
"네가 사람 시간을 빼앗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야." 서아가 답했다. "그렇지만 잘못 만든 인터페이스가 사람을 얼마나 쉽게 오해하게 하는지는 알겠지."
나는 색깔 펜을 받아 세 칸의 사이에 굵은 선을 그었다. 시스템은 선을 없앨 수 있다. 사람은 다시 그릴 수 있다. 거창해 보이지 않는 일이지만 우리는 지금 그 선을 다시 그리고 있었다.
저녁 전에 우리는 작은 기자회견 같은 일을 할 뻔했다. 한 매체에서 전국 퇴근망 사고를 취재하며 1998년 사건의 이름을 물었다. 담당자가 남 형사의 사진이 출입증에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기사 하나가 나가면 남 형사는 하루아침에 의혹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그 사진이 원본인가요?" 남 형사가 기자에게 되물었다.
"확인 중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사건 당사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공개할 수 있지만, 1998년 현장에 있었다는 표현은 보류해 주세요. 그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조심하는 그가 고마우면서도 답답했다. 누가 남 형사의 이름을 끌어다 쓴 건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틀린 정보를 먼저 내보내면 나중에 진짜 기록이 나와도 사람들은 믿지 않을 수 있었다.
밤이 깊어지기 전에 이수민 씨의 여동생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냈다고 했다. 식탁 사진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식탁 끝의 빈 의자. 그 자리에 놓인 컵에는 물이 조금 담겨 있었다.
사진 아래 날짜는 2012년이었다.
"이게 왜 중요한 거죠?"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컵에 물이 생겨요. 처음엔 엄마가 자꾸 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컵 옆에 쪽지가 있었어요."
쪽지에는 단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돌아오려고 했는데 문이 내 이름을 모른다.'
나는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도겸이라는 이름을 잊었을 때 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 적었다. 그런데 이수민은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데도 세상이 그 이름을 받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남 형사가 조용히 말했다.
"수민 씨가 살아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누군가 가족에게 그 문장을 남겼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조사할 가치가 있습니다."
서아는 자신의 수첩에 문장을 옮겨 적었다. 그러다 펜 끝을 멈췄다.
"기다려 봐. '문이 내 이름을 모른다'는 표현, 우리도 들어본 적 있지 않아?"
나는 0번 보관실에서 아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매일 누군가 자기 이름이 아니라 남의 이름을 말하라고 했다고. 문을 나가려면 반드시 '돌아오는 사람의 이름'을 고르라는 그 질문.
"이름을 고르는 문이 있어." 내가 말했다. "그게 실제 문인지, 사람을 분류하는 절차인지 확인해야겠지만."
시우가 옛 시스템의 기능표를 찾았다. `RETURN_GATE`라는 항목이 있었고, 그 옆에 '귀환 대상 확인'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이 기능을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는 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뒤쪽 문서에는 다른 역할이 적혀 있었다.
'귀환 기록을 관측할 사람의 이름을 배정한다.'
"잠깐만요." 나는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우리가 생각한 귀환 장치가 사람을 돌려보내는 장치가 아니라, 누군가 돌아왔다고 증명할 사람을 만들어 내는 장치라는 거예요?"
"그렇게 운영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우가 말했다. "장치 자체가 실제로 사람을 옮길 수 있는지는 아직 별개예요."
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돌아왔다고 기록되는 것과 실제로 집에 돌아오는 것. 둘은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 하나 때문에 스물여덟 해 동안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문 앞을 떠돌았을 수도 있었다.
시우는 정식 보존 목록에 없는 파일을 하나 발견했지만 열어 보지 않았다. 파일 이름에는 이수민의 주민등록번호처럼 보이는 숫자가 섞여 있었다. 개인정보를 함부로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름과 내용을 읽지 않고 경로만 보존 요청에 포함했다.
"이럴 땐 너무 느린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느립니다. 하지만 빠르게 하려다 피해자의 다른 정보까지 공개되면 그건 회복하기 어렵죠."
나는 예전에 개발 중이던 서비스에서 관리자 검색 결과가 너무 많은 정보를 보여 주는 문제를 고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항의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불편함이 사람을 지키는 경우도 있었다.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과 모두 읽어도 된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우리는 파일의 존재만 담당 기관에 알렸다. 그 안에 중요한 단서가 있을지, 별다른 내용이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 누군가 그 파일을 몰래 없애기는 조금 어려워졌을 것이다.
그날 오후 남 형사는 자신의 경찰 출입증을 별도 담당자에게 맡겼다. 사건에 관한 수사권이 실제로 그에게 남아 있는 게 아니어도, 사람들이 그를 보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행동이 의외로 서운했다. 우리가 의지하던 사람이 이제는 명함조차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됐으니까.
그는 내 표정을 알아차렸다.
"도겸 씨. 누군가 형사증을 보여 줘야만 믿어지는 세상이라면 형사증을 가진 사람이 잘못된 말을 할 때는 누가 막겠습니까?"
"그럼 형사님이 안 계실 땐 누가 도와줘요?"
"제 동료들이요. 그리고 지금 제 말을 검증하는 사람들이요. 저 혼자 맡은 사건이라면 오히려 위험했겠죠."
나는 그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기 자리를 제자리로 옮기고 있다는 걸 이해했다. 도겸이라는 이름으로 처리한 옛 실수가 영원히 나의 죄라고 자동 등록되는 일도, 누군가가 내 이름을 마음대로 써서 다른 사람의 죄를 가리는 일도 둘 다 싫었다.
바로 그때 시우가 파일 이름을 읽었다. 귀환 관측자 테스트. 세 단어가 너무 평범해 보였기에,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갇혀 있는지 순간 잊을 뻔했다.
운영망의 가장 깊은 폴더에서 새 파일이 발견됐다.
`RETURN_GATE / WITNESS_ONLY / TEST_1998`
파일의 생성 시각은 1998년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최종 편집자는 2019년의 위탁 업체였다.
그리고 설명문 마지막 줄에는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시험 종료 후 미귀가자 연락: 남도윤.'
남 형사의 형은 목격자였을 뿐만 아니라, 귀환 장치가 종료된 뒤 미귀가자에게 연락하는 일을 맡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10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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