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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빚을 먹는 금고 · 8화
PAYLUA ORIGINAL · 제8화

8화. 회수자의 이름

빚을 먹는 금고 · 5,233자

오프라인 책장
"신규 원본 후보라니. 내 이름을 누구 마음대로 올립니까?" 우빈은 스피커를 향해 소리쳤다. 천장에서 맑은 알림음이 울렸다. 이어진 대답은 사람을 화나게 만들 만큼 다정했다. "고객님의 적합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원본 보증 의사는 최종 확인 절차에서 질문드리겠습니다." "질문하지 말라고요. 아무것도 묻지 마!" "거절 의사를 표명하셨습니다. 이의 제기는 접수 이후 가능합니다." 소라가 우빈의 어깨를 붙잡았다. "저 목소리는 대답할수록 말을 바꿔요. 대꾸하지 마요." 우빈은 이를 악물고 입을 닫았다. 몸 안에 화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어머니는 한 시간 안에 다시 자신을 잊을 수 있고, 아버지는 병원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그런데 저 기계는 정확하고 공손한 말투로 그것을 안내한다. 서강재는 앞장서 통로를 지나던 중 천장의 카메라 하나를 조심스럽게 돌렸다. 렌즈가 벽을 향하자 스피커의 목소리가 끊겼다. 회수자의 손놀림은 익숙했다. 그 익숙함 때문에 우빈은 더 화가 났다. "당신, 저 장치들을 만든 쪽에 있었죠." "집행 부서에 있었습니다. 만든 쪽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럼 저 여자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어느 문을 열어야 할지 다 알고 있겠네요." 서강재는 대답 대신 오른손 붕대를 풀었다. 손등 가운데 손바닥만 한 흰 부분이 있었다. 피부라기보다 종이를 떼어 낸 자리 같았다. "여기에 원래 제 동생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동생이요?" "서다은. 열아홉 살 때 실종됐습니다. 당시에는 법원 기록에도, 주민등록에도, 가족사진에도 이름이 남아 있었어요. 제가 그 기록을 복원하려고 회수 부서에 들어갔죠." 그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올바른 일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분쟁이 생기면 원본을 열어 잘못된 채권을 돌려주는 곳이라고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책임자를 찾는 게 아니라 책임을 받아 줄 사람을 찾는 곳이었죠." 소라가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알고도 계속 일했어요?" "동생 이름이 장부에 남아 있는 동안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제 변명이에요." 서강재는 빈손을 펼쳤다. "제가 문을 열지 않은 날, 이정민 씨는 다른 사람 대신 명의가 넘어가는 걸 막으려 했습니다. 그녀는 규정을 들이밀지 말고 원본을 보라고 했어요. 저는 못 들은 척했습니다. 상관이 전화로 저를 재촉하고 있었거든요." "그날 우리 엄마가 사라졌나요?" "그날부터 기록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살아 있다면 어딘가에 보류된 이름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소라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진실을 털어놓았다고 해서 용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짜로 모르는 척하는 사람보다는 다루기 쉬웠다.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요." "그러려고 온 겁니다." 서강재는 구두 끝으로 바닥에 그어진 검은 선을 밟았다. 선은 손쉽게 지워질 것 같았지만, 구두에 닿은 순간 철사처럼 단단해졌다. 그는 벽의 소방시설 안내표를 가리켰다. "여기에 번호가 있습니다. 정산소 번호예요. 사람 눈에는 방재 설비를 식별하는 표로 보이겠죠." 우빈은 표를 살폈다. 01부터 16까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자신이 철공소에서 찾아낸 카드 번호와 정확히 일치했다. "소라 씨, 사진 찍어 둬요." "찍었어요." 소라는 이미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믿게 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필요한 순간 어느 쪽이 어떤 일을 할지 판단하는 속도는 빨랐다. "서강재 씨, 처음 어떻게 이 일에 들어갔어요?" 소라가 물었다. 회수자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원래는 회계 법인에서 문서 감사를 했습니다. 작은 업체들이 연대 보증 때문에 줄도산하는 사건을 맡았는데, 그때 한 문서가 이상했어요. 서명이 붙은 날짜가 계속 바뀌었거든요. 처음엔 시스템 오류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신고했어요?" "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받은 기관에서도 제가 가지고 있던 문서와 다른 것을 보고 있었어요. 저는 제가 잘못 저장한 줄 알고 다시 자료를 모았죠. 그러다 동생 일이 생겼습니다." 서강재는 손등의 흰 자국을 쳐다봤다. "동생은 대학 등록금 때문에 돈을 빌렸습니다. 제가 보증을 섰고요. 정해진 날짜에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출 계약서의 대출자가 어느 날 바뀌었습니다. 동생 이름만 남았고, 돈을 빌려준 사람은 사라졌죠." 우빈이 물었다. "그때도 금고가 있었나요?" "있었습니다. 누구든 넣으면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았죠. 한동안 피해자들이 직접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수 담당자가 됐죠. 적어도 금고가 어디로 가는지는 볼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잘못한 일을 보게 된 거네요." "맞습니다." 서강재는 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작은 잘못이었습니다. 문서 한 장을 보류하지 않았고, 정해진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피해자 이야기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름을 지워도 문제없다는 보고서에 서명했어요. 서류 하나만 처리하면 실종자를 찾을 수 있다고 하니까, 그날도 저 자신에게 변명했습니다." 소라는 그의 이야기를 끊지 않았다. 듣는 내내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쥐고 있었다. "제 어머니가 사라진 날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다고 할 줄 알았어요?" "아뇨. 