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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100화
PAYLUA ORIGINAL · 제100화

100화. 증인 명단의 남기혁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20자

오프라인 책장
'서아가 여섯 시를 만들었다.' 녹음에서 나오지 않은 문장이 로그에는 있었다. 나는 문장을 읽고 가장 먼저 입을 다물었다. 이 말을 그대로 서아에게 보여 주면 그녀는 그 문장이 자기 기억에서 나온 것인지, 누군가 덧붙인 것인지 알기도 전에 죄책감부터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숨기는 것도 옳지 않았다. 나는 두 기록을 나란히 보여 주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했다. "전화 녹음에는 없었어. 보관 장치 쪽에만 있어." 내가 말했다. 서아는 두 문장을 비교하더니 예상과 다르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내 이름으로 책임자를 만들려는 거네. 계속 같은 방식이야." 그녀는 이미 심리 화면에서 자신의 계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았다. 서아의 기억을 의심하게 만드는 문구 하나 때문에, 우리가 찾아낸 원본 거절권까지 잊어서는 안 됐다. 시우는 수정 시도의 기록을 확인했다. 1998년 음성 파일의 원래 해시값과 2019년 인계 이후 저장된 버전의 값이 달랐다. 운영망은 문장의 교체를 '명료화'라고 기록해 놓았다. 나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오류를 수정한 게 아니라 사람의 말을 바꾸고 있었다. "제가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건 정말 선 넘었네요." 내가 말했다. "선이 아니라 사람을 넘긴 거죠." 유나가 답했다. 심리 재개 시각까지 이십 분이 남았다. 이제 우리는 시간 제한보다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원본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라는 서아의 현재 진술, 1998년의 성인 전 증인 임명 금지 문서, 그리고 그 문서를 뒤집으려 했던 운영망의 변경 기록이었다. 기혁 형사는 공적 보존 절차로 확보한 자료와 운영망 자체의 로그를 구분해 정리했다. 모든 것이 법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무엇을 누가 제출했고, 어떤 파일이 언제 변경됐는지 추적할 수 있는 목록이 생겼다. 우리는 사건 바깥의 사람에게도 그 목록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심리 재개까지 남은 동안 나는 아버지에게서 들렸다는 말을 머릿속에서 여러 번 되풀이했다. '잘 배웠구나.' 정말 아버지가 했던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녹음된 자료를 듣기 좋게 만들어 우리에게 보냈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말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 마음까지 검증 대상처럼 다룰 필요는 없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지금까지 확인한 사실과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전했다. 아버지 목소리와 비슷한 음성이 나왔지만 실시간으로 대화한 사람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도 정수 씨 목소리를 들었다니 좋겠네." 어머니가 말했다. "엄마, 아직 진짜 아버지인지 몰라요." "알아. 그래도 네가 좋았으면 좋았던 거야. 그게 다 거짓말일까 봐 네 기분까지 없던 걸로 만들 필요는 없잖아." 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내가 사건을 조사하면서 점점 잘하게 된 것은 의심하는 일이었다. 원본을 대조하고 위험을 따져 보는 건 필요했다. 그런데 기쁨이나 슬픔까지 증명서가 있어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오면 뭐 하고 싶어요?" "밥부터 차려야지. 돌아온 사람한테 왜 늦었느냐고 먼저 물을 순 없잖아." 어머니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런데 정말 돌아오는지는 몰라. 그러니까 네가 먼저 밥 먹어. 너까지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면 안 되니까." 나는 그 말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잊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냥 전화기를 들고 잠시 그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도 나중에 잊을까 두려워서, 통화가 끝난 뒤 어머니가 밥을 챙겨 먹으라고 했다는 사실만 짧게 적었다. 서아가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통화를 마치자 웃으며 물었다. "오늘은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어?" "제가 먼저 집에 오라는 뜻이었어. 그리고 아버지가 진짜 돌아와도 일단 밥부터 먹이겠대." "우리 엄마도 그런 말 했던 것 같아." "언제?" "잘 기억 안 나. 그런데 내가 그 말이 좋았어. 내 과거가 확실하지 않아도, 오늘 누가 내게 밥 먹었냐고 묻는 건 진짜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서로를 찾느라 지금의 관계를 놓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서아는 더 이상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지?'라는 질문 하나에만 묶여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오늘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도 끝에는 자판기가 있었다. 컵라면이 나오는 모델은 아니었다. 어이없이 진지한 순간에 캔 커피라도 마시고 싶어 하나를 뽑았더니 엉뚱하게 복숭아 음료가 나왔다. 나는 기계 앞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잔돈을 요구할 것인가, 그냥 마실 것인가. 서아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중요한 결정을 하다니." "제 선택권입니다. 방금 몇십 년짜리 계약서를 해결하려다 왔는데 이제 음료수까지 대신 정하면 안 되죠." 결국 복숭아 음료는 서아가 마셨다. 그녀는 원래 복숭아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오늘 새로 알았다. 과거에 이미 알고 있었는지는 따지지 않았다. 손목시계가 또 한 번 여섯 시를 가리키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지금의 우리가 만든 작은 시간이었다. 