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로 돌아온 것은 시계 초침이었다.
두 번째는 시우가 놓친 펜이었다. 펜은 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냈고, 강문석은 누가 넘어졌냐고 소리쳤다. 세 번째는 남기혁 형사의 기억이었다.
"제가 방금 도윤 형을 봤습니까?"
그는 바닥에 앉은 채 내게 물었다.
"형사님은 그렇게 기억하십니까?"
"네. 하지만 실제로 본 건지, 제가 원해서 그렇게 보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 안심했다.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감정을 정확히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가 경험한 구간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내가 본 복도, 두 개의 서명칸, 남도윤이라는 이름, 그리고 '유족 확인'이라는 낱말. 확인 가능한 화면 기록과 남 형사의 진술을 분리해 두었다. 그의 왼쪽 손목 상처도 촬영했지만, 그 상처가 언제 생겼는지는 추정하지 않았다.
기혁 형사가 맡았던 이수민 사건의 당시 접수 사진을 나는 보지 못했다. 대신 그가 오래된 수첩을 넘기며 한 작은 메모를 들었다. '회사 출입 기록과 가족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 열두 글자 남짓한 짧은 말이었다. 그는 그때도 이미 회사의 기계가 찍은 시간을 사람의 생활 전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았다.
"그 기록을 처음 쓸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내가 물었다.
"실종자 가족이 화가 나 있었습니다. 회사는 직원이 퇴근했다고 했고 가족은 집에 온 적 없다고 했으니까요. 저는 누구 한쪽이 거짓말한다고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기록을 함께 남겼군요."
"남기기라도 했으니 다행이죠. 결과가 바뀌었다면 그게 어디서 일어났는지 추적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는 수첩의 모서리를 접지 않고 그대로 덮었다. 종이 한 장의 힘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은 사람이 나중에도 질문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물건이었다.
밤 아홉 시. 담당 수사관의 허가로 경찰서 기록 보관실의 과거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2011년 이수민 실종 신고의 원문이 보관돼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어서 남 형사와 나는 경찰서 밖에서 기다렸다. 강문석만 관련 자격과 절차에 따라 입회했다. 나는 계단 앞 자판기의 코코아를 뽑았다.
"형사님은 무슨 음료 드세요?"
"물입니다."
"아, 저도 물이 좋아요. 제 커피는 가끔 복숭아 음료로 나오거든요."
그가 피식 웃었다. 그 짧은 웃음 뒤로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도겸 씨. 형이 진짜 있었다면 왜 저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을까요?"
"찾으셨잖아요. 학생증도 보관하고, 승차권도 가지고 계시고요."
"찾으려다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울면서 그런 사람 없다고 하실 때마다 제가 잘못 기억한 것 같았어요."
"그건 형사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닙니다."
남 형사는 유리컵을 내려놓았다.
"제가 제일 잘 아는 말이군요. 실종자 가족에게는 늘 그렇게 말했거든요. 막상 제 일에는 적용하기 어렵더라고요."
기록실 문이 열렸을 때 강문석은 두 가지 소식을 가져왔다. 하나는 2011년 이수민의 실종 신고서 원본이 발견됐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옆 상자에서 오래된 카세트테이프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녹음테이프요?"
"서류에는 '면담 참고 음성'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누가 녹음했는지, 왜 넣었는지 확인 전입니다. 보존 담당자가 재생 장비부터 점검하고 있어요."
나는 당장 그 자리에서 테이프를 틀고 싶었다. 그러나 남 형사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수민 씨의 음성이 들어 있다면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는 자료이기도 했다.
우리는 일단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남 형사는 별도 담당 수사관에게 녹음 자료의 확인 절차를 요청했다. 그동안 나는 사고와 관련된 공공 기록의 날짜를 다시 맞춰 보았다. 1998년 6월 13일, 2011년 8월 19일, 2019년 3월 4일. 세 날짜가 한 사건의 일직선에 놓여 있다고 단정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서로 다른 사람이 다른 때 남긴 자료가, 이상하게 같은 코드로 묶였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다음 날 오전 테이프의 보존용 복제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법적 절차를 맡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허가된 일부만 청취했다. 스피커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2011년 8월 19일. 저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신고된 이수민입니다. 하지만 오늘 출근한 적은 없습니다."
그 뒤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회사에서는 제가 야간 근무를 했고, 퇴근 확인까지 됐다고 합니다. 저는 그날 병원에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입원하셔서 간호하고 있었어요. 제 출근 기록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담당자는 제가 일하지 않은 시간을 누군가 보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여자가 실종된 날에 본인이 녹음을 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녹음의 날짜를 말한다고 실제 그날 녹음한 것은 아니다.
