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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04화
PAYLUA ORIGINAL · 제104화

104화. 서명 없이 시작된 관측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693자

오프라인 책장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 두 시간은 짧지 않다. 서버 배포를 두 번 실패하고 팀장에게 세 번 혼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남겨진 동의를 찾고, 그 동의가 실제로 동의가 아니었다고 증명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았다. "2011년 서명 원본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남기혁 형사는 말하고 곧장 입을 다물었다. 이제 그 기록에 관한 일은 자신이 직접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담당자가 알아보고 있습니다." 강문석이 대신 대답했다. "지금 우리 손에 없는 자료를 마치 확보한 것처럼 얘기할 순 없어요." 우리가 가진 것은 2011년 사건의 접수번호와 남 형사의 수첩 사본, 그리고 전산망이 보내 온 수상한 알림뿐이었다. 법적으로 어떤 증명력을 갖는지는 별개 문제였다. 그럼에도 알림이 강제 실행되는 일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시우가 격리 시험망을 열었다. 그곳에는 실제 사람의 이름 대신 `TEST_OBSERVER`가 들어 있었다. 그 이름으로 과거의 열람 기록을 불러왔을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계약은 진짜 서명을 확인하지 않아요." 시우가 말했다. "서명한 사람이 있었다는 표시만 확인합니다." "주인과 도장이 달라도 된다는 거네요?" "결과가 그렇게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단정하려면 배포된 프로그램 버전도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그 말이 나오는 이유를 이제는 알았다. 우리는 영웅들이 아니라, 자꾸 틀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틀린 결론 때문에 다른 사람이 시간을 잃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서아가 오래된 버스 사진을 책상에서 치웠다. "지금 남 형사님 형 이야기를 꺼내면 시스템은 그 마음까지 이용할 거야. 우선 서명에 관한 문제만 보자." 남 형사가 조용히 말했다. "동의하겠습니다. 형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지만 그걸 보장한다는 화면에 서명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우는 테스트 화면의 체크박스를 하나씩 가리켰다. '확인자 생존', '연락 가능', '동의 기록 있음'. 셋 가운데 하나라도 거짓이면 강제 인수가 실행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구형 프로그램은 셋을 하나의 숫자로 저장하고 있었다. "가장 작은 값이 1이에요. 연락만 됐어도 셋 다 만족했다고 계산됩니다." "지금 제가 경찰서 민원실에 전화만 해도 동의한 걸로 될 수 있다는 얘기네요?" 남 형사가 물었다. "시험 환경에서는 그렇습니다. 실제망은 업데이트됐을 수도 있으니 동일하다고 전제할 수 없습니다." 서아는 자기 계약 심리에서 겪었던 일을 말했다. 열람 확인 하나가 증인 임명으로 바뀌었던 순간, 거부권을 설명하려 해도 운영망이 '설명 완료'라는 메시지만 반복했다는 이야기였다. 남 형사는 서아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때 내가 더 빨리 결정했으면 좋았을까 생각한 적도 있어." 서아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아. 결정 안 하는 것도 내 권리였어." 기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오늘 저도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근거만 남기겠습니다." 우리는 그 문장을 별도의 의사 표시로 기록했다. 화면 어디에도 넣을 자리가 없었지만,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오후 다섯 시 십 분. 이수민 씨 사건의 보존 담당자가 연락했다. 남 형사는 전화를 받지 않고 다른 수사관이 통화하도록 했다. 2011년 전산 기록의 서명 이미지는 현재 시스템에 남아 있지만, 그것이 어떤 서류에 첨부된 것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답이었다. "종이가 하나 있었을 텐데." 남 형사가 말했다. "제가 기억하는 건 '귀가 확인을 유보한다'고 적은 의견서입니다." "그런데 시스템에는 '귀가 확인'으로 적혔다고 하셨죠?" "네. 나중에 보고서를 다시 보니 본문과 처리 결과가 달랐습니다. 확인을 요구했지만 오래된 시스템의 입력 오류라고 했어요." 나는 화면에 떠 있는 두 낱말을 나란히 썼다. '귀가 확인'. '귀가 확인 유보'. 딱 두 글자가 추가됐을 뿐인데 한 사람의 가족이 오늘 밤도 기다려야 하는지 아닌지가 달라지는 문장이었다. 다섯 시 사십 분. 시우가 시험망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원본 열람 로그를 보유한 사람을 관측자로 지정하는 기능에는 '철회' 버튼이 없었다. 대신 지정된 사람이 현장 출입증을 반납하면 다음 사람에게 책임이 넘어가는 구조였다. 그 순서는 마지막 서명자, 이전 서명자, 사건의 신고인으로 이어졌다. "이게 무슨 계주예요?" 내가 물었다. "그런 셈이죠. 누가 바통을 놓으면 자동으로 다음 사람에게 갑니다." "그럼 남 형사님이 안 누르면 이수민 씨 가족한테 갈 수도 있다는 겁니까?" "지금 시험 프로그램에서는 그래요. 하지만 실제 이수민 씨의 이름을 넣어 확인하진 않겠습니다." 나는 식은땀이 났다. 우리는 아버지의 이름을 지키려다 서아의 이름을 빼앗는 시스템과 싸웠다. 