그날 저녁 심리실 문 앞에서 서아가 나를 불렀다. "도겸아. 내가 일곱 살 때 그린 세 번째 시계 기억나?" "기억하지. '내가 정할래요'라고 했던 거." "생각해 봤어. 사실 그건 내가 시간을 멈추겠다는 뜻이 아니었을 거야. 두 시계가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데, 둘 다 억지로 고르라고 하니까 싫었던 거지. 내가 뭘 봤는지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싶었던 거야." "지금도 그래." "맞아. 그게 내가 지키고 싶은 거야." 서아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면의 빈 의자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서아와 나는 서로 다른 위치에 앉았다. 그녀가 증언할 사람이었고, 나는 그녀가 직접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만 확인할 입회자였다. [원본 증인 확인 심리 재개] [증인 성명: 진서아] [확인 여부: 미확정] 서아는 준비해 온 짧은 진술을 읽었다. "제 이름을 쓰고 싶다면 제가 무슨 말에 동의했는지 먼저 보여 주세요. 저는 일곱 살 때 이 기록의 뜻을 알지 못했고, 지금도 일부 기억을 잃었습니다. 그러니 기억을 전부 제출해야 한다는 요구는 거절합니다. 다만 그날 누군가 말한 것을 지우지 말아 주세요. 이름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았던 말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나는 수첩에 그녀가 정확히 어떤 문장을 읽었는지 적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화면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증인 임명: 보류] [원본 발화: 독립 보존] [제3의 여섯 시: 당사자 의사 확인 구간으로 분리] "된 건가?" 내가 물었다. "이 구간에서 강제 임명은 멈췄어요." 시우가 답했다. "다만 다른 장치에 복제된 기록과 구태형 운영사의 책임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이게 전부 끝났다는 뜻은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의 기억도 지우지 않고 얻은 작은 결과였다. 서아는 의자에 앉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녀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유나가 말없이 물컵을 건넸다. 잠시 뒤 서아가 고개를 들었다. "도겸아. 한 가지 기억났어." "뭔데?" "옛날 병원에서 어떤 아이가 내 손에 시계를 쥐여 줬어. 여섯 시가 되면 돌아가라고. 그런데 그 애는 문을 닫고 들어갔어. 내가 잘못해서 못 나온 줄 알았어." "네 잘못이 아닐 수도 있어." "응. 이제는 알아. 그 아이가 문을 닫은 이유를 찾아야지, 나를 탓하면서 대답을 만들어서는 안 돼." 서아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지금 그녀의 손목에는 어린 시절의 물건이 없었다. 그러나 오래전에 시계를 건넸다는 아이의 얼굴이 희미하게 떠오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누군지 묻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문 너머의 오래된 전화기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누가 전화를 받기도 전에 화면이 켜졌다. [차정수 보관 구간의 귀환 조건 확인] [타인의 기억 대리 사용: 불가] [본인 동의 기록: 현 시점 확인 불가] 아버지의 시간을 당장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에 실망하면서도 나는 조금 안심했다. 서아를 대신 희생시키지 않아도 아버지의 기록을 보존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 창이 나타났다. [1998년 최초 사고 관측자 재대조 진행] [미확인 증인 1인 추가] "또 누가 있어요?" 내가 물었다. 시우는 새 창을 열어 조회한 뒤 얼굴이 굳었다. "이 사람은 증인 명단에 있어선 안 되는데요. 사고 당시 접근 기록이 하나도 없어요." 화면에는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남기혁.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 증거를 찾던 형사의 이름이었다. 그 옆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1998.06.13 18:00:00] 나는 믿을 수 없어 두 번 읽었다. 남 형사가 그 시각에 영병원에 있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실제로 있었다 해도 그때의 나이와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운영망은 또 하나의 이름을 증인 칸에 붙여 놓고 있었다. 남기혁 형사가 화면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사진을 찍고 파일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누구에게도 변명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제 이름이 저기에 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부터 저도 이해관계자일 수 있으니, 제 기록 확인은 다른 수사관에게 넘기겠습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이제까지 가장 믿음직했던 사람이 갑자기 의심스러워진 게 아니었다.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과거를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형사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정말 그 병원에 가 본 적 없습니까?" 남 형사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아주 천천히 대답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하는 한이라는 말이, 이제는 충분한 대답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 순간 내 손목시계에서 세 번째 여섯 시가 사라졌다. 대신 새 표시가 켜졌다. [관측 책임 인수 예정자: 남기혁] [인수 확인 시각: 내일 18:00] 나는 수첩에 그 문장을 그대로 적었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미래까지 당연한 과거처럼 기록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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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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