테이프에는 짧은 잡음이 들어 있었고, 이어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이수민 씨, 누가 보관했다고 했습니까?"
남기혁 형사의 젊은 시절 목소리였다.
"모릅니다. 이름을 물으니까 그냥 '기록 담당자'라고 했어요."
"그러면 왜 실종 신고가 들어왔습니까?"
"제 집에 제가 돌아왔다는 안내문이 붙었거든요. 가족들은 그 종이를 읽고 제가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저한테는 아무도 그 집 문을 열어 주지 않았고요."
남 형사의 젊은 목소리가 조용히 말했다.
"확인되지 않았으니 귀가 완료로 처리하지 않겠습니다. 실종 여부와 근무기록 조작 여부를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남 형사가 기억하던 문장과 거의 같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테이프 끝에서 남 형사의 목소리가 다시 나왔는데, 앞선 소리와 질감이 달랐다.
"귀가 완료 확인. 후속 관측 책임을 인수함."
남 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아가 낮게 말했다.
"앞뒤가 달라. 문장이 끊긴 다음에 들어간 것 같아."
시우는 신중했다.
"녹음 테이프의 편집 흔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녹음 과정에서 기계를 껐다 켰을 수도 있어요. 소리만 듣고 위조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기록실에서는 정식 보존 수단이 아닌 개인 복사본을 증거처럼 돌려서는 안 된다는 주의도 전했다. 듣는 사람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잘라 전달하면, 나중에는 어느 구절이 실제로 있었는지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였다. 나는 잠깐 반발할 뻔했다. 이미 큰 시스템이 사람을 속이는데 작은 녹음 한 토막쯤 공개하면 어떠냐고.
하지만 서아가 먼저 말했다. "내가 가장 두려웠던 건 누군가 나 대신 한 말을 가지고 내가 동의했다고 하는 거였어. 지금 그걸 다른 사람한테 똑같이 하면 안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팀의 목적은 범인을 붙잡고 통쾌하게 웃는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지금 이수민 씨가 살아 있다 해도, 그녀는 녹음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모르고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담당 기관이 가족에게 연락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 과정에서 남 형사는 내게 조용히 말했다. "기다리는 게 제일 힘듭니다.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게 가장 쉬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테이프의 원본 보존 상태와 그동안 누가 복제했는지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녹음이 어쩌다 계약서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알아야 했다.
나는 테이프에서 들린 잡음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녹음된 사람들의 목소리 사이에 들어 있는 짧은 마찰음이 마치 종이 두 장을 맞대 비비는 소리 같았다. 어쩌면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갈 때 나는 평범한 소리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 아버지가 고장 난 시계를 수리할 때 나던 금속 소리와 닮았다.
"혹시 노이즈를 제거하면 목소리가 더 나오지 않을까요?" 내가 물었다.
시우가 재생을 멈췄다. "원본을 보존한 채 사본에서만 해 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제거한 소리가 실제로 없던 부분을 만들어 내면 안 됩니다."
그는 잡음을 없애는 대신, 앞뒤 간격과 주파수만 표시한 그림을 보여 주었다. 뒤쪽에 들어간 '귀가 완료' 문장 앞에는 테이프가 멈췄다가 다시 도는 듯한 긴 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녹음이 중단됐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남 형사는 이어폰을 빼고 말했다. "제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도 남겨 주세요."
"억울하지 않으세요?" 내가 물었다.
"억울하죠. 그래도 확인도 안 하고 위조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제 목소리가 맞다고 확인되면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찾아야 하니까요."
그날 그의 자세는 달랐다. 형의 얼굴을 본 뒤 흔들리던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 관한 불리한 사실도 남겨 둘 각오를 한 사람 같았다.
그날 오후, 이수민 씨 가족에게서 연락이 왔다. 담당 기관을 통해 우리의 요청을 들었다고 했다. 전화한 사람은 그녀의 여동생이었다.
"언니를 찾았다고 해서 전화했습니다."
"아직 찾았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남 형사가 말했다.
"알아요. 그런데 하나만 전해 주세요. 언니는 2011년 이후에도 가끔 집에 와요. 우리가 문을 열 때마다 언니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에요."
그 말에 나는 등줄기가 차가워졌다.
"어떻게 그런 걸 알죠?"
"식탁에 컵이 하나 더 놓여 있거든요. 엄마가 세 명분 밥을 차리고는 왜 두 명분만 있다고 우세요."
상대가 한참 숨을 고르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있어요. 누군가 내 이름으로 퇴근했다고 말하면, 그 사람에게 꼭 물어보라고 했어요."
"뭐라고요?"
"당신은 그 사람이 집에 도착하는 걸 정말 보았느냐고요."
제10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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