오히려 그날 제가 무엇을 했는지 기록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라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피해자들에게 직접 말해요. 우리 엄마를 찾으면 그 사람 앞에서도 똑같이 말하고요." 서강재는 고개를 숙였다. 그 행동으로 용서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실을 누군가 앞에서 인정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우빈은 앞쪽 통로를 바라봤다. 이곳에는 사람을 빚으로 만드는 장부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장부 안에서도, 원래 자신이 했던 일을 증명하려는 사람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기계를 고치는 일과 닮았다. 고장 난 부분을 숨기지 말고 먼저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우선 자료부터 확보하죠. 서로 탓할 시간은 나중에도 있을 테니까요." 소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재는 지도의 한 점을 표시했다. "여기부터가 실제 집행 구역입니다. 이 안에서 누가 여러분의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확인해 주지 마십시오. 가족 목소리를 흉내 낼 수도 있습니다." 우빈은 망치 손잡이를 다시 쥐었다. 그것이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한 사람의 기억이었다. 그들이 들어선 곳은 고장 난 지하철역처럼 생겼다. 양쪽 벽에는 수백 개의 작은 창구가 있었고, 창구마다 금고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한쪽에는 사람이 줄을 서 있었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처럼 서 있는 것들은 코트와 가방만 걸친 그림자였다. [일괄 정산 전 대기 구역] 우빈은 자신이 왜 이곳을 찾았는지 다시 떠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이름조차 잃을 뻔한 자신. 서강재는 창구 번호 07 앞에 섰다. 명함을 홈에 대자 작은 모니터가 켜졌다. [서강재 / 복귀 불가] [회수 권한 제한] [개인 채무: 서다은 1명] 우빈은 마지막 항목을 가리켰다. "동생이 당신 채무예요?" "제 동생을 되찾는 게 아니라, 제가 모른 척했던 사람 하나의 빚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뜻이겠죠. 이 장부는 사람을 자꾸 그렇게 표현합니다." "왜 아까는 이름만 부르지 말라고 했어요?" "회수자의 이름이 공식 문서에 들어가면 집행 과정에서 누구에게 명령했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 기록이 쌓이면 누가 누구를 대신 보증했는지도 드러나죠. 저는 제 기록이 남는 걸 두려워했어요." 우빈은 그를 한참 바라봤다. "이제는요?" "이제는 남겨야 합니다." 서강재는 회수자 배지를 바닥에 놓았다. 배지 뒤편에는 작게 이름을 적는 칸이 있었다. 그는 펜을 꺼내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썼다. 잉크가 닿자 그의 어깨가 심하게 흔들렸다. [집행자 자기 기록 생성] [서강재 / 책임 보류 해제] 창구의 모니터가 바뀌었다. 제한되어 있던 목록에 새로운 항목이 나타났다. [최초 금고 00 / 출고 승인서] [정태수, 도기철, 이정민 / 3인 공동 승인] [원본 위치: 서울 남부 제2정산소] 우빈은 지도에 표시된 장소를 확인했다. 서울 남부 제2정산소는 몇 년 전 문을 닫은 백화점 물류센터 건물이었다. 그가 야간에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던 곳과 멀지 않았다. "원본이 거기 있어요?" "원본의 일부입니다. 00번 금고가 반으로 나뉘어 있거든요. 하나는 사람들이 빚을 지게 된 사유를, 하나는 그 빚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기억합니다." "지금까지 본 금고들은요?" "사유와 책임을 떼어 놓은 복제품입니다. 돈은 사라지지만 이유는 사람 몸에 남죠. 그러면 그 이유를 핑계로 다른 사람에게 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우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게 빚을 씌운 다음 그 빚을 다른 사람에게 또 판다는 것. 누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는지가 점점 선명해졌다. 소라가 한 가지를 물었다. "그러면 원본을 열면 우리 엄마랑 우빈 씨 아버지도 돌아와요?" 서강재는 고개를 저었다. "자동으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누가 거짓말했는지, 누가 정말 동의했는지 증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는 손전등을 켰다. 빛은 다시 길게 뻗은 통로를 비추었다. "금고는 약속을 먹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취소할 권리도 결국 사람에게 있어야 합니다. 그런 권리가 처음 설계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멀리서 무거운 문이 열렸다. 그림자들이 동시에 머리를 돌렸다. 바닥에는 수십 개의 발자국이 찍히기 시작했다. 검은 승합차에서 내렸던 직원들이었다. "서강재. 당신의 사직서는 접수되지 않았다." 선두의 여자가 말했다. 마른 얼굴에 두꺼운 안경을 낀 그녀는 품에 장부 하나를 안고 있었다. "집행 기록을 외부에 누출했으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서강재는 그들을 향해 섰다. "제 이름으로 된 기록을 제출했습니다. 제 책임은 제가 집니다." 여자가 장부를 펼쳤다. 그 안에서 그림자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작고 앙상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오빠." 아이 그림자가 말했다. 서강재가 그대로 굳었다. "다은아?" 여자는 만족한 듯 웃었다. 장부의 빈 칸에 이름 하나가 찍혔다. [서강재 / 응답 확인] 소라가 숨을 삼켰다. 우빈은 서강재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이미 그림자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오빠, 나 데리러 왔잖아. 이번엔 문 열어 줄 거지?" 서강재의 오른손이 천천히 떠올랐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사람의 이름을 부른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깨달았다. [자발적 회수 동의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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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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