이제는 남 형사의 이름을 지키려다 다른 누군가의 이름으로 책임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카운트다운이 10분을 남겼을 때 나는 손이 떨려 키보드를 놓았다. 서아는 내 옆에서 한때 직접 만든 작은 종이시계를 꺼냈다. 어린 시절의 세 번째 시계 사진을 보고 비슷하게 접은 것이었다. 종이 위에는 시침 대신 '내가 결정'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거 너무 유치하죠?" 그녀가 물었다. "아니. 내 회사 서버에도 저거 붙이고 싶어." 우리는 웃었다. 긴장을 풀려고 웃은 것이 아니라, 누가 우리 대신 결정해 버릴까 두려운 순간에도 아직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기혁 형사는 종이를 바라보다 말했다. "제가 형을 찾기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만 잊어버리라'는 거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절 위해서 한 말이었겠죠. 그런데 잊으라는 요구를 거절할 권리도 있지 않습니까." 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기억하고 싶은 것도 선택이에요." 남 형사는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바꿨다. 그가 누르지 않은 동의 버튼은 여전히 화면 아래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 버튼에 아무도 손대지 않도록 서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다섯 시 오십오 분. 남 형사는 누구에게도 버튼을 누르지 않겠다고 다시 말했다. 우리는 보존된 거부권 원본을 긴급 심리의 근거로 제출하고 인수 절차의 정지를 요청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별도 격리 장치로 자동 서명 접속을 차단할 준비도 했다. 다만 그 조치가 원본 기록까지 손상시키지 않는지 검증한 범위에서만 실행할 수 있었다. "설사 막더라도 시스템이 다른 사람을 선택하면요?" 유나가 물었다. "그럼 그 사실을 보존하고 다시 막아야죠." 시우가 대답했다. "누군가 한 번 더 책임을 떠넘긴다고 우리도 똑같이 떠넘길 순 없잖아요."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영병원의 작은 소리들이 커졌다. 냉방기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출입문을 지나가는 바퀴 소리, 누군가 종이를 넘기는 소리. 도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내게 이 소리들은 평범한 사무실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각각이 마지막으로 듣는 소리가 될까 두려웠다. 나는 휴대전화에 어머니가 보내 준 사진을 띄웠다. 수술 뒤 집에 돌아온 동생과 저녁을 먹던 사진이었다. 첫 번째 여섯 시가 멈췄을 때 나는 동생 이름도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다. 뒤늦게 사진을 되찾고 몇 시간이나 울었던 게 기억났다. "왜 그렇게 보고 있어?" 유나가 물었다. "이번에도 뭔가 잊을까 봐요. 남 형사님만 문제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 저도 영향을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럼 지금 기억하는 걸 말해 둬. 끝나고 비교하자." 나는 동생이 좋아하던 음식, 어머니가 걱정할 때 하던 말, 서아가 복숭아 음료를 좋아한다는 걸 차례대로 말했다. 유나는 그 내용을 쓰며 웃었다. "마지막 건 사건 기록에 넣기 민망하지 않아?" "그런 사소한 걸 잃어버리는 게 제일 무서워요." 우리는 기록을 두 군데에 나눠 보관했다. 누군가 내 머릿속 이름을 바꿔도 현재의 내가 소중히 여겼던 것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도록. 오후 여섯 시. 여섯 시는 더 이상 하나의 시간이 아니었다. 첫 번째 여섯 시는 나를 멈춘 세계에 남겨 두었고, 두 번째는 전국의 근로자들을 가둬 놓았고, 세 번째는 누가 자기 이름을 쓸지 결정하라고 협박했다. 시계의 초침이 멈췄다. 허공에 떠 있는 작은 먼지까지 조용해졌다. 시우가 손에 든 펜을 놓아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기혁 형사도 움직였다. 순간 그가 시간을 견디는 또 다른 사람인가 싶었다. "형사님?" 그가 대답했다. "여긴 어디죠?"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분명했다. 그런데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습니까?" "모릅니다. 다만 방금 누군가 제게 관측실이라고 말했어요." 내 앞에 두 장의 화면이 겹쳐 나타났다. [관측 책임 인수: 확인 중] [미확인 관측자 보호모드: 활성] 남 형사가 오른손을 펼쳤다. 손바닥에 볼펜 자국이 있었다. 우리는 그가 방금까지 수첩을 쓰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수첩을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바라봤다. "오늘이 몇 년입니까?" "2026년입니다." 그가 심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왜 제 손에는 1998년의 잉크가 묻어 있습니까?" 나는 그의 손을 다시 봤다. 파란 점이었다. 오래된 출입증에서 봤던 바로 그 표시. 내 시계가 흔들렸다. [대리 관측 1회 시행] [현재 관측자는 원본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누가 승인했는지는 표시되지 않았다. 우리가 막으려던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지만, 남기혁은 이미 보관된 시간의 안쪽으로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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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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